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눈치껏 내용을 때려맞춰가며 적는 감상입니다. 드라마의 실제 내용과 어긋나거나 곡해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이 손권은 주유를 정말 거북해하는구나. 주유의 군영에서 부장들이 적벽대전의 전과를 보고하는 가운데 나중에 온 손권은 얼굴이 굳어있다. 주유 앞에 나서기 전에 일부러 웃는 표정을 짓는 손권이라.. 손권은 내정 쪽에서는 틀림없는 달인이다. 장소가 아무리 잘났다 해도 주군인 손권에게는 일단 꿇어야겠지. 그렇지만 합비의 쥐덫전설로 알 수 있듯이 손제리는 군사 쪽에서는 별 것 없다.(...) 게다가 주유는 손책 시대부터 군권을 다뤄왔으며 어떤 의미로 탁고대신이란 말이지. 해서, 적벽대전 전까지의 동오에서는 주유의 의견이 군권에 관한 한 손권보다 우위에 있지 않았을까 싶다. 대개 권력자란 일국의 종교 돈 군사 중 하나 이상을 좌우하는 사람인지라, 주유가 아무리 공손하게 굽히고 들어가도 손권 쪽에서 쭉 찝찝해 했다는 식으로 풀어가려 하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겠지. 그런 인물이 절대적인 열세를 뒤엎고 외적을 깨부수기까지 하면, 뭐, 멀리 갈 것 없이 이충무공을 바라보는 선조가 생각난다.(...)
그나저나, 이 드라마의 손권은 손책이 죽을 때 감정적인 동요를 별반 드러내지 않으면서 기다렸다는 듯이 정권을 물려받은 탓에 일부로부터 손책 암살의 흑막은 바로 손권이라는 빈정을 들을 지경인지라. 제작진은 손제리가 말년에 노망이 난 걸 젊을 적부터 티내고 싶은 걸까? 그런 주제에 장소와 육손의 쓸쓸한 말년을 어영부영 넘긴다면 제작진은 나한테 작신작신 씹힐 줄 알아라.
-관우의 화용도 사건을 두고 노숙이 버럭하고 있다. 열받은 노숙 앞에서 제갈량은 관우가 조조를 살려보내리라곤 생각도 못한 것처럼 당황하다 군령을 운운하고 있다. 와,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 제갈량은 대체 이 극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거지?
여기서는 제갈량이 관우를 참하라고 난리친 것을 유비 패밀리가 동맹인 동오 앞에서 면목을 세울 수 없기 때문이란 식으로 해석이 풀리는 모양이다. 그 결과 유관장 삼형제가 모두 사죄의 큰절을 올려가며 노숙에게 용서를 빌어야 했다.;;; 물론 제갈량과 관우가 라이벌 관계라 제갈량 쪽에서 관우를 길들이기 위해 일부러 화용도의 쇼를 준비했다는 식으로 썰을 푸는 것보다는 이쪽이 보다 현실적이다만, 화용도 사건 자체가 연의에 기반한 픽션이란 걸 무시하는 처사인지라 좀 재미가 떨어진다. 연의의 화용도 사건은 제갈량이 관우를 길들이는 한편 그가 조조를 살려보내리란 것까지 예견하는 무서운 판단력을 선보인 이벤트였다. 그것을 이런 식으로 풀어가면 제갈량의 광영시뮬버전 지력을 10 정도는 깎아야 할 것 같은데.(...) 연의에 쓸데없는 현실성을 부여하려 들지 말고 연의면 연의, 정사면 정사로 분명하게 잡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
아마도 창천항로가 조조의 기묘한 모험을 강행해가며 연의의 초인적인 제갈량을 까댄 것과 맥락을 같이하지 않을까 싶다. 제작진은 인간을 낱낱이 꿰뚫어보는 신기묘산의 전술가가 아니라 정치가로서의 제갈량, 인간 제갈량을 강조하고 싶은 게 아닐까? 그런데 이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연의에 기반하고 있단 말이지. 연의는 군담틱한 성격이 강하다. 거기서 정치가 제갈량을 표현하려면 얼마나 할 수 있겠나? 연의를 따르는 드라마에서 무공이나 전술의 영웅과 정치와 행정의 달인 중 어느 쪽이 보다 묘사하기 쉽겠느냔 말이다. 게다가 실제로도 정치가로서 초천재였던 제갈량에 주안점을 두고 싶다면 여기서 이렇게 굴어선 곤란하다. 신하인 제갈량 선에서 일을 처리하지 못해 주군인 유비가 몸소 동맹의 사절 앞에서 머리를 숙여 인정을 구하게 하지 않았나. 이게 뭐야;;;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제갈량이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인물이 되거나 군략에 완전히 꽝인 인물같이 묘사될까봐 걱정스럽다. 나는 제갈량이 까이면 참을 수 없는 막장촉빠라는!!
* 추가 : 그게 다 연기였냐!!!
