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9/11


로스트 유니버스(이하 로유)는 슬레이어즈(이하 슬레) 팬이라면 마땅히 보았을 만화-_-이다.
그러나 이 만화는 슬레와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만화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본인은 로유를
보는 내내 슬레와 관련된 게 안 나오나 찾았다지만; 어쨌든 로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0. 이야기
고대 초문명의 유산이라 일컬어지는 로스트 쉽 중 하나인 소드 브레이커의 현 소유자이자
주인공인 케인 블루리버는 트러블 컨트럭터(해결사)를 업으로 하며 살아가는 청년이다.
그러나 일견 어리숙해 보이는 그는 소드 브레이커와 사이 블레이드(슬레의 가우리가 들고
다니던 그 광선검이다)를 할머니의 싸움과 함께 상속받은 자로 전우주 최대의 범죄조직인
나이트매어와 암묵적으로 쫓고 쫓기는 관계이다. 그런 나날 중 뭐든지 우주 제일을 꿈꾸는
밀레니엄 녹턴(이하 밀리)을 어떤 일로 소드 브레이커에 태우고, 때맞춰 클론으로서 부활한
나이트매어의 총수 알버트 반 스타게이저가 또다른 로스트 쉽들을 차례차례 발굴해 내면서
그들의 적의 상속자인 케인과 소드 브레이커를 공격해 오는데..


1. 세계관에 대하여
로유의 세계관을 이해하려면 먼저 슬레의 세계관을 대충 알아둘 필요가 있다. 태초에
세계에는 혼돈만이 있었다. 누군가가 그 혼돈의 바다에 무수한 지팡이를 꽂자 그 위에
세계들이 생겨났다. 각 세계에는 빛(신)과 어둠(마왕)이 있다. 신은 세계를 존속시키고자
하고, 마왕은 세계를 파멸시켜 진정한 질서인 혼돈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이들의 명제는
서로 대립되는 것이기에 태초로부터 세계의 존속을 둘러싼 싸움이 계속되었다.
혼돈의 바다라 칭해지는 로드 오브 나이트매어는 세계를 창조해낸 자이나, 신이라기보단
마왕에 가까운 존재이다.(그 자신이 혼돈이므로.) 그(혹은 그녀)가 각각 네 개의 세계를
만들었고 각 세계에서 신과 마왕이 대립하게 했다. 그 중 적룡신 플레어드래곤 쉬피드와
적안왕 루비아이 샤브라니그두가 대립하는 곳이 슬레의 세계이고, 흑룡신 나이트드래곤
볼피드와 흑성왕 다크스타 듀그라디그두가 대립하는 곳이 로유의 세계이다.
슬레 TRY에서는 볼피드의 세계의 신족들과 다크스타 자신이 쉬피드의 세계에 등장했고
그 다크스타의 처리 문제로 시끌시끌했던 이야기가 다뤄진다. 이 때 등장한 볼피드의
세계에서 그 세계의 신족들과 다크스타 때로부터 먼 훗날의 시대가 로유의 시대이다.

케인 블루리버가 사는 시대는 과학문명이 극도로 발달한 때로 사람의 정신능력이 물리적으로
물질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구현시킬 정도이다. 인간들은 행성을 벗어나 우주로
진출했다. 신을 섬기는 종족인 신족이나 마왕을 모시는 마족은 이 시대에는 드러나진
않는다.


