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탓할 일이겠느냐마는.
어떤 서역녀는 개랙의 캐릭터가 호모라고 확신하더라? -_-;
스타데이트 47177.2. ~ 47178.3
DS9에 카다시안 소년 루갈이 나타난다. 동족에게 인사를 건네려던 개랙은 도리어 심하게 손을 물린다. 루갈은 베이조인 부모에게 입양되어 자란 카다시안 전쟁고아로, 카다시아가 식민통치 동안 베이조에 저지른 행위들을 학교 안팎에서 배우며 자랐기 때문에 여느 베이조인처럼 카다시안을 증오했다. 걸 두캇을 통해 루갈의 친부가 생존하며 카다시아에서 유명한 정치인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개랙은 두캇이 적극 개입하는 것에 의구심을 갖는다. 루갈이 입양된 기관을 방문한 개랙과 바시어는 아직도 그곳에서 지내는 카다시안 고아들과 마주친다. 루갈을 두고 친부와 양부가 대립하자 시스코가 중재에 나선다. 개랙과 바시어는 루갈이 정치적인 대립 때문에 두캇에 의해 의도적으로 버려졌음을 밝혀낸다. 시스코의 결정에 따라 루갈은 친부와 함께 카다시아로 향하지만 전혀 기뻐보이지 않는다.
-개랙이 그냥 평범하고 간단하게 말을 걸었다면 손을 물어뜯기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무심결에 평소처럼 화려한 수식이 들어간 말투를 사용한 것이 안 그래도 진짜 카다시안 어른을 처음 봐 겁에 질린 애를 자극한 걸로 보이는 게 나 뿐임?(...)
-생각해 보니 바시어는 어째선지 오밤중에 손님이 침실로 난입하는 경우를 자주 당했다. 그런데 최초로 오밤중 난입을 시도한 게 개랙이었구나. -_-; 그래도 개랙의 난입은 슬로안처럼 변태적이진 않았다. 슬로안은, 으으, 방주인 모르게 숨어드는 기술이 있다고 자랑하는 건지 뭔지. 매번 같은 자리에서 자는 사람을 빤히 쳐다보고 앉아있는 건 또 뭐냐. -_-;
-그리고 바시어는 뭔가 음모의 향기가 풍기는 사건을 수사하는 게 매우 적성에 맞아 보이는데, 법의학 같은 쪽으로 나가는 게 어떨까 싶다. -_-
-우리의 걸 두캇은 열심히 음모를 꾸며대지만 도대체 성공하는 게 없다. -_- 이번 에피소드에서도 일이 잘 풀리나 싶더니 개랙이 끼어든 순간 여지없이 박살나는구나. -_-
개랙은 본래 1회성 단역으로 계획되었기에 과거에 대한 설정을 따로 두지 않았더랬다. 1시즌의 첫 등장한 후 두 번째로 등장한 것이 이번 에피소드이다. 그리고 여기서는 개랙과 두캇이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지만 절대로 사이좋은 친구는 아니라는 암시가 깔렸다.
두캇의 부친에게 저지른 일이 있으니 두캇 쪽에서 개랙을 증오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개랙이 두캇에 대해 혐오하는 정도를 넘어 증오하는 삘까지 내는 건 좀 이해가 안 된다. 앞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것이고. 3x21(The Die is Cast)에서 테인이 무기 매매 건 어쩌고 하는 말을 한 번 흘린 게 전부인데 여기서 뭘 더 어떻게 상상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확실한 건, 과거 자기 손으로 신문했던 사람에 대해 약간의 죄책감 비슷한 것을 슬그머니 드러냈던 개랙이 그 감정을 보인 직후 이어진 대화에서 두캇을 어찌 해보겠다고 벼르는 소리를 했다는 것이다. -_-;
개랙의 과거에 대한 설정은 드라마가 진행됨에 따라 대충 살을 붙여간 데다 개랙 본인이 워낙 숙련된 양치기소년이라서, 분명하게 밝혀진 것은 얼마 안 되고 나머지는 모조리 추측에 맡겨야 한다. 그 모호함이 바로 개랙의 캐릭터고 매력이긴 하지만.
-오브라이언은 카다시안과 엮여 좋은 꼴을 본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아마 이번 에피소드 정도가 그나마 점잖게 끝나지 않았나 싶다. 음식 하나를 두고도 카다시아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오브라이언 앞에서 루갈은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카다시안을 싫어하는 게 베이조인들 뿐이 아닌 걸 보고 카다시아에 대해 배운 증오와 혐오가 옳은 것이란 확신만 더욱 굳히게 되지 않았을까. 시스코가 루갈을 오브라이언의 집에 맡긴 건 옵스 멤버 중 제대로 된..이라면 좀 차별적인 표현인가. 부모와 자녀가 모두 한 집에 사는 가정을 가진 게 칩 뿐이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오브라이언은 어떤 종족을 적으로 간주하더라도 개인 대 개인으로는 충분히 우정을 쌓을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렇지만 그 성실하고 직설적인 오브라이언이 이야기에 끼어드니 루갈, 그리고 시청자 보기에도 카다시안 스스로 카다시아의 과거를 증오하고 혐오해야만 할 것 같은 인상을 더욱 진하게 남기지 않았나 싶어진다. 자업자득이긴 하지만.
-베이조인 양부모들은 사랑으로 카다시안 고아를 키웠다. 하지만 루갈이 남겨진 사회는 카다시아를 증오할 수밖에 없는 경험을 했다. 게다가 베이조인과 카다시안은 외모 자체가 대단히 다르다. 카다시안 고아들은 타고난 핏줄 때문에 평생 혐오하는 시선을 받고 자신의 종족을 증오할 수밖에 없는 역사적 사실들을 배우며 살아갈 것이다. 루갈에게는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양부모라도 있었지만, 운이 좋지 못했던 고아들은 세상과 자기 자신을 증오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전범국가가 반드시 그들의 과거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는 것과는 별개로, 그 집단에 속한 개개인들에게 지워지는 가책과 책임이 그들의 실제 책임과 비례하지 않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나는 잘 모르겠다. 집단의 이름으로 행해진 잘못에 대해 그 구성원과 구성원의 후손들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걸까?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는 걸까? 집단에 책임이 지워지는 순간 구성원들의 책임의식이 희박해지는 것은 좋지 않은 현상이다. 그렇다고 집단에 순종할 수밖에 없는 구성원들, 그리고 우연 등에 의해 자의와 전혀 상관없이 그 집단에 속하게 된 구성원에게까지 그들이 져야 할 것 이상의 책임을 지우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그나저나, 도미니언 전쟁 때 루갈이 어떻게 되었을지 그게 궁금하다. 베이조에 계속 살았더라면 아무 일 없었겠지만...
Posted by 양운/견습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