...적다가 깨달았다. 내가 강경모 씨와 전호준 씨 사인을 안 받았다니! 맨날 뒷길에서 같이 이야기 나눈 분들이라 당연히 받았으리라 생각했나 보다. 내가 미쳤구나. 그 숱한 만남 동안 뭐 한 겨...;; OTL
라이센스팀 막공 표에 내한팀의 션 멍커 사진이 들어간 건 좀 당황스러웠다. 말을 들어보니 내한팀 당시 사진이 들어갔던 표가 남아서 이번에 쓴 거라고. 그렇다면 골고루 풀지 왜 모조리 션 멍커야, 나는 스킴블이 무지 갖고 싶었단 말이야...; 뭐, 이런 게 중요한 건 아니고.
한국 라이센스 뮤지컬 <캣츠> 서울공연이 막을 내렸다. 내한팀 자체막공 때는 나 혼자 막공을 맞는 것이다 보니 막공이란 느낌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진짜다. 게다가 내가 뮤지컬을 보러 다니면서 처음으로 맞는 막공이었다.
서곡. 여러 카페에서 단관 나온 이들이 앞줄을 꽉꽉 채우고 평소의 두 배, 아니 네 배 규모로 박수를 쳤다.
젤리클송 포 젤리클 캣츠. 호준 파운시벌의 마이크가 타이밍을 못 맞춰 스탭한테 한 번 째릿 -_- 을 날리고 싶었다. 그걸 제외하면 언제나처럼 멋지고 힘이 넘쳤다. 젤리클송에서는 등장하는 모든 고양이들이 한 토막씩 노래하며 등장한다. 누군가 정해진 주인공이 있는 게 아니라 이들 모든 젤리클 고양이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가진 주인공들임을 보여주는 장면. 개인주의자인 고양이들이 다양한 성격군상을 보여주면서 하나의 가족으로 뭉쳐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 젤리클송이야말로 캣츠의 모든 것이 함축된 장면 아닐까?
네이밍 오브 캣츠. 김춘수 시인의 시나 어린 왕자의 여우까지 갈 것도 없이, 이름이 가진 의미는 누구나 어느 정도 피부로 알리라 생각한다. 그것은 군체에서 개체를 분리해내는 첫번째 키워드이다. 이들은 한낱 고양이1, 2가 아니라 모두가 자기 이름을 가지고 있다. 거스, 그로울타이거, 그리들본, 그리자벨라, 드미터, 럼 텀 터거, 럼플티져, 맥카비티, 멍고제리, 멍커스트랩, 미스터 미스토펠리스, 버스토퍼 존스, 봄발루리나, 빅토리아, 스킴블생스, 실라밥, 알론조, 애드미터스, 엑셋트라, 엘렉트라, 올드 듀터로노미, 제니애니닷츠, 제미마, 젤리로럼, 조지, 카산드라, 코리코팻, 콱소, 탄토마일, 텀블브루터스, 파운시벌, 플라토. 배우들이 자매로 나온 날 쌍둥이들을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코리코팻이나 탄토마일 중 하나의 이름을 부르면 되는 것이다. 이름을 부르는 순간 그 고양이는 이름을 불러준 관객에게 반응하며, 그 반응으로 인해 관객에게는 그 고양이가 특별해진다. 이름은 그것을 부르는 자의 것인 것이다.
인비테이션 투 더 젤리클볼. 개인적으로 캣츠에서 가장 손에 땀이 나는 장면을 말하라면 빅토리아의 독무를 꼽겠다. 란정 빅토리아는 소중하다. 나는 저런 거 돈 주고 시켜도 못 해. 안 해. -_-; 앤드, 경수 멍커스트랩의 목소리는 참으로 완전소중하다. 그나저나 시작부터 원호 스킴블생스한테 준 거 없이 쥐어박히는 경모 멍고제리는 뭐임(...)
