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망상

三國志妄想 2010. 2. 28. 04:30
졸업생도 멀티실을 이용할 수 있다니 최대한 가보자. 아무튼 내 등록금으로 지은 중도니까 쓸 수 있는 만큼 써먹을 테다. 그리하여 집어든 오늘의 영화는 오우삼의 레드클리프2. 왜 하필 이거였냐면, 그냥, 금성무의 해사한 공명을 다시 보고 싶어서. 지인의 은혜를 입어 영화관에서 공짜로 봤을 때도 신나게 욕을 퍼부으면서 나왔더랬다. 그게 지금이라고 다를 쏘냐? 주유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 까지는 나쁘지 않은데 그게 위촉오 삼국의 군주들을 하나 하나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표현된다는 게 문제인지라, 역시나 손발이 오글거려 보기 괴로웠다. 금성무의 공명과 호군의 자룡마저 없었으면 이딴 걸 내가 무려 복습 씩이나 할 리가 없어.
이런 상황이다 보니, 승상님이나 돌쇠가 돌아다닐 때가 아니면 절로 산만해지더란 것이다. 자고로 산만한 정신은 망상의 거름이다. 천하에는 레드클리프도 있고 용의 부활도 있다. 그럼 삼국지로 못 만들 영화가 뭐 있겠냐?(...) 멋대로 뻗어가던 나의 망상은 차차 내가 어떤 장면을 영화로 보고 싶은가로 수렴되었다.
결론은, 제갈량의 1차 북벌이었다.




요즘 트렌드 기준으로 보면 주인공이 제갈량인 데서 이미 시망이겠지? (...)
어쩌다 들른 죄로 심신에 피해를 입은 분들께는 사죄의 말씀 전합니다. 왜 클릭하셨나연 호기심은 몸을 망치는 첩경이에염... -_-;;;
망상질은 팬픽질로 뿜는 것이 좋겠으나, 그러기에는 내 삼국지 내공이 너무나도 딸린다. 안 그래도 망상의 개요가 잡히자마자 자치통감과 정사 등등을 조금 뒤적였다가 떡실신했다. 이건 팬픽질 마인드로 덤빌 수 있는 게 아냐! OTL
그저 나본이 본좌다. 결론은 언제나 그러하다. OTL



p.s. 그나저나. 조운은 사망 당시 일흔은 아니었을 것 같다. 칠십대였다고 보면 유비보다도 나이가 많아지는데, 그래서는 소년/청년장수 이미지랑 전혀 매치가 안 된다. 그게 나본과 돈에이의 조작이라고? 글쎄, 그 오랜 세월 동안 중국인들이 나본 한 명에 속아서 소년/청년장수 이미지로 기억해왔을까? 그 시대에는 성인인증연령이 스물보다 아래였겠지. 게다가 극심한 전란 때문에 마흔을 넘기는 남자가 희귀했다니, 달리 말해 마흔만 넘겨도 슬슬 노친네 취급을 받았으리라. 공손찬 휘하 데뷔 당시에는 아무리 많아도 20대 중반의 청년이었을 거라 봐야겠지. 내 생각에는 장비와 비슷한 연령대였다고 봐야 할 듯 싶다. 그럼 사망 당시 50대였거나 많아봐야 60대였을 것이다. 나본은 왜 그랬을까. 유비가 죽었다고 따라서 10 내지 20년 쯤 팍삭 나이를 먹여 버리다니 무슨 좆공 따라간 돈형도 아니고 -_-;
넵 오늘도 촉빠인증 돌쇠빠인증요 감사.

p.s.2 사실 나는 정비석저를 통해 인생 최초로 삼국지를 접했던 그 첫 번째 순간 말고는 후출사표 이후로 진도 나간 적이 거의 없다.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제갈량의 저 미칠 듯한 노력이 어떻게 끝나는지를 알기에. 삼국지는 언제나 읽기 힘들다. 그래서 화봉요원 같은 마도로 빠지고 이ㅆ..

p.s.3 그렇구나. 금성무의 공명이 마음에 들었던 건 아직 젊은 사람 특유의 순수함과 빛으로 가득한 공명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신선하고도 귀하게 다가왔기 때문이었어.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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