한글자막 만세다! 그게 유비가 아직 기반다운 기반을 갖지 못한 때인 걸 떡밥으로 벌써부터 손유연합의 동상이몽질을 뽑아낸 거였구만. 제갈량은 역시 주유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있었다. 과연 아무리 요즘 중궈놈들이라도 무후를 까내리진 못하는구만.(...) 제갈량에 맞춰주는 유비의 연기도 끝내준다. 외교사절을 맞는 자리에 왜 장비가 불려왔나 했더니 이유가 있었구나. 뒷사정을 전혀 모르는 장비는 진심으로 제갈량에게 화내며 관우를 실드쳐 줌으로써 유비가 실드에 끼어들 빌미를 주는 역할이었다. 또한 관객 입장이지만 실은 다섯번째 배우인 노숙도 상황에 맞춰 화내다 용서하는 연기를 적절히 해냈고. 무서운 아이들! -_-;;;
문제는 주유다. 아무리 봐도 내 눈에는 이 드라마에서 노숙이 주유보다 더 뛰어나 보인다. 물론 주유는 유비 필요없음 조조 대 강동으로 천하이분하면 끝 운운하는 노선이고 노숙은 강동 혼자 어떻게 하북을 다 상대함 현실적으로 삼분이 답임 운운하는 노선이니까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긴 한데. 중요한 건 그 조조가 협천자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 유비가 황실 종친인 걸 늘 광고하는 이유, 즉 '여론'이라는 것을 노숙이 제대로 꿰뚫고 한술 더 떠 이용하려 했다는 거. 노숙이 오래 살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서주와 합비 둘 중 하나를 뚫지 못하는 한 손권은 역시 상대적으로 만만해 보이는 형주 뒷치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긴 한데, 노숙이라 해도 여몽처럼 강경한 방법을 택하게 될까. 이거 꽤 재미있는 IF 떡밥이 되겠는데. 어찌 됐건, 단명한 노숙은 촉빠들이 빨아줘야 한다.
-그러니까 마속 이 새퀴가 왜 벌써부터 여기에 있냐고요. 마량이나 보여줘여 마량. 제작진한테 흰눈썹이란 그저 이릉-성도 구간 셔틀이져?(...)
-이 조조한테는 정말 반하겠네. 개그포텐은 둘째치고 참 인간냄새가 풀풀 나서. 중년까지의 유비가 하도 치이고 살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려지기 쉬운데, 조조 역시 숱하게 큰 패배를 경험했다. 그때마다 툭툭 털고 일어나 자기 갈 길을 가니 조조가 영웅이라는 거지.
중국어를 모르니 조조와 사마의의 첫 대면에서 뭔 소리가 오갔는지를 모르겠다. 손유연합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진언하는 것 같은데 정확히 뭐라는 건지를 알 수가 있어야지. 내가 관심이 없어서 관련된 글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기 때문에 짐작만 하는 건데, 사마의는 양수와 정반대 타입이었던 것 같다. 똑똑한 걸 티내다 끔살당한 양수와 똑똑한 걸 숨기고 시치미떼서 기어코 아들 대에는 찬탈에 성공하기까지 하는 사마의. 그런데 그 사마의가 적벽대전 직후의 조조에게 직접 진언을 올리며 자신이 쓸모있음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니 좀 신기한 느낌이다. 사마의는 조조와 조비 시대에는 조용히 보신하며 지내지 않았나? 사마의가 본격적으로 신임을 얻은 건 조예 시대이며, 그것도 제갈량의 북벌 덕이지 않았느냔 말이다.(?!?!) 뭐, 조조도 그랬겠지만, 사마의 역시 처음부터 찬탈할 생각이진 않았겠지. 그냥 그러려니 봐야겠다.
근데 사마의는 제갈량보다 겨우 두 살인가 밖에 연상 아닌가? 노안 돋네.(...)
-그동안 조조의 시동1 노릇밖에 안 하던 조비가 슬슬 포텐을 터뜨리려는 모양이다. 야밤에 순욱을 찾아가 밀담을 하네. 근데 조비와 커넥션이 있는 고위문관 하면 가후지 순욱은 아니잖아. 대체 왜 찾아간 거지? 아오 내가 진짜 이깟 드라마 때문에 중국어를 배워야하나.;;;
확실한 건 순욱을 방문한 이 조비가 그간 드러낸 어리버리한 인상과 달리 뱃속에 까만 계략이 가득한 데다 성깔도 있는 모습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음, 조비의 전설적인 악행들이 줄줄이 떠오르기 시작하는데.(...)
-음, 조조가 자리를 비운 허창에서 순욱이 잘 차려입은 조비를 모신 다음 신하들을 모아놓고 일장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순욱은 조비의 부탁으로 그가 조조의 후계자임을 인식시키는 이벤트를 연 게 아닐까 싶다. 아, 그랬지. 이 드라마의 순욱은 한나라 부흥 따윈 모르며이 부분은 내 오해임 곽가와 가후를 합쳐놓은 것처럼 속이 새까맸지.(...) 그런 와중에 생각없이 난입한 어린 동생을 두고 헤헤거리는 조비라니 나중에 위문제 시대의 막장아침드라마는 또 어찌 전개될지 두렵다.(...)
* 추가 : 그 이벤트는 마등과 한수가 허창을 습격하자 조조가 특유의 허장성세로 그쪽의 진격을 늦추려는 술수였음. 이 이벤트에서 조비가 어깨에 힘을 주고 나타난 건 순욱과는 무관하며 조비 단독의 속내 꺼먼 짓이었음.
-결과적으로 조비의 정치쇼는 예상 밖의 변수로 인해 물거품이 되었다. 아버지와 신하들 앞에서 어깨에 힘 좀 주고 싶었을 텐데 이를 어쩌나. 근데 거기서 얼굴이 일그러지는 게 아니라 정말 기쁜 듯이 웃은 걸 보면, 이 조비는 혹시 이중인격이거나 얀데레 파더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음, 후자일 거야. 후자가 틀림없어.(.....)
*추가 : 그런 거 업ㅅ따. 아버지와 막내 양쪽 모두를 향한 허탈한 웃음이었다. 사냥터의 순욱 때도 표정을 잘못 읽었는데 난 왜 이러냐.; 조충만 안 됐다. 이 드라마의 조비는 확신범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