디 올드 검비캣. 나는 뮤지컬 팬인 게 아니라 몇몇 뮤지컬의 팬이다보니 소위 브로드웨이의 전형적인 뮤지컬이란 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다. 어디서 들은 바로는 제니애니닷츠를 소개하는 이 장면이 캣츠에서 가장 뮤지컬스러운 장면이라던데. 뭐, 멍커스트랩과 아줌마+아가씨 트리오의 노래가 절반, 나머지 절반은 제니가 이끄는 바퀴벌레 보이스카웃의 탭댄스인지라 아무 사전지식 없이 보는 사람에게는 이게 뭐 하는 장면인가 싶을 수도 있겠지. 나? 나에게 있어 제니 소개의 포인트는 세 개. 멍커스트랩의 알흠다운 목소리, 스킴블의 마누라 갈구기, 그리고 미스토펠리스의 훼방질. -_- 요 근래 회웅 미스토펠리스가 작정하고 훼방질의 도를 높인다 싶었다. 인영 스킴블의 경우에는 춤 추는 위치가 하필 미스토가 노닥거리는 근처였기 때문이라 치자. 경모 멍고가 미스토의 장난질에 희생당하는 것도 과연 지리상의 문제일까?(...) 어쨌든 회웅 미스토는 최후에 라준 조지한테 멍석말이를 당할 뻔 했다지.(...)
내가 원호 스킴블에 꺼벅 죽는 건 한 순간도 쉼 없이 우원호의 스킴블생스를 보여주고 그때의 모습이 하나같이 내 취향(...)이라는 데에 있다. 오늘은 포크로 마눌님만 갈구는 게 아니라 효자손삼아 나이 지긋한 연종 거스의 등을 긁어주는 멋진 어른의 모습도 보여주시더라. 그래봤자-
더 럼 텀 터거. 오도방정 주책바가지 원호 스킴블의 본색이 어디 가는 건 아니라서, 오늘도 진우 럼 텀 터거의 이예에에에에에에에에압~!! 에 넋을 흘리셨다. 멍고가 터거 따라한다고 타박하다 자기가 정신줄을 놓고 발정 일으키면 어쩌란 말인고. 경모 멍고, 이럴 때 복수하는 것임!(...) T.S.엘리엇의 원문 시에 묘사된 성격이 워낙 지랄같은지라, 터거가 다른 고양이의 소개에 훼방질을 놓으며 끼어들어 자기 소개를 신나게 늘어놓는 것조차 '그 럼 텀 터거'니까 -_- 그러려니 싶어진다. 어쨌든 등장도 하기 전부터 대한민국 샤우팅 세례를 당하는 바람에 야옹 한 번은 생략해야 할 정도로 젤리클과 인간 모두의 인기남인 것이다. 그러니 그 럼 텀 터거가 남 때문에 자기소개를 방해받는 건 상상하기 어렵겠지.
그리자벨라 더 글래머 캣. 그런 게 가능하려면 듀터로노미가 등장하거나 완전 의외의 사고가 발생해야 할 것이다. 모두가 죽은 줄 알았던 그리자벨라가 젤리클로 돌아온 것은 그 터거가 역정을 내며 박차고 나가게 하며 어른 고양이들은 새끼고양이들을 숨기고 젊은 고양이들은 못된 장난질을 계획하게 하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아직도 라이센스팀의 그리자벨라 설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며 불만이 엄청 많다. 나의 무조건 옳은 실버태비 -_-* 를 향한 비뚤어진 애정(...)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거스가 안타깝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프로덕션마다 고양이 설정의 세부적인 부분을 바꿀 수 있는 캣츠 특유의 탄력 때문에 그리자벨라의 과거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상상이 무한대로 뻗어간다. 무엇 때문에 그리자벨라는 일족을 떠났던 것일까. 그래서 뭘 어떻게 했길래 젤리클 고양이들이 그리자벨라를 무섭게 몰아세우고 쫓아내는 것일까. (...이래서 캣츠가 팬픽을 유발한다는 거다. -_-;)
버스토퍼 존스. 한편으로 왜 존경받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고양이가 있다. 주인 잘 만난 덕에 귀하게 자란 버스토퍼는 인덕(묘덕?)이 아니라 그 부유함 때문에 고양이들의 존경을 받는다는 느낌이다. 기찻간에서 뇌물을 받아먹는 것도 불사하는 현실적인 아저씨 스킴블이 유독 연종 버스토퍼 존스 앞에서는 마눌님과 합심해 잘 보이려 하더랬지. 그래, 이게 현실의 모습인 것이다. 음악은 단정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지만, 이것이야말로 차가운 현실인 것이지. ...그러든 말든 개냥이 호준 파운은 소중하다! >_<
