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고말굽쇼 그분의 캐릭터는 義입지요

-갤에 갔다가 깜놀했다. 견자단이 삼국지 영화를 찍는다고? 그것도 관우로 분해서?
내가 놀란 건 체격 때문이다. 관우는 9척(9x23cm) 언저리의 거인이어야 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는데 견자단은 차라리 선비에 더 어울리는 아담한 체구 아닌가. 물론 관우가 거인이어야 할 것 같은 이미지는 어디까지나 '이미지'일 뿐이다. 역사서에는 8척 이상의 장신이 일일이 기록되어 있는데 관우의 경우에는 그런 언급이 없으니 실제로는 평균체격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앞서 삼국지를 소재로 찍힌 숱한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관우를 맡은 배우는 얼굴만 근엄하면 되지 체격까지 거대하진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거인' 관우는 만화 쪽에서 이미지화한 게 크겠지. 그래. 나는 만화를 너무 많이 봤어.(...)
뭐, 아무튼. 견자단의 관우라니 좌씨전을 끼고 사는 '배운 무장'이 딱 떠오른다. 근엄한 거야 배우가 가만 있어도 풀풀 풍기는 분위기이니, 관우의 체격에 대해 내 안에 박혀있는 고정관념만 깨면 견자단의 관우를 받아들이는 건 아무 문제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견자단은 좋은 배우니까.

-그나저나 내년에 개봉된다고라. 내년부터 드라마 삼국을 찍은 팀이 그 드라마 기반으로 영화를 찍는다 카더란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조만간 또다시 삼국지 기반 영화가 유행할 스멜이더란 거다. 이걸 좋아해야 할지 모르겠다. 본가에서 중국 영화들을 쭉 보며 느낀 것이, 21세기로 넘어온 이래 이 친구들은 내러티브가 참 약해졌다. 사극을 할 거라면 <공자> 정도만 되었으면 좋겠는데, 그 영화의 경우 내용이 좋은 대신 흥행용이란 느낌은 안 들었더랬다. 그러니 사극을 찍는다는 감독들도 어지간히 지원을 받는 게 아니라면 <공자> 찍듯 찍진 않겠지. 레드클리프처럼 할지언정. -_-
보아하니 <관운장>은 오관돌파가 스토리의 중심인 모양이다. 거기서 항복한 관우를 나쁘게 보던 유비의 첩이 점차 생각을 바꾸면서 어쩌고저쩌고 하는 걸 보면 살그머니 불안해진다. 관우가 조조 밑에서 더부살이하던 시절에 실은 유비의 부인들과 이러쿵저러쿵 했는데 나본이 그걸 곧이곧대로 쓰려니까 꿈에 강림해 협박했다 카더란 민간설화가 퍼뜩 떠오른다. 설마 그 유비의 첩이 미부인이나 감부인은 아니겠지. -_-;; 모처럼 관우가 주인공인 영화가 나온다는데 그다지 기대되진 않는구만. 핫하, 핫핫핫.;;

-영화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언젠가 뻘망상을 끄적였듯이 내가 삼국지에서 가장 영화로 보고픈 장면은 제갈량의 1차 북벌이다. 21세기 초반 들어 중원에서 용의 부활이니 레드클리프니 드라마 삼국이니 하는 삼국지 영상물들을 쏟아내는 분위기를 보면 조조나 제갈량 (그리고 약간의 측은지심을 보태서, 강유 -_-;;;) 정도라면 일생을 다룬 영화가 한 편 쯤 나옴직하다. 아니 나왔으면 좋겠다. 다만, 역시나 기대는 안 된다. OTL
흐음, 그래도 제갈량이 주인공인 영화는 보고 싶은데. 내 소원대로 북벌만 다뤄도 좋고, 일생을 쫙 훑으면 땡스하고. <간디>처럼 러닝타임을 한 세 시간은 잡고, 조조의 서주학살 때 꼬꼬마 공명이 고향땅을 도망쳐 나오는 데서부터 시작해 오장원까지 <공자> 풍으로 읊어보면 딱 좋지 않을까? 조실부모하고 부모처럼 키워준 숙부님은 살해당하고 젊을 적에 사귄 얼마 안 되는 친구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겨우 주군을 얻어 잘 나가나 했더니 어라 형주가 털렸어요 이릉은 뭔가요 융중대 망했어요 o>-< 겨우겨우 나라를 수복시키고 비장하게 출사표를 썼더니 어라 마속 이 새퀴가? 이엄 이 새퀴가?? 마음이 통하던 직장동료들은 다 저 세상 사람이죠 나라에선 소녀가장(?) 승상만 바라보죠 사마의는 우주방어를 하죠 식소사번에 수명은 반토막났죠, 죽음을 앞두고 이 눈물나는 일생을 돌아보면서 강유에게 조근조근 들려주는 형식으로 가면 좋..지 않을까?
넵. 오늘의 뇌내망상극장은 여기까지.



p.s. 그리고 진짜로 진짜로 사심을 좀 더 보태서, 조운이 주인공인 영화 한 편만 제대로 봤으면 좋겠다. 용의 추락부활 같은 거 말고. OTL 삼덕의 관점에서 봤을 때 유덕화가 분한 조운과 야성의 싸나이(풉)가 된 등지를 빼면 도대체 그 영화에서 남는 게 뭐냐? OTL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