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클립서비스에서 스페셜 에디션을 보내노라 문자를 보냈다. 음? 확실히 클립에서 예매하긴 했더랬는데 비회원 예매였지 아마. 그 때 주소를 적었더랬나? 기억이 오락가락해서 정말로 받을 수는 있는 걸까 불안감을 느끼던 차, 그것이 오고 말았다.
봉인 역할을 하는 이 종잇장은 스티커 같은 게 아니라 테이프 종류였던 모양이다. 되도록이면 손상시키지 않고 떼어내려 했는데 뜻대로 될 수 없다 싶어서 별 수 없이 칼을 댔다. 제길;
봉투 안에는 어딘가 메뉴판스러운 질감의 카드가 한 장 들어있었다. 메뉴판 느낌을 받은 것은 귀퉁이에 끼워져 있던 검은 가죽조각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거 용도를 모르겠다.; 어찌 됐든 카드에는 바로 그 이미지가 박혀 있었다.
카드 아래에 적힌 문구는 Remember your first time!
기왕이면 think of your first time 이 어떨까 싶지만 뭐, 의미는 충분히 전달되니 아무래도 좋지 싶다. 처음이라.
웨스트엔드에 걸린 레미제라블 광고에는 '언제나 첫날밤처럼'이라던가? (특히 동인 쪽의;;) 팬을 뒤집어지게 만드는 문구가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오페라의 유령은 내가 처음 만난 뮤지컬이며 처음 만난 무대공연이다. 그 첫날밤, 나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당시 집에서 보던 신문이 조선 -_-; 이었는데, 문화면에서 연일 팬텀에 대한 기사가 올라왔던 걸로 기억한다. 윤영석 씨에 대해 그렇게 후하게 쳐주기는 어려운 비평이 올라온 것도 기억한다. 아무래도 좋았다. 나는 오페라의 유령을 그보다 좀 더 이전부터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다. 내 초딩 시절 막내 삼촌의 방에 굴러다니던 게임잡지에서 건져낸 보물이 있다면 그건 창세기전2와 오페라의 유령이다. 그렇다, 무려 라울이 주인공인 어드벤쳐물로 오페라의 유령 게임이 존재했던 것이다.; 게임에 대한 소개와 공략 자체는 그저 그랬다. 스샷 위주로 훑어 내려가던 중, 맨 마지막에 올라온 사진에 갑자기 눈이 붙들렸다. 침침한 지하 호수에서 노 저어가는 라울과 크리스틴을 바라보는 팬텀의 뒷모습이었다. 2D에 도트를 쓰던 시절인 탓에 그리 멋진 그림은 아니었다. 그런데 왜 그 장면이 그렇게 인상깊게 다가왔던 걸까? 그 스샷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자 갑자기 공연을 직접 보고 싶어졌다. 내가 고3 올라가는 주제 학원을 땡땡이치고 LG아트센터 꼭대기층에서 학생할인으로 유령을 본 이유는 순전히 그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리고 장섭팬텀 공연으로 걸렸던 그 날 나는 파이널 레어에서 흐느끼느라 시끄러워진 객석에 앉아 덩달아 울지 않으려고 무지 애를 썼던 것이다. ^^a
01년인가 02년 겨울 처음 그 공연을 보고 나서 한동안 런던 오리지날 캐스팅 버전 OST를 귀에 달고 살았더랬지. 좀 더 지나서 발매된 라이센스판 OST는 사실 그 짧은 기간 동안에 마팬텀의 종이 되어버린 나에게 조금 못마땅했지만(.....) 직접 보지는 못했던 윤팬텀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자료가 되었다. 그 후로, 나는 뮤지컬을 보러 간 적이 없었다. 팬텀에 열광하자마자 고3크리+월드컵 크리가 작렬해 주의가 흩어진 탓도 있지만, 부지중에 무엇을 보든 처음 팬텀을 접했을 때의 그런 알 수 없는 감동 같은 것을 느낄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악의 총본산 유튜브에서 그놈의 웬수같은 레미즈 TAC -_-;;;;;; 를 접하고 캣츠를 통해 생애 두 번째로 뮤지컬 직관을 가기 전까지 대략 6년 넘는 세월 동안 나는 직관하거나 들어보기라도 한 게 팬텀 하나 뿐이었던 주제 그것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고의 뮤지컬일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것이엇따. 근데 애초에 내가 유튜브 들어간 것도 팬텀 때문이었잖아.(...)
