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조의 종교 지도자인 카이 오파카가 DS9을 방문했다. 한 번도 베이조를 떠난 적이 없는 그녀를 위해 시스코와 키라는 런어바웃을 타고 함께 웜홀을 통과한다. 감마 분면에서 웜홀에 가까운 태양계 한 곳에 접근한 그들은 갑자기 공격당해 불시착하고, 그 사고로 오파카가 사망한다. 행성 위에서 시스코 일행은 갈등의 원인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오랫동안 대립해온 두 종족과 마주친다. 그 행성은 두 종족을 처벌하기 위한 감옥으로, 인공적인 조작 때문에 사람이 죽을 수 없는 곳이다. 시스코가 싸움을 중지시켜 사람들을 행성 밖으로 탈출시키려 하지만 싸우는 것밖에 모르는 이들은 사람답게 최후를 맞을 기회를 걷어차고 만다. 구조대는 시스코 일행만을 데려간다. 되살아난 오파카는 이곳이 그녀가 필요한 곳이라 여겨 남는다.
-스타데이트 좀 표기해 줘; 시스코 사령관 일지 좀 쓰시게;;
-절반 쯤은 키라와 키라로 대표되는 베이조인들의 캐릭터 빌딩 에피소드라고 생각한다. 뭐어, 키라가 중심이 되는 에피소드는 대부분이 베이조의 앞날에 대한 빌딩으로 이어지지만.
콘마 편에서 끄적였듯이, 독립한지 1년도 안 된 지금의 베이조인들은 평화보다 폭력에 더 익숙한 상태이다. 더이상 의미도 없이 증오만으로 서로를 죽여온 감마 분면 외계인들 앞에서 키라는 싸움을 중지시킬 생각보다 어떻게 하면 한 편이 다른 편을 '힘'으로 제압하게 만들 수 있는가부터 궁리했다. 키라는 자신이 독립투쟁 중에 어떤 행위들을 했는지 잘 알고 있으며 일정한 부분에서는 가책마저 느낀다. 그럼에도 폭력이 공공연히 사용되는 상황 한복판에 놓이자 그녀는 - 자신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임에도 - 폭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을 나서서 주장하고 있었다.
아마도 베이조와 카다시아의 관계가 심하게 악화된다면 이 감옥 행성 위의 두 종족과 얼추 비슷한 상황이 될 것이다. 지금 베이조의 국력이 바닥이라서 그렇지, 국민감정만 놓고 보면 카다시아와의 관계를 철의 대화로 구축하고 싶어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게다가 이들이 익힌 폭력은 카다시아로 대표되는 외세만을 향하진 않으리라. 베이조 내부에서도 50년 간 익숙해졌던 지배와 피지배 구도가 사람만 바뀐 채 폭력을 통해 이어지고 있을 거란 이야기다. (카이 윈과 다쿠어 지역 농민들이 대립한 3x24(Shakaar)가 좋은 예라고 본다. 카이 윈은 키라가 대화의 자리를 주선했음에도 군대의 힘으로 샤카의 의견을 묵살하려 했다.) 그리고 이 문제가 카다시아 문제보다 더 중요하다고 본다. 국가의 은유인 행성 간에는 쉽게 전쟁을 일으키기 어렵다. 하지만 집안에서는 형제 간에도 한 시간마다 다툴 수 있다.
문제는 베이조인들이 폭력에 너무 익숙해졌다는 데에 있다. 그들은 지배당하는 내내 폭력에 억압당하는 것과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너무도 당연한 일상으로 경험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란 말인가?