그나저나. 내가 평소 윤식 애드미터스를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그런데, 윤식 애드가 주변 고양이들한테 어리버리하게 잘 당하는 편이었나? 오늘 뭔가 두산 알론조와 주영 플라토와 호준 파운 기타 등등에게 어떤 형태로든 당하는 걸 본 것 같은 기분인데?;;;
멍고제리와 럼플티져. 이 장면은 볼 때마다 정말 어렵다고 생각한다. 내용이 아니라, 연기 말이다. 도둑괭이 둘이서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자기들 스킬 자랑질을 한다. 다른 고양이들은 구석의 통에 빠진 나민 실라밥을 제외하고 모조리 숨었다. 때문에 관객들은 멍고제리와 럼플티져만 집중해서 쳐다보게 된다. 무대 위에는 별다른 시설이 없으니 마임으로 장소이동이나 환경변화를 모두 설명해야 한다. 춤은 무대를 온통 헤집으며 방방 뛰어다니는 건데 노래는 당김음으로 계에속 이어진다. 관객들이 이들만 집중해서 보는 데라 춤과 노래 중 하나만 부족해도 바로 티가 나버린다. 아, 죽을 맛이겠다.; 보경 럼플티져는 이 부분에서 항상 조금 힘이 부쳐 보여 안타까웠다. 내한팀의 미샤나 럼플이나 지금의 현빈 럼플이 대단해 보이는 건 힘든 티를 거의 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뛰어다니면서 노래하고도 호흡이 흔들리지 않는 것인지. 어쨌거나 역대 멍고제리와 럼플티져들은 모두 굉장한 배우들인 게 틀림없다. 그리고 경모 멍고 밉다! 우리 현빈 럼플을 따악 따악 쥐어박다니! 마지막엔 놀래키기까지 하다니! (현빈 럼플이 정말로 놀란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뱃가죽이 부들부들 떨렸다(...)) 보경 럼플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는 주제에! 럼플, 저런 고양이는 차버리고 나한테 와! ;ㅁ; (...)
캣츠는 전체적으로 번안이 잘 된 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멍고제리와 럼플티져 부분은 좀 아닌 것 같다. 내용 자체는 문제 없는데 노래와 가사가 따로 노는 것 같다. 한 번 쯤 손질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배우들이 부르기 편하게.
올드 듀터로노미. 누차 말했다. 나는 경수 멍커와 진우 터거의 듀엣에 죽는다. 형제는 영원하리.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번안이 끝까지 희정 올드 듀터로노미를 바람둥이로 인증 찍어버리던데 나의 아버님은 그러치아나. OTL 이래선 터거가 어르신 앞에서만큼은 공손한 게 단지 자신이 닮고 싶은 선구자 -_- 이기 때문인 것 같잖아. 어르신이 유독 터거를 예뻐하는 것도 이상하게 보이잖아. -_-; 이 곡을 들을 때마다 신비롭고 존경스럽고 뿌듯한 기분조차 느끼다가 마지막에 뿜게 되어 참... 번안가님 저 좀 봅시다? -_-;
원호 스킴블이 말 안 듣는 나민 실라밥을 번쩍 들어올려 끌고 가는 장면은 언제 봐도 d-_-b
피크와 폴리클의 무시무시한 전투. 이젠 미스토한테까지 괜히 쥐어박히는 경모 멍고제리는 뭐임(...) 그렇지만 여기서 정말 불쌍한 건 멍커스트랩 아니던가. 애초에 단체행동이란 걸 모르는 고양이들을 데리고 연극 같은 걸 할 생각을 한 멍커스트랩이 놀라울 뿐이다. 나의 관전 포인트는 멍커스트랩이 몇 번 짜증을 부리는가 세어보는 것. 우리의 실버태비는 남 모르게 원형탈모를 앓고 있을지도 모른다.(...) 재미있는 건 고양이들이 사고를 치는 방식이다. 다른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열심히 하려고는 하는데 열성이 지나치거나(누구 하나를 제외한 전원에게 해당) 살짝 문제가 있어서(절대박치 멍고제리 -_-) 실수를 저질렀다. 그런데 터거란 녀석 하나만은 일부러 작정하고 장난질이니, 형님 맘이 참으로 아프겠다.(...) 그러고 보면, 알론조조차 실수를 하는 마당에 작심하고 덤비면 실수 안 할 고양이는 터거 하나뿐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렇다면 형님 마음은 두 배로 아픈 거다?! 나는 이 반항덩이 고양이의 뇌 구조가 정말 궁금하다.;
