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종문화회관, 다음주는 캐백수홀, 다다다음주는 샤롯데. 어째 갈수록 집에서 멀어진다?;
아무튼 (아마도) 올해 마지막으로 문화생활을 하게 될 달인 9월의 첫걸음을 떼고 왔습니다. 그저께와 어저께 공연은 진행과 관련해 말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만 지킬팬도 브래드 리틀의 팬도 아닌 저한테는 강 건너 화재사건이군요. 작년 캣츠 내한팀에서 거스를 맡았던 그 헤이든이 이번 지킬 내한팀의 스트라이드 겸 지킬 커버였다는 것이 저에게 가장 큰 이슈였다면 말 다 했지요.; (그것과 별개로 기획사의 멍청한 대처는 돌을 맞아야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만)
예, 광고에서 대놓고 뮤지컬의 왕이라고 추켜세울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기를 얻는 것이 <지킬앤하이드>입니다만, 이상하게도 저는 크게 끌리지가 않습니다. 어디서 제 취향포인트와 어긋난건지 저도 모르겠군요. 류지킬 때는 LG아트센터의 의자가 짜증나서 집중을 못 했고 이번 빵지킬은 앞사람의 시야 블록과 의자 등받이에 붙은 현란한 자막 때문에 집중을 못 해서? 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싫진 않은데 버닝까진 안 되네요. -_-;;
이번 후기의 본문이 분량적으로 짧고 내용도 빈곤하고 성의조차 부족하다면 이런 이유인 겁니다. -_-;;;;;;


