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피눈물 머금고 -_-; 지른 오늘의 좌석 자랑을 위주로 적어볼까 합니다.
C구역 2열 31번, 맨 앞 왼쪽 사이드(즉 전체적으론 대망의 오른쪽 사이드)였습니다. 제 바로 눈앞에는 발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무대로 통하는 계단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옆의 세 자리는 끝내 표가 나가지 않은 모양이더군요. 옆자리가 널널하니 이렇게 좋을 수가.;;;
* 주의! 특정 고양이에 대한 편애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아니 애초에 제가 지르고 죽잔 심정으로 주말표를 지른 것도 그 고양이 때문이거든요! -_-;
1. 서곡이 울리고 고양이들이 입장할 때 어째선지 하악질 세례를 받았습니다. 특히 제니 아줌마 잊지 않겠다. -_-;
하지만 럼플티져가 제 팔을 쓸어주고 갔습니다! 전에 다른 고양이를 만져보니 가발도 왁스로 굳힌 것처럼 딱딱하고 까칠한 느낌이던데, 고양이 팔뚝의 털도 비슷하더군요. 맨살에 쓸리니까 좀 따끔했습니다. 하지만 이걸로 만사 오케이! ;ㅁ; 컴온 럼플티져! ;ㅁ;
2. 그리고 아가씨는 로웬 터거가 법석을 피우는 뒤에서 랜짓 터거가 보여줬던 그, 한 다리 들고 폴짝 뛰며 꼬리 돌리기를 시전했습니다. 아아 럼플티져.... 이래서 당신이 좋아 OTL
2. 미스토가 드디어 머리를 비볐다!; 단 한 번이지만 아무튼 비볐다!;;;
그렇지만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스킴블 아저씨는 부채질 한 번 해드렸더니 하악질로 대답하시더이다. 부부가 하나같이 저를 미워하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습니다. OTL
3. 빅토리아가 시집가는 장면. 무대 중앙을 열심히 쳐다보는데 어디서 속닥속닥 수군수군 말소리가 들리더군요. 어느 몰염치한 관객이?! 하고 돌아보니 주위는 조용, 생각해 보니까 무대 쪽이더군요? 범인 아니 범묘는 무대 오른쪽 구석을 굴러다니던 카산드라와 알론조였습니다.;;; 두 고양이의 속닥거림은 둘이서 가만이 포개져 엎드려 있을 때부터 데굴데굴 구르며 빅토리아 주위로 모일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그리도 조근조근 나누던 건지 괜히 궁금해지더군요.
4. 날씨 탓에 샌들을 신고 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멍고제리와 럼플티져는 틈만 나면 통로를 돌아다니며 관객의 신발을 벗겨 다른 곳에 숨기거나, 머리에 쓰거나, 냄새를 맡고 웩웩거리거나, 난리도 아니었죠. 그 와중에 럼플티져가 어느 관객의 가방을 냅다 분해하더니 지갑까지 털곤 양손에 지폐를 가득 쥐고 심봤다~ 를 외치는 낯으로 꺅꺅거리더이다. 아 나 녹네 녹아 ㅠ_ㅠ
5. 여차저차하여 미스토가 소개되는 장면에서 아니나 다를까, 멍고제리와 럼플티져가 무대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훈남 총각과 깜찍한 아가씨는 역시나 사람들의 신발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돌아다니다가 제 옆, 맨 앞 주제 텅 빈 좌석으로 도도도도 오더이다. 멍고제리는 곧바로 제 바로 옆 좌석 두 개를 차지하고 엎어졌습니다. 눈이 마주치자 나 잘했지? 라고 말하듯이 우끼끼끼 신이 난 우리의 훈남 총각. -_-
그 사이 럼플티져는 일가족이 앉아있던 제 뒷줄로 가더니 아저씨의 신발을 벗겨 들더군요. 무대에선 한창 우왑! 하고 추임새가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럼플티져는 신발을 마이크 삼아 아저씨 입에 들이대며 우왑!
아저씨가 쑥스러워서 도리질치자 저한테 신발을 들이대고 우왑!
