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쓴다 쓴다 미루다가 포스팅거리 없으니까 드디어 손을 댔습니다. 수요는 공급을 창출합니다. (응?)
밤을 꼴깍 새워 횡설수설한 분량이 상당하니 각오하시고.
리나 인버스 (슬레이어즈)
마도사. 자칭 천재미소녀마도사, 타칭 도라마타(드래곤도 넘어서 피해가는)의 리나, 롸버즈 킬러, 암흑의 마녀, 흉악무도한 유아체형 마도사 기타 등등.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에서 그 여성이 왈가닥인 거야 흔한 케이스입니다만 적어도 한 가지는 단언할 수 있습니다. 리나 인버스 이전에 그런 캐릭터 없었고 이후로도 그런 캐릭터는 없습니다. 단언하건대 쉬피드 월드의 진정한 대마왕은 샤브라니그두가 아니라 리나올시다. 아니 객관적으로 따져봅시다. 리나한테 엮이는 바람에 소멸당한 마족의 리스트를 신마전쟁과 강마전쟁의 결과랑 비교해보란 말입니다. 이건 숫제 재앙입니다 재앙. -_-;;;
리나 단독이미지는 차고도 넘칩니다만 굳이 TRY 1화의 저 장면을 뽑은 건, 저것이야말로 SLAYERS라는 느낌이라섭니다. 사실 가우리, 제르가디스, 아멜리아, 또는 나가가 곁에 없어도 리나 인버스 단 한 사람만 존재한다면 그것이 <슬레이어즈>입니다. 그녀가 슬레의 시작이자 끝이니까요. 그렇지만 사람이 하나만 있을 때는 그 사람의 성격에 대해 잘 알 수 없지요. 우리는 여러 사람과의 관계에 비추어 그 사람의 캐릭터를 상상하며, 실존인물에 대해서도 그렇게 판단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리나가 다른 녀석들과 뭉쳐 있을 때의 이미지를 찾은 겁니다. 여기서 리나는 무리의 중심에 서서 어딘가를 척 가리키고 있습니다. 자신만만한 저 얼굴과 기운 넘치는 동세는 그녀에게 넘치는 행동력이 있다는 것도 암시합니다. SLAYERS의 행동방침은 리나가 결정합니다. 가우리는 그 방면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리나에게 의지하고, 제르가디스는 사고과정의 피드백 역할은 해주지만 독자활동 할 게 아니면 대개의 경우 리나의 결정을 따르는 쪽이며, 아멜리아는 생각보다는 행동력을 증가시키는 쪽이지요.
리나가 일당의 리더로서 갖춘 여러 자질 중 가장 뛰어난 것은 오버액션 가득한 외양과는 달리 대단히 냉정하고 빠른 판단력이지만,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행동력이라 생각합니다. 밥먹는 것 하나만으로도 전쟁을 치러대니 말 다 했지요. 그런 사소한 데서도 한껏 감정을 표출하고, 그런데도 대체 기운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다 타려면 아직 50억년은 남았다는 태양처럼 주위에 눈부신 빛을 뿌리면서- 비록 마족에게는 어쩌다 보니 재앙을 -_-;;; 일으켰다지만, 주변의 인물들에게는 뭔가를 할 힘을, 살아가기 위한 원동력을 불어넣습니다. 각성한 탑의 마왕 앞에서 가우리와 제르가 "어쨌든 죽을 각오로 싸우자"며 절망할 때 그녀만은, 그녀만은 "살기 위해 싸운다, 그러니까 반드시 이긴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혼자 여행하는 것도 즐기는 녀석이지만 태양을 닮은 저 빛은 타고나기를 사람들의 '중심'에 설 그런 녀석으로 만듭니다. 보호자를 자처하나 그건 나이의 문제일 뿐 실제로는 대등한 파트너로서 서로를 인정하는 가우리는 당연히 리나를 존중하지만, 저 냉정한 제르가디스조차 리나 앞에서는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결국 휩쓸리고 마는 것입니다.
