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우가 아니라 아즈마를 응원한다네!! (두둥!!)

별 이유 없다. 이 녀석은 나의 아오바에게 자기 입으로 행동으로 당당하게 대시했거든. 나는 용감한 녀석이 좋다 제군! 한편으로 야구는 끝내주게 잘 하는 아즈마가 연애관계에선 히데오 못지 않은 어리버리함을 선보일 거란 기대감MAX인 것이다. 12권에서 타격 연습하다 아오바 다리를 분지르고 의기소침했을 때 얼마나 귀여웠다고.(엉?) 뭐 그런 엉뚱한 데서의 어리버리함은 나의 아오바도 만만치 않지만.(먼 산) 아무튼 본격적으로 둘이 잘 해나가면 꽤 보기 좋을 것 같다.
보기는 좋겠지. 아오바가 아즈마 앞에선 비교적 얌전하게 굴고 아즈마도 왠지 친절해지니까. 하지만 아오바와 코우가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티격태격하는 그런 재미는 이쪽에선 기대할 수 없겠지. 쩝. 문제는 연애사란 게 남 구경시켜 주려고 하는 게 아니라 본인들의 행복을 위해 이뤄져야 한다는 거. 아다치 선생님의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자면 역시 답은 코우와 아오바다.

어디 보자. 터치에선 "우에스기 타츠야는 아사쿠라 미나미를 사랑합니다"로 돌아가야 했고, H2에선 히카리네 어머님이 돌아가시면서 두 녀석의 관계가 결국엔 소꿉친구라는 걸 빼도박도 못 하게 확인했더랬지. 히어로의 마음이 흔들거려도 결국 귀착해야 할 결론은 처음부터 분명했다. 크로스게임은 어떨까. 코우가 찾아내야 할 명제는 뭐냔 말이다. 이 녀석은 처음부터 와카바를 향한 일편단심이었고, 아오바 또한 와카바를 향한 일편단심이라서 코우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독자들이 보기에 결론은 코우와 아오바지만(...) 두 녀석 입장에선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성역에 계신 와카바를 정리하지 않고선 연애 관련해서 뭔가 다른 진로를 찾을 수가 없단 말이다. 그러고 보면 이것도 묘한 노릇이다. 초등학교 5학년 적 사랑이 죽어버렸다는 이유로 고3이 다 되도록 그 마음만 간직하고 살 수 있나? 사람이? 혹시 코우와 아오바가 찾아야 할 명제는 '와카바는 죽었고, 우리는 계속 살아가며 성장해야 한다' 비슷한 게 아닐까? 아카네는 너무 와카바를 닮았기 때문에 오히려 플래그가 뜰 것 같지 않다. 닮은 만큼 두 녀석에게는 '이 사람은 와카바가 아니다'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게 만들 테니까. 아카네는 아오바의 여성성;;;을 깨우치는 역할을 하는 정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무튼 아오바가 따르는 여자는 와카바 뿐이니까. 아마 아즈마도 남성으로서 그런 역할 아닐까 생각해본다. 형님이 내 동생 어떻게 생각해 물어보니까 아오바 하는 행동 좀 봐. 평소에 그런 쪽으로 남자를 평가해본 적이 없기도 하겠지만, 당황했다기 보단 뭔가 골똘히 생각한다는 느낌이었다.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하는 듯 한데, 아다치 만화에서 말하는 연애란 건 그 정도 마음으론 택도 없다고. 아아 불쌍한 아즈마 =_= 두 녀석이 와카바의 죽음을 '정말로' 극복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지 두 녀석 사이에서 들볶이며 히데오처럼 괴로워하게 되는 건 아니겠지! 난 히데오도 제법 응원했다고! =_=


그리하여 결론은 연재가 느린 아다치 미워! 번역이 느린 출판사도 미워! 일본은 14권 나왔다면서! ;ㅁ; 인 것이다. 흑. ;ㅁ;



p.s. 얼마 전 오랜만에 터치를 복습하고 아주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버렸다. 복습하면 할수록 읽히는 게 늘어나는 것이 아다치 만화의 특징. 와오. 내가 아다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H2지만, 최고의 명작을 뽑으라면 역시 터치를 꼽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말 멋진 작품이다.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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