젤리클볼. 쌍둥이가 막공까지 자매로 남게 된 것은 안타깝지만 의리의 사나이 알론조를 바람둥이로 만드느니 섹시 호준 코리코팻을 개냥이 호준 파운시벌로 만드는 게 낫다.(...) 젊은 수고양이들의 춤 때 멍커스트랩 자리에 원호 스킴블이 들어갔다. 홍경수 씨가 지방공연이 끝난 후에나 수술을 받겠다 하시니 윤식 멍커가 뛰는 날이 아니라면 우원호 씨가 계속 들어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 때는 연습해야 할 배역이 총 여섯 개에 이른다던데... 이분의 무시무시한 배역적응력과 표현력이 인정받은 건 기쁘지만 한편으로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배우들이 더이상 부상당하거나 악화되는 일 없이 지방까지 마쳤으면 할 뿐이다. 젤리클볼은 첫공 때부터 막공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실망하거나 그 비슷한 기분조차 느낀 적 없다. 10분이 넘는 춤과 춤과 춤의 연속, 이 안무를 짠 질리안 린은 대단해! 그나저나 시작 직전 어르신 말씀에 원호 스킴블생스와 선화 제니애니닷츠가 보인 그 닭살스런 애정행각은 뭐임 이 부부는 어쨌든 백년해로도 문제 없을 것임(...)
메모리. 원체 들은 노래가 없는지라, 그나마 들어본 좁디 좁은 범위에 한정지어 말하자면, 나는 이보다 쓸쓸한 곡을 알지 못한다. 혹자는 여기서 대영제국의 영광을 그리워하는 영국인들의 속내를 읽어내더라만 나에게는 그저 자기 뜻과 상관없이 혼자가 된 개인이 보인다. 유대감에서 비롯되는 따뜻함이란 게 요즘에는 정통소년만화에서나 진지하게 다뤄지는 것이다보니. 그것에 대한 추억과 추구가 <메모리>의 주제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중요한 바탕은 될 거라 생각한다. 그 럼 텀 터거조차 자신이 젤리클 고양이라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삐딱선을 타지 않고 자랑스러워 할 것이다. 그리자벨라라고 다르겠는가.
그렇지만 유대감이란 건 내가 손 내밀었을 때 상대방도 손을 내밀어야 성립할 수 있다는 거. 쩝.
인터미션. 이번에는 막공이라 그런지 작은 서비스(?)가 터졌다. 미스토가, 그 비싼 미스토가 객석으로 난입했다! 좌측 통로석으로 우다다 뛰어서 순식간에 무대로 내빼버렸지만 어쨌든 그 미스토가 인터미션 때 객석으로 내려온 것이다! 역시 비싼 드미터까지 내려왔더라면 객석 앞쪽은 아주 카오스가 되었겠지. 우와... 솔직히, 신기했다.;;;
위치가 2열 중앙이라 접촉할 수 있는 고양이가 제한되어 있었다. 잊지 않고 손 잡아준 알론조, 내가 부를 때마다 한 번도 거절하지 않았던 알론조, 정말 끝까지 고마웠다... 내가 알론조에 대해 가진 개인적인 애증이 두산 알론조 때문에 희석되고 있다. OTL
더 모멘츠 오브 해피니스. 내한팀 때의 추억 때문에 지금도 실라밥이 노래를 마치고 나면 박수를 쳐야 할 것 같은 같은 기분을 느끼곤 한다. 거 참, 똑같이 한국어로 노래하는 것인데도 외국 고양이와 코숏에 대한 대접이 다르다니, 한국어 할 줄 아는 건 결코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거! 말랑말랑한 아기 두뇌로도 최소 2, 3년은 배워야 한다는 거! 한국어가 얼마나 어려운데!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사실 이 곡이 캣츠의 가느다란 플롯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고양이와 관객에게 '추억'의 의미를 일깨움으로써 그리자벨라에 대해 약간은 우호적인 방향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한편 존경받는 삶을 살아온 거스의 추억을 예고함으로써 둘을 비교하고 더 나아가 그리자벨라도 포용하게 되는 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듀터로노미의 이 설교가 바로 헤비사이드레이어(천국)에 대한 힌트라는 생각도 한다. ...그렇지만 보통은 멍한 기분으로 아, 이거 메모리 멜로디 합창이네 하고 넘어가게 되는 것도 같고(...)
