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아줌마를 넘어 할머니가 되었을 서역의 그 때 그 아가씨들이 어떻게 해서 뾰족귀와 더불어 청춘을 활활 불살랐으며 지금까지도 전설이 되어 전해지는 개념들을 위키에 새겼는지 남겼는지 조금은 알 듯 하다. 이거 장난이 아닌데?;;;; 아니, 난 분명 사이파이 장르의 영화와 드라마를 볼 생각이었는데, 어째선지 어느 순간부터 바람둥이 열부와 로지컬한 츤데레 마누라 그리고 호시탐탐 하극상을 노리는 서열3위 시어머니참견쟁이의 시트콤으로 보이고 있다?;;;
스페이스, 더 파이널 프론티어. 이것은 스타쉽 엔터프라이즈의
꽃피는 스페이스연애담이었던 것이냐 -_-;;;;;;;;;;;;;;;;;


뭐 절반은 농담이고. (즉 절반은 진담이라는 소리. 영화 2, 3편을 보는 내내 내 입에서 떠나지 않던 말, 그것은 "열부 났네 열부 났어~")
나는 평소 SF장르에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시간이 조금 난 김에 한 번 SF의 맛이나 볼 생각으로 장르와 상관없이 인기를 얻은 <스타트렉11 : 비기닝>에 손을 댔다. 젊은 커크는 내가 소년만화에서 너무 봤기 때문에 이제는 좀 물리는 데가 있는 열혈의 엄친아였고, 여러 처자의 블로그를 뜨겁게 달군 젊은 스팍은 흠, 이성만으로 행동하는 종족이라면서 왕따란 걸 아는 어린애들의 행동패턴이 지구인과 다를 게 뭐냐 싶지만 어쨌든 꽤 흥미로운 캐릭터였다. 스토리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 영화는 그냥 SF적인 요소가 쓰인 블록버스터 정도로 여겨졌다. 이 영화에서 핵심개념이라 해도 좋을 '평행우주'는 이미 끝난 원작 드라마와 다른 캐스팅을 써서 새로이 전설을 써내려가기 위한, 즉 영화 외적인 의미가 보다 큰 장치로 여겨졌으니까.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커크와 스팍이 어떻게 만나 어떻게 엔터프라이즈에 탑승했는가이지, 평행우주이론 자체는 아니었다.
나는 평행우주가 시간여행을 다루는 작품에서 단골로 써먹히는 소재라는 것 정도밖에 모른다. 나 같이 SF에 무지하고 관심이 없는 관객을 상대로 돈이 벌리는 SF물을 내려면 평행우주관을 붙잡고 분석해대는 스토리는 걷어치우고 일단 블록버스터로 만들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은 든다. 나에게 최초로 SF의 이미지를 안겨줬던 <블레이드러너>만 해도 흥행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걸로 알고, <공각기동대>류는 명성에 비해 매니악하다. (장담컨대 공각기동대를 아는 사람과 극장판이라도 직접 본 사람의 비율을 따져보면 후자가 압도적으로 낮을 것이다) 외국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우리나라에서 SF는 소수취향에 속하는 편이라 돈이 되질 않는다. 돈이 되는가를 말하기 이전에, 그 장르의 정의 자체도 모르겠다. 주제가 무엇이든 공상과학이 소재로 사용되면 모두 SF인가? 단순히 미래 우주가 배경일 뿐 판타지 장르의 냄새가 더 강한 블록버스터물도 SF로 분류되는가?
이런 건 아마도 <스타워즈> 내지 <은하영웅전설>이 SF인가에 대한 논의와 맞물리지 않을까 싶다. 나는 SF에 대한 지식은커녕 그 장르에 속하는 작품을 접한 경험 자체가 일천하기 때문에 이런 쪽으로는 할 말이 없다. 다만, 스타트렉 시리즈를 조금 헤집어보던 중 이것이 SF가 아닌가 하고 어렴풋이 다가오는 작품을 하나 만나기는 했다.
