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보일, <Memory>

낚였다 2009. 5. 26. 01:27
이번주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서 수잔 보일 씨가 택한 곡은 <캣츠>의 Memory였습니다. 오오 내 예측이 딱 들어맞았도다(지난 글 I dreamed a dream). 이분이 일레인 페이지 씨의 팬이라고 말할 때부터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인 선곡인지도 모르겠습니다. +_+



뮤지컬 <캣츠>에서 Memory는 다른 가사로 두 번 나옵니다. 1막의 마지막에서 그리자벨라가 홀로 쓸쓸하게 부르는 것이 첫번째이고, 그 다음은 2막의 클라이맥스에서 다시 등장해 다른 고양이들이 모두 외면하는 앞에서 Touch me!를 외치죠. 두 번째 메모리는 정확한 넘버 이름이 메모리 리프라이즈입니다.
같은 메모리지만 두 곡은 담고 있는 가사나 풍기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어느 하나를 버리기가 아깝죠. 그러다 보니, 가수들이 대중 앞에서 부를 때는 이렇게 둘로 나뉜 곡을 적당히 앞뒤 바꾸고 섞어서 하나의 곡으로 편곡해 부르곤 하더군요. 위의 수잔 보일 씨 버전은 우선 1막 메모리의 앞부분으로 절반을 채우고 중간에 2막 메모리의 뒷부분으로 넘어가네요. 하긴 Touch me! 하고 빵 터져주는 절정부가 들어가야 기승전결을 갖춘 곡의 구조가 되긴 합니다. 1막 메모리는 분량상으로는 이런 테스트 무대에서 부르기 딱 좋긴 한데, 워낙 조용하게 끝맺기 때문에 온전히 그 버전만 불러선 조금 심심했을 겁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지난 번의 I dreamed a dream 때보다 이번이 더 나아 보입니다. 지난 번에는 관객들이 설레발 -_- 소리 나오리만치 시끄러워서 수잔 보일 씨 본인까지 흥분하는 기색이 보이던데, 그 곡은 결코 흥분해서 부를 곡이 아니거든요. 이번에는 관객들이 비교적 조용히 경청한 덕인지 곡의 분위기에 맞춰 침착하게 잘 불렀네요.
다만, 2막 메모리의 클라이맥스 직전에 제미마가 운을 띄워주는 부분이 빠진 게 살짝 아쉽습니다. 겨우 몇 마디 부르게 하려고 다른 가수를 세울 순 없는지라 가수들이 부를 때는 혼자 제미마 부분까지 다 부르는데, 그 경우 소프라노인 제미마 파트가 메조인 그리자벨라 파트와 위화감없이 엮이도록 음을 한껏 낮춰 부르곤 하더군요. 거기까지 목소리를 내리는 건 좀 힘들었던 걸까요? the memory is fading~ 하고 받쳐주지 않고 바로 Touch me! 들어가니까 좀 생뚱맞은 기분이 듭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제가 지난 1년을 캣츠 덕후질을 하면서 보낸 거 다 알잖아요 OTL 실버태비는 완전소중하다는 OTL (응?) 뭐 아쉬운 건 아쉬운 거고, 수잔 보일 씨는 정말 노래를 잘 하는 일반인이란 게 느껴졌습니다. 이분이 끝까지 올라갔으면 좋겠네요.


p.s. 그나저나, 이건 어디까지나 영국애들 프로잖아? 왜 내가 이런 것까지 체크하고 있는 거지? -_-;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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