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망원경 모형

낚였다 2009. 7. 22. 23:23

개기일식이 일어난다니 학교의 천문 동아리가 야단이 났다. 중도 앞에 천체망원경 같은 걸 차려놓고 관측회를 연다는 것이다. 뭔가 재미있어 보이는 자리는 되도록 전출하는 것이 예의라 생각하는 견습기사, 당연히 구경 갔다.(...)
디카 기타 등등의 장비가 없는 고로 일식 때 본 것들은 내 뇌내필름이 다할 때까지 뇌내영상재생만 돌려야겠다. 어쩔 수 있나, 핸드폰도 기종이 구식이라서 해처럼 너무 멀리 있는 것은 도대체 찍을 수가 없으니 말이지. 대신 일식(日食 아니지요 日蝕 맞지요)의 추억을 간접적으로나마 남길 물건은 하나 득템했다.
앞서 언급한 천문 동아리는 관측용 필터를 나눠주는 한편 입체퍼즐을 배포했다.

이게 뭔가 했더니 언젠가부터 노천극장 뒷산에 갑자기 툭 튀어나온 그 괴상한 시설물이었다. 그냥 천체망원경 비슷한 것인가 했더니, 비슷하긴 비슷했다. 전파망원경이라 한다. 연대에 하나, 울산대에 하나, 탐라대에 하나, 이렇게 세 군데에 똑같은 전파망원경이 서있는 모양이다. 입체퍼즐 뒷면에 적힌 설명에서는 그것을 VLBI(초장기선 전파간섭계)라고 부르더라. 거기 적힌 설명에 의하면 동일 크기의 전파망원경을 여러 대 네트워크화시킴으로써 가상적인 하나의 전파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찰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 헉헉, 라는데, 이 네트워킹을 총칭하는 말이 KVN(한국우주전파관측망)인 모양이다. 전파망원경의 원리를 모르니 그 네트워킹 운운이 어떤 원리인지 짐작하는 게 무슨 아지랑이 보는 기분이다만, 괜히 멋져보인다.

음, 그렇다. 내 컴퓨터 바탕화면은 여전히 우리은하 사진이다.;

아무튼, 퍼즐을 고이 들고 왔다. 야구가 시작되고 4회까지 경기가 답답하게 가길래 아프리카를 켜놓은 채 조립에 돌입, 우리 찌롱이 >ㅅ< 가 물벼락 맞고 히어로인터뷰도 하는 것까지 보고 나서 대략 한 시간 후에 완성한 것 같다.
앞모습과 뒷모습. 저 목 부분은 360도 회전하면서 180도로 까딱까딱 고개짓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형에서는 접시가 워낙 무게가 나가고 크기 때문에 저 모습이 그나마 안정적이다. 전체 부품번호(갯수는 번호가 중복되는 것까지 세야 한다 귀찮게스리 -ㅅ-;)가 32번까지 가는데 그 중에서 접시에 들어간 게 11개다. 걸보기와 달리 접시 안은 꽉 차있다.
접시를 이리저리 움직여서 겨우 손을 대지 않아도 균형을 이루는 모양새로 맞춰 놓고 찍은 샷. 요 며칠 학교에 있는 망원경은 이 모양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 예전엔 하루에도 몇 번 씩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 같았는데.

음, 전파망원경이란 건 초음파탐지기 같은 원리일까? 하지만 지상에서 보이는 별빛은 수십 수백'억'년 전의 것이니, 이쪽에서 저쪽으로 뭔가를 발신해서는 관측이고 자시고 아무것도 못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우주에서 지구까지 오는 각종 전파를 수집해서 천체의 형체를 구상하는 걸까?
아무튼 일반인이 과학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런 행사가 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망할 한자와 모호한 용어가 빼곡하게 박힌 책으로 더럽혀진 머리가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_~



p.s. 그리고 같이 일식 구경간 과 동기한테서 이제서야 렌트 투어팀 방한 소식을 접하고 부랴부랴 예매를 때려 예스24에 딱 하나 남아있던 RENT석을 겟하다. 앤소니 랩이! 아담 파스칼이! 우리나라에 온다는데!!! 악 이건 가야 햇!!!!!!!!!!!!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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