이런 활기에, 이기적이기도 하지만 자신에게 너무나 솔직한 모습은 몇 번이고 세계를 구한 전설적인 마도사의 모습이 아니라 하루종일 한 곳에 가만 있지를 못하는 어린애를 연상시킵니다. 보통 주인공이라면 세계의 존망과 연인 중에 택하라면 대의를 위해 전자을 택할 터이나, 이 녀석은 가우리(제르 어쩔거야 우리 제르는 리나한테 마음 있었단 말야 있었던 게 분명한데 ㅠㅠ)를 택하는 대담무쌍한 짓을 저질러버리지 않더랬습니까. 리나는 어른의 두뇌를 가졌으면서도 아이의 심장으로 살아가기에, 영원히 10대 소녀의 모습을 한 채 여행을 계속 할 것 같은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언제나 폭풍의 중심에서 씨익 웃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여기서 오해 없도록 덧붙이자면, 제가 창3 팟2를 비난하는 이유 중 하나인 "한쌍의 연애놀음을 위해 세계를 말아먹었다"는 만일 완전판 기가 슬레이브가 로오나 강림주문이 아니라 진짜 공격주문이었을 경우 - 리나는 그런 것도 아랑곳없이 저질렀죠 -_-;;; - 에도 적용될 수 있을 듯 하지만.. 좀 다릅니다. 팟2에 대한 저 비난은 감정에 따른 부수적인 것이고, 진짜 이유는 두 녀석의 연애놀음을 합리화하기 위해 전작의 주인공들이 피땀흘리며 살아온 흔적까지 싸그리 '계획의 일부'로서 의미를 격하시켜버린 데에 있습니다. 별달리 합당한 근거도 없으면서 맨 나중에 등장한 신참 주제 전작의 주인공들을 밟고 올라가 전체 시리즈의 주인공 행세를 하며 까부는 꼴이 좋게 보일 리 있겠습니까. -.-;)
이전까지 일본의 판타지계는 <로도스도 전기>가 중심에 있었습니다. 슬레가 등장한 후로 라이트 노벨이 범람하면서 작품들이 가벼워진 경향이 없잖아 있긴 합니다만, 캐릭터의 측면에서 볼 때 리나 저 녀석의 등장이 너무도 감사할 지경입니다. 전형을 깨부숴버림으로써 인물들은 다양해지고, 보다 현실의 인간에 가까워졌습니다.
캡틴 실버 (창세기전 외전 서풍의 광시곡)
전직 해적두목, 현직 제피르팰컨 시라노 독립부대원. 시라노와의 결투에서 패한 후 약속대로 평생 시라노를 따랐으며, 칼스의 뒤를 이어 주인공에게 목숨까지 바쳐 충성하는 기사의 역할을 수행한 캐릭터입니다. 아니 그런데 이 계보도 초대의 칼스를 빼면 죄다 여자냐? 소맥 무슨 생각이야 대체..; 여하간 그녀의 죽음에 대해 이스카리옷이 헛소리를 할 때 시라노가 분노하던 장면에서는 정말 피를 토하는 그런 느낌이 있더군요.
시라노의 부하라는 위치를 지키는 동안에는 그야말로 가장 신뢰하는 부하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시라노가 잠자코 있으면 실버가 알아서 거친 소리를 다 하는 등 자신의 역할을 잘 아는 캐릭터였지요. 그렇지만 진짜 진가가 발휘된 건 시라노가 독배를 받고 쓰러진 후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서 실버는 시라노를 추스르고 나머지 부대원들을 이끌면서 계급상(?) 상관인 카나를 제치고 리더로서 행동하는데,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 역시 아바타가 카나가 아닌 실버로 바뀐 걸 당연하게 받아들였을 겁니다. 탈출 직전 이스카리옷에게 걸렸을 때도 대단히 냉정한 판단을 해 결국 모두를 살려냈지요. 그 자신은 거기서 쓰러지고 말았지만..
그녀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시라노 할렘부대원(...) 전원의 엔딩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야기상 썸씽이 거의 없었던프리토리아의 마녀 에스메랄다의 경우에는 이분이 갑자기 왜 이러실까 의아했고, 카나는 예상대로였습니다. 실버는 너무나도 실버다워서 웃고 말았습니다. 함정인 걸 알면서도 갈 거면 차라리 자기 시체를 밟고 가라니 이 사람이 진짜;;; 개인적으로 시라노의 천생연분은 어쩔 수 없이 메르세데스지만(현재의 남편인 프레데릭 앞에서 "그녀는 나의 메르세데스였소" 이 한 마디로 말 다 했지요 -_-;) 혹시라도 다시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실버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카나는 크리스티나랑 네 살 차이거든요? 딸내미랑 네 살 차이인 여자라니 범죄거든요?! 그러고 보니 창세기전 시리즈를 통틀어 진짜 의미에서 여풍이 강했던 건 템페스트가 아니라 서풍의 광시곡이군요. 시라노가 일생의 은인으로 여기겠다는 말을 한 사람은 데이모스, 메디치, 에스메랄다, 루스, 이올린(여왕폐하 만세!!) 정도인데 뒤의 셋은 여성입니다. 템페는 뭐 -_-;;;
사라사 (바사라)
평범한 소녀->운명의 아이->혁명가->다시 평범한 여인? 국제무역회사 사장님?;; 하여간 주인공이 되면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파란만장한 운명 속에서 결국은 자신이 쌓아온 것들 때문에 행복을 얻게 된 그런 녀석입니다. 사실 사라사는 타타라로서 남성 행세를 할 때의 캐릭터와 사라사로서 소녀의 모습을 보일 때의 캐릭터가 다르지만, 결국 GS가 흑태자인 것처럼 사라사가 타타라고 타타라가 사라사인 거지요. 두 인격이 진실로 하나가 된 건 일당들 앞에서 커밍아웃한 때가 아니라, 적왕 슈리를 사랑하는 자신조차 인정하게 된 후라고 생각합니다만.