감마 분면의 두 종족에게 가해진 '죽지 않게 만드는 조작'은 끝없는 싸움에 대한 처벌이었다. 그러나 두 종족은 자신들의 상태를 저주하면서도 죽지 못하는 몸을 이용해 계속 싸운다. 놀-에리스 측의 요구를 에리스 측이 받아들이지 못할 것도 없었다. 그들은 불사의 몸이다. 일단 시키는 대로 하고, 거기서 놀-에리스가 배신했을 때 갚아주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도 요구를 듣자 마자 싸움으로 나서는 태도는 누군가의 말대로 '죽는 방법' 밖에 모르는 꼴이었다. 그들이 서로를 신뢰하지 못했고, 한 번의 죽음으로 끝나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잊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베이조인들은 여느 휴머노이드와 마찬가지로 한 번 밖에 살 수 없는 삶을 영위한다. 카다시아 등의 외세에 대해서, 그리고 내부에서 충돌하는 자들끼리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절대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그들이 한 번 밖에 없는 삶을 단절당하지 않고 계속 살아가려면 그 방법부터 익혀야 할 것이다. 베이조가 식민지배의 경험으로부터 정말로 독립하려면 우선은 그들 안에서 넘쳐나는 폭력을 정말 필요할 때에만 쓸 수 있도록 갈무리하는 방법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오파카와 키라가 나눈 대화는 그런 의미를 가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할 소리지만, 나나 비지터라는 배우는 캐릭터의 감정 표현을 정말 잘 한다.
-그럼 카다시아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몰라. 나는 한국 사람이야. 위에서 중얼거린 건 허구 속 베이조 사람들 뿐 아니라 이 지구 위에서 오랫동안 식민지배당한 경험이 있는 모든 민족의 문제야. 그런데 카다시아 내부 사정이 어찌 돌아가는지에 대해선 모르겠어. 일본의 태도에 대해 우리가 항의는 해도 간섭까진 못 하잖아. 그건 카다시아와 일본에 사는 사람들이 반성하고 찾아야 할 길이란 말이야. 카다시안은 자기들이 한 번 된서리 맞으니 정신 차리더라만 일본은 그러질 않아서 그게 문제이긴 하지.
-잣지아는 과학자고 오브라이언은 공학자다. 과학자가 "사람은 비행과 관련된 신체기관이 없고 신체구조 자체가 비행에 적합하지 않으므로 날 수 없음" 이라고 말할 때 기술자라면 "그럼 날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 타면 됨 ㅇㅇ" 라고 말하는, 뭐 그런 거 아닐까? 아마 그런 차이겠지. 그건 그렇다 치고, 이런 재능이 있으면서 왜 오브라이언이 엔터프라이즈에선 전송실에만 있었던 건지 모르겠다. 연방의 기함답게 인재가 차고 넘쳤던 탓인가. 아무튼 DS9으로 건너오고 나서 용됐다. 칩.
-하는 짓이 (아직은) 눈치 없고 철없긴 해도 바시어가 능력있는 군의관인 건 부인 못 하겠다. 1시즌 무렵에는 20대 중반으로 설정되어 있었다고 아는데, 전투를 경험한 일이 없을 텐데도 백전노병처럼 주변 살피고 자기 할 일 다 하는 것 좀 봐라. 트렉의 다른 의사들이 사전적인 의미에서 의사 분위기가 난다면 바시어는 진료실보단 전장 한복판같이 싸움이 있는 곳의 업무에 더 적성이 맞는 군의 같다. 괜히 개랙이 그 숱한 옵스 멤버 중에서 바시어와 가장 먼저 안면을 트고 괜히 31부서가 스카웃 제의를 한 게 아니리라. -_-
-베이조에서 오파카가 차지하는 지위와 그녀의 인품에서는 달라이 라마 내지 간디가 연상된다. 오파카가 계속 카이였다면 시스코와 키라는 베이조에 대한 걱정을 최소한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갈등이 적은 평화로운 장소에서는 흥미진진한 드라마가 나올 수 없다는 게 플롯을 짜는 이들의 신조인가 보다. 이제부터는 윈을 봐야 한다니 OTL
잠깐만, 시스코와 오파카의 파가 언젠가는 다시 교차할 거라며. 그럼 앞으로의 전개는 어찌 설명할겨!;;
소설 쪽에선 도미니언 전쟁이 끝난 후 모종의 사건을 겪으며 오파카가 (그리고 시스코가!) 귀환하긴 하는 것 같다. 그런데 2차 창작물에 가까운 소설 등등을 트렉의 공식 세계관에서 다뤄주는지는 모르겠다. TOS의 애니버전인 TAS 같은 경우 안 쳐준다고 어디서 들었던 것도 같다.
-근데 베이조의 마지막 총독은 두캇이었잖아. 혹시 키라에 대한 그 혹평은 두캇이 쓴 건가? 아오 갑자기 개그로 돌변하는 이 느낌은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