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실종된 래비녹 호에 대한 실마리가 발견된다. 그 배에 포로로 수용되었던 친구를 찾기 위해 출발하려던 키라는 카다시아 정부의 요청으로 두캇과 동행하게 된다. 단서를 좇아 도자리아 성계에 간 그들은 전투의 흔적이 남은 래비녹 호를 발견한다. 두캇은 추락선 옆의 무덤에서 베이조 총독 시절 정부(情婦) 이상의 관계였던 베이조 여인 토라 내프렘의 팔찌를 찾아낸다. 두캇이 찾으러 온 사람은 내프렘과 두 사람의 딸인 토라 지얄이었다. 두캇은 지얄이 살아있을 경우 자신의 지위를 보전하고 카다시아의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살해할 것임을 알리고, 키라는 강하게 반대하며 경고한다. 추적 끝에 찾아낸 생존자들은 브린 병사들의 감시 하에 노역에 동원되고 있었다. 생존자들을 탈출시키는 과정에서 지얄을 찾아낸 두캇은 결국 그녀를 죽이지 못하고 카다시아에 데려가기로 결정한다.
정거장에 들른 카시디와 저녁을 함께 하던 중 시스코는 말실수를 해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만든다. 주위 사람들의 충고를 들은 그는 카시디를 찾아가 솔직하게 사과한다.
-비운의 공주님 토라 지얄 등장. 불쌍한 지얄...
-키라와 오도의 화요일 아침 정기 데이트(라는 건 한쪽의 희망사항일 뿐이고ㅋㅋ) 떡밥이 이번 에피소드에서 처음 풀렸나 보다. 물론 이전에도 베이조 쪽 업무와 관련해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오도는 보고하고 키라는 승인하고 중간중간 잡담이 오가는 묘사가 종종 있었지만, 4x13(Cross Fire)의 떡밥적인 의미를 갖는 것으로는 이번 에피소드가 처음인 것 같다. 근데 그게 한쪽에서만 '아마도 데이트..'라고 소심하게 희망하는 거라도 말이지, 내용적으로는 정거장에서 일어난 범죄와 사건사고 보고잖아. 나중에 빅과 이야기하는 걸 보면 범죄활동보고서가 의도한(?) 자리에서 쓸 화제는 아니란 걸 본인도 알긴 알던데. 오도가 연애를 못 하는 건 당연한 건가 봐.(...)
-두캇과 개랙은 가끔, 베이조는 카다시아가 점령해줘서 그나마 발전한 거 아님? 쯤 되는 내용의 헛소릴 한다. 현실에도 비슷한 헛소리가 있다. 일본이 점령해줘서 한국이 전근대를 벗어난 거 아님? 쯤 되는. 이른바 식민사관이란 게지. 점령해준 덕에 그 동네가 잘 되었다면 어째서 점령당한 사람들이 하나같이 살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피흘려 저항했을까. 그 근대적인 시설들이란 건 점령자들이 자기들의 편의와 이익과 발전을 위해 만든 거지 피식민지 사람들을 위한 게 아니었다. 단적인 예로 해방 무렵 한반도에 있던 공업시설들은 일제가 군수물자를 찍어내기 위해 세운 것들 뿐이었다. 정작 생필품을 만드는 공장은 없다시피해서 고무신도 귀했다고. 그게 근대화냐? 그 동네 사람들을 발전시켜주고 잘 살게 해준 거냐? 제국주의에 대한 변명이란 무엇을 갖다붙여도 옹색하기 짝이 없다.
-키라가 새로운 베이조의 화신이고 두캇이 새로운 카다시아를 대표한다면, 둘이 협력해서 두 종족의 혼혈인 지얄을 구한 것은 양국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적인 의미이다- 라고 두캇이 속으로 자화자찬을 썼을지도 모르겠다. 그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 래비녹 호를 조사하러 가는 런어바웃 안에서 내내 키라한테 날린 작업멘트들이 단순히 작업멘트적인 의미만 갖진 않겠지. 근데 두캇이 키라한테 작업을 거는 게 이번이 처음도 끝도 아닌지라, 그때마다 구경하는 내가 살살 약이 오르네. 대충 주먹구구로 시간대 계산을 해보니 두캇은 키라 머루 씨가 죽은 후에 토라 내프렘 씨를 사귄 것 같다. 간신히 양다리 혐의는 벗어난 듯한데, 어쨌거나 딸뻘쯤 되는 키라 너리스 씨한테 작업을 걸 군번이 아니잖아. 이미 건사해야 할 자녀가 7+1(+a 키읔)이나 되기도 하고. 두캇은 참.... 여러가지 의미로 대단한 남자다. -_-;;;
물론, 키라와 두캇의 관계는 그런 각도에서만 볼 일은 아니다. 어쨌거나 DS9이라는 드라마 속에서 키라는 新 베이조의 대표고 두캇은 舊 카다시아의 대표다. 두캇이 키라에게 자꾸 치근덕거린다면, 그건 아직도 제국주의에 향수를 가진 카다시아가 옛 식민지인 베이조에 대해 정치적으로 데레데레하고 싶어하는 거라 해석할 수도 있겠지. 그때마다 키라가 짜증을 내는 건 결코 츤츤거리는 반응이 아니라는 게 미연시와의 차이이고.
