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삼 주간 캣츠를 잊고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노력해서, 처음 두 주는 됐지요. 그런데 이번 주 초부터 갑자기 자려고 누울 때마다 젤리클송부터 어드레싱까지 좌르륵 노래를 부르게 되더란 말이죠. 심지어 노래가 아닌 젤리클볼 파트는 허밍으로 때워가면서... 구제불능이란 이런 것이군요. -_-; 여하간 오늘의 단관자리는 b구역 1열 20번, 정중앙에서 왼쪽으로 두 칸 쯤 되는 곳입니다. 옥벨라 진우 터거였습니다.
0.
우선 오늘의 노획물(...) 인증샷부터.
1.
사실 삼 주만에 보는 것이면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오랜만'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한테는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기억이 싹 리셋되어 캣츠를 처음 보는 것 마냥 머어어어엉 따라가게 되더군요. 눈을 어디에 두고 뭘 봐야 할지 몰라 헤매다 여기서 봐야지 작정했던 것들을 다 놓쳤습니다.;;; 대신 자기소개가 있는 고양이들이 주역으로 나설 때 그 고양이들을 평소보다는 집중해서 보게 되더군요. 옙 두어 번 보고 나면 캐릭 파악했다며 상대적으로 덜 보던 고양이들을 새로이 눈 씻고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가끔은 머릿속이 비어버리는 게 좋군요.;;;
2.
많은 분들이 후기를 통해 알려주셨듯이, 멍고제리의 강인영 씨가 스킴블로 옮겨가고 한동안 스킴블을 연기했던 우원호 씨는 본래 배역인 콱소로 돌아갔지요. 이로써 스킴블 4종세트 완성! OTL 전 결국 강인영 씨의 더블윈밀은 못 보는 겁니까! OTL 여하간, 제니 때부터 두 고양이의 차이가 보이더군요. 인영 스킴블은 제니와 툭탁거리는 게 뭔가 살갑다는(?) 느낌은 아니네요. 원호 스킴블 같으면 제가 제니 대신 뛰어가서 스킴블을 구박하고 싶어지는데(...) 인영 스킴블은 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하다 보니 터거 소개까지 갔습니다. 원호 스킴블이 회춘하셔서 심지어 멍고제리한테 한심하다는 눈초리를 받던 그 장면에 이르렀을 때, 인영 스킴블은 도리어 멍고제리를 딱딱 쥐어박고 있었습니다. 이 스킴블 앞에서 경모 멍고는 럼플티져 뺏겼다고 달려와서 징징대는 풋사과가 되어버리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스킴블은 이후로도 어린 고양이들의 장난이나 투정을 받아주는 게 덜했던 것 같았습니다(단순히 제가 놓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정줄 놓고 흐름 따라가느라 바빴던 고로;;). 인영 스킴블은 은근히 깍쟁이스럽달까 고양이들과의 관계에서는 나름 연장자의 근엄함을 유지하려는 것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봐야 입맛을 쩝쩝쩝쩝쩝 다시며 싱글거리는 특유의 표정 때문에 결코 근엄해 보이진 않지만요 키읔;;;) 원호 스킴블이 은근히 오도방정을 떨고 대놓고 주책맞은 주제 정 많고 누구라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 아저씨였다면, 인영 스킴블은 말 그대로 이장님이네요. 그렇다고 전원일기나 대추 나무 사랑 걸렸네에 나옴직한 구수한 느낌을 떠올리라는 건 아니고, 여기저기 참견 잘 하고 동네 유지라는 지위를 만족스러워 하면서도 은근 소시민이라 더 높은 양반이 나오면 일단은 굽신굽신하게 되는 현실적인 느낌이랄까. 버스토퍼한테 자기 꼬리로 청소한 의자를 갖다 바쳤으면서 신나게 지휘하다 밀려나자 투덜투덜하는 게 딱 그랬습니다. 그러고 보면 스킴블 소개도 그런 이미지가 있었죠. 인간들이 시키지도 않은 잡일을 다 처리하면서 수선을 피우는(거라 주장하면서 말년병장 포쓰로 짐칸에 짱박히는 짬밥을 보여주시는 -_-*) 요 노랑둥이가 실은 함부로 무시하거나 장난을 걸 수 없는 고양이라고. 아무튼 이분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젤리클의 이장님이었습니다.-_-*
3.