거스 더 시어터 캣. 이 부분 때문에 항상 연종 거스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다. 나는 연종 거스가 정말 마음에 든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는 귀는 듣고 있으되 눈은 보지 않으니, 근처에서 럼플티져와 멍고제리, 여기에 실라밥(에 종종 파운시벌과 콱소 추가)이 무슨 짓을 하는지 관찰하느라 바쁜 것이다. 이러면서 거스한테 박수치는 저를 용서해 주세요. 어쨌든 거스의 노래는 최고입니다. ㅠ_ㅠ 오늘은 도둑괭이들이 서로 코를 파서 먹이려 들더구만. 갑자기 언젠가 경모 멍고가 코피 흘리는 마임을 하다 코에 집어넣은 손가락을 내 손에 그어버리던 일이 떠오른다.(...) 여하튼 럼플이 실라밥을 덜 괴롭히니(안 괴롭히진 않았다) 이젠 파운이 나서는구나. 뒤에서 퍽퍽 때리고 시치미 뚝이라니 파운시벌, 그 착한 파운시벌이 누구한테 이런 걸 배운 거야. OTL (<우리 애는 착하다 나쁜 건 친구 라는 논리) 물론 천하의 럼플티져가 당하고만 있진 않았다. 정통으로 방귀를 발사해 복수 완료! 우리 럼플 참 잘했어요 -_-*
그로울타이거스 라스트 스탠드. 스펙타클한 2막의 전조가 되는 장면. -_- 볼 때마다 어째선지 은혜 그리들본을 옹호하고픈 마음이 든다. 여기선 선원들이 뭐 하고 노나에 중점을 두고 본다는 건 나의 비밀로 넘어가자. 그나저나 오늘 원호 스킴블의 애드립이 아주 폭발해 주시더랬다. 회웅 미스토가 그로울타이거의 분노를 피해 스킴블의 다리 사이로 도망치려는 순간 이분, 무릎을 붙여버렸다. 미스토가 스킴블의 다리에 끼어버렸다. 이거 혹시 피크와 폴리클 때의 복수? (...)
스킴블생스 더 레일웨이 캣. 뇌물공무원 스킴블, 동네 이장님 스킴블, 반드시 옳은 노랑둥이 스킴블 ;ㅁ; 그렇다 스킴블은 반드시 옳다! 나의 실버태비가 무조건 옳듯이!(응?) 사실 스킴블 소개 때는 이게 뭔가 풍자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인간들을 감시하며 부지런히 일한다고 주장은 하는데 이 양반 하는 양을 보면 말년병장 포쓰로 화물칸에 짱박혀 기차를 연착시키지, 잘못한 승객한테서 뇌물을 받아먹지, 버스토퍼한테는 엄청 굽신거리지. 아무튼 뭔가 위험하다.; 그래도 스킴블은 옳다. 노랑둥이라서가 아니고, 어린 고양이들을 살뜰히 살피는 등 할 건 다 하기 때문이다. 스킴블은 진정 이 세상의 평범하고 얄팍하지만 위대한 아버지상일지도 모르겠다.
현빈 럼플이 공연한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지만 그럼에도 멍고한테 쌓인 게 좀 있었나 보다. 평소처럼 상단공격이 올 걸 대비하던 멍고는 복부에 강력한 바디블로 두 대를 직격당했다. 멍고가 주먹을 피하든 맞든 뒤통수를 쳐 마무리하던 호준 파운은 오늘도 어김없이 해맑은 얼굴로 한 대 날려 주시니, 경모 멍고제리는 뭐임 동네북이지(...)