-어찌 됐건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인간적인(지구인스럽다는 의미가 아니고, 말 그대로 인간적인) 두캇이 전 시리즈를 통틀어 최대치로 묘사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에피소드 전에는 카다시안이, 그것도 두캇이 눈물짓는 걸 상상한 사람이 거의 없었을 것 같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물론 하루에 한 번 등장해주시는 두캇의 굴욕 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모습 처음이야 초성이 멈추질 않아 ㅋㅋㅋㅋㅋㅋㅋ
트렉의 카다시안들은 가족이 (국가와 정부 제외했을 때) 최우선가치라고 주장하는 종족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가족문제가 얽히면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시련이 되는 모양이다. 아버지가 자신과 자식 중에서 양자택일해야 하는 경우가 세 건이나 있지 않은가. 테인과 개랙(아, 미리니름! 허허허), 게모어와 일리아나, 그리고 두캇과 지얄. 테인은 내츄럴 본 권력지향이었고, 게모어는 처음부터 딸 편이었다. 두캇은? 이 변덕스런 양반은 현상유지 쪽으로 기울다가 그때로부터 6살을 더 먹어버린 딸내미를 만나고 나더니 여태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버리고 딸을 택했다. 그 결과는? 테인은 권력을 누렸지만 그것을 연장하기 위해 던진 노림수가 실패하자 쓸쓸하게 파멸했다. 게모어는 지위와 권력을 잃고 망명객이 되었지만 베이조에 다 큰 딸내미가 생겼다. 그리고 우리의 두캇은 가정파괴범이 되었다.(...) 자업자득이란 걸 본인도 아는지라 별 변명은 안 하데. 두캇이 잃고 얻은 것, 그리고 딸바보로서 벌이는 행태는 조만간 다른 에피소드를 통해 알게 될 일.
어, 잠깐. 테인이 개랙을 외면한 건 혹시 사내놈이라서임? 딸이었으면 안 그랬을 거임?? 카다시안은 이런 식으로 아들딸을 차별하는 거임?!!(...)
-그러고 보니 브린이 이번에 처음 등장했나. 나는 도미니언 전쟁 때 왜 이들이 그런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다. 전쟁 전에는 여느 알파 분면 종족들처럼 적대관계였던 것 같은데? 이번 복습 때는 잊지 말고 브린의 행보를 봐둬야지.
근데 브린이 카다시아 배를 떨어뜨리고 그 배를 탄 사람들에게 시킨 일은, 말하자면 멸치잡이 어선 괴담의 우주버전이잖아?(...)
-시스코에게 조언을 해준다고 달려드는 무리의 면면을 보면 아직 솔로인 바시어와 결론은 홀로스윗인 쿼크에 심지어 풋사과 아들놈과 그 아들놈의 친구까지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사령관의 사생활이 살짝 삐끗한 것 가지고 몇 사람이 호들갑인 거야.; 여기서 가장 쓸모있는 조언을 한 사람은 제이크였다. 제이크가 어른이 다 된 건 둘째치고, 자기 아버지의 연애 문제에 대해 친구와 의논하더니 충고까지 한다는 게 역시 내가 속한 문화권에서는 생경한 것 같다. 그걸 시스코가 순순히 따랐다는 것은 더더욱.;;
역대 함장들 중에서 연애에 가장 열성이던 건 물론 데니 크레인 커크다. 그런 바람둥이 말고, 한 사람과 진지하게 관계를 구축해 결혼까지 골인한 경우는 시스코 하나뿐이었다. 다른 함장들이 배 한 척 이끌고 정처없이 우주를 돌아다니는 게 업이었다면 시스코는 함장 노릇보단 정거장 하나에 틀어박혀 사령관 노릇하는 게 주 업무였다는 차이가 있긴 하다. 하지만 시스코는 부함장 시절에도 이미 기혼자였다. 제니퍼나 카시디가 스타플릿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 그런데 커크에게 난데없이 다 큰 아들놈을 안겨준 여인네도 민간인이었잖아. 이쯤 되면 스타플릿 함장들이 독신을 산재 목록에 올리기 위해 단단히 뭉친 것이거나, 연애도 잘 하고 아들도 잘 키운 시스코가 슈퍼맨이라는 이야기 같은데? -_-;
-어, 잠깐. 베이조인과 카다시안이 종족적으로 그렇게 가까운가? 인간과 벌컨 혼혈 중 살아서 태어난 건 스팍이 처음이었고, 그것도 수정체 때부터 화학적인 처리를 꾸준히 해줘서 가능했던 것이다. (즉 스팍의 팬들은 사렉의 권력과 재력에 경배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두캇이야 총독나리 씩이나 되었으니 비밀리에 그런 걸 해줄 권력이 되었다 치더라도, 피지배시절 태어난 혼혈들이 지얄만 있는 건 아닌 모양이던데. 그 혼혈들은 어떻게 된 걸까. 설마 노새같은 처지는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