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들이 점점 더 두려워지고 있다. 작정하면 미친듯이 쿨해지는 이 인간들이.;;;
안 그래도 3월 내내 거하게 지름신을 영접하야 아직까지 잔고가 달랑달랑한 마당에 또 그분을 뵈어선 아니된다;; 참아라, 나!;;

유튜브의 힘을 빌려 -_-; <울트라바이올렛(06년도엔가 나온 밀라 요보비치 주연 영화 말고 -_- 1998년도 영국산 미니시리즈)>을 처음 접한 건 <레미제라블> TAC에 활활 불이 붙은 작년 말인가 올초쯤의 일. 등장하는 배우 중 아는 인물은 <캐리비안의 해적>에 나온 잭 데븐포트랑 우리의 필립 콰스트 뿐이었다. 솔직히 말해 그 콰스트 씨가 나온다 카더라니까 맛이나 한 번 볼까 싶어 건드리게 된지라 여타 감독이나 배우, 심지어 시나리오마저 아무래도 좋다 평균만 가라는 심정이었는데 -_-; 영어가 딸려 한 3, 40프로밖에 못 알아듣는 대사와 어쨌거나 눈에는 보이는 장면으로 어떻게든 때워가며 두세 번 복습해서 내용을 짜맞춰보니 이게 좀 낚이는 작품이더란 거다.

나는 뱀파이어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 장르가 보통 어떤 방식으로 매니아들한테 소비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뱀파이어물이라면 이러저러한 것이겠지 하고 어설프게 느끼는 걸 기준으로 말하자면, 울바는 그 장르적 코드에서 상당히 벗어나있는 것 같다. 분명 CIB의 적은 코드5 감염자들 - 극중에선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지만 그 특성은 분명 뱀파이어다 - 인데 이 극이 치중하는 건 그들과의 싸움이 아니라 CIB 쪽 인물들이 피곤해하는 모습을 무지무지 냉정하게 비추는 거더란 말이다. 투철한 사명감으로 점철된 적과의 대립이 아니라 그 과정에 얽힌 주인공들의 심리적 갈등이 중심이 되는 게 요즘 트렌드라면 또 할 말이 없지만, 요는 같은 재료를 다루더라도 어떤 식으로 묘사하고 연출하는가 라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나는 뱀파이어를 동성애자, 장애인, 유색인과 같은 사회의 소수자로 두고 플롯을 짜볼 생각은 한 적이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설정에 맞춰 코드5 감염자들 역시 할리우드식 뱀파이어 하면 떠오를 그런 이미지가 아니다. 욕망? 그게 뭐야 다들 사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보이는데;;;

단 6편 안에 필요한 것만 단단히 압축시켰고 거기다 배우들이 하나같이 잘 해줬다. 특히 에피소드 4, 5, 6은 클라이맥스에서 줄줄이 숨이 막히더라. 더 만들어졌으면 좋겠는데 10년 지난 지금도 말이 없는 걸 보면 영국에선 물 건너간 이야기인가 싶고, 판권 사갔다는 미국이 이걸 제대로 찍어낼성 싶진 않다. 그쪽 분위기는 아무래도 선악을 분명히 갈라놓고 화끈하게 치고받는 것인지라 이것이 영국 냄새다 싶으리만치 냉정한 분위기가 중요한 이런 작품은 망치기 십상일 것 같다. -ㅅ-; 영국에서 다시 손을 댄다 쳐도 하먼 신부가 빠진 울바는 어지간해선 재미 없을 것 같다. 그 양반 책상에 앉아 결재하다가 여기저기 불쑥 튀어나와 독설 뿌리는 거 빼면 별로 하는 일 없는 것 같아도 존재감이 엄청 묵직했어.


p.s. 혹시 해서 '콰스트'로 내 블로그 검색 때린 결과- 에이씨 나 그냥 태그 깔래 OTL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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