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비언트 결합 과정에 입문한 트릴인 아아진이 잣지아의 지도를 받기 위해 DS9을 방문한다. 감마 분면에 간 그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우주물질을 지닌 채 돌아온다. 잣지아는 아버지의 기대대로 심비언트와 결합할 생각만 할 뿐 자신의 인생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는 그를 혹평하고, 아아진은 화를 내며 자포자기한다. 한편에서는 테락 노어 시절에도 문제였던 카다시안 들쥐가 급증해 정거장의 기계들을 망치고 있다. 들쥐가 전선을 쏠아대는 바람에 우주물질을 둘러친 역장이 끊기고, 그것은 우주가 형성되는 현상을 보이며 진화한다. 정거장이 위험해지자 잣지아와 아아진은 위험을 무릅쓰고 웜홀을 통과해 그것이 본래 있었던 곳으로 돌려놓는다. 잣지아는 그 과정에서 아아진을 인정해 그를 격려하고 희망을 준다.
-<맨 인 블랙>이었던가. 누군가는 지구를 포함한 우주가 어떤 외계인에게는 겨우 탁구공만한 크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상상했다. 잣지아의 런어바웃에 붙어온 물질이 어쩌다보니 하나의 조그만 우주 창조로 이어지던데, 그 우주의 지적생명체들은 대체 어느 정도 크기일지 짐작도 안 된다. 쿼크 -우리의 싸장님 말고 화학이랑 물리학에서 말하는 그거- 보다도 작지 않을까?
-그리고 세계 바깥에 자기들의 우주보다 커다란 지적생명체들이 어슬렁거린다는 것도 모르는 그 존재들을 존중하고 이쪽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보호하려 한 옵스 멤버들 역시 대단하다. 오도야 그 자신이 여기 알파 분면에서 이해받지 못하는 존재니까 강력히 옹호하는 태도를 취하는 게 당연하지만, 보통은 키라의 태도가 가장 일반적일 텐데 말이다. 스타플릿 멤버들은 일단 그들이 배운 원칙을 따른 것이었겠지. 어떤 사람은 개를 걷어차거나 길가의 개미를 밟는 것조차 소스라치는 그런 심성이 원칙과 맞물려 작용한 게 아닐까 한다. (..어, 저기 비유일 뿐이지 제가 개를 걷어찬다는 건 아닙니다. 개미는 좀 괴롭혔지만.. 아오 이거 뭐 슬견설도 아니고;) 즉, 스타플릿 멤버들이 진짜로 '이해조차 할 수 없는' 그 우주를 그들과 대등하게 보거나 한 건 아닐 거라 생각한다. 우주 하나를 박살내는 걸 개미 밟는 걸로 비유하며 혼자 반대했던 키라가 훗날 우리은하 전체에서 진심으로 체인즐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자 노력한 거의 '유일한' 휴머노이드라는 게 아이러니가 되는 것이 그 증거겠지. 어쨌든 스타플릿 사람들이 생명체와 문명에 대한 정의, 그리고 존중에 있어 우리보다 넓고 깊다는 것은 분명하다.
-벌칸 하면 논리, 페렝기 하면 탐욕, 카다시안 하면 츤데레(...) 같은 식으로 종족별로 특화된 개성들이 있다. 트릴의 개성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심비언트와의 공생은 이영도표 판타지의 군령자를 연상시키는 데가 있다. 그때문에 트릴인들이 여타 휴머노이드와는 구별되는 독특한 인생관 내지 사후관을 갖지 않을까 생각하긴 한다. 결합자들은 어떤 의미로 육신이 죽은 이후에도 살아가는 자들이니까.
