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이 TAC, 오른쪽이 오늘 도착한 그 컴플릿 씨디
휴대폰으로 찍었더니 영 화질이 그렇네. -_-;
디비디바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박스에 손으로 또박또박 쓴 주소부터 뭔가 감동스러운데 익일배송이라니 ㅠ_ㅠ
신품이 없길래 파손을 골랐더랬다. 도착한 걸 뜯어보니 케이스가 조금 긁힌 정도라 이게 뭐가 어때서 싶지만, 다른 사람들도 그런 마음인 건 아니겠지. 게다가 덕분에 싸게 샀으니 좋은 일이다.
자, 이제부터 각오 다지고. TAC에 안 나와서 아쉬웠다는 앤소니 앙졸라와 어째선지 악평이 자자한 게리 발장을 들어볼까. 콤발장을 대상으로 비교한다면야 워낙에 오리지날로서 포쓰가 있으니까 존 오웬 존스 급의 본좌가 아니면 어지간해선 좋은 평 못 듣는 게 당연하다. 그걸 감안하더라도 좋은 소리 못 듣는 이유는 그 필립 콰스트 -_- 탓이 아닐까? 내 생각이지만, 게리 모리스는 자베르가 그 필립 콰스트만 아니었어도.. 아니 콤발장과 콰스트 자베르의 TAC만 없었어도 -_-;;; 지금보다는 덜 욕을 먹지 않았을까 한다. 뭐 들어보면 알겠지.
..아니 잠깐만 The sun is strong, it's hot as hell below~ 부터 뭔가 아냐, 이건 아니야. 이건 듣는 것만으로도 소름끼치도록 피끓는 고통을 호소하던 TAC의 그것이 아닌.. 게 물론 당연하지만;;;; 와, 아무리 TAC땐 다른 나라에서 발장 했던 양반들이 죄수로 나와서 부른 거였대도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다니, 그렇구나. 그래서 아무나 주역을 하는 게 아닌 거구나.;;;;;;;
장 발장 -_-;; 아, 모르겠어. 못 부르는 건 결코 아니야. 다름아닌 장 발장을 할 정도면 객관적으로도 실력을 인정받는 배우일 것 아닌가. 문제는 발장의 세계에 저 콤 윌킨슨과 존 오웬 존스 같은 굇수님하들이 버티고 있으며 모두 악평과는 억만광년 거리란 거다. 이 양반이 발장으로는 악평을 좀 들었을지 몰라도 다른 데선 어떤 평을 들었는지 모르니 함부로 말할 일은 아니다만, 비교할 수밖에 없는 태산북두들이 너무 무시무시하지? -_-;
콤씨가 고음에서 꺏! 하고 꺾던 게 어지간히 귀에 박혔는지 독백과 who am I에서 그게 안 들리니까 심심하다. 그게 아니더라도 게리 발장은 전체적으로 뭔가 심심해. 우렁우렁 지르는 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선량한 성자 느낌이냐면 그것도 아니고, 출옥부터 죽음까지 뭔가 한 비슷한 슬픔을 품고 살다 간 느낌이다. 뭐 해석이야 배우 마음인데 일단 내가 좋아하는 발장 캐릭은 아닌 데다 밋밋하기까지 해서 문제다. 은식기 훔쳐 달아날 땐 천하에 둘도 없을 불한당스런 포쓰를 흩뿌리더니 bring him home에선 완전 성자 다 되어 있던 콤씨 같은 경우엔 워낙에 노래도 잘 하지만 인물의 변화가 두드러지기에 그걸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는데 (그리고 그게 원작의 발장 아닌가) 게리 발장은 그렇지가 않다. bring him home을 썩 멋드러지게 불렀는데도 원래 발장이 그런 양반이었어 -ㅅ- 하고 별 감동이 없는 것이다.;;;
가장 괴로운 건 역시 어딘가 늘 울먹울먹하는 것 같은 발장 때문에 자베르까지 파워가 약해진 것이겠지. 콤씨의 대마왕 발장에 너무 길들여졌나?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뭔가 목소리에 힘이 없다는 느낌인지라, 자베르가 강력했다간 판을 망치겠더구만. 다른 분들 말마따나 TAC 자베르가 왔다간 confrontation에서 바로 잡혀가 끝장날 테니까. 이 발장은. -_-;
