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조는 오늘도 시끄럽습니다.
나만_이렇게_보였나효.jpg
다음 임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환된 키라는 베덱 버라이얼의 권유로 수도원에 묵던 중 예언과 변화의 오브를 경험한다. 쿼크는 반정부세력인 써클에 무기를 대주는 자들에 대한 언질을 주고, 오도는 쿼크를 통해 무기의 출처를 조사한다. 써클이 쿠데타를 모의하고 있으며 군부가 그들에 대해 미온적임을 확인한 시스코는 잠시 키라를 만나고, 직후 키라가 써클에 납치당한다. 써클의 주도자는 임시정부에 힘을 실어줄 리 날라스를 DS9으로 밀어내고 키라를 베이조로 부른 장관 자로였다. 키라가 스타플릿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자 자로는 그녀를 고문한다. 쿼크가 써클의 본거지를 알아내고, 시스코는 직접 키라를 구출한다. 때맞춰 오도는 무기 제공자가 카다시아라는 증거를 가져온다. 쿠데타가 시작되자 써클에 동조한 군부는 DS9에서 스타플릿이 철수할 것을 요구하고, 스타플릿은 카다시아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을 베이조의 국내문제로 다루어 프라임 디렉티브를 적용한다. 철수해야 할 상황에서 시스코는 결단을 내린다.
-2x01에서 오브라이언을 딸려 보낸 건 바로 이번 에피소드에서 키라의 방에 줄줄이 난입하는 '친구들'을 묘사할 때 그의 등장이 말이 되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나 보다. 아, 그런데 상황이 개그로 돌아가는구나. 정작 키라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데 오도가 길길이 날뛰는구나. (아니면 그 반대일지도. 오도가 먼저 버럭하니까 키라가 분통을 터뜨릴 타이밍을 놓친 걸지도? ㅋㅋㅋ) 오도가 흥분해서 언성을 높이는 게 원체 흔한 일이 아니긴 하다만 그 상대가 키라인 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다 ㅋㅋㅋㅋㅋ
그 비사교성으로 명성 높은 오도가 제일 먼저 쳐들어와 이렇게까지 남을 위해 화를 내주는 건 절친이라서 라던가 미래의 거시기 라던가 같은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지. 나는 오도가 어쩌다 키라한테 (친구로서든, 이성으로서든.. 근데 체인즐링도 성별이 있나?;) 반한 건지 매우 궁금하다. 물론 두 캐릭터의 화학반응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하계의 사건사고에 초연해야 할 체인즐링이 종족적 본성마저 거슬러가며 알파 분면에 매달리게 된 배경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편에 힌트가 있는 것도 같다. 주류의 규칙이 무엇이든, 자신만의 정의대로 행동한다는 것. 일단 결정을 내리면 모든 힘을 다해 싸워서 자신의 확신을 증명한다는 것. 자기 자신에 대한 거의 절대적인 확신이란 게 자칫 잘못하면 독단이 되고 민폐가 될 위험이 있다는 건 일단 제쳐 두고, 키라의 이런 태도는 그녀가 속한 사회에서 주류의 위치에 서있을 때조차도 비주류의 입장을 견지하게 만든다. 이런 사람은 도대체 세상사 그런 거지 하고 순응하는 법이 없으니까. (1x01의 첫등장 때부터 키라는 베이조 임시정부와 한 판 싸워댔고, 그들이 그녀를 껄끄러워 하기 때문에 DS9으로 보내버렸을 거란 암시를 자기 입으로 흘렸다) 키라는 카다시아 치하에서도 투사였고, 베이조와 스타플릿에 대해서도 투사이고, 그 외에 그녀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에 대해서도 투사가 될 것이다. 보통은 힘든 건 둘째치고 외로워서라도 못 할 일이다.;;;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져 전혀 낯선 동네에서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른 채 자란 오도한테는 그런 삶의 자세가 부러웠을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DS9을 방문할 그 유전자조작 아가씨가 "키라는 자기 자신에 대해 확신에 찬 사람이다, 모든 것을 의심하는 오도가 그래서 키라에게 매료되었나 보다"라고 평을 내리던데 그게 이건지도 모르겠다.