따지고 보면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이 몇 개 추가된 것도 순전히 팬텀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 처음이란 건 정말 무서운 것이구나.(...) 이상의 감개무량한 감상은 머리 속에서 1초 만에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지나간 것이고(...), 그 1초 후 카드를 뒤집어 보니 이번에 캐스팅된 배우들의 사인이 보였다. 윤팬텀과 김크리가 있는데 류라울이 없으니까 조금 허전하다. 당시 라울은 류정한 씨 혼자 맡았던 걸로 기억한다. 장섭팬텀으로 본 날에도 류라울이었다. 목소리가 하도 느끼하니 기름 잘잘 버터 왕자였기 때문에 잊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작년에 라 만차와 지킬을 보면서 6년 만에 접했음에도 바로 그 사람! 하고 알아들었을까. -_-;;; 그래도 류라울은 말이지 지킬과는 다르다! 지킬과는! -_-;;; 가설라무네, 이제는 류정한 씨가 너무 비싼 분이 되었기 때문에 솔로 넘버조차 없는 라울을 맡기면 여기저기서 원성이 터질 거란 건 이해한다. 아쉬운 건 아쉬운 것이고, 요즘 여기저기서 호평을 듣는 홍광호 씨는 라울을 어떻게 부를지 그게 궁금하다. 김소현 씨야 뭐 적역이니 알아서 잘 하실 테고. 윤영석 씨는 어떨까. 그 때 기준으로는 세계 최연소 팬텀이었는데 이제는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네. 마이클 크로포드가 초대 팬텀으로 뽑힌 이유 중 하나는 팬텀의 연령대에 가장 근접했다는 것도 있었다. 즉, 팬텀은 기본이 40대다. (20대 팬텀이 나온 지금에 와서 뭔 상관이겠느냐마는...) 서른 막 넘어서 해석했던 것과 지금, 극중 인물과 거의 비슷한 나이가 되어 해석하는 것이 다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뮤지컬팬은 아니니까(...) 잘 모르는 다른 세 배우의 해석 역시 당연히 궁금한 사항이고. 아, 안 돼. 자꾸 기대감이 생기려 한다. 반쯤은 나 자신의 첫경험을 기념 삼으려는 의미에서 예매한 것 뿐인데, 이러다가 이것도 달리면 어쩌려고;; 안 돼 이번엔 일부러 적금도 다시 묶었단 말이야 캣츠 때랑은 다르다 캣츠 때랑은!;;;;;;;
사실, 스페셜 에디션의 내용물 자체는 별 거 없다. 주요배역 삼인방을 맡은 배우들의 사인이 들어간 카드 한 장이 전부니까. 그렇지만 이런 자그마한 서비스 하나로 인해 옛 추억을 떠올리게 되니 그렇게 기분이 푸근할 수가 없다.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갑자기 대폭 상승한다. 오오 우월한 클립서비스님 캣츠 시절 티켓마다 주요캐릭터를 찍어줄 때부터 알아 모셔야 했나 보다. 정말 서비스 의식이란 게 있는데?;
우편함에 큼직한 허연 봉투가 꽂혀 있었다. 생긴 것이 하도 서류봉투스러워서 같은 층에 사는 누군가에게 무슨 보험상품소개서나 고지서 같은 것이 온 줄 알았더랬다.(...) 며칠 동안 그렇게 무시하다가 혹시나 해서 봉투를 꺼내 보니 어라, 이 웃기는 봉투가 바로 나한테 온 것이었다?;;; 일단 책장에 슬그머니 끼워둔 다음, 하루를 더 묵혀놓고 나서야 겨우 뜯어볼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봉투 안에는 그 봉투의 반의 반 크기 정도 밖에 안 되는 검은 봉투 하나가 달랑 들어있었다.
봉인 역할을 하는 이 종잇장은 스티커 같은 게 아니라 테이프 종류였던 모양이다. 되도록이면 손상시키지 않고 떼어내려 했는데 뜻대로 될 수 없다 싶어서 별 수 없이 칼을 댔다. 제길;
봉투 안에는 어딘가 메뉴판스러운 질감의 카드가 한 장 들어있었다. 메뉴판 느낌을 받은 것은 귀퉁이에 끼워져 있던 검은 가죽조각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거 용도를 모르겠다.; 어찌 됐든 카드에는 바로 그 이미지가 박혀 있었다.
카드 아래에 적힌 문구는 Remember your first time!
기왕이면 think of your first time 이 어떨까 싶지만 뭐, 의미는 충분히 전달되니 아무래도 좋지 싶다. 처음이라.