자베르 발장이 상대일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연기를 TAC와 비교하니, 전자는 확실히 다른데 후자는 거의 차이가 없다. 팡틴이 난봉꾼한테 희롱당하고 화낼 때 난입한 장면과 바리케이드에 프락치질 하러 들어갔을 때를 비교해 보았다. 어조 같은 게 거의 변하지 않았다! 성량 같이 노래와 관련된 부분은, 물론 내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역시 차이가 거의 없다!; (이러니. confrontation같은 데서 살짝 김 빠졌지만 상대 탓으로 돌리겠음. 으득.) 그렇다면 콰스트 씨더러 컴플릿 때와 TAC를 비교하면서 일취월장이란 소릴 하는 건 의미가 없지 않을까? 콰스트 씨가 상대의 캐릭해석에 맞춰 연기를 바꾼 거라던 이야기가 진짜였나 보다. 게리 모리스가 욕을 먹는 건 다 이유가 있었다... -_-; 덕분에 자살씬마저 약해졌다. 흉포한 천사장의 초인간적인 야수성(..이거 내 표현 아님. 위고 대선생님의 표현임 -_-)을 가진 자베르가 이렇게 얌전하게 느껴질 줄이야. 대체 왜 자살하셨수? TAC 땐 죽음만이 자신의 정의와 양립할 수 없는 이 세계에서 해방될 유일한 방법이라 믿었기에 희열조차 느끼고 있었잖아요. (궁시렁궁시렁) 근데 왜 나는 stars만은 이렇게 정이 안 가지? 컴플릿도 TAC도 별 감흥이 없네...;;
팡틴
컴플릿은 좀 더 삶에 찌들고 지친 느낌.. 이분이 부르는 메모리를 한 번 들어보고 싶어지는데. 그렇지만 슬픔 이외의 감정표현에선 TAC의 루디 씨가 더 울림이 남는 것 같다. 내 취향이 루디 씨 같은 목소리를 더 선호하기도 하고. TAC에선 I dreamed a dream에서 뻑 가버릴 정도로 노래에 다채로운 감정이 담겨 있었더랬는데 컴플릿은 그 정도는 아니다. 그냥, 너무 지치고 힘들어 보인다.;;;
테나르디에 부부
원작을 생각하면 이 사아카고 사아카고 또 사아칸 독기를 잔뜩 품은 컴플릿 테나르디에가 딱이겠지만, 랄까. 레미즈에서 유일하게 관객들 웃기는 부분이 master of the house 아닌가. 근데 안 웃겨;;; 악독한 기운이 천리 밖에서도 느껴져 절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악당이란 느낌이야;;; 에포닌을 대하는 것만 봐도, 롬아르메 강도미수 씬에서 TAC에선 아오 이걸 내 딸이라 팰 수도 없고~! 라는 느낌이라면 컴플릿에선 진짜로 밤새 애를 반 잡았으리란 느낌. 물론 원작은 후자 쪽이다. 뭐, 캐릭 해석에서 작곡가가 의도한 것과 배우가 지향한 게 달랐던 것 뿐이리라. 그래봐야 이 블로그 주인장은 나, 감상주체도 나, master of the house 하나 때문에 TAC의 알런 씨 편들랜다. -3- 마담 테나르디에는, 역시나 내 취향 문제로, TAC 절 대 만 세 -_-
마리우스
이 양반은 오리지날 런던 마리우스였음. 컴플릿에서도 마리우스였음. TAC에서도 마리우스였음. 그냥 당신이 짱먹어! -_-;
이건 여담인데, 볼 씨. 당신의 그 덩치 때문에 마리우스를 업고 다녀야 했던 콤씨가 허리를 삐끗해서 지금까지 고생하시는 건 아삼? (...)
앙졸라
놀라고 또 감탄한 부분이 다른 분들과 같았다. 앙졸라가 삑살이 안 나?!!
으하하, 호주에서 국보로까지 불리는 양반이니 삑살같은 게 날 리 없지. 정말 잘 부르신다. 하지만 목소리가 너무 맑다보니 그게 오히려 내 취향에서 살짝 벗어나네. TAC의 마이클 맥과이어는 삑살대마왕인 대신 목소리 자체가 혁명가답게 굵직하고 선동적이란 느낌이었다. one day more! 에선 정말 one more day before the storm! 이란 느낌이라 앙졸라가 운을 뗄 때마다 매번 소름이 쫙 돋는다. 물론 red and black만큼은 분위기를 휩쓸어야 할 앙졸라가 마리우스한테 뭔가 눌리는(...) TAC보다야 컴플릿이 낫지. 인정해야지 그건. 단지 스트라이크존 문제로 TAC 손을 들어줄란다. ~_~;;;
코제트
미안합니다. 별 생각이 없습니다. 글쎄 레미즈에서 가장 인기없는 캐릭이 다 큰 코제트가 아닐까 싶은데. =_=;; 어린 코제트는 TAC나 컴플릿이나 참 구슬프게 노래를 잘 부르더라. 다 큰 코제트의 경우, 컴플릿에선 목소리가 원작의 종달새 이미지에 가까운 것 같다. TAC는 뭐라고 딱 꼬집어 떠오르는 느낌이 없다. 성악가들의 노래는 보통 울리는 느낌이 있던데 그게 듣기 좋은 경우가 있고 부담스러운 경우가 있다. TAC는 후자였더. the heart full of love는 TAC에서도 슥슥 스킵하는 부분이라오.(...)