2. 그리고 로스트 쉽에 대하여
로스트 쉽에 대하여 로유의 세계에서는 고대에 멸망한 초문명의 일부라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현재의 인간들이 가진 우주선의 능력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뛰어넘지만,
그 동력원은 일반 우주선들과 마찬가지로 마스터라 불리는 인간의 정신능력이다.
그러나 진정 로스트 쉽이라 불릴 만한(단지 성능만 좋은 게 아닌) 배들은 독립된 자아를
가지고 있어 마스터와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심지어는 마스터를 결국은 정신과 육체 모두
삼켜버릴 먹이로 삼기도 한다.
로스트 쉽 중에서도 특히 나이트매어가 손에 넣기 위해 혈안이 된 다섯 배- 고룬노바,
라그도 메제기스, 네자드, 보디가, 가루베이라. 슬레 팬들은 기겁했다-가 이러한 것으로
이들의 목적은 그들의 진정한 주인인 다크스타 즉 마족의 왕의 의지대로 볼피드의 세계를
파멸시키는 것이다. 실제로도 레일의 말에 의하면 케인의 시대 이전에 이 로스트 쉽들은
몇번이고 문명들을 파멸시켜 왔다. 이들은 SF의 형태를 띤 마족이다.
TRY를 보신 분은 알 것이다. 쉬피드의 세계에 1차로 강림했을 때 다크스타는 바르가브를
삼켜 버렸다. 로스트 쉽이 주인과 동화된 것은 바로 다크스타가 바르가브를 삼켜 하나가
된 것과 같은 것이다. 나이트매어 측이 탐낸 로스트 쉽들은 마스터와 하나가 되는 것을
-정확히 말하면 먹는 것이다;- 원하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진정한 로스트 쉽이 된다던가.
이들의 동화는 인간 안에 로스트 쉽이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로스트 쉽에 인간이 동화되는
것으로 여기서 다크스타와 동화되었던 바르가브와의 차이가 발견된다. 그는 완전히 동화
되었지만 다크스타가 자신과 동화되게 했었다. 이 전례(?)는 알버트의 클론이 이어받아
다시 한 번 다크스타를 동화시켰다.
케인의 적이자 그의 할머니인 아리시아의 적이었던 알버트 반 스타게이저는 고룬노바의
마스터로, 강한 힘을 원해 다크스타를 받아들였고 지금은 그의 클론이 다크스타에 동화되어
그 의지를 실현하고자 한다. 그러나 자신의 자아는 아직 유지하고 있다.
(바르가브가 다크스타와 동화된 뒤에도 자신의 자아를 유지했음을 상기할 것)

이에 반해 아리시아 스타게이저로부터 케인 블루리버에게 상속된 소드 브레이커는 우주를
파멸시킬 생각도 마스터를 먹을 생각도 없다. 소드 브레이커의 자아인 캐널 볼피드는
오히려 나이트매어의 로스트 쉽과 대항해 우주를 존속시키고자 했으며 자신과 동화되려는
케인을 말리려고 발버둥쳤다. 여기서 팬들은 캐널 '볼피드'로 대표되는 빛과 나이트매어의
'다크스타'로 대표되는 어둠이 볼피드의 세계의 존속을 놓고 대립하는 것이 이야기의 큰
줄기임을 볼 수 있다.


3. 다시 빛과 어둠의 대결?
TRY는 빛과 어둠으로 표현된 선과 악의 이분법적 세계가 그 경계에 선 인간에 의해
통합되고 화해하는 것을 주제로 삼는다. 비록 슬레 세계관으로부터 여러모로 벗어난 데다
동인성 에피소드들로 골수팬들한테 비난을 들었다지만, TRY가 표명하는 주제는 슬레식이라
하기엔 좀 이질적일 정도로 무거운 것이었다. TRY에서 분명 빛과 어둠은 화해했다. 그런데
TRY의 이갸깃거리를 제공한 볼피드의 세계에선 오히려 아직까지도 지긋지긋한 빛(아리시아와
케인)과 어둠(로스트 쉽과 다크스타와 동화된 스타게이저)의 싸움이 계속되는 것인가?
바르가브의 설명을 믿는다면 신과 마왕은 본래 한몸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들은 서로가
가진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처음에는 선의의 경쟁을 했지만 언젠가부터
목적을 잃은 싸움이 되었다고 한다. TV 오리지널인 TRY의 설정에 충실한 로유는 이 설정을
이어받았다. 먼저의 빛인 아리시아와 먼저의 어둠인 알버트는 남매지간이며 따라서
지금의 빛인 케인과 지금의 어둠인 알버트의 클론 역시 억지로 주장하면 하나의 뿌리에서
갈라진 혈연인 것이다. 캐널 볼피드와 나이트매어의 로스트 쉽들은 다 같은 로스트 쉽이다.
여기서 본인은 약간 씁쓸했다. TRY에서 빛과 어둠이 화해한 건 쉬피드의 세계에서 지나가는
바람처럼 있었던 것인가, 하고. 결국 볼피드의 세계에서는 화해는 커녕 마무리 짓지 못한
빛의 승리로 끝나버린 것이다. 그나마 그것을 보완하려는 듯 케인의 내부에 있는 빛과
어둠의 싸움은 밀리에 의해 화해를 이뤄 소드 브레이커와 완벽하게 동화해 내 다크스타를
이겼다 하지만, 이야기 전체의 흐름을 뒤집지는 못하는 것이다.


