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데이트 48212.4
짐하다 문제로 지구에 다녀온 시스코는 은폐장치가 달린 전함 디파이언트를 몰고 귀환한다. 디파이언트는 파운더들이 누구인지 알아내고 알파 분면의 의사가 평화적임을 알리기 위해 감마 분면으로 건너간다. 과거 페렝기들과 거래를 튼 도미니언 휘하의 카레마 태양계와 접촉한 시스코는 파운더와 도미니언의 중계자로 짐작되는 보타라는 존재에 대해 듣는다. 그 자리에서 오도는 오마리언 성운에 강한 관심을 보인다. 보타가 사용한다는 중계소에 접근한 잣지아와 오브라이언은 짐하다의 습격으로 소식이 끊긴다. 곧 짐하다가 은폐된 디파이언트를 찾아내 공격한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키라만 구해낼 수 있었던 오도는 즉시 오마리언 성운으로 향한다. 그곳에 숨겨진 떠돌이 행성에서 두 사람은 체인즐링들과 마주친다.
-함장 시켜주니까 비로소 일지 쓸 마음이 드쇼..? -_-;
-종족으로서의 체인즐링, 그리고 간지나는 U.S.S.디파이언트 NX-74205 등장. '보타'라는 종족명도 여기서 언급되었다. 거기에 DS9의 앙졸라 -_- 마이클 에딩텅 투입. 이 에피소드에서만도 많은 일들이 일어났기 때문에 이야기가 꼬이는 Part II와 나눠서 감상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리하야 2x26(The Jem'Hadar)에서부터의 3연작 투 비 컨티뉴드!
-알파 분면에서 우주선에 은폐장치를 쓰는 종족은 클링온과 로뮬란 뿐이다. 클링온은 스팍이 (커크와 맥코이가 노구를 이끌고 눈밭을 뒹구는 희생을 바탕으로 -_-) 키토머 조약을 체결한 이래 연방과 그럭저럭 지냈고, 로뮬란은 커크 시대인 그때나 피카드 시대인 지금이나 한발짝만 나가면 적국인 사이로 기억한다. 그런 상황에서 클링온이 아니라 로뮬란이 은폐장치를 대여해줬다는 게 신선하다. TNG를 아직 5시즌까지 밖에 못 봤기 때문에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른다. 아무래도 피카드가 뭔가 엄청난 협상을 해내어 연방과 로뮬란 간의 관계가 조금은 나아진 모양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그런 게 가능한 사람이 피카드 뿐이기도 하고. (스팍의 고군분투는 연방이 아니라 벌컨을 지향하므로 논외)
-스타트렉 하면 엔터프라이즈, 엔터프라이즈 하면 스타트렉이다. 나는 트렉 시리즈 중에서 TOS를 가장 먼저 접했고 그 전에는 국내 공중파를 통해 TNG를 조금 본 고로, 역대 SF물에 등장한 모든 우주선 중 가장 아름다운 우주선으로 뽑혔다는 NCC-1701시리즈 엔터프라이즈에 익숙하다. 해서 처음 디파이언트를 접했을 때 나의 반응은 한 마디로 이게 뭥믜? 였다. 보이저도 접시부가 기타칠 때 쓰는 초크처럼 생겨서 그렇지 전체적으로는 엔터프라이즈가 그랬듯 문어처럼 생겼더란 말이다. 그런데 디파이언트는 달랑 접시 하나란 말이냐! 게다가 작아! 소박해! 이게 뭥믜?!
디파이언트의 진가는 바로 그 소박함에 있지. 이제 알파 분면과 감마 분면의 거대한 우주선들이 뒤엉켜 싸우는 틈새에서 깔쭉깔쭉 아이실드 런을 뛰며 페이저 캐논을 퍼부어대는 디파이언트를 보고 나면..................-_-b
-시스코가 내민 그랜드 내거스의 지팡이에 쿼크가 억지로 입을 맞추는 장면에서 쿼크의 아민 쉬머맨은 페렝기에 대한 모욕이라며 진짜로 화를 냈다더란 이야기를 들은 것도 같다.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배우의 심정에 수긍이 간다. 쿼크가 페렝기 대표로 그랜드 내거스의 위임을 받은 상황인데 엉뚱한 지구인이 그랜드 내거스에 대한 예를, 그것도 단지 놀리려는 목적으로 강요한 꼴 아닌가.; 쿼크 개인 뿐 아니라 페렝기 전체에 대한 모욕 맞다.;;
-이번 에피소드 내내 오도는 신경이 날카롭다. 상황을 다 알고 보는 입장에서는 어린 아이가 "집에 갈 거야! 집에 갈 거야!" 를 목놓아 외치며 발을 쿵쿵 굴러대는 모양새가 연상되었다.(...) 뭐어 배우가 나이든 분이라 그렇지 오도라는 캐릭터 자체는 체인즐링 기준으로 막 걸음마를 졸업한 꼬꼬마 정도이긴 하다.