조금 검색해 보다가 <비기닝>이 그 스타트렉의 프리퀄 격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다면 본편은 어떤지 궁금해지는 것이 인지상정. 그리하여 자막이 없다는 압박도 이겨내고 용맹무쌍하게 뛰어든 TOS의 세계는, 과연, 명불허전이었던 것이었다.... -_-;;;;;;;;; TOS 캐릭터들에 취해 슬금슬금 영화 쪽으로 도전해 봤다. 그렇게 집어든 것이 <스타트렉 : 모션픽쳐>였다. 여기서는 인간이 쏘아올린 보이저6호(2009년 현재 보이저는 2호 까지만 발사된 걸로 알고 있다)가 외우주를 탐사하면서 거대한 지식을 습득한 끝에 생명 비슷한 것을 얻은 형태로 진화해버린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이 키메라는 탐사를 마치면 지식을 가지고 귀환하라는 초기의 명령에 따라 지구로 귀환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존재에 의문을 품고 지적생명체들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한 나름의 대화(?)를 시도하다가 지구에 비상이 걸릴 정도의 문제를 일으켜 엔터프라이즈를 출격시키기에 이른다. 우주선 몇 기가 박살나고 행성 하나가 깨끗히 청소될 뻔한 이 사건은 탄소화합물에 불과하며 비논리적인 인간과 절대 논리를 따르는 기계를 비교함으로써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것이 <모션픽쳐> 자체의 주제였다. 이후에 이어지는 2, 3편은 솔직히 커크/스팍 동인들을 꾀는 냄새가 진한 것이 SF가 도구로 쓰인 연애드라마 장르(...)로 여겨지던 것과 비교된다. 아니 뭐 무에서 생물을 창조하고 별 하나를 뚝딱 만들어내는 것이 SF가 아니면 뭐겠느냐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스팍이 이러쿵저러쿵 했다는데 천지창조 같은 게 관객 눈에 들어오겠냐.(....) 커크의 마누라 사랑을 집어치우고 그 제네시스 어쩌고에 좀 더 집중했다면 장르에는 충실했겠지만 트레키들한테는 돌을 맞았겠지.
하여간, 이 영화 시리즈들을 보다 보니 작품의 주제가 지향하는 것이 SF의 질문 자체에 수렴된다면 의문의 여지를 붙일 필요 없이 SF물에 속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SF적인 주제가 뭐냐는 말이 나올 차례인데, 아는 게 없으니 이 이상 생각이 진행되질 않는다. 내가 어렴풋이 가진 이미지는 '인간과 인간의 과학기술발달이 초래한 문제가 얽히면서 발생하게 될 인간에 대한 질문'이라는 것인데, 그렇게 좁혀 생각하면 필립K딕이나 아이작 아시모프 같은 양반들과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는 이유로 SF 취급도 받지 못할 작품들이 꽤 많겠지. SF로 분류되는 작품들을 두루 읽어보고 나야 뭔가 할 수 있는 말이 생길 것 같다.

어찌 됐든- 장르적인 관심은 원래 나에게 부족했으니 차치하고, 이 TOS가 캐릭터는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늘 아래 새 것 없다고 캐릭터 하나하나의 개성은 어느 작품에서나 원형 비슷한 것이라도 찾을 수 있겠는데, 그 캐릭터들의 개성이 인간관계 형태로 조합되면서 일으키는 화학반응이 눈부시단 말이지. 역시 굶주린 동인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불꽃튀는 화학반응의 냄새인 법이지.
..뭐 화학반응 존부와 별개로 뾰족귀 뾰족눈썹 바가가지머리에 녹색피가 흐르는 외계인 한 명은 참으로 눈이 부시다 아니 할 수 없더라만.......... 아아, 내가 또 캐릭터에 버닝하려 하다니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란 말이야;;;;;;;;;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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