4. 어떻게든 살아라!
한편 이야기의 커다란 줄기가 거창하기까지 한 빛과 어둠의 대립일때, 그 이면에는
케인이 할머니로부터 상속받아 계속해온 싸움이 있다. 아리시아의 죽음 이후 소드
브레이커의 주인이 된 케인은 겉으로는 명랑한 근성의 남자지만 안으로는 할머니가
소드 브레이커와 동화하는 과정에서 죽게 한 나이트매어를 증오한다. 그는 빛과 어둠이
내부에 공존하는 사람이다. 평소 케인을 지배한 건 타고난 명랑함이었다. 그러나
나이트매어와의 싸움이 본격화되면서 자신의 약함을 뼈저리게 느낀 그는 점점 어둠에
잠식되어 간다. 팬들이 답답함조차 느꼈던 그의 긴 방황을 끝낸 건 밀리였다. 말로는
우주 제일을 외치지만 사격실력과 요리를 제외하면 잘 되는 일이 거의 없는 데다, 짧은
삶 동안 '차라리 죽어버리자'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극한 상황에 몰렸던 그녀지만,
그 순간 그녀는 갑자기 배고픔을 느끼고 당장 할 일은 밥을 해 먹는 것이라 결론지어
결국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그녀가 그 이야기를 하는 장면을 본인은 캐널의 주기억장치가
소거되는 장면과 더불어 로유 최고의 장면중 하나로 꼽는다. 당장 죽을 것만 같은
공포와 극도의 증오에 시달리는 케인에게 있어 밀리가 해준 맛있는 음식은 위안이었으며
결국 그가 어둠에서 놓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어떤 풍파가
불어닥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더러는 자식들까지 데리고 자살할 정도로 삶이란
만만한 게 아니다. 하지만 사람의 가장 근본적인 욕구중 하나인 식욕은 그런 상황에서도
사람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고, 그로부터 희망을 얻어 다시 살아가기 위해 일어서게
하는 것이다. 물론 왜 그렇게까지 살아야 하는가는 로유에선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건 슬레가 다루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지극히 작은 것이 사람을 구원하고
어떻게든 살아가게 하는 데서 우리는 진짜 기적이란 걸 보게 되는 건 아닐까.


5. 결국 잘난 작품의 후광을 쓴 후속작인가?
여기까지 이야기했으면 여러분들은 로유가 슬레의 후속작인가 하고 생각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비록 원작자와 제작진에 세계관, 성우까지 거의 동일한
작품이지만, 로유는 분명히 슬레와 다른 별개의 작품이다. 물론, 슬레의 세계관이
워낙 거창하다보니 TV 시리즈 3기 TRY에 중요한 등장인물들을 제공한 다크스타의
세계를 따로 독립시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야기의 분위기나
주제는 슬레와 전혀 다르다. 우선 슬레는 '웃기지 않으면 슬레가 아니다'라는 명언(?)이
전해질 정도로 전체적으로 명랑유쾌하다. 하지만 로유는 초반에는 슬레처럼 재치있게
진행되나 중반부터 무거워지면서 우주만큼 어두운 분위기를 드러낸다. 주제 면에서
슬레가 '지금 이 순간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그 시간을 나답게 살아가라'일때,
로유는 역시 '살아라' 라는 주제를 갖는다. 그러나 슬레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말한다면, 로유는 빛과 어둠의 무서운 대립 사이에서 '어떻게든 살아라'라고
무조건 살아갈 것을 종용한다. 슬레가 제멋대로 살아가는 SLAYERS들의 이야기일 때
로유는 적의 로스트 쉽에 대항해 비참하리만치 조그만 소드 브레이커, 전우주적인 적의
조직에 대항해 아군은 단 둘 뿐인(레일은 분명 아군은 아니다 그는 소드 브레이커의 캐널
볼피드가 나이트매어의 로스트 쉽과 다르다는 걸 분명히 보여주기 전에는 소드 브레이커조차
없애려 했다)케인의 구도 등, 상속 받았기에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어두운 이야기이다.
무엇보다도 로유의 세계관은 슬레의 세계관의 일부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 아닌, 한층
발전시킨 것이다. 로유의 인물들에서 SLAYERS의 모습을 찾으려 한다면 그들간의 유일한
공통점인 '나의 싸움, 피하지 않는다'뿐일 것이다.


