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樂公

三國志妄想 2011. 1. 23. 17:37
내가 유선에게 실드 쳐주는 이유 : 촉빠니까
내가 유선을 매우 까는 이유 : 촉빠니까

황호의 전횡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하려면 한대의 향거리선제와 수당 이후 과거제의 차이, 쭝국에서 황권이란 것이 갖는 의미, 황권지지세력으로서의 환관 외척과 그 대척점에 있는 세력으로서의 호족 귀족 사대부, 기타 등등 복잡무쌍한 이야기들까지 줄줄이 해야 하겠지. 강유가 환관 하나를 어찌 못해보고 도망간 거야 그만큼 촉의 황권이 한끗발만 엇나가면 조조mkII가 될 수도 있었던 제갈량 시대를 거쳤음에도 생각보다는 강건했다는 이야기, 거기에 북벌하느라 중앙에 자기 연줄을 만들거나 하다못해 제갈첨을 정치적인 지지세력으로 키우지 못한 것을 탓해야 하겠으나.. 하나의 사건은 단 하나의 원인만을 갖지 않는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꼬이고 작용하며 서서히 익어간 결과이지 결코 한두 사람의 공이나 탓으로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런 걸 다 강유 잘못으로 돌리는 건 인간의 한계를 무시하는 너무한 짓이다. 같은 이유를 보다 관대하게 적용하면 후주의 무저항항복도 실드를 칠 모종의 원인들을 찾아낼 수 있으려니 생각된다. 품삼국에서 드는 익주파의 이해관계 같은 것이 그런 접근의 좋은 예가 되겠지. 그보다 제갈첨 이놈이 너무 늦게 태어났어! 결과론이지만 제 아버님도 늦게 태어나서 때를 못 만난 꼴이라 열받는데 왜 이런 것까지 따라가! 왓에버.

유선이 희대의 보신가인지 그냥 호랑이 아비에게서 난 쥐새끼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첫째로 동윤 사후 유선이 친정하던 때에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고 무엇을 안 했는지를 잘 모른다. 이러면 할 말이 없지. 있어서도 안 되고.(...) 인간으로서의 유선에 대해서는 최소한 사람이 포악하거나 글러먹은 놈은 아니었으려니 생각할 뿐, 그 밖에 대해서는 상상의 영역인 것 같다. 어쨌거나 백성을 쥐어짜거나 사람을 함부로 해친 기록은 없다. 제갈량-장완-비의-동윤 라인을 믿고 기용한 것에 이르면 현군이 될 싹수마저 보인다. 내가 유선에게 실드를 쳐준다면 그런 선해의 여지가 있는 부분에 한해서다. 그렇지만 안락공은 역시 용서가 안 된다. 유선의 시대는 유비의 시대와 다르다. 유비 세대가 하고자 했던 것을 유선이 반드시 따라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열받는 것은, 다른 이유 없다. 나는 유비와 제갈량이 살아있던 시절의 촉나라 빠거든. 나는 감정적인 이유로 안락공을 까는 것이거든!(...)
농담 더해서, 감정상 저놈을 까긴 까야 할 것 같은데 지식부족 탓에 근거를 제시할 수 없다. 감정을 이유로 저놈은 나쁜 놈! 딱지부터 붙이고 찾아보기 시작하는 것은 근거 없이 까는 것보다 더욱 못난 짓이고. 그러므로 나는 잠수를 탄다. 요즘 보고 있는 후한 말 군웅들의 전 만으로도 머리 아파 죽겠는데 안락공은 무슨.

그냥, 모처에서 오가는 대화를 구경하다 든 잡생각이다. 구경만 하는 입장에서는 재미있었다. 어라 싶기도 하고, 삼국시대 후기 공부 좀 해야겠다 싶기도 하고. 그런데 난 조운빠 제갈빠잖아? 오장원 넘어가면 안 봐버리잖아? 안 될 거야...



근데 광영은 정말 무슨 생각으로 유선을 출전시킨 건지 모르겠다. 그야, 진삼4의 중년클론무장 유선보다는 차라리 이 편이 나의 조돌쇠를 위해서라도 낫긴 한데.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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