맥카비티 더 미스테리 캣. 다른 말 필요 없음. 은주 드미터 누님! 지연 봄발루리나 누님! 누니이이이이이이임!! 라이센스팀에선 둘 다 맥카비티와 썸씽이 있었다는 설정이던데, 맥카비티가 정말 능력자 맞긴 맞다. 심지어 맥카비티가 소개되는 동안 멀쩡한 암고양이들이 한꺼번에 두 누님을 따라 춤을 추러 나오니, 그 순간 젤리클의 젊은 수고양이들은 맥카비티한테 짝 내지 사모하던 암고양이를 빼앗긴 거나 다를 바 없지 않겠나. -_-;;;
바로 이어지는 주영 맥카비티와의 싸움. 나의 편애는.. 편애는 그러니까..... 그만하자. 알론조라면 멋져도 돼. OTL
매지컬 미스터 미스토펠리스. 아니 잠깐, 어째서 벌써 미스토 차례가 된 것인가. 왜 이렇게 쓸데없이 시간이 빠르게 흐른 것인가! 터거가 거들먹거리며 나타난 순간 이제 미스토 차례라는 것이 무지 좋으면서, 무지 싫었다. 메모리가 캣츠의 클라이맥스라면 미스토 소개는 그에 버금갈 하이라이트다. 미스토마저 끝나버리면, 그 다음은 메모리, 그리고 어드레싱, 그리고... 끝나버리는 거 아닌가. 이렇게 우울한 기분으로 미스토를 기다린 건 처음이었다. 각설, 이 대목을 보다 보면 젤리클에 비상이 걸렸을 시 젊은 수고양이들 간의 역할분담이랄까, 행동방식이 흥미로워진다. 일단 멍커스트랩과 알론조는 몸빵. 외부의 침입을 격퇴해 일차적이고 급한 문제를 해결한다. 본격적으로 문제의 소재에 접근하면 터거가 나서서 방향을 제시하고, 재간꾼 미스토가 실무를 처리해 미션 컴플릿. 라이센스팀의 설정을 따르면 여기서 멍커스트랩이 얼결에 제일 불쌍한 상황에 처하지만, 넘어가자. 그런 건 앵스트를 좋아하는 누군가가 팬픽으로 남겨주겠지. OTL 여하튼 평소에는 제각각 따로 노는 것 같아도 필요하면 척척 자기 재주껏 분담해서 처리하고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따로 노는 걸 보면, 이게 고양이식 협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동안은 박수를 칠 일이 없겠지. 석 달은 칠 박수를 미스토 소개 내내 퍼부었다.
...그나저나 여기도 후렴구 번안이 마음에 안 들지만... 어르신에 비하면 준수하지, 내가 포기할란다. OTL
메모리, 리프라이즈. 고양이들이 거스와 그리자벨라 사이에서 그리자벨라를 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거스는 과거의 영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고, 그리자벨라 역시 아름다운 과거가 다시 돌아오기를 바란다. 그런데 메모리가 반복될 때 그리자벨라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달빛 속에나 있는 옛날의 추억에 머무는 게 아니라 새 날을 맞이하겠다고, 어떤 모습이라도 좋으니 계속 살아가겠다고. 1막 메모리가 쓸쓸하다면 2막 메모리는 강력하다. 더는 희망을 바라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리자벨라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당당히, 도도한 고양이답게 내일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자벨라에게 있어 행복이란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이 아니라 앞으로 맞이하게 될, 그리고 추억이 될 지금 이 순간에 있었다. 듀터로노미가 그리자벨라를 택한 것은 그녀가 행복이 무엇인지 안다는 것, 즉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기 때문이 아닐까? ....으음 분석능력이 후달리는 머리로 대충 짜깁기하면 이렇게 되는 것도 같은데, 어쨌든 중요한 건 메모리가 절창이어야 한다는 것이겠지. 거스마저 납득할 만큼.(...)
한 말을 계속 하는 기분이지만 또 해야겠다. 영숙 그리자벨라는 소름 돋는다.
저니 투 더 헤비사이드레이어. 나는 이 장면이 젤리클송 만큼이나 좋다. 합창의 마력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리자벨라가 선택되어 모두의 축복 속에서 새 삶을 얻게 된 것 자체가 기쁘다. 탕아가 집으로 돌아오고 버림받았던 사람이 다시 받아들여지는 것, 나는 이런 게 좋다. ...거스, 미안해요. 메모리가 좀 강해야 말이죠. OTL
근데 이 부분 멜로디를 가만히 들어 보면 미스토 멜로디의 변형이란 거. 둘 다 마법적인 힘이 작용하는 장면이라 그런가?
