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reamed a dream

낚였다 2009. 4. 16. 20:17
Britains Got Talent 에서 제 2의 폴 포츠가 나왔다?!

엔간해선 여성보컬한테 흔들리지 않는(...) 치사한 취향을 가진 나도 일단 닥치고 듣게 되는 가수&배우들이 있다. 왜 내가 이제서야 <렌트>를 봤을까 땅을 치고 후회하게 만든 두 배우 중 하나인 이디나 멘젤(다른 한 배우는 앤소니 랩. 오오 마크 오오), 그리고 <레 미제라블> 10주년 기념공연에서 곡 하나로 나를 엎드리게 만든 루디 핸셸. ..루디인지 루시인지! 아무튼 Ruthie Henshall 씨!;; 이 두 분이 대표적인 예이다.

근래에 Britain's got talent에서 또 스타가 배출된 모양이다. 수잔 보일이라는 여성이 I dreamed a dream을 부르고 제2의 폴 포츠라는 찬사를 듣는다는 것이다. 이오공감을 통해 영상이 걸린 포스트로 흘러들어갔다. 어라, 이것은 내가 루디 씨를 받들어 모시게 된 계기인 그 I dreamed a dream 아닌가? 링크로 들어갈 때만 해도 별다른 흥미가 없었는데 곡명을 보고 나니 마음이 바뀌었다. 곧바로 재생을 눌렀다.
수잔 씨의 노래를 듣는 내내 루디 씨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겹쳐 들렸다. 여기선 호흡을 더 끌어야 하는데, 여기선 음정을 더 이렇게.. 영상이 끝날 무렵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이런 식으로 수잔 씨의 노래를 조각조각 칼질하고 있었다. 아니 내가 뭐나 된다고 감히 그런 짓을?;;;; 굳이 변명을 하자면, 두 사람의 목소리가 어딘가 비슷하게 들린 데다, 내가 TAC에 너무 혹해 루디 핸셸이 아닌 팡틴의 I dreamed a dream을 들을 자세가 전혀 안 되어 있던 탓일 것이다. 그렇지만 전설의 TAC에 캐스팅된 전설적인 배우와 수줍게 일생일대의 도전을 건 일반인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객관적으로야 무슨 말이든 할 수 있겠지만, 주관적으로는 참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폴 포츠 씨가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를 때의 나는 <투란도트>에 대해 줄거리만 아는 정도의 지식 밖에 없었다. 그 덕이었을까. 나는 순수한 백지 상태에서 그의 노래를 받아들이고, 감동받았다. 수잔 보일 씨의 경우에는 하필 나에게 이미 베스트 오브 베스트가 정해진 곡이었다는 이유로 순수하게 듣질 못한 것 같다. 처음부터 손해를 보고 들어간 것이다.;

I dreamed a dream의 가사를 살펴보면 참으로 현시창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어진다. 그것을 생각하며 다시 곡을 들어보았다. 팡틴으로서 루디 씨가 부르는 것과 비교했을 때 수잔 씨에게는 엉뚱한 데서 바로 이 곡을 택했기 때문에 빛나는 이점이 보였다. 팡틴이 이 곡을 부르면 현시창이다. 하지만 수잔 보일 씨가 부르면 이것은 "내 현실은 이렇지. 하지만 난 여기서 끝나지 않아." 라는 여운이 느껴졌다. 레미즈 무대에서 그렇게 불렀다간 팡틴이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고생을 덜 했다고 혹평을 듣겠지만(..이 뒷부분이야말로 나락이지만, 일단 패스 -_-;) 수잔 씨는 뮤지컬 배우가 아니라 가수지망생이다. 그렇다면 팡틴의 현실이 아니라 수잔 보일의 현실에 맞추어 해석하고, 표현해내야 하겠지. 그래. 이 사람의 I dreamed a dream은 맨 마지막 소절의 "...I dreamed" 뒤에 "but STILL I'm dreaming"이 생략되어 있었던 것이다. 수잔 보일의 I dreamed a dream은 그녀가 부른 방식대로 더없이 반짝거리며 빛나는 노래여야 했다. 나는 아직 꿈을 꾸노라고,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있노라고 희망을 가지고 당당하게 외치는 목소리가 필요했다. 그리고 수잔 씨는 그렇게 불러냈다! 아, 도전하는 사람은 언제 봐도 근사하구나.


그나저나, 수잔 씨는 일레인 페이지 씨 같은 가수가 되고 싶으시다고. 그렇다면 다음 곡은 Don't cry for me Argentina 아니면 Memory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난 메모리에 한 표. ~_~


p.s. 이 포스트를 올리고 나니 I dreamed a dream으로 검색해 들어오는 인구수가 갑자기 폭주하는군요. 그 중 절반이 가사를 구하는 내용이라니 -_-; 루디 핸셸 씨가 전설의 10주년 기념 공연(TAC) 때 부른 버전의 엠베드를 걸겠습니다. 이 유튜브 영상에는 영문으로 가사 자막이 뜹니다.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