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교훈 : 착한 어린이와 어른은 가스를 마시지 않습니다.
스타데이트 47391.7.
베이조의 과학자 모라 폴이 DS9을 방문한다. 그는 오도가 발견된 때부터 그를 연구하고 성장시킨 사람이었다. 모라의 요청으로 런어바웃을 빌린 탐사팀은 감마 분면의 한 행성에서 오도와 같은 DNA 패턴을 가진 유기물을 채취하던 중 가스를 마시고 쓰러진다. 오도를 제외한 탐사팀이 의무실에 누워있는 동안 실험실이 망가지고 유기물은 사라진다. 오브라이언이 유기물의 시체로 추정되는 것을 발견하고 얼마 안 되어 바시어가 괴물에 공격당한다. 모라는 가스 때문에 상태가 이상해진 오도가 원인임을 알아낸다. 정거장 사람들을 믿을 수 없다며 모라의 실험실로 돌아가도록 압박당하자 완전히 이성을 잃은 오도는 괴물이 되어 사라진다. 시스코는 모라를 미끼로 오도를 끌어들여 쓰러뜨린다. 모라는 부자지간처럼 여기던 관계가 이렇게 된 이유를 깨닫고 오도와 대화를 나눈다.
-다음 잡담을 할 에피소드를 고르는 게 좀 어려웠다. 메인스트림을 타거나, 캐릭터 빌딩을 하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내가 재미있어 할 에피소드를 원했다. 하지만 한동안은 그 세 기준 중 하나라도 마음에 들게 채우는 에피소드가 없다. 우선 메인스트림을 타는 이야기는 마퀴 편이 나올 때까지 중단된다. 자잘한 캐릭터 드라마는 있는데 내가 재미없게 봤다. 그렇다고 곧바로 나에게 재미있는 에피소드인 2x14(Whispers)로 가기엔 2x8과 2x14 사이가 너무 길어 보였다. 게다가 닥터 모라는 전체 시리즈에서 딱 두 번만 출연해도 나름 의미있는 인물이니까... 타협해서 오늘은 2x12 콜!
-1x8(Vortex)에서 체인즐링의 신화가 전해지는 행성 라카는 웜홀로부터 3광년 거리라 했다. 이번에 런어바웃이 탐사를 나간 행성은 6광년 거리였다. 이 행성에서 발견된 석비 비슷한 것은 체인즐링의 행성에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발견된 석비는 휴머노이드의 주거흔적처럼 벽돌을 쌓은 폐허 한가운데에 있었다. 혹시 체인즐링이 지금의 형태로 진화하기 전 아직 휴머노이드였을 때 문명을 세웠던 곳일까?
(라는 건 내가 짜깁는 생각일 테고, 실은 아직 체인즐링에게 이런 주거시설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식의 설정이 전무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겠지 키읔)
-잣지아가 갖고 논다는 걸 바시어 본인도 알고 있긴 했다. 그러나 악ㅋ 바시어 그만ㅋㅋ 이런다고 잣지아가 그대를 봐주진 않아ㅋㅋㅋ 잣지아가 바시어의 철없는 행동들을 이런 식으로 다루는 건 댁스로서는 300살이 넘어가는 연륜 덕..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잣지아 본인의 성격 탓이겠지. -_- DS9에서 누군가가 주위 사람들을 엄청나게 웃기고 자신은 쓴웃음이 나올 장난을 당했다면, 범인은 노그 아니면 잣지아일 거다. 심비언트와 결합할 후보로 오르기 전에는 얌전하고 조용한 소녀였다는 게 믿어지지도 않고 절대로 믿고 싶지도 않다.
처음 대면한 때부터 하룻강아지처럼 헥헥대며 졸졸 따라다니는 남자는 귀여워 보일 수는 있어도 사귀고 싶을 정도는 못 될 듯한지라. 장난을 좋아하는 고약한 성미일지언정 어쨌거나 잣지아는 성숙한 영감님ㅋ아닌가.
-라아스가 지적한 게 정답일 거다. 가끔 보면 오도는 하루에 6시간 내지 8시간씩 통에 틀어박히는 한이 있더라도 나머지 시간은 휴머노이드처럼 보였으면 하는 강박관념 비슷한 게 있는 건가 싶어진다. 휴머노이드가 되고 싶다,라기 보단 그렇게 보여야 한다, 일 거라 생각하지만 말이다. DS9(그 때는 테락 노어였지만)에 오기 전 베이조를 돌아다니는 동안, '다르다'는 것 때문에 마음 상할 일은 조금씩 있었겠지만 직접적으로 박해당한 일은 없었을 것 같다. 모라의 실험실에서 휴머노이드처럼 보이도록, 그리고 웬만하면 '다르다'는 걸 남들 앞에서 보여주지 않도록 대략적인 걸 숙지한 다음 세상에 나왔으니까. 휴머노이드를 두려워하도록 가르친 건 모라였다. 알파 분면 전체에 대해 이방인인 그를 이해하고 보호해줄 수 있는 사람은 자신 뿐이라고 모라 본인이 그렇게 믿었다.