문제는, 제 취향이 그간 원호 스킴블에 200프로 길들여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제 어미오리인 필름의 제프리 스킴블조차 극복해버렸다고요, 이 스킴블은..;;;;;;;;;; 그러다 보니 오늘 처음 접한 인영 스킴블에는 좀 적응을 못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사이 제 눈이 콱소를 찾아내 버리더군요. 처음엔 그 고양이가 콱소란 것도 몰랐는데, 가만 보니 저에게 익숙한 스킴블과 비슷한 동작을 보이는 고양이가 오락가락 하더이다.;;;; 듀터로노미 등장 때 어르신께 자동차 위로 올라오라고 자리를 내줬다가 무시당하고 무안해하는 거 난 봐버렸음. (그게 희정 올디께선 차남을 너무너무너무 예뻐하셔서(...))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니나 쫓아보니, 스킴블 적에 하던 가락을 살려 어린 고양이들 특히 실라밥을 챙기더군요. 거스 때는 한 번 째릿해준 걸로 멍고제리를 물리치고 실라밥의 뒤통수에 퍽퍽 주먹을 날리던 럼플티져를 경계해 기어코 한 때의 따님(???)을 지켜내는 콱소, 오오 승리의 콱소;;;;;;;
4.
콱소가 어떤 분장인지 가려내고 나니 슬슬 수고양이 쪽 코러스캣도 구별이 되기 시작하더군요. 우선, 드디어 조지를 알아봤습니다. -_-;;;;;;; 남들 탭댄스 출 때 무대 위 시계 근처에 늘어져 앞발로 탭댄스를 추는 게 뭐랄까, 플라토 못지 않게 뭔가 심드렁한 느낌이 팍팍 들더군요.(...) 미스토가 한창 소개되던 중 지붕 위로 고양이를 올려보낸 적이 있고 어쩌고 할 때 그 쪽에 짠 하고 나타난 세 마리의 수고양이 중에도 조지가 있었던 듯.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던 그, 조지의 썩소가 무엇인지 확인했습니다. +_+ 그런데 여기서 많은 분들이 후기를 통해 하신 말씀을 저도 좀 반복해야겠습니다. 위에서만 놀지 마시고 좀 아래로도 내려오시지.(...)
5.
제가 캣츠 실황을 보면서 이것만은 꼭 이뤄봤으면 하고 생각했던 소원은 대략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고양이들과 지치도록 접촉해보는 것이고, 하나는 버스토퍼에게 꽃을 받는 것이고, 하나는 멍커스트랩과 손을 잡는 것입니닷. 터거의 간택이야 뭐, 포기하면 편하다고 안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응?) 랄까, 터거는 모두의 터거이기 때문에 제 모자를 가져가 준 것만으로도 땡큐베리머취쏘머취입니다. 사실 저는 소심한지라 네이밍 때 진우 터거가 가장 먼저 눈에서 빔을 쏜 방향에 앉아 있었음에도 제대로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지요.;;; 고양이들과의 접촉은 수 차례 실현해 봤으며 앞으로도 가능하지요. 그리고 오늘! 저는! 버스토퍼에게 꽃을 받았습니다!! 제 바로 옆자리에 앉은 분은 받아도 저는 결코 못 받을 줄 알았던 그것을!!! ;ㅁ; 내한팀 때는 매일 배우분이 직접 휴지로 접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적어도 재료는 휴지가 아닌 듯 합니다. 조화 같더군요. 이걸로 인터미션 때 쌍둥이들과 놀 생각이었는데, 뜻밖에 오늘 샤롯데를 찾은 과 후배녀석과 마주쳐 그대로 빼앗겨 버렸습니다. 제가 캣츠로 낚으려고 손을 쓰던 녀석이 자발적으로 나타난 것이었기 때문에 거절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 그렇지만 드디어 버스토퍼로부터 꽃을 받아냈으니 그걸로 만족합니다. 하하하하하. ㅠ_ㅠ
평소 버스토퍼가 꽃을 던지는 건 b구역 된쪽에서 서너 번째 자리 근처인지라, 중앙에 가까운 저는 받을 가능성이 상당히 낮았습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버스토퍼가 멈춘 곳이 중앙에 가까웠고, 미스토와 퍼펙트 백 싱크로 후 돌아서는 순간 눈이 마주친 게 저였다더군요. 당시 저는 버스토퍼 시작할 때부터 기왕 여기 앉았으니 나는 오늘 꽃을 받아내고 말겠음! 이란 눈빛을 쏴대고 있었죠. 지성이면 감천이랬습니다 여러분. ;ㅁ;
이제 남은 것은 형님과의 접촉 뿐이구나... 실현되기만 한다면 저는 그 자리에서 황공하여이다 성은이 망극하여이다 은혜가 하해와 같사옵니다에 해당하는 감탄사를 진짜로 외칠 의사가 있습니다만, -_-;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현가능성이 심히 낮은지라 좀 슬프지 말입니다. OTL
6.