브래드 리틀의 지킬과 하이드가 어떤 캐릭터인지, 솔직히 종잡기 어려웠습니다. 우선 눈이 아픈 자막-_-;;에 자꾸 눈길이 가다보니 그렇잖아도 2층이라 배우의 세세한 연기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위치에서 큰 동작까지도 놓치기 십상이었거든요. 게다가 앞에 앉은 분이 자막을 제대로 보기 위해 비스듬히 앉은 탓에 정통으로 무대 중앙을 가려버렸습니다. 1막 내내 그분 좌우로 고개를 빼보려 노력하며 무대 사이드만 구경했군요. 이런 상황에서 연기에 대해 말한다면 제가 소설을 쓰는 것일 겁니다.;;;;; 제가 끄적일 수 있는 건 기껏해야 순간순간 눈에 들어온 인상을 머릿속에서 재구성해 말이 되게 짜맞추는 것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본 지킬은 류정한 씨 버전이 전부입니다. 그 때 느낀 지킬과 하이드는 인간의 내면에 공존하는 善惡의 대결이 아니라 사회화를 통해 길들여진 인간과 그런 굴레로부터 자유로운 야수의 대립이었습니다. (<지킬앤하이드> 후기? 단상 참고)사회에서는 전자가 善 후자가 惡이라 말하겠지만, 인간의 타고난 본성이 惡일까요? 그런 의미에서 그들의 대립은 가치판단의 차원을 넘어선 곳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 본 지킬은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지킬 이 자식이야말로 지극한 위선자일세? 하고 괘씸해지는 한편, 사람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사람처럼 살고자 한다면 그래야만 한다는 씁쓸함이 느껴져서 미워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만큼, 한없이 자유롭고 강력한 하이드가 부러워도 저렇게 되어선 안 된다는 쓴맛도 진했더랬지요. 류정한 씨가 정말로 그렇게 해석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는 일이고, 줄거리 따라가느라 헉헉거리면서 생각해본 <지킬앤하이드>가 저에게는 그렇게 다가왔더랬습니다. 랄까 류하이드는 류지킬을 너무 역겨워하는 것 같았어 이걸 죽여 없애지는 못 하니까 뒤는 닦아주겠다는 그런 태도 같았다고;;;
이번에 접한 브래드 리틀 버전은 제가 그런 식으로 머릿속에서 확립한 인상과는 상당히 방향이 다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선, 실험을 허락해 달라고 주장할 때 이미 '신사'의 가면이 비뚤어지면서 그 밑의 털복숭이 짐승의 얼굴이 살그머니 드러난 느낌이었습니다. 루시와 만나기 직전 주점에서 보이는 모습도 심기 불편한 '신사'라기 보다는 중뿔난 걸 어떻게든 불퉁거리고 싶어하고 짓궂은 장난도 슬그머니 치고 싶어하는, 어딘가 삐딱한 어른이(오타 아님) 같은 느낌이랄까? 약혼식 때의 스트라이드가 엠마를 붙잡고 이러면 님 후회해염 쟤 사실 나쁜 넘이에염 라고 흉을 보는 게 단순히 질투하거나 비꼬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지킬의 어떤 숨겨진 면모를 제대로 꿰뚫었기에 경고하는 대사처럼 들릴 지경이더군요.; (그에 비하면 주업이 신실한 성가대원 부업이 보모 같은 어터슨은 아우우 우쭈쭈쭈쭈;;;) 한편으로 하이드일 때의 모습은 어딘가 약한 느낌이었습니다. 에드워드 하이드 하면 떠오르는 그런 강력하고 겉잡을 수 없이 무서운 이미지로 다가오질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건 아무래도 하이드 모드일 때의 빵 씨가 고음에서 흔들린 탓인 것 같습니다. alive나 dangerous game 같은 데서 빵 터지지가 않았거든요.;;;; 우연찮게 같은 날 같이 공연을 본 지인과 문자를 주고받다 보니, 하이드가 약하게 느껴진 데에는 연출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이센스 공연 때는 alive에서 사전적 의미 그대로 오도방정 날뛰며 불쇼를 해댄 반면, 내한팀에선 나비처럼 나타나 벌처럼 쏘고 사라지는 것이 어딘가 전문가의 향기가 느껴지는 암살자!(...) 이건 라이센스팀이 스펙타클한 걸 좋아하는 한국인 취향에 잘 맞췄던 것이겠죠?;; dangerous game 같은 경우, 라이센스팀은 무대 한편에서 선영 루시가 뻣뻣하게 굳은 채 노래하면 류지킬이 등 뒤에서 몸을 밀착시키고 거의 무아지경으로 루시를 탐하는 연출이었던 것 같습니다. 장면 내내 말이죠.(이 작품의 연령제한이 궁금해지는 순간이었죠 ㅋ) 루시가 머리로는 저항하려고 생각하는데 몸은 하이드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걸 잘 보여주는 한편 하이드 이 마성의 남자의 파워를 보여준, 섹슈얼한 씬이었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반면 내한팀은 나긋나긋 춤을 추더군요. 그, 글쎄요 그 춤이 무슨 의미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루시가 하이드를 무서워해도 일단 같이 누우면 마치 약을 한 것처럼 하이드에게 취하나 보다 하는 느낌은 있었습니다만.;; 확실한 것은, 뒤로 갈수록 빵지킬과 빵하이드가 섞이면서 어느 순간 누가 말하고 행동하는 건지 헷갈리는 때가 오더란 겁니다. 자막에는 지킬 내지 하이드의 이름이 표시되었지만, 그게 정말 지킬 또는 하이드였을까요? 어쨌든 두 인격은 한 사람의 것이란 말이지요.
음, 여기까지 끄적이고 보니 제가 느낀 브래드 리틀 버전의 지킬과 하이드는 고전적인 의미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에 충실한 캐릭터였던 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광고문구 그대로, 한 인간 안에 공존하는 선악의 대립 말이지요. 다만 지킬이 완전한 선이 아닌 건 분명했습니다.


한두 번 더 보고 자막을 달달 외울 정도가 되어야 제대로 된 캐릭 파악을 하겠는데, 일단 다음주가 렌트 OTL 앤소니의 마크를 이 두 눈으로 봐야 해 나는 마크를 보러 가야만 해! OTL 이미 다른 것이 눈과 귀에 들어오지 않는 상태이며 설사 그럴 여유가 있다 해도 지갑에 여유가 없근영. 하하하하 어디서 표 한 장 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OTL



p.s. 어터슨 아아 어터슨;; 이 배우 왜 이렇게 훈훈하지!;;;
p.s.2 헤이든은 여전히 목소리가 청아하군요. 근데 지킬 안건을 심사할 때의 목소리와 말투를 듣다 보니 어느 순간 내 귀에 오버랩되는 그것은- Sold~ for 30 francs~ to the Vicomte de Chagny. Thank you~ sir. (?!?!?!?!?!)
p.s.3 여기서 복습해보는 류하이드/선영루시의 dangerous game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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