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작년 말부터 유튜브질에 맛을 들였더니 어느 순간 뮤지컬 빅4 중 셋을 영상물로라도 경험한 자신을 발견했다. <나비부인>의 뮤지컬화란 데서 이미 에러인 <미스 사이공>은 생각 없지만 노래를 들어보면 또 어찌 될지 모르지. 사실 레미즈도 어떤 분위기인가 한 번 맛이나 볼까 하는 호기심에 one day more를 들어봤다가 이렇게 된 거니까.; 아무튼 그 넷 중 지금껏 접해본 팬텀, 레미즈, 캣츠는 각자가 지향하는 성격이 정말 다른 것 같다. 팬텀은 분위기, 레미즈는 스토리, 캣츠는 춤이라는 느낌. 앞의 둘은 그래도 소설이 원작이다보니 스토리 비중이 큰데, <캣츠>는 캐릭터 그리고 매번의 실황공연 '무대' 자체로 승부하는 게 아닐까 싶다. 실황을 못 보았으니 들은 말로 추측하는 거지만, 매 공연마다 관객들과 장난치고 애드립 터뜨리며 마치- 고양이 목숨은 9개라는 전승처럼 매번 새롭게 탄생하는 것만큼은 다른 작품들이 저 작품을 따라갈 수 없지 않을까?
캣츠의 고양이들은 뭐랄까... 하나하나가 '귀엽다'는 느낌이다. 결코 제이콥의 미스토 두고 하는 소리 아냐! 앗 내 코! 내 코가! 아무리 근엄하게 굴어봐야 육아 스트레스(...)가 표정에 다 나오는 멍커스트랩, 하는 짓이 다 예쁜 미스토플리스, 우리의 다정한 아저씨 스킴블샹크스 ;ㅁ;, 도무지 밉지가 않던 도둑괭이 커플에 암고양이들은 말할 것 없이 다들 멋지고, 푸짐한 올드 듀터로노미나 아마도 배우 중에서는 최연장자였을 거스도, 배우한테는 실례지만 귀여웠다. 묘사가 엄청 비참해야 하는 그리자벨라 외에는 다들 뮤지컬이니까 용납이 될 만큼 귀여운 캐릭터들이었다. 나는 민망해서 시켜도 못 할 것 같다. -_-;
그 중에서도 럼 텀 터거. 남들은 터거가 섹시하네 어쩌네 자지러지는데, 왜 나는 그런 느낌이 안 올까? 확실히 자기 테마 시작하면서 냐옹~ 할 때 살인적인 목소리다! 이런 생각은 했지만 거기까지, 내 눈에는 터거가 엄청시리 귀엽게만 보이더라. 오히려 젤리클볼 시작하면서 봄발루리나한테 작업 걸던 알론조가 제법 섹시하다고 생각했다(바로 차였지만. 알론조는 터거를 이길 수 없었다 -_-;). 그 유명한 터거의 골반웨이브는 어린 고양이들한테 장난치는 용도였고 알론조의 골반웨이브는 딱 짚어서 암고양이 한 마리한테 작업을 걸던 거란 차이가 있긴 했다. 아무튼 터거를 맡은 배우가 정말 멋진 몸매이긴 해도 캐릭이 하는 짓이 귀여워서 내 눈에는 섹시해 보이지가 않는다. dvd를 한 네 번 쯤 돌려 보던 무렵 나는 자연스레 터거를 바보 고양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어째서?;
하여간, 내 레이더는 가족 특히 형제라는 키워드에 강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젤리클볼 도중 잠깐이지만 올D가 좌 멍커 우 터거 끼고 앉아있는 장면이 지나가는데 그게 그렇게 훈훈해 보일 수가 없더라. 그래, 사실 내가 캣츠에서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올드 듀터로노미>다! 형제 듀엣 만세! OTL (본디 곡 자체가 아름답긴 한데, 남성 듀엣이 이렇게까지 '아름답다'는 느낌으로 들릴 줄은 몰랐다) 문제는 두 고양이가 정말로 형제냐는 거다. 위키와 본홈, 심지어 T.S.엘리엇의 원작에도 영어 울렁증 때문에 놓친 게 아니라면 그런 언급은 없었다. 멍커와 터거가 형제이며 올D의 아들네미들이란 소문은 대체 출처가 어디인지 궁금하다.
아니 뭐.. 세 고양이는 종 자체가 다르다만 여하튼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참 훈훈하더라 이거지. 군무 장면을 가만히 보면 멍커와 터거는 보통 딱 붙어서 자리를 잡는다. 스토리상 두 녀석의 위치가 중요하니까 그런가도 생각해 봤는데, 녀석들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한 미스토는 두 고양이와는 떨어진 데서 열심히 춤추고 있는 데다 무엇보다도 녀석들의 위치는 보통 맨 뒤의 잘 안 보이는 구석이다. 군무 때 위치배열은 스토리상 중요도에 큰 영향을 받진 않은 듯 하다. -_- 물론 미스토가 댄스리더니까 두 괭이보단 앞으로 나오는 게 맞긴 한데, 아무튼 같이 붙어다니진 않는다는 거다. -_-; 그리자벨라 승천씬에서도 올D 근처 높은 곳에서 따로 춤추는 건 좌 터거 우 멍커이다.(...두 자리 다 조명이 안 가긴 하는데 멍커는 정말 묻히더라. 유튜브 쪽 댓글들을 보니 멍커다 아니다 말이 많던데, DVD로 확인 결과 멍커가 맞다.;;) 하지만 올D 테마 때 빼면 솔직히 성격이 완전 딴판인 저 두 고양이는 아이컨택트조차 거의 없는 것 같은데. 정말로 형제라면 각자가 최강의 귀염둥이 미스토를 대하는 것의 반만큼이라도 서로에게 행하지 않을까. -_-; 그래도 멍커가 올D의 후계자인 건 기정사실이며 그 터거가 올D에게만은 단순한 존경 이상의 살가운 태도를 보이는 게 역시 아들이란 소문은 신빙성이 있는 것도 같고... 장남이야 워낙에 혼자 내버려둬도 든든하니까 신경 안 쓰지만 둘째는 대체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어서 특별히 녀석의 인사를 유도하거나 납치감금당했다 돌아와서도 둘째놈 손부터 꼬옥 잡아주는 식으로 어르신이 관심을 보이는 것 같더란 건 내 망상의 결과물이냐? (...) 쇼가 끝나도 팬이 가지고 놀 건덕지가 잔뜩 있으니 흥미를 더하면 더했지 잃진 않는다. 장수에는 비결이 있는 법. -_-;
...그런데 써놓고 보니까 무섭다. 젤리클 괭이들의 권력사회는 대략 정신적지주 올D와 실질적 리더 멍커를 중심으로 아래로는 대부분의 젊은 애들 위로는 아줌마 부대까지 끌고 다니는 터거가 다크호스로 암약한다 이건데, 다 한 핏줄이라면 이거 완전 대항할 길이 없는 왕가잖아. 맥카비티는 실은 세습권력에 대항하는 혁명가일지도..! (빠아아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