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드디어 레미제라블 10주년 기념 콘서트 디비디가 도착합니다. 재고가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윈디아 님!!! ;ㅁ; ...그런데 이걸 지르니까 이젠 울트라바이올렛까지 지르고 싶어지네요. 아마존에 재고가 둥둥 떠다니는 걸 봐 버렸더니.; 제가 아무래도 콰스트 씨한테 버닝하는 게 맞긴 맞나 봅니다. 이게 웬 날벼락인지 모르겠습니다(이게 다 TAC 때문이다!). 아이실드에서 뭐가 또 터져야 정신 차리려나; (그건 정신줄 놓고 싶다는 선언이냐)
여러분, 미래에는 어둠도 불의의 습격도 광포한 무지도 피비린내나는 복수도 없을 것이오. 사탄이 없어짐과 동시에 미카엘도 없어질 것이오. 미래에는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이 없을 것이고, 지상은 빛나고 인류는 사랑을 알게 될 것이오. 여러분, 모든 것이 화합이요, 조화요, 빛이고, 기쁨이며, 생명일 그런 날이 올 것이오. 그날은 틀림없이 오는 것이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죽어가는 것은, 그날을 오게 하기 위해서인 것이오.
5권 12편 꼬랭뜨 中, 앙졸라의 말.
자베르는 위고 대선생이 공공연히 대천사 미카엘에 비견한 인물이다. 근간으로 삼은 정의의 성질이 무엇이건간에, 그는 악(사탄)으로 규정된 자를 심판하는 포지션이다. 그의 입장에서 볼 때 24601은 분명 처단해야 할 사탄이다. 그렇지만 이 세상에는 이미 24601이란 죄수가 없었다. 바리케이드에서 다시 마주쳤을 때에는 성자로 거듭난 장 발장이라는 인간이 있을 뿐, 사탄은 사라진 후였다.
그렇구나. 그래서 자베르가 죽어야 했던 거구나. 그래서 그렇게까지 꽉 막히고 그렇게까지 순결한 인물로 묘사된 거였구나.
그러니까 마리우스야말로 발장의 마지막 시련이었던겨. 마들렌 씨가 제 발로 법정에 갔을 때도 캐감동이었다만 이건 늘그막에 자신이 가진 마지막 보물이자 생명의 근원마저 남한테 내줘버린 것 아닌가. 정말로 아무것도 안 남기고 불태웠어 새하얗게 상태가 되었으니 코제트가 결혼하고 얼마 안 있어 이승을 하직한 게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나도 물이 들어버린 건지 발장과 자베르의 대립구도가 자꾸 예사롭지 않게 보여 두려운데(...이게 다 TAC 때문이다!) 그럼에도 굳이 말하자면, 마리우스를 받아들이기로 한 이상 이미 발장에게 있어 자베르 건은 아웃 오브 안중이었다는 것이다. 발장은 자기 개인의 문제는 코제트와 관련된 문제와 비교할 때 참 하찮게 다루는 경향이 있으니까, 뭐랄까. 마리우스도 받아들였는데 자베르 쯤이야, 랄까. 아니 뭐 실은 작품 전체를 뒤집어봐도 발장이 자베르를 증오하는 기색은 없었지만(마리우스는 딸도둑놈 이상의 악당 취급하며 아주 씹어먹으려 들던 것과 비교된다 -_-;)... 여하간 마리우스 문제가 자베르 문제를 뛰어넘어 버리다니 과연 코제트, 인생의 승리자이다. =_=
발장의 감흥과는 별개로, 마리우스라는 인물은 대체 내 마음에 들었던 적이 없다. 애송이라는 느낌이 강하다보니 노련한 캐릭을 선호하는 내 취향에 안 맞는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이 인물이 코제트와 연애전선을 펼치는 부분에선 레미제라블이 재미없게 느껴진다는 것이 크다. 나는 로맨스엔 흥미 없거든. 더군다나 축약본으로 봤던 시절에는 학생들이 왜 봉기했나 설명이 적다 보니 전혀 이해할 수 없어서 생뚱맞기까지 했더랬다.; 그래도 볼 마리우스는 노래 잘 하니까 예외.
그런데 혹시 나는 지금 레미즈에 버닝하고 있는 건가? 아니 버닝하는 건 상관없는데, 그게 두고두고 읽혀야 할 저 위대한 원작에 버닝하는 건지 뮤지컬에 버닝하는 건지 배우;;;에 버닝하는 건지 그걸 알 수가 없다. 어째선지 영어라면 질색하는 내가 PQ가이드까지 들어갔네? =_= 이게 다 TAC 때문이다. 자베르 안 하겠다는 사람을 직접 전화통 붙잡고 불러낸 콤 씨가 죄많은 남자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