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데이트 49066.5
감마 분면에 간 바시어와 오브라이언은 어떤 행성 근처에서 불의의 습격을 받아 불시착한다. 그곳에서는 켓라셀-화이트에 중독되지 않은 짐하다 고란'아가르가 부하들을 자신처럼 약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실험 중이었다. 짐하다보다는 인간에 가까운 행동을 하는 그에게 동조해 바시어는 실험에 동참하고, 오브라이언은 반대하며 끝내 불복종한다. 결국 감시를 따돌린 오브라이언은 바시어의 실험도구를 부수고 행성을 함께 탈출한다. 남겨진 짐하다들은 약물부족과 고란'아가르에 대한 불신으로 싸움을 일으킨다.
워프는 오도가 불법밀수에 개입한 쿼크를 제대로 감시하지 않는 것에 불만스러워하며 직접 체포에 나선다. 그의 행동은 도리어 오도의 수사를 망치는 것이었다. 시스코는 워프에게 정거장의 규칙을 배워야 할 거라고 충고한다.
-이야기의 감동이라면 4X03(The Visitor)이 이번 에피소드보다 월등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에피소드가 결국 시스코와 제이크의 부자유친으로 압축되는 데다, 내가 과학 쪽으로는 아는 게 없어서 나이든 제이크의 설명에 딴지를 걸 재간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럼 무슨 잡담을 해.; 그래서 이번 에피소드로 건너뛰었다. =_=
-이봐 칩 ㅋㅋㅋ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마눌님이 남자였더라면 이라니 ㅋㅋㅋ
나는 무적의 솔로부대원인지라 연애 내지 부부생활 중인 남녀의 관계가 어떤 건지 추상적인 인상밖에 없다. 물론 칩이 하려는 말은 알겠다. 케이코가 여자들 관점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한 번 남자들 관점에서 오브라이언의 행동을 생각해봤으면 하는 것이겠지. 같은 남자인 바시어는 한 방에 이해한 것을 케이코는 이해하지 못한다는 게 당황스러운 모양이니까. 헌데 그게 연애고 부부생활 아닌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닮은 건 닮은 대로 다른 건 다른 대로 대강 장단을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거 ㅋㅋㅋ 취학연령대의 딸내미까지 있는 양반께서 총각 비슷한 생활이 길어지다보니 자신이 유부남이란 걸 잠깐 잊어먹은 게 아닐까 싶다 ㅋㅋㅋ
-3x06(The Abandoned)에 이어 파운더, 보타, 짐하다의 관계가 좀 더 구체화되었다.
도미니언에 종속당한 종족들은 어찌 생각할지 몰라도, 지배계층에 속한다 볼 수 있는 보타와 짐하다는 파운더를 신으로 섬긴다. 그러나 보타와 짐하다의 관계는 오월동주 격이라서, 서로를 증오하고 혐오하고 경멸하지만 보타는 켓라셀-화이트를 제공하니까, 그리고 짐하다는 무력이 월등하니까 공생하며 파운더를 섬긴다. 보타가 짐하다를 어떻게 제어하는지 구체적으로 묘사되는 것은 4시즌 말에 드디어 우리의 웨이윤 -_-* 이 등장할 때의 이야기.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파운더와 짐하다의 관계 묘사에 약간 더 무게가 있었다 여겨진다. 분명히 피조물과 같은 세계에 존재하지만 기도를 들어주거나 사후세계에서 기다려주기는커녕 나가서 싸우다 죽을 것만을 요구하는 것이 그들의 신이다. 고란'아가르가 짐하다라는 종족의 존재목적과 그들의 신에 의문을 품게 된 것은 그의 몸이 선천적으로 보타의 조종에서 벗어난 돌연변이였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그 의문이 3x06에서 오도가 짐하다 소년에게 깨우쳐주려 애쓰던 것이었다.) 하지만 서열2위의 태도로 보건대 켓라셀-화이트 중독이 해결되더라도 모든 짐하다가 그와 같은 사고를 할 것 같진 않다. 한 마디로, 그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짐하다라는 전체 종족에서 튀는 돌연변이 개체였다. (이 점에 있어서는 바시어보다 오브라이언의 눈이 정확했다.)
그러고 보니 이 세 종족의 관계는 파운더-짐하다, 보타-짐하다, 파운더-보타 순으로 설명되었네. 그럼 이건 3x06부터 7x06(Treachery Faith And the Great River)까지 같은 선상에서 쭈욱 이어진다고 봐야 하겠지.
-바시어는 아직 젊고 이상적인 구석이 있는 의사이며 오브라이언은 한 집의 가장으로 참전경험이 있고 지극히 현실적인 아저씨다. 그게 이번 에피소드에서 두 사람의 시각이 달라진 이유가 될까?
