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 스팍은 여러 의미로 전설적이구나... (먼 산)
키라와 바시어는 웜홀 반대편에 건설된 베이조인들의 첫번째 개척지를 방문하고 돌아오던 중 웜홀 안에서 이상현상을 겪는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일찍이 제임스 커크가 우연히 방문했던 거울세계였다. 거울세계에서 정거장을 다스리는 키라에게 붙들려 고초를 겪은 후, 두 사람은 거울세계의 시스코와 오브라이언의 도움으로 탈출해 본래의 세계로 돌아온다.
-메인스트림이나 캐릭터 빌딩에는 관련이 없지만, 이 에피소드는 TOS에서 재미있게 봤던 이야기가 DS9으로 이어진다는 데에 의의를 둬야 한다.
TOS의 2x04(Mirror, Mirror)는 커크, 맥코이, 스카티, 우후라가 전송기 사고로 떨어진 평행우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이쪽 스팍한테 얼마면 돼?! 를 외치는 그쪽 커크와 수염이 덥수룩한 그쪽 스팍을 볼 수 있으니 은혜롭지 아니한가. -_-*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분명 같은 사람들이 같은 이름으로 같은 우주에서 살아가는데 그들의 성격과 역사는 천양지차다. DS9의 이번 에피소드는 그 거울제국 시대로부터 대략 1세기 후의 이야기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커크의 전송기 사고 이후로 그쪽 거울제국이 어떻게 되었는지가 TOS 방영 30년만에 밝혀졌다는 것이다. 이것이 곧바로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려는 나를 붙잡아 세웠다. -_- 거울세계의 무시무시한 키라가 들려준 바에 의하면 수염 스팍은 이쪽 커크의 충고를 받아들여 그쪽 커크를 암살하고 만인지상의 자리에까지 올라갔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기껏 평화를 이루는가 싶더니 클링온, 카다시아, 베이조가 연합해 스팍의 제국을 깨강정 내놓았다는 게 아이러니한 노릇이지만. 그쪽 세계는 진정 폭력과 공포가 휴머노이드의 본성을 지배하는 모양이다. 사람 사는 데가 다 거기서 거기인지라 이쪽이라고 다를 건 없겠지만, 최소한 인내와 억제가 가능하도록 교육이 대물림됨으로써 역사의 차이를 만들었으리라. Fascinating.
-거울세계가 나왔다 하면 인물들이 어찌 바뀌었는지를 비교해보는 것이 골자가 아니더냐. 평소 알던 그 인물들은 '이쪽', 거울세계 인물들은 '그쪽'으로 지칭한다.
키라 - 테락 노어의 잔혹무비한 총독각하로 군림하며 과거 베이조를 식민지배했던 지구인들을 강제노동에 부려먹고 있다. 레즈..라기 보단 양성애자인 듯하고, 자기도취 성향도 있다. 이쪽 키라를 너무 좋아하거든. -_- 앞으로도 DS9에서 거울세계가 다뤄질 때면 그쪽 키라가 악의 축이 된다. 그쪽의 지구인들한테는 대략 이쪽의 베이조인들에 대한 걸 두캇 같은 위치랄까. 이쪽 키라가 그쪽 키라한테 시달리면서도 정신적으로 굳세게 버티는 건 필시 이쪽의 두캇에 대항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리라. -_-;;;
개랙 - 역시 백미다. 그쪽 키라의 오른팔..이지만 거울세계의 중간직들이 그렇듯이 호시탐탐 하극상을 노리고 있으며, 잔혹함에 있어서는 그쪽 키라조차 동정심있는 사람으로 보일 지경. 그런데 자백 받아내는 기술과 특유의 우아함은 이쪽 개랙보다 좀 떨어지는 듯. 거짓말도 안 하고 있다. 거짓말을 안 하는 게 무슨 개랙이겠느냐마는, 아무튼 얄쌍하니 맵시있는 카다시안 군복 차림의 그를 본 순간 이미 눈이 만족. -_-b
오도 - 이쪽 오도는 정의롭고 동정심 많고 나이브한 사람으로 자라서 천만다행이다. 아 이건 뭐 처음부터 걸 다르히일 같은 카다시안이 오도를 키운 것 같네. 이쪽 오도도 사람 잘못 만났으면 이렇게 컸을 거란 현실감이 있어서 더 무섭다. OTL 광석처리장에서 지구인 노동자들을 학대하며 군림하다가 이쪽 바시어가 날린 분노의 페이저에 사망 크리. 속에 물이 든 도자기병이 폭발하는 것 같은 그 연출은 뭐다냐. 체인즐링이 죽으면 그냥 가루가 되는 거라고! (라고 정해진 건 3시즌 가서의 일이지만.)
