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310

어찌 사느냐면 2009.03.17 14:59
1.

하루에 1천명이 넘는 방문기록을 찍은 건 네이버와 이글루스와 티스토리를 통틀어 내 블로그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게 어찌 된 영문인가 생각해 보니, 항해가 바빠 블로그를 놓은 동안 쪼그라들었던 방문자수는 <왓치맨> 잡담이 슬쩍 들어간 3월 6일자 포스트 이후 쭉 상승세를 탔다. 요즘들어 블로그 유입 키워드 또한 대항온과 왓치맨이 반씩 나누고 있다. 대세의 흐름을 탄다는 건 참 멋진 일이다. -_-


2.
말 나온 김에. Javert(ㅋㅋㅋ) 군은 현재 모43 상30 군25의 준사등훈작 고고학자이다. 발견물 수는 어제 생물 칙퀘를 가기 직전 520개를 넘겼던 것 같은데, 게임을 켜서 확인하기 전에는 정확한 숫자는 모를 것 같다.
자물랭 때문에 슬슬 짜증을 느끼고 있다. 모렙 43에 자물랭이 8이라면 이놈 진짜 모험가냐 하고 비웃음을 들을지도 모르겠는데, 하나 분명히 해두자면, 나는 단 한 번도 지도복사를 하지 않았다. 오로지 서고에서 뽑히는 대로 쓴 지도와 퀘스트만으로 지금의 랭과 레벨을 만들었으며, 그 결과는 발견물수와 작위에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프라가라흐, 군신, 영원의 수레국화, 게이볼그, 막퀘는 다 띄워놓고 자물랭이 안 되어 못 하는 퀘들은 좀 아깝긴 하다. 하지만 급할 게 뭐 있는가. 차근차근 하련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고, 뉘른베르크는 함부르크로 슬그머니 바뀌고, 성 조지와 대관석은 북해를 떠나 사막으로 돌아가고, 제목만 알던 아이다가 어떤 내용인지 알게 되었다. 이런 것들을 연퀘로 만나면서 느꼈던 즐거움이 나한테는 스킬랭이나 레벨보다 더 중요하다. 만렙 만랭이 목적인 유저는 그의 방식대로 열심히 달리라 하고, 나는 내 식대로 천천히 가련다.

...그치만 스킬랭 숙련도를 높여주는 유료템의 유혹은 갈수록 진해지겠지. 아흑. OTL


3.
간만에 슬레를 보면서 크게 웃었다. 이런이런, 제아무리 레조라 해도 그런 처지인 한에는 '나마'의 꼴을 면치 못하는구나(-랄까, '나마'는 본체부터 원래 나사 빠진 녀석이었다지만. -_-;).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웃게 만들고, 또 짠하게 만든 것은 그레이워즈 조손이 서로 헐뜯는 부분이었다. 그러쿠나, 레조는 역쉬 내 상상대로 취미는 인형수집에 음침하고 기타 등등... 한 인간이었쿠나. 한편으로 제르가디스는 나이를 먹을 대로 먹은 레조가 보기에 겉멋만 잔뜩 들어 주위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전형적인 10대 소년이었쿠나. 역쉬. -_-* 그렇지만 이 조손이 솔직하게 서로를 헐뜯는(...) 이런 장면은, 적어도 1기 무인 적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때의 레조는 정말로 모든 면에서 장님이었고, 제르는 복수심과 반항심 말고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으니까. 레조가 그렇게 가고 복제레조를 그렇게 보내고 나서야 두 사람 모두 해방되었으니, 결론은 리나가 모두의 태양이라는 것이다! ;ㅅ; (두둥!)
뭐 그건 그거고, 그레이워즈 가의 비극은 1기 26화로 끝내라니까? 대체 왜 레조를 두 번이나 무덤에서 끌어내냐고 그런다고 제르의 몸을 돌려놓을 것도 아니면서... 아니 설마? 설마?? 설마 에볼루션이 끝나면 제르가 몸을 되찾는 건 아니겠지? 그건 정말로 슬레가 끝난다는 의미 아니야?! 안 돼!!! 제르한테는 미안하지만, 그녀석은 키메라인 게 귀여워멋있어! 리나, 레조를 부활시키면 안 돼! OTL


4.
작년 2학기에 중도 알바를 하면서 접했던 니코스 카잔차키스에 점점 더 끌리고 있다.;;; 아직 이 작가의 책은 <최후의 유혹>, <그리스인 조르바>, <전쟁과 신부> 세 권밖에 읽지 않았지만, 뭐랄까, 하나같이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힘이 느껴진다. 특히 가장 최근에 읽은 <전쟁과 신부>는 읽는 내내 떨렸다. 냉전 이후의 세계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레닌을 복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에는 그다지 찬성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야나로스 신부에게 압도당하지 않을 수가 없다. 글 안에서 단어와 문장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살아있는 사람인 나를 압도하고 휘어잡고 끝내 존경심까지 품게 하다니! 예수도, 조르바도, 야나로스 신부도, 모두 불길을 품은 이들이다. 자신을 태우는 걸로 모자라 주위까지 불을 붙이고 마는 존재들이다. 생명이 있고, 불을 뿜는 야수로서의 인간들이다. 아, 어째서 나까지 불이 붙어버리는 것인가. 이것이 이야기의 힘인가!
진로를 고민하면서 수줍게 슬그머니 감춰둔 상상 중에는 글로써 이야기를 하는 내 모습이 있다. 하지만 정말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면, 결정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팬픽셔너로서 어렴풋이 익혀온 대로 이야기를 지어내는 행위 자체를 즐거워하는 이야기꾼이 될 것인지, 글로써 현실에 저항하고 끝내 신에게까지 도전하던 저런 '작가'가 될 것인지. 내 가장 큰 문제는 삶을 통해 추구하려는 어떤 치열한 것이 없다는 것인데, 그것을 찾지 못하는 한에는 이야기꾼의 선을 넘을 수도 없고, 넘어서도 안 되겠지.
그나저나 문필가라던가 음악가라던가, 대학은 법대로 다닌 주제 엉뚱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양반들이 왜 이리 자주 눈에 뜨이는고. 인간과 현실을 파헤쳐보는 눈이 있으니까 뭘 좀 해보겠다고 법학에 몸을 담았다가 뛰쳐나간 것인가, 아니면 순진하게 밥벌이나 할 요량으로 법학에 들어왔다가 자기 똘끼를 주체하지 못해 뛰쳐나간 것인가. 아무튼 법대 출신들이 외도는 참 잘 하는 것 같다. -_-;
Posted by 양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