이번 에피소드의 제목인 '히포크라테스 선서' 중에는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게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라는 대목이 있다.(도와줘요 뇌입허!) 바시어가 고란'아가르의 요구에 응한 것은 기본적으로 이 선서에 근거해 의사로서 내린 결정인 듯하다. 문제는 이것이 바시어가 습득한 연방의 의료기술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냐는 것이다. 선천적인 약물중독은 짐하다라는 종족의 거의 모든 특성을 규정하는 요소들과 이어진다. 바시어가 여기서 문제를 해결한다면 한 종족의 성질을 완전히 바꿔놓거나, 완전히 혼란에 빠뜨릴 수가 있었다. (극단적으로 빗대보자면, 외계의 누군가가 "인간이 바보짓하는 원인은 감정조절의 미숙함 때문이니 이퀄리브리엄의 세계로 고!" 라고 결론내고 '치료'하는 격 아닐까?) 바시어에게 그럴 권리가 있을까? 그가 그 결과에 책임질 수 있을까? 이것은 기술이 있으니까 종족 하나를 뚝딱 만들어버린 파운더들보다 더한 오만이 아닐까. 오브라이언은 그런다고 짐하다가 바뀔 리 없음 이라며 단순히 육감에 근거해 의문을 제기했지만, 이 문제에 관한 한 그의 판단이 보다 날카로웠다는 게 내 생각이다. 드라마 상에서는 이런 것보단 이상적인 바시어와 현실적인 오브라이언의 대립이 보다 부각되었다는 느낌이지만.
바시어가 의사로서 이런 문제와 대면하는 모습에 관해서라면 후의 4x24(The Quickening)와 비교해 볼 만하다.
-카다시아 공격이 절반의 성공으로 끝난 후 클링온 제국은 알파 분면 여기저기서 싸움을 걸고 다니는 중이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로뮬란과 시비가 붙었으며 그 외로도 국경에 가까운 약한 항성계를 물색 중이란 게 언급되었다. 연방과 로뮬란은 클링온에 공격당하기 직전의 카다시아보다는 상태가 좋으니 (아니, 로뮬란은 혹시 모르겠다. 탈 시야가 옵시디언단과 같이 쓸려버렸으니 정부는 건재해도 국가보안상의 혼란은 좀 있을 듯 싶다) 클링온이라 해도 대대적으로 맞붙으려 들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신경전과 소모전이 계속되어 이 세력들간에 불화와 불신만이 들끓는다면 정작 도미니언이 들어왔을 때 맞설 방도가 없다. 도미니언은 죽어가는 체인즐링 한 명을 통해 암시를 준 것만으로 앉은 자리에서 알파 분면을 뒤집어놓고 있구나. 알파 분면의 평화란 얼마나 위태로운 곡예 위에 존재했던가. 그러면서도 스타플릿은 자신들이 평화로운 과학탐사가 주목적인 집단이라고 주장한단 말이지.
-칩과 닥터가 고생하는 한편에서는 워프의 안쓰러운 정거장 적응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하기야 7년을 엔터프라이즈의 보안장교로 근무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보직이 바뀌었다 해서 여태 했던 보안 쪽 일을 깨끗이 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번 에피소드에서 워프가 한 행동은 의도가 어떻든 월권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도가 웬일로 너그러운 -_- 모습을 보인 건, 정거장 근무에 초짜인 워프의 사정을 나름대로 -_- 감안해준 것으로 보인다.
엔터프라이즈나 보이저 같은 우주선들은 그 자체가 하나의 완성된 세계다. 바깥의 우주는 평범한 휴머노이드가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이기에 그로부터 완벽하게 단절되도록 구성되어 있다. 지나가던 다른 우주선과 교류하거나 특정한 행성, 정거장 등에 상륙하는 것은 이 세계가 환기를 할 겸 외부와 소통하는 특별한 이벤트다. 이 폐쇄적인 세계 안에 사는 이들은 일치단결해 아군이 되어야만 하겠지. 반면 위치가 고정되어 있는 기지 내지 정거장은 무수히 왕래하는 외부인들에 의존해 기능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방문객의 수만큼 다른 생각과 문화가 오가는 이곳에서 어느 하나에 치우쳤다가는 갈등을 초래할 것이다. 여행자들은 분란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손님이 없으면 그 기지나 정거장은 더이상 기능을 할 수 없다. DS9에 다양한 스펙트럼의 회색지대(쿼크나 개랙 같은)가 존재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조그만 소란을 허용함으로써 손쓸 수 없는 재앙을 방지한달까. 이러한 환경 역시 드라마 DS9이 연방에 대해 보다 객관적이고 비뚜름한 시각을 가질 수 있는 배경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시스코가 만지작거리던 그 물건은 1x18(Dramatis Personae)에서 잠깐 정신이 홱 돌아 만든 그 시계 아닌감. 어떻게 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잘 써먹고 있는 모양이네.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