에포닌 TAC의 레아 살롱가는 실연당해도 어떻게든 굳세게 잘 살아갈 것 같은데 컴플릿의 시마다 카호는 뭔가 위태로운걸. 실연의 끝에 뭐가 기다릴지 무서운데.; 원작의 에포닌은 자기 짝사랑에 한계가 있다는 걸 너무 잘 알면서도 자기만의 환상에 잠기는 게 참 애처로운 성장통을 겪는구나 싶은 느낌과 코제트 고것이 마리우스 님을 독차지하는 꼴 보느니 내가 그분을 위해 죽어서 그분의 기억 속에라도 자리를 잡고 말겠어! 라는 무서운 집념이 공존하는 캐릭이란 느낌이었다. TAC는 전자, 컴플릿은 후자에 좀 더 기운 게 아닐까? 어쨌든 나는 가냘픈 소리나 우는 소리는 싫어. 안 그래도 on my own이란 곡 자체가 취향이 아니라고. -_-;
가브로슈
노래실력은 TAC가 더 낫다. 뒷골목 왕초감이자 제대로 크면 앙졸라의 후계자가 될 만한 녀석이란 느낌. 깐죽거리는 것조차 뭔가 깡이 있는 느낌이다. 컴플릿 쪽은 그냥 엄청 까불거리는 애란 느낌.
근데 이놈의 TAC엔 가브로슈가 죽는 장면이 없다고! 비교를 못 하잖아! 으아아아악 가브로슈우우우우우우! ;ㅁ;;;
전체적으로 결론은 TAC -_- 란 이야기가 되어버렸나. 하기야 TAC는 카메론 매킨토시가 작정하고 준비한 드림캐스트니까. 적어도 반세기는 종합적으로 그 무대를 뛰어넘는 레미즈 콘서트가 나오긴 어렵지 싶다. 게다가 150명이 넘는 합창단의 힘이 역시 굉장하다. at the end of the day, one day more, do you hear the people sing 같이 합창이 중요한 넘버에서 곡의 파워가 확 달라진다.레미즈의 진짜 주인공은 민중 아닌가. 이게 팬텀이나 캣츠 같은 다른 뮤지컬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레 미제라블'만의 특징 중 하나겠지.
그래도 컴플릿이 TAC보다 나은 점도 있다. 우선, TAC는 어디까지나 콘서트라 잔가지를 좀 쳐냈다 이거다. 허나 컴플릿은 처음부터 끝까지 들을 수 있다. -_-! 그리고 나의 one day more! 이건 컴플릿만의 특징이 있어서 좋다. 8중창+합창이라 잘못 얽히면 뭐 하나 제대로 들리지 않는 곡인데 컴플릿은 무슨 수를 쓴 건지 각 인물들의 목소리가 따로따로 구별되어 또렷이 들린다. TAC에선 테나르디에 부부 등장 후에 에포닌과 코제트 파트가 전혀 안 들렸다. (..마이클 볼 탓이라고 생각한다. 안 그래도 고음 파트인데 혼자 콤씨랑 맞짱뜨면서 다 압도해버리잖아, 마리우스 주제 -_-;;;;)
처음 접했을 때와 좀 듣고 익숙해졌을 때, 거의 외울 지경이 되었을 때 각각 그 작품에 대한 느낌이나 감상이 달라지는 경우를 종종 경험했다. 돌아다니면서 들어보니 나만 그런 것도 아니더라. 듣다 보면 오늘과는 약간 다른 감상을 내놓게 될지도 모르지. 그렇다고 내 안에서 컴플릿이 TAC를 이길 날이 올 것 같진 않지만 -_-; 컴플릿도 나름대로 맛이 있을 테고, TAC라 해서 완벽한 것도 아니니까. 그런 게 문득 떠오를 때 비교하기 위해 남겨두는 내 첫 감상은, 이러했다.
p.s. 컴플릿은 씨디가 석 장이다. 그런데 그 세 번째 씨디가 좀 재미있네.
코제트가 씨디를 들고 마우스질을 하고 있어!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초딩 나이대였지! 악플? 악플이냐?! (...)
p.s. 09년 4월 22일, 컴플릿 씨디를 정리하다가 이제서야 깨달았음. 게리 마우어가 아니라 게리 모리스임! 마우어는 팬텀 쪽 인물이고! 난 난독이냐 뭐냐 크악!;;;;;; 여하튼 정정했습니다아아.... 여태 이걸 지적해준 분이 없다는 게 더 무섭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