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크를 얻어봤자 얼마 써보지도 못하고, 그놈의 지벡에 맞추기 위해 억지로 아르긴과 카보베르데를 왕복하며 군렙을 올리던 차였다.
나의 본령은 늘 스킬압박에 시달리는 모험가다. 대포를 싣느니 그 자리에 지도 한 장 더 넣는 모험가인 것이다. 때문에, 어느 분이 인벤에 올린 팁을 따라 기뢰 스킬을 익혔다. 군렙만 맞출 요량이니 탄도학 기타 등등의 방대한 군스킬을 익힐 여유는 없는 까닭이었다.
과연 그 팁은 굉장했다. 적당히 사흘 뛰고 보니 16렙이 23렙이 된 것이다. 이젠 요령도 생겨서 서사하라 여단과 사략선단은 백샷 크리 안 맞고 기뢰밭으로 몰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데미12문 세 벌과 개조상카 한 척과 동판 두 장과 이너지브 석 장과 선수상 하나가 날아갔지만 -_-;) 해피라이프, 해피라이프.
그러던 차였다.
이너지브 내구가 석 장 다 달랑달랑하기에 리스본에나 갈까 하고 카나리아 해역을 지나고 있었다. 나보다 약간 앞서 가던 길원이 제보하길 유해가 있다는 것이다. 제보를 받고 몇 초 지나지 않아 잉글랜드 기를 단 소형 카락 한 척이 백기를 올리고 둥둥 떠있는 게 보였다. 근처에는 이름이 뻘건 아라갤이 배회하고 있었다. 아라갤이 소카를 치다니 치사하긴 -_- 같은 생각을 하며 뱃머리를 슬쩍 돌리는데 어라, 저 아라갤이 지금 나를 따라오는 것인가? 나를 치려는 것인가? 이럴 수가아아아아악?!?! 그리고 전투가 걸렸다.
오베 시절엔 나도 백병군인이었지만, 노젓기란 게 당하는 입장에선 압박이 참 큰 스킬이다. 미친 소가 뿔 내밀고 두두두두두두 달려드는 기분이라니까. 게다가 당시 내 배는 동판을 떼는 걸 깜빡해서 속도가 안 나는 상카였다. 소형카락으론 오로지 속도만으로 노저어 달려드는 유해를 따돌린 적이 있었지만, 이 상카로는 어려운 이야기다. 그렇다면 싸우자, 털리더라도 - 뭐 털릴 것도 없었지만 - 저놈에게 상처는 입히자는 생각으로 기뢰를 떨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라갤은 기뢰 두 방에 격침되었다. (...)
덧붙이자면, 아프리카 해적몹들과 부대끼는 사이 내 기뢰랭은 비우대 7랭을 달성한 차였다.
발이나 늦출 목적이던 터라 격침까지 바란 건 아닌데, 결과를 보고 내가 놀랐다. 백기를 올린 유해 쪽에서도 황당해 하는 것 같긴 하더라만 나만큼은 아니었을 거다. 아무튼 카운터가 제대로 먹힌 것이다. 더불어 배 바꾸고 음식 사고 장비 갈면서 까먹은 돈까지 어느 정도 회복시킬 상금이 들어왔으니, 비바! -_-;;;
(그리고 그 돈은 잠시 후 피자와 마닭으로 산화했다)
기뢰가 정말 생각 이상으로 유용한 스킬이란 느낌이다. 군인의 길을 갈 생각이 없는 상인과 모험가 여러분, 기뢰를 익히자!


어째선지 런던의 주점주인이 아는 체를 한다. 아 부끄러워.(...)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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