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河英雄傳設

낚였다 2011. 10. 13. 00:39

은영전을 한자로 치니 뭔가 중2스멜이 보강되는 신기한 효과가 눈에 보인다.
서울판의 번역이 영 괴랄하긴 하지만 본가 어딘가에서 썩고 있을 녀석을 구조하고 싶은 생각이 여전하다. 일주일에 용돈 천원 받던 고딩 시절 모으고 모아서 한권씩 수집한 거라니까. 그런데 견물생심이라고, 까만 컬러로 바뀐 표지와 서울판에는 없던(그리고 을지판에서는 해적판답게 배열 자체가 엉망진창이었던) 일러와 기타 특전이 들어간 신판을 사진으로 보니 갑자기 마음이 매우 동하고 있다. 싱숭생숭 들뜨기까지 한다. 그렇다. 나도 중딩 때 학교 선생님께 추천받아 그 까만 책에 손을 댄 이래 우주에서 중2의 역사를 써내려간 세대였던 것이었다. 지르고 싶잖아 젠장!
삽입된 일러를 보니 은영전 만화책 버전의 그 작가가 원작에서도 삽화를 했나 보다. 하긴 애니보다는 그쪽이 더 눈에 즐겁긴 했다. 만화를 먼저 접하고 애니를 봤다가 빨간 텐넨파마를 본 순간 멍때렸는데 잠시 후 로젠리터의 볼기턱이 등장하자 의자에서 벌떡 일어설 정도로 분노했던 것 같다. 그런 시절도 있었지 헤헤.

가만 생각해 보니 은영전을 처음 접한 그 무렵에 덕질하던 게 슬레와 창2고 준 덕질 수준으로 열심히 읽었던 게 삼국지와 과수원댁 아저씨 책이었다. 이거, 가만 보니 지금 내가 덕질하는 환경은 모두 그 시절에 9할은 완성되었던 건가 싶다. 여기에 에바나 우테나까지 더하면 완벽하게 우리 세대의 덕이 완성되겠지? 이거참,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나도 궁금하다.;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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