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마 분면에 나간 클링온들이 크로든이라는 이름의 라카인을 구조한다. 그는 라카에서 죄를 짓고 쫓기는 처지로, DS9에서도 물건을 훔치려다 사람을 죽이고 체포되었다. 라카에서 그를 인도할 것을 요구함에 따라 보인실장 오도가 감마 분면까지 동행한다. 크로든의 사정을 듣고 그로부터 자신의 기원에 대한 단서까지 얻은 오도는 추격자를 따돌리고 크로든 부녀를 놓아준다.
-체인즐링이라는 종족이 처음으로 언급되었다.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라 그런지 쿼크는 종종 무서운 판단력을 선보인다. 골내면서 하는 소리라지만 "편집증"이라던지 "그러니까 모조리 숨어 산다"라던지, 아직 알파 분면에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종족에 대하여 늘어놓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정곡이다. 오도가 체인즐링치고 심하게 나이브하며 튀는 성격인 걸 감안하면 잘도 개체의 개성과 종족의 보편적 특성을 가려낸 셈이 되는데, 좀 더 하면 돗자리 깔아도 될 듯.;
-보이저는 지구에서 7만 광년 떨어진 곳에 뚝 떨어졌다. 변수가 없다면 최대워프로 대략 70년을 달려야 할 거리란다. 그렇다면 1년에 1000광년씩 달린다 치고, 이걸 365로 나누면 하루에 대략 3광년 조금 못 미치는 거리를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감마 분면 웜홀 출입구에서 라카까지 3광년이다. 짐하다의 우주선이 연방의 우주선보다 크게 떨어질 리 없으니 속도 또한 비슷하리라 치면, 이건 그들에게도 하루 거리이다. 내가 보타라면 알파 분면까지 원정가면서 뒤통수를 맞지 않도록 웜홀 근처 항성계부터 정리할 것이다. 그렇다면 도미니언 전쟁 당시 이 행성은 도미니언의 지배 하에 있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라카에서는 누구나 체인즐링에 대한 '신화'는 안다는데, 어쩌면 이 행성은 1시즌인 이 때 이미 도미니언의 감시 하에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뭐, 아닐 가능성이 더 높긴 하다. 페렝기들이 감마 분면을 좀 더 멀리 쑤셔보고 나서야 도미니언이라는 단어 하나를 건져왔을 정도니까.
-쿼크네 바에서 말 몇 마디 엿듣고 셰입시프팅 한 번 직접 본 것만을 바탕으로 그 오도를 이렇게까지 들었다 놓았다 하는 걸 보면 크로든은 페렝기도 찜쪄먹을 사기꾼 기질이 있는 것 같다. 개랙과 대결해도 제법 상대가 될 듯. -_- 그런 인물이 막판에 갑자기 약한 모습을 보이며 착한(?) 행동을 하니 생김만 똑같은 전혀 다른 사람이 바꿔치기를 한 느낌이다.
어디 보자. 크로든은 라카에서 과정이 어땠든 살인을 저질렀고->가족이 다 살해당하고 겨우 하나 남은 딸을 숨겨놓은 후 탈출->클링온에게 구조, DS9행->감마 분면으로 돌아갈 배를 구하기 위해 쿼크와 짜고 보석을 훔치려다 살인->체포당함 대략 이렇게 되는 건가? 제작진은 플롯이 어떻게든 오도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가도록 끌어가고 싶었던 것 같은데. 이 과정을 이해할 수가 없다. 내가 바보라서 그런가. -_-; 내 생각이지만, 무고한 딸이 덜컥 등장했다는 이유로 크로든'까지' 놓아주는 건 오도답지 않아 보인다. 물론 오도는 형식적인 법률이 어떻든 자기만의 정의에 충실한 인물이니 크로든을 놓아주는 게 정의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만, 도둑질 과정에서 일어난 고의적인 살인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전혀 없다. 고향을 떠나 동족이 전혀 없는 세계를 전전하는 아웃사이더라는 점에서 동질감을 느꼈을까? 글쎄, 크로든은 죄를 지어 도망친 것이고 오도는 돌아갈 곳을 모르는 것 뿐이다. (일단 고향별을 알아낸 후로는 그 동네 어른들이 가출청소년 챙기는 것처럼 돌아오라고 성화였고. -_-) 공통점도 없고, 딸이 아니라 크로든 본인에게까지 동정심을 느끼기에는 "정의의 여신은 맹인임 -_-"이란 주장을 최소한 2x08(Necessary Evil) 무렵까지 철저하게 고수하던 인물답지 않은데, 어떻게 크로든마저 곱게 놓아줄 생각을 한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크로든의 실수에 대해 라카의 법률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체인즐링'에 대한 단서를 처음으로 제공해준 사람이기 때문에 보답으로 놓아줬다, 고 하면 그건 오도의 캐릭터를 아주 깔아뭉개는 처사일 테고.
에라, 모르겠다. 엄청나게 찝찝하지만 그러려니 넘어갈 밖에. -_-;
-플롯이 그러든말든, 오도가 목적지 설정을 묻는 컴퓨터에게 집이라 대답하고는 그게 어디냐고 되묻는 장면에서 진한 측은함이 느껴졌다. 이건 배우(르네 오베르조느와)의 공이다. -_- 이 시점에서는 아웃사이더의 외로움이나 '다름'에 불관용적인 휴머노이드에 대한 두려움, 자아정체성에 대한 욕구 등등이 뒤섞인 감정의 표현이었겠지만, 실은 체인즐링이라는 종족의 가장 본질적인 특성과 연결되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그건 3시즌 가서 끄적여야겠지?
-모온이 실은 엄청 시끄럽다는 증언이 나왔다. -_- 오도가 처음으로 웃었다. -_-
-가만. 평소 휴머노이드로 차리고 다닐 때의 오도는 성인 한 명 체중은 가뿐히 나가는 것 같은데, 쟁반으로 변신하면 가냘픈 에즈리조차 한 손으로 들고 다닐 정도란 말이지? 체인즐링은 질량보존의 법칙을 무시하나효?;;;
Posted by 양운/견습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