오브라이언 - 성격이 어둡고 가족이 없는 걸 빼면 이쪽 칩이나 저쪽 칩이나 그대로인 듯? 마일즈 오브라이언이라는 인물이 정반대되는 성격의 인물을 갖다 놓으면 이미 오브라이언이라 볼 수 없을 정도로 더 이상 추가하거나 뺄 게 없을 굳건한 캐릭터라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 무뚝뚝한 한결같음이 오브라이언다운 거겠지만.
쿼크 - 유일하게 사람답다. 목숨 걸고 지구인들을 도와주고 있어! 그러다가 개랙한테 걸려 정말로 목숨이 날아가버렸다. 이번 에피소드에선 아니지만 나중에는 롬 마저...ㅠㅠ 노동자들을 도운 게 발각된 걸 빼면 그쪽 쿼크나 이쪽 쿼크나 그런 점에서는 똑같은 듯. 근데 그쪽 세계에는 래티넘이 없다고? 그쪽 노그는 이쪽 노그가 페렝기답지 않은 만큼 지극히 이쪽 페렝기스럽던데 뭐가 어찌 된 거지?;;;
시스코 - 정거장 근처에서 통행세를 받아먹는 해적놈. 지구인 주제 그쪽 키라의 귀여움을 받을 정도로 처세술에도 능하다. 이쪽 커크가 수염 스팍에게 어떤 계시를 줌으로써 거울세계의 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준 것처럼, 이쪽 키라는 그쪽 시스코를 지구인들의 독립투사 비슷한 것으로 바꿔버렸다. 그만큼 일찍 가버리갰지만. OTL
아니 이번 에피소드에서 그쪽 인물을 벌써 몇 명 날려버린 거야? -_-; 뭐어, 이쪽에선 이미 죽어버렸는데 저쪽에선 몇 년 후에도 잘 살고 있더란 모 씨 같은 케이스도 있으니까...-_-;;; 나중에 거울세계 에피소드가 더 이어지면서 그쪽 바시어, 그쪽 잣지아, 그쪽 제니퍼, 그쪽 노그, 그쪽 에즈리, 그리고 그쪽 투박까지! 등장한다. 그쪽 시스코와 제니퍼가 결혼하지 않음으로써 그쪽 제이크는 사라졌다는 것, 그리고 저 멀리 델타 분면 끄트머리에서 헤매야 할 투박이 DS9 근처에서 노닥거리더란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망상의 여지가 있다. 그쪽 제국(연방)이 깨강정났으니 보이저가 델타 분면으로 날려갈 일도 없었을 테고, 그럼 그쪽 제인웨이는 뭐하고 있을까? 닥터야말로 그쪽 버전으로 보고 싶은데. -_-*
-거울세계와 그곳의 인물들이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건 이상적이고 호감가는 캐릭터를 지닌 이쪽 인물들과 정반대로 캐릭터를 잡았기 때문이리라. 이것이 더 무섭게 다가오는 건 양쪽 캐릭터들이 본질적인 면에서는 똑같다는 것이다. 가령, 커크에게는 굉장한 향상심이 있고 오도에게는 질서에 대한 고지식한 원리원칙이 있다. 그게 저쪽으로 건너가니까 시체로 출세가도를 포장한 야심가와 파시스트 강제노동소장이 되는 것이다.;;; TOS를 통해 이런 거울놀이를 처음 접했을 때는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이쪽 스팍이 그쪽 커크 일당을 가둬놓고 관찰한 후 인간에 대한 평석을 내릴 때는 대사 하나 하나를 짤방으로 보관하고 싶을 정도였다. 아니 사실은 수염 스팍이 나온 순간 이미 게임 끝났지만.(...) 앞으로 다뤄질 거울세계 에피소드들은 재미가 없다. 설정 자체가 가져온 충격은 사라지고 그 세계를 바탕으로 별 의미 없는 이야기들만 길게 늘어지니까. 앞으로의 거울세계 에피소드는 모두 패스할 생각이다.
-거울세계와는 상관없는 이쪽 세계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2시즌 말이 되었는데도 바시어는 여전히 철없구나. 이때의 키라는 바시어와 단독으로 임무 나가는 걸 거의 벌칙처럼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잠깐, DS9 시점에서 이쪽 스팍은 멀쩡히 살아있을 터인데? 극장판 11편의 사고로 행불 처리되려면 아직 시간이 남아있을 터이다. (라는 건 이쪽에서 로뮬란 제국이 정말로 사라질 거라는 이야기냐? 에이브람스가 무슨 짓을 한 거냐?! 아아악!!!) 그렇다면 그쪽 스팍도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다. 처형당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이, 이 더러운 카다시아 놈들 수염 스팍한테 손만 댔어봐 그냥 콱!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