6. 잃어버린 우주
어쨌든.. 알버트의 클론은 죽었고 그에 동화되었던 다크스타 역시 지금은 모습을 감춘
상태이다. 그러나 소드 브레이커가 격파한 로스트 쉽 외에도, 아직 발굴되지 않은
보디가와 가루베이라(특히 가루베이라는 TRY에서 인간에 의해 신마융합을 이끌어 냈던
무기의 이름이기에 로스트 쉽 가루베이라는 어떤 존재일지 궁금하다)가 남아있다. 케인의
싸움은 끝나지 않은 상태이다. 다크스타는 힘을 원하는 인간을 만나면 언제든지 부활해
파멸을 완성하려 할 것이다. 비록 빛이 일시적으로 승리했지만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은
것이다. 이로 인해 로유의 세계는 일시적으로 어둠을 잃게 되어 TRY와 같은 화해를 이끌어낼
기회 또한 한동안 보류하게 되었다. 제목 그대로 우주의 반은 잃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아직 희망이 있다면, 발굴되지 않은 두 척의 로스트 쉽이다. 이들이 나이트매어의
로스트 쉽과 같은 마족의 역할을 할 지, 아니면 소드 브레이커처럼 신족의 역할을 할 지는
미지수이다. 그리고 또다른 희망은 케인이다. 그는 결과적으로는 빛과 어둠의 대립이라는
공식을 뒤집지 못했지만 자신의 안에서는 화해를 이끌어 냈다. 그는 알버트의 클론과
고룬노바가 다크스타에 대해 그랬듯이 소드 브레이커에 동화되었지만 자신을 유지해낼 수
있었던 듯 하다.(문장이 애매한 건 마지막 장면에서 그의 생사를 정확히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연하자면 다크스타는 고룬노바에 기생했고 다시 알버트의 클론과
동화를 이뤘는데 둘 다 각자의 자아와 형체는 유지했다. 로유는 괴상한 데서 더럽게 복잡해!;)
또 한가지가 있다면, 캐널이다. 캐널은 마지막에 케인을 구하기 위해 무리한 전진을
감행하다가 주기억장치의 메모리를 잃는 중대한 손실을 당한다. 즉 그녀가 인간과 거의
동화될 정도로 새겨왔던 기억들이 한꺼번에 포맷당한 것이다. 이제 다시 태어날 캐널은
바르가브처럼 처음부터 삶을 시작하게 된다. 소드 브레이커 역시 빛의 속성이든 어둠의
속성이든, 또는 둘이 조화된 사이의 속성이든 미래에는 어떤 로스트 쉽이 될 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결국은 빛과 어둠의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의 손에 모든 것이 달렸다.

밀리의 명대사를 마지막으로 허접한 글을 마무리짓고자 한다.
"배가 고픈 동안은 괜찮아. 그건 살아있다는 증거니까."