물론, 얼핏 생각하기에도 키라의 소환 명령에 오도가 제일 섭섭해 할 수밖에 없겠지. 키라가 가면 오도는 이제 친구가 전혀 없는 데서 타향살이를 해야 하니까. 안 그래도 트렉 전체에서 수위를 다투는 비사교적인 인물인데 말이지. (그리고 남는 것은 진정한 절친 쿼크 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 '친구들' 쪽으로 돌아가서, 옵스 멤버들이 키라의 소환명령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참 재미있었다. 등장한 순서로 가볼까. 오도는 아예 단락 하나를 따로 떼어 끄적였고(악! 어서 7시즌 가고 싶닥!), 다음 타자는 잣지아. 키라한테서 빌려간 로션을 돌려주러 왔다. 나는 로션을 안 쓰니 잘 모르겠지만 화장품 종류를 돌려 쓰는 여자들이 대단히 친한 사이일 거란 건 알겠다. 키라는 술 마시며 같이 울자고 잣지아를 붙잡던데, 오버하다시피 열을 내는 오도 앞에서 반쯤은 비꼬느라 해본 말이 아닌가 싶다. 우리 소령님은 자기 처지를 한탄하느라 우는 사람이 아니거든. 그 다음으로 등장한 바시어는 나름 재치있어 보일 인사를 준비했건만 키라와 오도와 잣지아가 두서 없이 떠벌떠벌떠벌하는 걸 못 따라가 어버버버버 얼어버리고, 오브라이언은 그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마이페이스로 굳세고 노련하게 인사를 건네는구나. 그리고 마지막 타자 쿼크. 아니 4시즌 까지는 옵스 멤버 중에서 가장 대놓고 쿼크를 혐오하는 게 키라인데 무려 공짜술을 들고 나타나다니 ㅋㅋㅋ (4시즌부터는 워프가 그 자리를 차지하리라ㅋ) 쿼크는 가만 보면 타 종족의 여성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걸 츤츤거리는 걸로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 싶다니까. 이 경우에도 끝까지 키라한테 추근거리려고 뇌물을 챙겨온 거고 말이야 ㅋㅋㅋ
-문득 든 생각인데, 시스코가 키라를 부하로 원하는 건 바로 직속상관인 그에게도 면전에서 대들 수 있는 그 대담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잣지아가 조언을 해주며 시스코의 결정을 지지해준다면 키라는 반대의견을 제시하면서 시스코가 다른 각도로 생각을 해보게 만드니까. 보통은 너무도 오랜 친구이기에 상대방이 뭘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한눈에 꿰차는 잣지아만이 옆에 있어줬으면 하겠지. 하지만 키라처럼 대놓고 반대방향으로 튕겨나가는 부하조차 포용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힘을 다룰 수 있다면 시너지가 장난이 아니겠지. 확실히 시스코도 조직의 머리로서는 대인배 맞다.
-베덱 버라이얼과 오도를 여기서 비교하면 치사하겠지. 지금은 참아야지.
그나저나 버라이얼, 댁도 참 치사하구만. 오도가 키라를 너리스라고 부를 수 있게 되기까지 5시즌(+4년)이 걸렸는데 댁은 겨우 두 편만에 해내는 거요? -_-;
-쿼크는 확실히 능력자다. 페렝기가 아니었다면 스타플릿 같은 국가기관의 정보부에서 순전히 능력만으로 승진했을지도 모르겠다. 묘하게 소시민적인 데가 있어서 아주 크게 출세하진 못할 것 같지만, 어쨌든 누구나 실력을 인정해줬겠지.