디 어드레싱 오브 캣츠. T.S.엘리엇이 고양이 애호가였다니까 쓰는 김에 고양이는 개가 아님 ok? 이런 교훈(!)을 설파하기 위한 시를 하나 추가했다 해도 나는 믿을 거다. 어쨌든 그 말대로다. 고양이는 개가 아니지. 개의 기분이 어떻든 주인의 기분이 먼저인 관계가 아니라 고양이가 기분 나쁘면 집사(..쿨럭)가 거기에 맞춰줘야 하지. <드래곤라자>라는 소설에는 인간이 주위의 모든 것을 인간에 맞춰 바꿔버리면서 정작 자신은 변하지 않는 인간중심주의를 지적하는 대목이 있다. 고양이라면 그 반대겠지. 어느 정도는 인간이 고양이에 맞춰 바뀌어줄 필요가 있으니까. 고양이를 키워본 적은 없지만 녀석들을 친구로 두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그리고, 여배우들은 여기서부터 울기 시작했다. 나는 그냥 "울지 마!"라고 말하는 것 밖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막공이라는 게 실감나지 않았다. 오늘은 그냥 자고, 월요일 지나서, 화요일이면 또 공연이 시작될 것 같은데. 하하, 끝났구나. 근데 정말 끝난 건가?
드디어 경수 멍커의 손을 잡았다. 이건 끝내 못 이룰 줄 알았는데, 라이센스 막공 마지막 순간에 라이센스 캣츠에 건 내 최대 최후의 소원을 풀었네. 멍커 삼종세트의 손을 모조리 잡은 사람 또 있으면 나와보쇼. 어 나 자랑하는 거 맞고 시비 거는 것도 맞으니 열폭 댓글 물론 환영.(...)
그간 듀터로노미를 납치하는 쥐인지 고양이인지를 누가 연기하는 건지 궁금했더랬다. 오늘 커튼콜 때는 평소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가 불쑥 튀어나와 타이어를 점거하고 으싸으싸 춤을 췄다. 아니 저것은 납치고양이? 하고 쳐다보니 이 양반이 갑자기 무대 오른쪽을 향해 우다다다다다다다다다! 그리고 왼쪽을 향해 우다다다다다다다다다! 아... 강인영 씨.; 속히 부상이 회복되어 무대에 복귀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마지막, 고양이 입맛조사. 오늘은 미스토를 쳐다보았다. 연어도 좋고 캐비어는 더 좋댄다. 한우는 의외로 그냥 그런가 보다. 하여간 비싼 녀석.
결론은 뭘까. 멍고제리는 역시 구박해야 제 맛? 음, 그것도 훌륭한 결론이긴 한데 일단 밀어놓자. 강경모 씨가 들으면 슬퍼할 것 같으니까.(...)
젤리클송과 저니 투 더 헤비사이드레이어에는 같은 가사가 반복되는 부분이 있다.
The mystical divinity of unashamed felinity
Round the cathedral rang 'Vivat'!
Life to the everlasting cat!
영미 쪽 팬픽에서는 이 '애버래스팅 캣'을 고양이들이 섬기는 신 비슷한 걸로 묘사하곤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영원한 고양이는 헤비사이드레이어에 있지 않다. 바로 무대 위에서, 이름을 갖고 각자의 모습대로 살아가던, 그 모든 고양이들이 영원한 고양이다. 인류에게 문화가 존재하는 한, 그리고 뮤지컬이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이 고양이들은 불멸이다.
좀 더 많이 볼걸... 돈 걱정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한 지를걸... 그런 후회는 든다. 카드가 없어서 바로 전날에 풀린 좋은 좌석들을 두 눈 뜨고 놓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 건 정말 억울했다. 배우들과 이야기도 좀 더 해보고 싶었고, 개인적으로 친해지고픈 마음도 전혀 없진 않았다. 그래도 예의를 지킨답시고 어느 선 이상은 다가가지 않고 되도록 말도 적게 걸려고 노력했더랬는데.(웃음) 그런 것도 이젠 다 캣츠에 얽힌 추억이 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 밤도 추억이 되겠지만, 그것은 새 날을 부르는 것이다. 또다른 추억을 만들며 웃고 울고 사랑하며 살아갈 날을... (when the dawn comes, tonight will be a memory too, and a new day will begin) 살아있는 한, 다시 캣츠를 만날 날이 오겠지. 또다시 손에 땀을 쥐며 즐거워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08년도 라이센스팀의 <캣츠>의 고양이들은 그 하나 하나가 나의 '영원한 고양이'로 남을 것이다.
LIFE TO THE EVERLASTING CATS
NOW, AND FOR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