-------------------------------------------------------------

다시 보고 나서 새로 감상 쓰고 싶다. 그런데 씨디가 싸그리 어델 갔누!;

Posted by 양운
2003/8/14


린젤(http://linzel.net) 방명록에서 만화 <몬스터>에 대한 잡담을 쓴 걸 옮깁니다. 주제는 "몬스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몬스터>를 보면서 '이름'이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511킨더가르텐이었나? 그곳의 비정상적인 교육은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이 사회에 가지고 있던 존재를 잊어버리게 만들었고 그 결과가 몬스터 요한이라고 생각합니다. 예, 존재를 잊어버리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이름을 잊어버렸지요.
이 만화에서 이름이 갖는 의미는 태어나는 순간에는 비참하리만치 의미가 없는 존재인 인간들이 살아가면서 세상과 인연을 맺고, 자신이 존재하는 의미를 획득하게 하는, 그러니까 세상과 한 인간을 이어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한은 자신이 이름이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세상에서 자신이 존재해가는 의미를 찾지 못해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어 있다고 생각하는게 아닐까 합니다. 그때문에 자신을 보살펴준 사람들을 죽임으로써 그들의 기억에 남겨지는 자신의 존재를 지우려 하고, 자신은 존재자로서 의미를 갖지 못하는 세상에 그래도 살아가려 하는 사람들을 경멸하면서도 부러워하게 되어 전혀 평범하던 사람들을 하루아침에 살인자로 만들고 자살하게 만든 게 아닐까 합니다. 그게 몬스터가 갖는 파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존재의 의미를 찾지 못한 자아가 자신을 지우지 못하니까 대신 세상을 파괴하는. 그런데 요한은 쌍둥이로 태어났죠. 원래 몬스터가 되어야 했던 니나는 "인간은 뭐든지 될 수 있다.. 그러니까 너는 보석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그 동화작가의 말을 듣고 세상에서 자신이 존재해야 하는 의미를 찾게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지만 니나로부터 그 이야기만은 듣지 못한 요한은(제 기억이 맞다면 자신의 납치과정과 그 대규모 독살사건만 이야기했을 겁니다) 니나 대신 몬스터가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둘은 요한의 말대로 본래 하나입니다.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려 하는 자아도 세상에서 존재 의의를 찾지 못해 자신조차 파괴하는 자아도 다 한 인간의 안에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몬스터> 마지막 장면에서 요한이 사라진 것에 대해 "몬스터는 결국 잡을 수 없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본래 자신안에 있는 것이니 잡을 수도 없고 없앨 수도 없죠. 누구나 가진 몬스터의 자아를 숨기고 감싸는 것이 니나의 자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몬스터는 만나는 자마다 잡아먹지만 또한 누군가가 이름을 불러주길 바라는 존재입니다. 아돌프 라인하르트 같은 인물들은 역시 존재를 잃어버렸지만 요한처럼 몬스터를 완전히 끌어내진 못했고, 그래서 몬스터가 가진 카리스마에 끌려 '황야'-몬스터가 세상으로부터 유리되어 혼자 살아가는 그곳을 보고 싶어하지만, 요한은 언제나 니나와 함께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몬스터'만 바라보다가 파멸한 게 아닐까 합니다. 덴마가 황야를 볼 수 있었던 건 두 존재를 모두 알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상!

...허접합니다만, 그러려니 해 주십시오. '내일 이사간다'는 생각 때문인지 오후 늦게 낮잠을 자서 그런지 어젯밤에 잠을 잘 못 잤습니다. 그 때 잠들기 위한 방법으로 저런 궁리를 했던 겁니다..만....잠은 안 오고 눈은 더욱 말똥말똥 해지면서 기어코 슬레 노래를 부르며... 으아악! 졸려!!!
여러분이 생각하는 '몬스터'는 어떤 것인지?



--------------------------------------------------------------------------------------------

몬스터라고 하면...이제는 헐리우드에서 영화 찍는다(...)는 소식이 먼저 떠오른다. 뭐어..영화로 만들어도 멋드러진 작품이 될 건 분명하지. 우라사와 나오키는 앞으로도 대단한 작품을 많이 내겠지만, 그의 대표작으로 영영 기억될 건 역시 <몬스터>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마스터 키튼>풍의 여유로움도 좋아하지만, 작가의 생각에 완전히 동감할 수 없는 부분이 군데군데 있다...; 일반적으로 대중에게 어필할 작품은 어른의 동화인 마스터 키튼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 대하 이야기인 몬스터라 생각한다.)