어찌 됐든 커존과 잣지아가 가진 개성은 보편적인 트릴의 특성과 절대로 거리가 멀다고 봐야 할 것 같다. DS9에 등장한 다른 트릴들은 어딘가 약간 금욕적으로 보이는 경향이 있었고, 아아진은 실물과 만나기 전까지 잣지아에 대해 뭔가 엄숙할 거란 이미지를 가진 듯했다. 물론 커존과 잣지아는 절대 그렇지 않았다.(...) 살아있는 동안 삶을 한껏 즐기며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경험하려는 태도라면 한정된 시간만이 주어진 모든 지적생명체에게 필요한 철학이겠으나, 그 두 사람은 거의 극의 극까지 달리려는 것 같달까. 덕분에 살아있는 내내 주위 사람들에게 약간의 두통과 엄청난 즐거움을 줬지만 말이다. 아흑 잣지아 ㅠㅠ
-워프는 역시 위너 오브 위너즈인가효 ㅠㅠ
-그 잣지아의 개성과 취향이 좀 유별나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겠지. 하지만 반할 수밖에 없는 여자사람이라는 것도 누구나 인정하겠지. 잣지아 댁스는 자신이 누구이며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분명하게 아는 사람이었으며, 누구보다 유쾌했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잣지아를 변화시켜줘서 커존에게 감사합니다. OTL
그나저나 아아진이라는 캐릭터도 웃기는 녀석이다. 그는 자기 중심이란 게 없는 주제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모르고 그 후 어떻게 살아갈지 아무 생각을 안 했어도, 심비언트와의 결합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공식적으로 판단하는 입장에 선 잣지아가 그를 무조건 통과시켜 줘야 할 의무는 없지 않은가. 내가 보기에는 잣지아가 처음에 그런 판단을 할 수밖에 없겠던데. -_-; 잣지아가 시스코의 충고를 받아들여 커존과는 다른 길 - 그의 약점을 직접 지적해주고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방법을 취했기에 아아진은 자기 자신을 정면으로 대하고 지금보다 발전할 기회를 얻었다. 잣지아의 관대함에 감사해라 이자식아. -_-
-시스코의 대인배스러움이 놀라운 건, 그게 자기 아들놈한테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트렉의 23세기 내지 24세기 지구인들이 할 수 있는 한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자 하려는 사고방식을 가진 건 알겠다. 글쎄 페렝기나 체인즐링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상대편이 이쪽을 이해하는 정도를 넘어 자신의 개성마저 버리고 이쪽과 비슷해지려 노력(관점에 따라서는, 아첨)할 때만 받아주는 것 같다만 어쨌든. 차이가 적어 융화가 보다 용이한 종족들 사이 또는 같은 지구인들 사이에서는 최소한 현대의 인간들보다 관대한 태도를 갖는 것 같다. 하물며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태도는 속으로 어찌 생각하든 겉으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것일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다보걸은 일정 부분에서 성적인 대상으로 여겨지는 탓인지 도덕가들이 눈살 찌푸릴 직업이다. 아들놈이 그 다보걸 같은 직업을 가진 여자와 사귄다고 하면 2009년 현재 지구에 사는 아버지들은 대개 하늘이 노래지는 정도가 아니라 호적에서 파내겠다고 길길이 날뛸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데. 아니면 아들놈이 갖고 놀다 버릴 가벼운 상대 정도로만 여기거나. 당황하긴 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아버지를 상상하는 건, 적어도 나는 어렵다. 친구나 지인이 그런 행동을 하면 그냥 낄낄거리며 네 멋대로 하라고 쉽게 말할 수 있겠지만 이건 친아들의 문제 아닌가. 아버지로서의 시스코는 확실히 이상적인 -_-; 면모가 있다. 제이크 이 복 받은 놈. -_-;
-카다시안의 외모는 파충류스러운 데가 있다. 그 행성의 기온이 좀 높은 건 안다. 그렇다고 동물들마저 파충류스럽게 진화했단 말인가.; 일단 '쥐'라고 이름이 붙었다면 포유류 아냐.;; 아니 뭐.. 카다시안도 난생은 아닌 것 같지만 말이다. 인간과 신체구조가 무지 유사한 베이조인이 쉽게 카다시안과 혼혈되는 걸 보면 말이지.
그보다도 카다시아의 고온에 맞춰 진화했을 그 들쥐들이 현재는 대략 지구인과 베이조인 취향으로 온도가 뚝 떨어진 DS9에서 왕성하게 번식하는 것이 놀랍다. 개랙의 말대로라면 이 온도는 카다시안에게 대단히 불쾌한 모양이던데, 카다시안 들쥐한테도 마찬가지일 것 아닌가. 지구의 쥐처럼 환경에 대한 적응력과 생존력이 바퀴벌레 다음가는 수준인가 보다.
-들쥐 박멸에 애쓰는 오브라이언에게 하멜른의 피리를 선물하는 바시어의, 아오, 이런 유머 감각이 멋지다니까. -_-b
-그나저나 이번 에피소드에도 의문 몇 개.
웜홀에 가득 들어차있던 버터론 결정인가 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 이전에 웜홀을 드나들 때는 이런 게 없었던 것 같은데. 워프 스피드로 돌아다닐 땐 우주선이 별 일 없이 뚫고 다닐 수 있는 물질인가? 아무튼 짐하다 우주선들이 웜홀에서 벌떼처럼 돌아다니고도 아무 일 없었더란 예가 있으니, 이번 케이스에서만 문제되는 물질인가 보다.
또 하나. 그 우주생성물질이 자라나면 이쪽 우주를 대체해버릴 거란 말이지. 그럼 그게 감마 분면에 있으면 그쪽 우주를 대체해버릴 수 있다는 거잖아. 그래도 되는 거야? 아니면 그 우주생성물질이 급속성장하도록 자극하는 어떤 요소가 드라마 내에서 묘사되었는데 내가 캐치하지 못한 것 뿐인 거야?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