웨스트엔드에 걸린 레미제라블 광고에는 '언제나 첫날밤처럼'이라던가? (특히 동인 쪽의;;) 팬을 뒤집어지게 만드는 문구가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오페라의 유령은 내가 처음 만난 뮤지컬이며 처음 만난 무대공연이다. 그 첫날밤, 나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당시 집에서 보던 신문이 조선 -_-; 이었는데, 문화면에서 연일 팬텀에 대한 기사가 올라왔던 걸로 기억한다. 윤영석 씨에 대해 그렇게 후하게 쳐주기는 어려운 비평이 올라온 것도 기억한다. 아무래도 좋았다. 나는 오페라의 유령을 그보다 좀 더 이전부터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다. 내 초딩 시절 막내 삼촌의 방에 굴러다니던 게임잡지에서 건져낸 보물이 있다면 그건 창세기전2와 오페라의 유령이다. 그렇다, 무려 라울이 주인공인 어드벤쳐물로 오페라의 유령 게임이 존재했던 것이다.; 게임에 대한 소개와 공략 자체는 그저 그랬다. 스샷 위주로 훑어 내려가던 중, 맨 마지막에 올라온 사진에 갑자기 눈이 붙들렸다. 침침한 지하 호수에서 노 저어가는 라울과 크리스틴을 바라보는 팬텀의 뒷모습이었다. 2D에 도트를 쓰던 시절인 탓에 그리 멋진 그림은 아니었다. 그런데 왜 그 장면이 그렇게 인상깊게 다가왔던 걸까? 그 스샷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자 갑자기 공연을 직접 보고 싶어졌다. 내가 고3 올라가는 주제 학원을 땡땡이치고 LG아트센터 꼭대기층에서 학생할인으로 유령을 본 이유는 순전히 그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리고 장섭팬텀 공연으로 걸렸던 그 날 나는 파이널 레어에서 흐느끼느라 시끄러워진 객석에 앉아 덩달아 울지 않으려고 무지 애를 썼던 것이다. ^^a
01년인가 02년 겨울 처음 그 공연을 보고 나서 한동안 런던 오리지날 캐스팅 버전 OST를 귀에 달고 살았더랬지. 좀 더 지나서 발매된 라이센스판 OST는 사실 그 짧은 기간 동안에 마팬텀의 종이 되어버린 나에게 조금 못마땅했지만(.....) 직접 보지는 못했던 윤팬텀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자료가 되었다. 그 후로, 나는 뮤지컬을 보러 간 적이 없었다. 팬텀에 열광하자마자 고3크리+월드컵 크리가 작렬해 주의가 흩어진 탓도 있지만, 부지중에 무엇을 보든 처음 팬텀을 접했을 때의 그런 알 수 없는 감동 같은 것을 느낄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악의 총본산 유튜브에서 그놈의 웬수같은 레미즈 TAC -_-;;;;;; 를 접하고 캣츠를 통해 생애 두 번째로 뮤지컬 직관을 가기 전까지 대략 6년 넘는 세월 동안 나는 직관하거나 들어보기라도 한 게 팬텀 하나 뿐이었던 주제 그것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고의 뮤지컬일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것이엇따. 근데 애초에 내가 유튜브 들어간 것도 팬텀 때문이었잖아.(...)
따지고 보면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이 몇 개 추가된 것도 순전히 팬텀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 처음이란 건 정말 무서운 것이구나.(...) 이상의 감개무량한 감상은 머리 속에서 1초 만에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지나간 것이고(...), 그 1초 후 카드를 뒤집어 보니 이번에 캐스팅된 배우들의 사인이 보였다. 윤팬텀과 김크리가 있는데 류라울이 없으니까 조금 허전하다. 당시 라울은 류정한 씨 혼자 맡았던 걸로 기억한다. 장섭팬텀으로 본 날에도 류라울이었다. 목소리가 하도 느끼하니 기름 잘잘 버터 왕자였기 때문에 잊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작년에 라 만차와 지킬을 보면서 6년 만에 접했음에도 바로 그 사람! 하고 알아들었을까. -_-;;; 그래도 류라울은 말이지 지킬과는 다르다! 지킬과는! -_-;;; 가설라무네, 이제는 류정한 씨가 너무 비싼 분이 되었기 때문에 솔로 넘버조차 없는 라울을 맡기면 여기저기서 원성이 터질 거란 건 이해한다. 아쉬운 건 아쉬운 것이고, 요즘 여기저기서 호평을 듣는 홍광호 씨는 라울을 어떻게 부를지 그게 궁금하다. 김소현 씨야 뭐 적역이니 알아서 잘 하실 테고. 윤영석 씨는 어떨까. 그 때 기준으로는 세계 최연소 팬텀이었는데 이제는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네. 마이클 크로포드가 초대 팬텀으로 뽑힌 이유 중 하나는 팬텀의 연령대에 가장 근접했다는 것도 있었다. 즉, 팬텀은 기본이 40대다. (20대 팬텀이 나온 지금에 와서 뭔 상관이겠느냐마는...) 서른 막 넘어서 해석했던 것과 지금, 극중 인물과 거의 비슷한 나이가 되어 해석하는 것이 다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뮤지컬팬은 아니니까(...) 잘 모르는 다른 세 배우의 해석 역시 당연히 궁금한 사항이고. 아, 안 돼. 자꾸 기대감이 생기려 한다. 반쯤은 나 자신의 첫경험을 기념 삼으려는 의미에서 예매한 것 뿐인데, 이러다가 이것도 달리면 어쩌려고;; 안 돼 이번엔 일부러 적금도 다시 묶었단 말이야 캣츠 때랑은 다르다 캣츠 때랑은!;;;;;;;
사실, 스페셜 에디션의 내용물 자체는 별 거 없다. 주요배역 삼인방을 맡은 배우들의 사인이 들어간 카드 한 장이 전부니까. 그렇지만 이런 자그마한 서비스 하나로 인해 옛 추억을 떠올리게 되니 그렇게 기분이 푸근할 수가 없다.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갑자기 대폭 상승한다. 오오 우월한 클립서비스님 캣츠 시절 티켓마다 주요캐릭터를 찍어줄 때부터 알아 모셔야 했나 보다. 정말 서비스 의식이란 게 있는데?;
Posted by 양운/견습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