저도 질 순 없어서 같이 맞장구치며 우왑!
그랬더니 우리 아가씨, 너무 좋아라하십디다. ㅠ_ㅠ
그렇게 노닥거리다가 미스토가 컨져링턴에 들어가기 직전, 아가씨의 눈이 제 모자에 꽂혔습니다. 아가씨는 번개같은 앞발로 모자를 낚아채더니 자기가 쓰고 무대를 기웃거리더이다?;;; 이렇게 써보고 저렇게 돌려 써보고 각도 잡아가며 즐기시더이다?;;;
럼플티져! 대체 뭘 먹고 커서 이렇게 깜찍한 거야!;ㅁ;;;;; 우아아 내가 이래서 이 자리를 지른 것이야 이젠 이 주 내내 굶어도 좋아 ㅠㅠㅠㅠㅠㅠ
6. 대망의 커튼콜 시간이 왔습니다. 무대에서 퇴장하던 거스는 무지 힘든 걸음으로 제 옆자리에 턱 앉더니 제 어깨에 머리를 척 기대었습니다. -_-* 어깨와 팔이 좀 묵직했지만 마음만은 기러기 깃털이었습죠. -_-* 오늘 거스 잘 했다고 칭찬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캄사함다" 아니 MJ도 한국어를 배웠군요?; 거스는 그렇게, 고양이들이 다시 입장할 때까지 저한테 기대어 앉아있다가 올라갔습니다. -_-*
기대기 직전 고개를 기울일 때 따땃한 땀방울이 제 팔에 뚝뚝 떨어지던데, 배우들이 정말 열과 성을 다하는구나 싶어 감동스러우면 서도 안쓰러웠습니다.
7. 앞자리 사이드의 축복과는 별개로, 오늘의 공연은 전체적으로 약간 아쉬운 느낌이었습니다.
미취학아동인지 취학아동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연령대의 어린이들을 데려온 가족들이 상당히 많았고, 또 앞자리에 집중되었지요. 당연하다면 당연한데 무대에 대한 반응이 제가 그간 겪은 것 중 초연 다음으로 무덤덤했습니다.;;; 어느 장면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잘 모른다는 느낌이랄까요. 배우들도 일주일간 공연하며 상당히 지쳤던 건지 노래 중에 숨이 차서 호흡이 끊어지는 느낌이 들 때가 가끔 있었고, 춤도 조금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봤습니다. 가령 빅토리아 독무 때 다리가 좀 떨린 것 가지고 꼬마들이 낄낄 웃던데 제가 다 조마조마해지더군요.;
이런 상황에서 커튼콜이 되었으니. 배우들이 무대 끝에 나란히 서도 누구 하나 일어나질 않는 겁니다. 일어나야는데 어쩌나, 아무도 안 일어나네 이러면서 소심하게 안절부절하던 차, 객석 맨 앞 정중앙에서 침묵을 깨며 분연히 떨치고 일어난 용자가 있었습니다.
daleth님, 당신은 진정 용자십니다!!!;;;
daleth님의 용기를 보고 에라 모르겠단 심정이 되어 저도 일어났습니다. 아마 제가 2빠일 겁니다. -_-; 그제서야 사람들이 우우 일어나서 더 큰 소리로 박수치고 환호하더군요. 그 와중에도 저는 정면에서 제가 (비교적) 먼저 일어났다고 기뻐하던 럼플티져한테서 눈을 못 떼고 ㅠ_ㅠ 아니 미샤나, 주위 고양이들을 붙잡고 나를 가리킬 것까진 없었어요;;;
이야, 이거 폭주하다 보니 또 장문이 되어버렸네요. 그저 편애를 조금 드러내려 한 것 뿐인데. -_-; 아무튼! 미샤나가 날 기억하지 못해도 상관없어! 난 오늘 무지 행복했어! ㅠ_ㅠ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오늘 낮공연 C구역 맨 앞 4자리를 모두 비워주신 누군가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합니다. 이거 농담이 아니라 진심입니다.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