그렇지만 그 모라가 실험실에서 오도를 다루는 태도는 학대에 가까웠다. 그들의 관계가 한쪽을 학문적으로 탐구해야 할 피실험체, 즉 객체로 규정한 상태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5x12(Begotten)에서 고백한 바에 따르면 아직 유아 상태인 오도를 가르칠 때 '대화' 같은 걸 시도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모라가 아버지의 정 비슷한 것을 가지게 되었을 때 오도는 이미 그에 대한 두려움을 학습하고 굳힌 뒤였으리라. 최초로 접한 휴머노이드 모델과 그런 인간관계를 만들어버린지라, 이후로도 오도가 인간관계에 있어 매사 소심하고 되도록 회피하는 방향으로 성장한 게 아닐까 싶다. (능력과 위치에 어울리지 않는 나이브함과 카다시안 맞먹게 츤츤거리는 면은 개성이라고 보지만 키읔)
그리고, 오도 역시 정거장 사람들을 마음 깊이 믿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믿었다면 모라가 뭐라 하든 무시하고 바시어나 잣지아에게 자신을 맡겼을 것이다. 유능한 공무원으로서 휴머노이드 사회에 필요한 만큼 융화되어 잘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는 휴머노이드에 대한 두려움(체인즐링으로서 선천적으로 지녔으며 모라에 의해 심화학습된)을 전혀 극복하지 못한 상태였다. 소통의 부재는 여러 모로 비극의 원인이 되기 좋다.
-시스코는 명령계통이 얽히는 상황, 즉 일하는 중일 때가 아니면 부하들과 계급장 떼고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심지어 그의 절친인 잣지아의 경우에는 함교에서조차 벤자민이라고 이름을 불러대지 않는가.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오도에 대해서만큼은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도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지 않았나 싶다. 전반기에는 둘의 성격 탓에, 후반기에는 전쟁 탓에. 스타플릿에 친구가 많은 데다 결혼생활도 남부럽지 않게 유지했던 걸 보면 시스코는 기본적으로 꽤 사교적인 성격일 거라 본다. 하지만 군인이라 그런지 관계가 적 아니면 아군으로 확실한 걸 좋아하는 편인 것 같다. 아군이라고 믿는 동안에는 더없이 헌신적이지만 일단 적으로 규정하면 가차없다. 이런 사람이 비사교적이고 속을 알 수 없으며 스타플릿의 지침조차 잘 따르지 않는 부하에게 먼저 두 팔 벌려 친해지자고 다가가긴 쉽지 않을 것 같다. (키라는 뒤끝이 없고 솔직담백하기라도 했다.) 게다가 나중에는 오도의 동족과 전쟁을 벌이지 않는가. 물론, 시스코는 오도가 감마 분면에 잡혀있을 때 그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직속명령조차 어기고 디파이언트를 출동시켰던 양반이다. 도미니언과 대립하는 와중에도 스타플릿이 뭐라 하든 가장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의 보안실장직을 오도가 책임지도록 밀어주기도 했고. '치안관'에 대해서는 그 자리에 최고의 적임자이자 최고의 부하로서 존중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언제나 '저 녀석은 체인즐링'이라고 경계하지 않았을까. 사령관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이 사라지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곤 하지 않았을까.
이번 에피소드에서 시스코는 오도에게 인간관계에 관한 충고를 건네기도 했지만 여차하면 그를 살상하도록 명령할 준비를 갖추기도 했다. 그것도 흔들림이 전혀 없는 단호한 태도로. 그냥, 그걸 보고 있자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근데 실험실에 있던 그 깨진 반구는 안쪽에서 바깥으로 터진 형태지 바깥에서 안쪽에 든 것을 꺼내간 모양새는 아니었는데 말이다. 오브라이언이 발견한 죽은 유기체는 탐사팀이 채취해온 것인가 싶더니 오도의 흔적이라 하질 않나. 좀 앞뒤 말이 되게 플롯을 짜지 그러셨나.;
-그나저나 DS9의 메인스트림 중 하나가 The 시스코 사가 맞지? 근데 예언자님하들은 요즘 뭐 하시나요?(...)
찾아보니 예언자들은 1시즌에 한 번(시스코), 2시즌은 전무, 3시즌에 한 번(쿼크! ㅋㅋㅋ), 4시즌에 한 번(시스코) 나오고 말았네. 그러다가 5시즌이 되어서야 비로소 파레이쓰가 등장하며 예언자들에게 할 일이 생겼구나! 그랬구나... 그때까지 The 시스코와 예언자들은 이 드라마의 백수였구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