지금 보니까 내가 대체 뭔 소릴 지껄인 건지 나도 모르것네...-.-;;;
Posted by 양운

사회계약론

중얼중얼 2006.02.19 21:18
2003/10/3
올린 곳은 리딩 판타지(http://readingfantasy.pe.kr)





딱히 "교양서적이니 읽자"는 생각으로 읽은 건 아니고. 숙제이기 때문에 읽은 것이지만..;

<사회계약론>은 본래 장 자크 루소가 <정치제도론>이라는 이름으로 쓰려던 책을 끝맺지 못하고 간추려서 낸 책입니다. 홉스가 자연상태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로 설정했을 때 루소는 "자유롭고 평등한 고립인의 세계"라 설정하고, 그 상태에서 인간이 가진 자유와 평등을 인민의 일반의지에서 발견해 그것을 사회제반의 정치현상의 시작과 끝(그러한 현상이 시작되고 심판받는 기준..이라고 해야 하나?)으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그 일반의지는 분명 '인민'의 의지이므로 일반의지로부터 주권이 비롯된다는 그의 주장은 거의 극단적이라 할 수 있는 인민주권론입니다. 일반의지는 절대적이어서 변하지 않고 예외가 없으며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분할할 수도 없습니다. 일반의지를 행사하는 것이 주권으로 루소의 주장대로라면 주권 또한 결코 양도할 수 없는 것이 됩니다. 즉 일반의지를 행사하는 인민은 국가의 주권자이며 그들이 가진 주권은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때까지의 거의 모든 국가관을 뒤집는 이론이었다는군요. 루소는 <사회계약론>으로 인해 말년까지 박해를 당했지만 그가 사망한 후 대혁명이 터졌을 때 결국 인정받았다 합니다.(크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혹은 사람은 이름 때문에 죽는다? 앗, 이야기가 삼천포로 가는군.;)
물론 루소의 사상이 근대 민주주의 이론의 바탕이 되었다지만 저로서는 좀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군요. 일반의지가 항상 옳은 것이고, 변하지 않는 것일까요? 그것은 일반의지를 행사하는 다수의 인민의 의지가 항상 옳다는 걸 전제로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이 거의 100% 이성적이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가져야만 한다는 건 "개인"을 인정하지 않는 전체주의적 사고인 건 아닙니까? 일반의지가 올바로 발현되기 위해선 개인의 이기심을 죽여야 하는데, 그렇게 "개인"을 희생시켜야 유지되는 국가라는 건 인간에게 정말로 행복한 국가일는지..?
이런 의문들은 어쨌든 숙제할 때 제기하도록 하고(....). 아직 일회독밖에 하지 않았으므로 제가 이 책을 잘못 이해한 부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일반의지에 대한 루소의 믿음에는 다소 의문이 들지만, 그가 주장한 인민주권론은 정말로 공감갑니다. 주권자가 노예가 되어버리고도 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는 비판에 동감합니다. 제가 민주주의의 개념이 그때와는 좀 달라진 지금을 사는 사람이라 그런지 그 외에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부분들이 있지만.. 뭐 좀더 생각해 봐야 하겠지만, 그 시대에는 정말 혁명적인 사상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처에서 사슬에 얽매여 있다. 자기가 다른 사람들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사람들 이상으로 노예인 것이다. 어떻게 하여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 나는 이것을 알지 못한다. 무엇이 그것을 정당화하 수 있을까? 나는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믿는다." <사회계약론>의 서장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저는 여기서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너희가 잃을 것은 쇠사슬뿐이다." 그 문장을 읽고 책을 덮으면서 느꼈던 전율을 다시 느꼈습니다.



---------------------------------------------------------------------------------------------

03년 10월이면..한창 대학 새내기로서 날뛰던 때인가.
남이 평생에 걸쳐 고민하다 내놓은 것을 나같은 풋내기가 단번에 꿰뚫는다면 저자한테 참 미안한 일이 되겠지. 그리하야, 나는 아직도 루소의 생각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공부도 안 했고.(...)
확실한 건, 시간이 지나면 내 생각도 달라진다는 것 정도일까....
Posted by 양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