그... 멍커스트랩과 그리자벨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본격적으로 두 캐릭터의 움직임을 살피게 되었습니다. 경수 멍커 때는 그 정보를 몰라서 그리자벨라가 출현했을 때 멍커스트랩을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는데, 형님 팬이라면서 이래도 되는 건가 후회막급입니다.;;; 여하간, 윤식 멍커는 이로 인한 흔들림이 분명하게 보이네요. 그리자벨라가 처음 등장해 다가가길 주저하는 자신을 보고 있는 거냐고 첫 운을 뗀 순간 멍커스트랩이 딱 굳어버리더이다. 그리자벨라가 지금의 처지에 대해 토해내는 걸 입을 꾹 다물고 정면으로 바라보고는 있지만 동요하고 있다는 게 전해지더라고요.역시 윤식 멍커는 솔직담백하고 강직하고 젊은 멍커라는 느낌입니다. 그 후 첫 번째 메모리 때 텀블이 사납게 하악질을 하자 바로 달려들어 내쫓아버리는 기세도 단순히 실질적 지도자로서 젊은 녀석한테 바보짓 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는 게 아니라 그리자벨라를 받아줄 수 없는 울분까지 섞어서 확 터뜨리는 것 같았습니다. 직후 퇴장할 때 멍커스트랩과 그리자벨라의 시선이 엇갈린다는 부분도 드디어 봤습니다.
...물론 저는 이 정도로 흔들릴 수는 없습니다. 저에게는 저의 그리자벨라가 있고 저의 멍커스트랩이 있습니다. 공연장을 벗어난 데서 흔들리진 않습니닷.;; 그리자벨라의 연령대가 대폭 하향된다는 게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스스로 그런 제한을 두지 않고 보면 이런 관계설정도 꽤 흥미롭네요. 그러니까 공연을 관람할 땐 자신만의 어떤 기준에 비추어 따질 게 아니라 그 공연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일 때 느껴지는 게 가장 많은 것이겠지요?;
7.
젤리클볼 도중 빅토리아가 시집가는 장면 말입니다. 거기서 일족 모두가 모여 선남선녀를 둘러싸고 원을 만들지 않습니까? 하지만 환영받지 못하는 그리자벨라와 맥카비티를 제외하고도 고양이 세 마리가 그 원 밖에 있지요. 듀터로노미야 나이 지긋한 장로로서 신성하기까지 한 의식을 주재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젊은 집단에 속하는 멍커스트랩과 터거가 왜 빠지는 것인가 항상 궁금했더랬습니다. 멍커스트랩이야, 이 팀에선 그리자벨라 -_-;;;; 가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좀 높아 보이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실질적 지도자이자 듀터로노미의 후계자로서 일을 배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터거 이노무시키는 대체. -_-; 진우 터거의 경우 이유인즉슨, 그 원에 끼고 싶지 않기 때문이란 겁니다. 차라리 혼자 놀더라도 무리와 섞이고 싶지 않다는 거지요. 그러고 보면 진우 터거는 젤리클볼 때도 그다지 열성적으로 춤을 추지 않지요(내한팀 때의 일이긴 합니다만, 이것도 필름으로 처음 캣츠를 접한 저에게는 충격이었습니다. 터거가 당연히 젤리클볼의 댄스리더일 줄 알았거든요. 제일 신나서 춤출 줄 알았거든요!;;). 듀터로노미가 춤 좀 추라고 계속 찌르니까 마지못해 (내지 그래도 존경하는 우리 아빠 말씀이니까 -3-) 나왔다가 바로 들어가버리지 않습니까. 로웬 터거 때 멍커스트랩에게 툭툭 장난을 걸다가 도망치듯이 춤을 추러 나오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이 경우의 터거는 귀찮아서 -_- 군무에 나서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우 터거라면 그런 이유는 아니겠지요. 모두의 관심을 끄는 건 좋아 죽을 일이지만 모두로부터 자신을 분리시켜 멋대로, 그러니까 자유롭게 지내는 게 더 좋은가 봅니다. 보통 10대가 갖는 반항아 타이틀을 그 나이 먹고도 지니려면 무슨 해석이 따라야 할 거란 생각은 했는데 진우 터거의 경우에는 그렇군요.