그래,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오도가 좀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키라가 굳이 베이조 임시정부에 힘을 써가며 그를 디파이언트에 태운 건, 단순히 절친이라서는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DS9은 일단 베이조의 소유물이다. 그렇지만 베이조의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연방이 (우주선이랄 게 겨우 런어바웃 뿐이긴 했지만) 군대를 주둔시켰다. 지금의 옵스 멤버를 보면 사령관부터 DS9의 작동을 담당하는 기술직까지 정거장 운용과 관련된 책임자들은 스타플릿으로 채워져 있다. 키라는 부사령관이지만 정확히는 베이조와 스타플릿 간의 연락장교다. 스타플릿이 아니라 베이조 군대가 실질적으로 업무를 책임진 분야는 오도가 앉아있는 보안 쪽 뿐이다. 이래서야, 지금은 베이조 상공에 있지도 않은 DS9을 베이조의 거점이요 소유물이라고 주장하기가 뭣할 지경이다.
1, 2시즌 내내 스타플릿은 오도를 보안실장에서 밀어내고 싶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마퀴가 활동을 개시하던 무렵에는 대놓고 시스코에게 보안실장을 스타플릿으로 갈아치우라는 권고까지 했다. 스타플릿 입장에서는 그럴 만도 하다. 스타플릿이 비록 탐험과 지식의 확장을 주업무로 삼는다지만 그 실체는 어쨌든 군대다. 군사와 관련된 보안문제를 외부인에게 맡기고 싶을 리 없지 않은가. 게다가 결정적으로 오도는 외부인 주제 스타플릿과 손발을 맞추려 들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오도가 보안실장 자리에 앉아 있음으로써 베이조는 DS9의 주인이라는 구색 비슷한 것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안실장 본인은 베이조인이 아니지만 어찌 됐든 베이조 시민군 소속이다. 그런 사람이 베이조의 정거장과 스타플릿 양쪽의 보안을 총괄한다면 베이조가 연방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게 아니라 '상호 협조하는' 지위를 가졌다는 인상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반대로 이 시점에서 오도가 사임해버리면 에딩턴에게 정거장의 보안책임까지 넘겨버리기 좋은 모양새가 될 것이다. 오도는 그 자리에 있어야만 한다. 드라마상에서는 오도에게 시의적절한 충고를 하는 다정다감한 절친으로서만 묘사되었지만, 키라가 그런 억지를 부려가면서까지 사임을 재고하게 만드려 한 데에는 이런 계산이 숨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란 것이다. 임시정부가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데도 베이조 대표라는 허술한 명분으로나마 키라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 또한 그런 바탕이 있지 않을까 싶었고.
물론 그렇더라도 디파이언트의 보안은 스타플릿이 맡는 게 당연한 거다. 디파이언트는 스타플릿 소유물이잖아.; 그러니까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오도가 오버 페이스였다니까.;;;
-디파이언트가 짐하다에 습격당해 정거장 사람들이 어찌 되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오도가 선택해야 하는 건 일단 정거장으로 돌아가 스타플릿 쪽에 알리는 것이다. 평소의 오도라면 그런 절차에서 틀릴 리가 없는데, 체인즐링들이 그의 유전자에 써넣은 게 확실히 강력하긴 강력했던 모양이었다. 아직 그런 내막까지 아는 건 아닌 상황에서 키라가 억지로 기수를 돌리지 않고 오도가 하는 대로 내버려둔 것은 참 미묘한 느낌이다. 보통 때의 키라라면 버럭해야 할 상황이고 또 버럭하는 게 상급자로서 정상적인 반응일 텐데. 꾹 참느라고 키라가 수고가 많았다, 이번 에피소드는. -_-; 대신
-그나저나 TNG 시대 보그의 위협이 정말 무섭긴 무서웠던 모양이다. 스타플릿이 '전함'을 만들다니. 그랬던 보그가 보이저의 7년 고생 끝에 더이상 상대가 안 될 정도로 기술차가 벌어진다는 게 거 참; TNG와 VOY는 대략 10년 차밖에 안 나잖아.;;; 어찌 됐든 피카드/시스코 시대에는 보그가 손도 못 대게 무시무시한 적인지라, 보그 때문에 개발된 디파이언트도 보그 큐브의 상대가 안 되었다. 극장판 8편 Star Trek : First Contact 시점이 DS9 5시즌 때인데, 이때 워프가 디파이언트를 몰고 엔터프라이즈를 원호하러 갔다가 배만 깨먹었다. -_- 드라마 DS9에 써야 하기 때문에 디파이언트가 아주 망가지는 꼴만은 겨우 면했다던가 어쨌다던가.
보그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보그와 도미니언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 ENT 다음 시리즈가 나온다면 24세기로 돌아가서 감마 분면 대 델타 분면의 전쟁에 어쩌다 보니 알파 분면까지 휘말리는 이야기로 가도 흥미로울 것 같은데. 도미니언이라면 오도를 통해 연줄이 생긴 알파 분면 쪽에 전략적 제휴를 제의할 가능성이 높고, 보그는 알파 분면에 있어 철천지원수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보그가 과연 체인즐링을 동화시킬 수 있을지 그게 궁금한지라.(...) 근데 그런 식으로 가면 우리은하 전체가 전쟁을 치르는 스케일로 발전해버리겠지? 그건 트렉의 정신에 맞지 않아. 그러니까 그런 게 나올 리는 없겠지?(...)
Posted by 양운/견습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