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위일체

낚였다 2008. 10. 10. 01:28

나는 클래식을 모르며 베토벤 작품은 교향곡은 커녕 소나타도 끝까지 들어본 게 없다. 음 비창은 다 들어봤지만 워낙 유명한 거니 패스. 이렇게 된 이유는, 어려워서. 그리고 길어서. 이게 뭘 들려주려고 만든 곡인지 뭣 때문에 이렇게 긴지 여기에 이런 음표가 왜 들어가는지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들으려니 정신만 대략 멍해진단 말이다. 한글 겨우 깨우친 애한테 법철학 박사논문 던져주고 읽으라면 읽히겠나.(...) 아니 나 그래도 음 세 개까진 구별한다 뭐 절대음감은 아니지만 소싯적에 나름 체르니 40까진 쳐서 악기 몇 개랑 쉬운 화음은 구별한다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이렇게 클래식의 키읔자도 모르고 베토벤의 비읍자도 모르는 내가 베토벤 교향곡 중에서 악장 단위로나마, 정줄을 완전히 놓지 않고, 끝까지 들어본 건 둘이다. 하나는 5번 1악장이고 다른 하나는 9번 4악장. 환희의 송가는 솔로 끝나고 합창 들어가는 순간 그냥 빵 터져버리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주체를 못 할 정도로 내가 뜨거워지더라. 여기선 꼭 울어야 할 것 같달까? 그 곡이 오늘 나와줬네.
뭐.. 그래도 합창은 역시 쪽수에 의해 1+1= 3 이상으로 증폭되는 그런 맛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아니면 소리를 작게 틀었던 게 문제였나 싶은데. 그래선지 그다지 울 기분까지 들지 않았던 게 좀 아쉬웠지만, 그리고 그 직전까지 깔린 강마에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어쨌든 "미미파솔솔파미레도도레미미레레" 들어가는 순간 나는 무조건 항복하는 거다. 이건 도리가 없다. 모차르트가 지상으로 추방당해 천상의 음악을 남겨놓고 돌아간 천사 소릴 듣는다지. 베토벤 9번의 합창도 천상의 음악 소릴 들어 마땅하지 않을까? 난 매번 그런 기분 들던데. 뭘 좀 아는 사람들한테 비웃음 들을까 겁나긴 한데, '신'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그 신이 나에게 임한 것 마냥 정말 가깝게 느껴진달까. 찬송가로는 이런 기분 안 드는데 말이다. -_-;
여하간... 오늘은 강마에한테 투정이랄까 어째선지 까이는 처지가 된 베토벤(토벤이가 아니야 토벤이가), 닭살 돋게 식상한데도 그렇게 생각하는 이성 쯤 안드로메다까지 걷어차버리게 한 연출, 그리고 명민좌의 승리였다.


...음, 마땅한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 삼위일체라고 적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베토벤과 명민좌한테 다 몰아줘도 되는 거 아닌가 싶네. 아무튼 반론의 여지가 없는 위대한 음악가와 전설이 될 배우의 조합이었단 말이지.


p.s.1 근데 베바 끝나려면 아직 6편은 더 달려야 하지 않나? 여기서 합창 교향곡 나가면 마지막엔 뭐 쓰려고? 매년 연말연시에 괜히 9번 교향곡 광고가 뜨는 게 아닌데 말이지.; 그리고 진행 너무 빠른 건 아닌가 지난주에 9번 하자는 말 나오고 바로 이번주에 공연이라니;;
p.s. 2 예고로 낚시질 좀 하지 마라 크릉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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