그런데 이번 웹진에 실린 인터뷰를 보니 내성적; 아픔; 같은 표현이 있더군요. 지하철 타고 돌아가는 길에야 웹진이 올라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고로 김진우 씨한테 여쭐 때는 그런 개념을 생각지도 못했는데, 아무래도 진우 터거는 제가 은근히 바라고 망상하는 방향으로 터거 캐릭터의 내면을 잡으신 것 같습니다.... 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 -_-*
8.
오늘은 단관팀이 꽤 많았던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단체로 온 분들도 있었고, 학교에서 아마도 체험학습의 일환으로 끌려왔을 초중생들에 보이스카웃도 있었습니다. 이토록 소란스럽고 산만한 분위기는 처음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공연이 시작되고 나니 무대를 방해할 정도로 끌려온 티를 내는 소란은 전혀 느껴지지 않더군요. 2층에서 관람한 분들의 말씀으론 대신 소근거리는 소리가 끊이질 않아 불편했다시는데, 이런 관람경험이 처음이었다면 자신이 원했거나 감시역;;이 될 어른이 바로 옆에 붙어있는 것도 아닌 이상 산만해질 수밖에 없겠지 싶었습니다. 여하튼, 캣츠는 어린 관객에게 우호적인 편이지요. 인터미션이 되어 1층에선 다들 팔을 걷어붙이고 고양이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라 어째서 위층에만 고양이가 보일까 어라 저 고양이는 1층에 주로 출현한다고 알려진 고양이 어라 저 고양이도 그런데 혹시 이거 배신? OTL 대략 이런 느낌의 절망적인 분위기가 생기는 게 아닌가 싶을 찰나 알론조를 위시한 1층 고정멤버들이 오더군요. 제가 속으로 의리의 사나이 알론조 -_-b 를 외쳤다는 건 비밀입니다.(...) 뭐 알론조야 캐릭터가 워낙 도도하신 분이라 배우분께 2층에서 어린이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도 알론조로서는 가지 않는 게 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그런 건 그런 것이고, 중요한 건, 관객으로서는 고양이가 나에게 오지 않았다고 진하게 섭섭해할 건 없다는 것이겠죠. 단관이다보니 1층 앞줄에 앉은 분들은 대다수가 이미 고양이와 접촉한 경험이 있는 데다 이미 캣츠라는 작품에 푹 빠진 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2층의 학생들은 둘 다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럼 고양이와 접촉하는 성은 ;ㅁ; 을 입을 기회는 그쪽에 돌아가는 게 보다 합당하겠죠. 그런 멋진 추억을 캣츠를 조금 더 잘 안다는 이유로 독점할 순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머리로는 생각하는데도 마음은 지금 이 시간까지 울고 있습니다아아. ;ㅁ;;;;
9.
고양이들 입맛 조사가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일전에 원호 스킴블은 크림수프는 별로고 캐비어에 환장하는 것 같다고 적었더랬지요. 인영 스킴블은 정반대인 것 같습니다. 제가 잘못 본 건지 어쩐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분의 확인 부탁합니다. -_-;;;;;; 멍고제리는 럼플티져와 취향이 정반대더군요. 나름 짝이 잘 맞는 커플입니다. 멍고가 안 먹으면 럼플이 먹을 테고 럼플이 반찬투정하면 멍고가 해치우겠죠. 최고의 커플/파트너 선발 이벤트에서 제가 결국 고른 건 터거&미스토였습니다만 커플로서는 역시 도둑괭이들이 최강인 듯. 호준 파운시벌은 따로 들었는데, 그리 가리지 않지만 특히 고기에 열광한다는군요. 하지만 코리코팻으로서는 캐비어를 싫어한다더이다. 자자 여러분 정보를 계속 모아봅시다 고양이들 식성 좀 조사해 보자고요. -_-
p.s. 그리고 이 밤에 갑자기 쿨피스가 무지 땡기는 건 어째서일까. 이게 다 전호준 씨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