이번에도 쿼크가 쿠데타를 꺾어버릴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고 키라가 잡힌 곳까지 알아냈다. 그런데 옵스에선 칭찬 한 마디 해주는 사람이 없구나. 물론 쿼크는 스타플릿이 아니니 부하 대하듯이 very well 같은 소린 못 할지도 모르겠다만, 적어도 고맙다는 말 한 마디는 해줄 수 있잖아. 아니면 페렝기 식으로 적절한 보상을 해주겠다고 한 마디는 하고 출발해도 되는 거잖아. 이건 사람의 예의 문제란 말이야. =_= 제발 쿼크 좀 대우해 달라는 =_=
근데 쿼크가 보상을 청구하려면 누구한테 해야 하지? 베이조야 스타플릿이야?
-베덱 윈과 자로의 담합을 보자니 능구렁이가 그득히 기어다니는 땅굴에 들어간 기분이다. 커억;;;;;;;;;;;;;;
자로가 박통 마인드를 단순화한 형태로 지닌 건 대략 알겠고, 역시 윈이 문제다. 사리사욕도 어느 정도는 동기가 되겠지. 하지만 이 할머니의 욕망은 기본적으로 '과거'의 위대했던 베이조를 향하나 보다. 나름 애국자고 나름 베이조를 사랑하지만, 그 방법이 시류에 너무도 안 맞아서 문제다. 무조건 악당이라고 매도하기엔 참 복잡한 캐릭터다.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거다. 커으으으억;;;;;;;;;;;;;;
-바시어는 역시 병원 책상 뒤에서 환자를 기다리는 의사가 아니라 머리를 숙이고 전장을 뛰어다니는 군의 이미지라니까.
-들을 때마다 VOY의 전직 마퀴 부함장 차코테 씨가 생각나 사람을 놀래키는 체코테 제독의 말을 들어보니 스타플릿 내에서 베이조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 건지 조금 궁금해졌다.
1x01, 1x02(Emissary)에서 피카드는 시스코에게 "필요하다면 프라임 디렉티브를 어겨도 좋다"고 말한다. 물론 피카드는 베이조인을 엔터프라이즈의 장교로 태운 적이 있고(어쩌면 키라 대신 DS9의 자리를 꿰찼을지도 모르며 소설 쪽에선 아예 오도의 후임으로 부임하는 로 라렌 씨) 독립하기 이전부터 베이조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다소 무리한 짓을 벌여서라도 베이조에 힘이 되어주고 싶어했을 거란 점이 충분히 짐작된다. 하지만 피카드는 감정으로 움직이는 양반이 아니다. 신임 사령관에게 피카드가 건넨 말들은 스타플릿 대표로서 한 거란 이야기다. 그렇다면 스타플릿은 프라임 디렉티브를 약간 어겨도 좋으니 베이조를 보호하고 재건해서 연방에 가입시키는 것을 최우선임무로 삼으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제 1년 지났을 뿐인데 말이 바뀐 것은 무슨 연유인고?
그걸 모르겠다. 내가 뭘 놓친 겐지, 제작진이 DS9 안에서 게릴라전을 해보고 싶어 이전 설정을 다 밀어버린 겐지, 할 수 있다면 직접 물어보고 싶다. -_-;
어쨌거나, 이 상황에서 시스코의 대응이 걸작이다. "우린 시키는 대로 7시간 안에 철수하려 했음. 그렇지만 스타플릿 소유물을 모조리 회수하려면 며칠 걸리는지라 시간을 넘기고도 몇 명 남은 건 어쩔 수 없었음" 이라니. 나름 프라임 디렉티브를 우회하면서 쿠데타 세력의 DS9 장악을 방어할 핑계도 남기지 않았는가. 스타플릿 장교들은 프라임 디렉티브와 현실문제의 충돌 사이에서 잔머리 굴리느라 머리 다 빠지겠다. 피카드의 정수리가 시원하고 나중에 시스코도 대세를 따라 머리 전체를 밀어버리는 것이 다 이유가 있으렷다.(...)
Posted by 양운/견습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