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재미있었습니다. 꽝꽝 터지고 온몸으로 부딪치는 액션 장면들만 기대하고 가도 족하고, '터미네이터 시리즈니까' 반쯤은 의무감으로 가더라도 그런대로 만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까다로운 분이라도 3와 비교할 것까진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달리 말해 저에게는 그 정도로 3가 실망스러웠다는 이야기가 되는군요.;)
터미네이터1이나 2가 살금살금 겹쳐보이는 장면들 때문에 보는 내내 우와 내지 푸헷 - 정말 한 번은 푸헷 소리 나올 겁니다. 느낌이 그렇게까지 다를 줄 몰랐음ㅋ - 같은 감탄사를 연발하고 나왔습니다. 다만, <터미네이터>라는 이야기는 창세기전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2에서 그 자체로 완결된 이야기라는 걸 염두에 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1 그리고 특히 2에 대한 향수를 살살 불러 일으키는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면에서는 이미 꼬여버린 시간선을 정리하느라 쫓긴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커스를 투입한 게 4 자체에선 그리 나쁘지 않은데, 1, 2와 연관해서 생각하면 대체 전체 이야기에서 무슨 의미를 갖는 존재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는 XY(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_-; 그리고 깊이 생각하면 지는 겁니다. 우리의 마커스 씨에게는 카일 리스가 10대로 보이지 않았거나 존 코너가 10대로 보였을지도 모를 일이죠. 그리고 제가 지휘관이라면 그 아가씨는 총살감입니다. 당신 군인 맞음? 무조건 저지르고 보면 되는 거임?? -_-; 스카이넷이 마커스에게 보여주는 친절함(?)에는 전형적인 3류악당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로봇이 과시욕이란 걸 지니게 된 걸 보면 확실히 과학기술이 나날이 진보하긴 한 모양입니다. -_-;;;
터미네이터2에서 느껴졌던 어떤 감동 같은 걸 바라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4가 지향하는 건 그쪽은 아닌 것 같거든요. 그리고 되도록이면 전작과 비교하지 말고 4편 그 자체로 봐주는 게 즐기는 데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임스 카메론이 구상하고 그려내고자 한 터미네이터는 2에서 끝났고, 지금은 다른 감독이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것이니까요.
-라고 말은 해도, 저 자신은 전작에 대한 향수로 시리즈가 나오는 족족 보게 될 것 같지 말입니다. -_-; 보아하니 5가 나올 것 같은 미묘한 여운이 있던데, T-800을 어린 존 코너에게 보내는 장면이 나올지 누가 알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요즘 에드워드 펄롱은 뭘 하고 지내려나요.
p.s. 헬레나 본햄 카터, 괴물! 이 사람은 대체 늙지를 않아...!;
p.s.2 머리카락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정말로 1 시절의 그였다. CG의 승리다! 만세!
p.s.3 결론은, 제임스 카메론은 역시 대단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