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백과사전에 따르면 고융중(古隆中)의 최고봉인 융중산은 해발 306미터라 한다. (링크)
마침 신촌에 비슷한 높이의 산이 있다. 무악산이다.(안산이라고도 한다) 이 산은 295.9미터이다. 빠심은 귀차니스트도 등산하게 한다. 재학 중에도 한 번 얼씬거리지 않았던 산을, 단지 (융중산의) 그 높이에서 내려다보면 하계의 풍경이 어찌 보이려나 하는 호기심 하나로 올라가봤다.
첨부한 사진들은 휴대폰으로 찍었다. 내 휴대폰이 스마트하지 못한 탓에 화질이 영 좋지 않다.
백양로에서 찍은 안산 풍경이다. 철탑이 서있는 봉우리 바로 옆에 봉수대가 있다. 저곳이 오늘의 목표지점이다.
반올림해서 300미터가 되는 산을 지상에서 보면 대략 저런 높이로 보인다.
그 철탑을 동 봉수대 옆에서 찍었다. 나는 사진에 들어있지 않지만 어쨌든 인증샷이다.
산이 정말 완만한 편이다. 지난 밤 밤샘하고 아침 겸 점심으로 짜장면을 드링킹한 후 곧바로 산에 올라갔는데 그렇게까지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 같은 저질체력이!
저 송전탑 기준으로 3시 방향을 보면 비슷한 높이의 바위산이 나타나는데, 그게 말로만 듣고 교과서 산수화로만 보던 인왕산이라 한다. 어쩐지 범상치 않더라니. 인왕산도 찍었는데 뭐가 잘못됐는지 휴대폰에 저장되지 않았다. 본 포스팅의 목적은 이 동네의 명승지를 보자는 게 아니니 넘어가자.
한진춘추에 의하면, 제갈량의 집은 남양 등현에 있으며 양양에서 서쪽으로 20리였다 한다.
빨간 상자 안은 왼쪽부터 후한말의 융중산, 양양, 현대의 양번(샹판)
현대 상식으로 10리는 4킬로미터다. 그럼 융중은 양양에서 8킬로미터인가? 그런데 구글링을 하다가 골치아픈 웹문서를 봤다.
양웹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융중은 샹판에서 13킬로미터 거리라고.
샹판은 후한말 양양과 번성의 사이 쯤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둘을 합친 거였나? 아무튼, 현대의 샹판은 당시 양양의 위치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이다. 후한말의 1자가 약 23센티, 19세기의 1자가 약 30센티라는 걸 생각할 때 후한말의 1리는 19세기의 1리보다 짧으려니 했는데, 웬걸. 양웹 뿐 아니라 중웹 위키에도 13킬로라고 적혀있다. 13킬로, 좋다! 그런 거리였구나! 삼덕질 하려면 후한말 척관법까지 파야 할 모양이나 나는 우선 포스팅을 하련다!
이걸 왜 따지고 있느냐면, 융중산 정상에서 양양이 어찌 보일지 궁금해서다. 그것이 귀차니즘을 무릅쓰고 산에 오른 이유였다. 적어도 마유상보다는 등산을 할 만한 이유가 되지 않는가? 안산과 서울 시내 랜드마크 사이의 거리부터 따져보겠다.
우선 남산 타워.
거리를 찍어보니 안산에서 남산 타워는 반올림해서 5킬로미터 거리라고. 이 정도 스모그가 껴도 5킬로미터 쯤은 잘 보인다.
이번에는 63빌딩.
휴대폰 카메라에 너무 작게 잡히기에 줌인해서 찍었다. 때문에 사진이 약간 흐리다.
안산에서 63빌딩까지의 거리는 대략 6킬로미터가 넘는 듯. 6킬로미터 거리에서 저런 거대한 물체가 저렇게 보인다. 아, 아니 그럼 13킬로미터 거리면 대체 어디지?
신촌에서 서초까지의 거리다 우와앙????!!!
어.. 저기... 구글어스 찍어볼 때는 축척이 없어서 실감이 잘 나지 않긴 했는데, 그래도 이런 느낌은 아니었는데. 분명히 융중산 맞은 편의 낙산에 올라가면 양양이 보인다고... 어?
......어떤 의미로, 먼 게 맞았다.
내가 잠시 대륙의 스케일을 잊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저 양웹 위키를 읽을 때 대충 넘어간 부분에 산의 너비가 대략 209 제곱킬로라 그랬지. 루트 210을 때리니 14. 어쩌고저쩌고가 나온다. 14킬로미터라. 하하하. 융중산은 넓은 것이었다. 저기선 꼭대기에 올라가도 양양이 보이지 않는 게 당연하다. 저런 산을, 산세가 깊지 않더란 묘사와 겨우 300미터 짜리 높이만 보고 반도의 안산 따위와 비교하다니 나의 불찰이다.(...)
확실히 융중이라는 산이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일단 저 산에 숨으면 쉽게 찾기는 어려우리란 생각이 들었다. 신야에서 8년을 지내는 동안 유비가 바로 코 앞의 융중에 누가 있는지 까마득하게 모른 것은 이상할 것 없는 일이었다. 서서는 어떤 기분으로 와룡을 천거했을까. 저런 산에 숨어 살던 시절 승상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 이거참. 그렇잖아도 진도가 잘 안 나가고 있는데 다시 손을 봐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