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三國志妄想 2011. 1. 13. 02:22

1.

광영의 시뮬 게임으로 천통사업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게, 첫째로 물량이 정석 오브 정석이다. 다굴 앞에 장사 없고 17 대 1은 1의 죽음이다. 내가 압도적으로 열세일 때는 외통수 요로에서 군악대 하나와 병기 몇 대 박아놓고 줄줄이 달려오는 대군을 자근자근 밟다가 적진이 허해졌을 때 쳐들어가는 방법을 요긴하게 써먹었는데, 이것도 기본은 각개격파와 화력의 일점집중으로써 이쪽의 물량이 상대적 우위를 점하게 만든 것이라 하겠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상대가 멀쩡하고 안전하고 넓은 길을 냅두고 이 좁은 길로만 달려든 멍청한 AI니까 가능했다. 원래대로라면 이쪽이 단번에 박살나야 했다. 지금 생각해도 식은땀 나네. 둘째로 할 수만 있다면 자국의 영토를 전장으로 만드는 것은 피해야 한다. 후방이 박살나면 병참이 무너지고 전선까지 망하는 건 당연한 귀결일 뿐더러, 이게 게임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라면 그 지역 국민들만 불쌍해서 어쩌냐고. 따라서 세가 비등하기만 하다면 적이 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이쪽에서 적극적으로 쳐들어가야 한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쪽이 열세여도 공격해야 방어가 되리란 생각이 든다. 촉의 북벌도 전략적 근거 중에는 그런 게 있었겠지? 셋째로 제갈량은 인간이 아니다. 이게 게임이냐 식소사번 유사체험이냐? 어떻게 일국의 수반이 전략수립에 그치지 않고 내정과 외교에 개별전투의 전술 하나까지 다 챙기나? 입법 행정 사법이 한 사람에 집중되어 속삼위일체를 이룬 것만으로도 사람 하나 충분히 골로 보내겠는데 뭣이 전투지휘?? 일국의 승상이 과로사하는 건 절대 자랑이 아니라고! -ㅅ-;; 마지막으로 조자룡 개새끼(...) 적으로 나타나지 마 나쁜 새퀴야 그것도 꼭 그렇게 미칠듯한 간지를 흩뿌리며 쳐들어와야겠냐 아오 저거 계략도 안 먹히고 직접 때려 죽이려면 한숨부터 나와서, 잡히면 무조건 너 처단(...) 그래도 난 그대를 빨며 동지섣달 긴긴 밤을 지새울 수 있다네 하앍(...)


2.

하여 동탁을 밟고 파랑으로 천통을 하고 났더니 어째선지 팬픽질에의 열망이 땡기는지라. 하는 동안에는 개새끼라고 씹어댔지만 나의 소임은 어디까지나 진상막장악성촉빠요 조운빠렷다. 해서 파성넷을 돌다 보니 어느 순간 선주전을 찬찬히 정독하고 있었더랬다. 그야 촉나라 쪽 역사의 전반부는 선주전이 본기이니 당연하지만서도... 이제 와서 하는 고백이지만 이전까지는 선주전을 대충 읽었다. 촉빠라 해도 유비는 열렬히 빠질하는 대상이 아닐 뿐더러, 웹에서 긴 글 보기 싫다는 이유로 필요한 시기 필요한 사적 위주로 발췌독하고 말곤 했다. 그것에 대한 후회는 다음 문단에서 하기로 하고, 일단 유비 이야기부터. 유비는 전투에서 패한 기록이 정말 많다. 그런데 패배 한 번 할 때마다 세상에서 그를 보는 눈이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 선주전 하나만 놓고 보면 이 유비라는 사람은 맨날 지고 여기저기 기생하듯 옮겨다니고 그것도 모자라 뒷치기나 당하는 등신인데, 어떻게 의탁하는 군주를 바꿀 때마다 그 군주들이 표문을 올려 관위를 높여주는 걸까! 젊을 적의 유비는 명분은 넘치지만 승산은 낮기에 세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오히려 피하고 볼, 일종의 손해 보는 싸움을 하고 다닌 게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수없이 지고 거칠게 떠도는 사람을 끝까지 따르는 무리가 있으며 군주들마다 영접할 리가 없다. 깨지고 깨지다가 진짜 제대로 깨져 가솔이고 충복이고 뭐고 겨우 제 몸만 내뺐을 때조차 나 여기 있다 소재 파악되니 바로 졸병들까지 재집결하는 게, 대체 어느 세상 이야기인지. 일개 세력의 주인으로서 자신과 거느린 세력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비정하게 이익을 계산했을 군주들이 하나같이 그를 선대하는 게 이익이라고 판단했다면, 실로 그러했을 것이다. 유비는 정말 깊이를 알 수 없는 영걸이다. 진수로부터 초세지걸이라는 평을 들은 조조가 직접 유비에게 천하에 영웅은 나와 그대 뿐 ㅇㅇ 같은 드립을 쳐준 건 그 의도는 차치하더라도 절대 립서비스가 아니라는 확신만 굳어진다.


3.

그 선주전을 보다가 내 잘못을 또 발견했다.(...)
유비가 죽은 건 4월이란다. '여름' 4월이라고 되어 있다. 앞서 제갈량이 성도를 떠나 영안에 도착한 때는 봄 2월이라 되어 있던데, 아무래도 음력 달력이겠지. 추석은 음력 8월이지만 양력으로는 9월, 10월 무렵이니 이것도 한두 달 밀어 생각해야 할 듯. 그럼 유비가 사망한 건 양력으로 5, 6월 쯤인가? 아무튼 여름이잖아! 악! 내 팬픽!;;; 전부터 망상질할 때는 연의 베이스로 정사 섞어가며 하긴 했는데, 팬픽질은 연의에 완전 충실하든가, 정사를 백 번 읽고 고증 다 한 다음에 하든가, 아예 사실에 크게 구애되지 않을 내용 위주로 해야겠다. 쪽팔려 죽겠네. 이걸 이제와서 수정할 수도 없고, 다 갈아엎을 수도 없고, 아오;;; 과연 무엇을 하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이런 바보짓도 한두 번이지 매번 이게 뭐냐, 교훈을 얻었으면 실천을 해야지 뭐하는 거냐 나라는 놈!;;;;;;;;


4.

다시 조돌쇠 이야기로 돌아가서, 조운의 시호인 순평후에 대해 좀 더 생각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강유가 시호를 논할 때 언급한 내용 중에 어라 싶은 게 있었다. 촉나라에서 조운은 대체 어떤 업적과 어떤 이미지를 남긴 거야? 성도 무후사에서 무관 반열의 상석에 앉은 주제 갑주가 아니라 문관복 차림이던 게 관련이 있나? 역사 속의 조운도 유비와는 다른 의미로 참 알 수 없는 인물이다.;


5.

책.
아. 읽어야 하는데. 이번 주에는 천통사업 한다고 반도 못 읽었네. 목요일 반납인데 그게 지금 포스팅중인 날짜잖여. 아차.(...)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