앞의 두 여인에 비해 사라사는 일견 유약한 면이 있습니다. 때문에, 저는 처음부터 사라사를 좋아하진 않았습니다. 후에 언급하겠지만 여성 캐릭터에 대한 선호취향이 좀 달라진 대학입학 후에야 비로소 녀석이 <바사라>에서 진심으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되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아게하가 말했듯이 사라사는 여성이기 때문에 혁명가로서 진정한 희망을 끌어올 가능성을 가졌던 겁니다. 남성은 자존심 때문에라도 피튀기는 싸움 끝에 화해와 관용이라는 결말을 끌어내기가 어려운 편이지만 여성은 대개 용서해야 할 때는 용서한다는 느낌이랄까. '더불어 살아간다'는 게 가능하단 말입니다. 파괴 보다는 건설을, 싸움 보다는 평화와 안정을 원하니까요. 실제로 사라사가 사람을 죽인 건 슈리의 정체를 알게 된 후 잠시 자폐증세를 보이며 극도로 자학을 하던 그 때 정도입니다. 예, 살인을 저지르는 것 자체가 자학일 정도인 거지요.
쌍둥이이며 태어났을 때부터 운명 운운하며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오라비 타타라 때문에 더더욱 자신을 숨기고 조용히 살았던 그녀지만 타타라의 죽음으로 자신이 그 이름을 물려받은 순간부터 본모습이 드러납니다. 그녀가 진짜 운명의 아이였고, 사람들을 이끌어 폭정이 지배하는 세상을 구원하도록 기대를 받는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혁명 후의 세상 같은 걸 생각했던 녀석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단지 적왕에게 살해당한 이들의 분노와 원한을 물려받아 맹목적으로 덤볐으나, 그 결과 더 큰 희생만 치렀다는 값비싼 교훈을 얻고 혼자 터널을 통과하는 시련을 겪으면서 차차 힘이 될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구마노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신뢰를 보이게 되었고, 대통령제가 유지되던 오키나와에서 혁명 후의 미래상을 얻었으며, 여차저차해서 스오우에 잠입했을 때 적의 거점이라 해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인 마을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는 대명제를 확인했습니다. 슈리가 적왕이란 걸 알게 된 후에는 방황하기도 했지만 사람이 이유없이 죽임당할까 두려워하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결국 다시 돌아왔지요. 마침내 적왕과 협력해서 왕을 무너뜨리기까지, 사라사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자신이 타타라를 칭해도 되는지 고민하고, 사랑하는 이들이 다 죽었는데 자신은 행복해해도 되는 건지 고민하고, 싸우는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사람을 살려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뜻대로 잘 되지 않으니까 마음이 아플 때마다 눈물을 흘리지만(주인공이 이렇게 울어대는데도 태클이 없다는 건 사라사가 여자라서 그러려니 하는 것도 있지 않을까 싶군요. 같은 고민을 남자 주인공이 했으면 칠칠맞다느니 찌질하다느니 온갖 욕을 먹겠지요. 이런 것도 성차별인데. -.-;) 그러면서도 이를 악물고 달려가는데. 사라사는 힘이 없는 여자아이기 때문에 다른 이의 도움이 절실하며, 그것을 본인이 인생의 출발에서부터 절감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강함에 자신이 있으니까 유아독존할 수 있었던 초기 적왕 시절의 슈리와는 다릅니다. 그러니까 사라사는 다른 이에게 손을 내밀고 신뢰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지향하게 된 것입니다. 주위의 힘있는 이들은 그렇게 진심으로 부딪쳐오는 사라사를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고요(가장 대표적인 게 아예 인간성에 변화를 맞은 아사기입니다). 보통 여성이 의존적으로 묘사되면 욕먹기 딱 좋습니다만, 의존이 아니라 대등한 위치에서 협력을 구하는 모습이 되면 그것은 대단한 장점으로 바뀝니다. 절대강자란 없기 때문에 사람은 누구나 타인과 어울려가며 살아야 하니까요.
사라사와 슈리의 관계가 만천하에 알려져 그들이 살해당할 위기에 처했을 때 주위 사람들이 보인 태도는 어찌 보면 전형적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이야말로 가장 <바사라>다운 결말이며 사라사와 슈리가 받은 최고의 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십이국기>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사람은 결국 자신이 쌓아온 것에 의해 보답받는다고. 혼신을 다해 뭔가를 하는 이를 보면 아무리 냉정한 자라 해도 그 사람을 돕고 싶어지도록 마음이 움직인다고 말입니다. 사라사와 슈리는 그런 삶을 살아왔고, 그렇게 쌓아온 대로 보답을 받았습니다.
나카지마 요코 (십이국기)
전직 학생, 현직 경국 왕님(...). 요코의 경우에는 조금 독특한 게, 왕의 모습을 보일 때는 이상하게 남성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오죽하면 이젠 평복 차림이면 남자 취급을 받을까요(...). 극단적으로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억눌렸던 것이 폭발한 건지 어쩐 건지. 아무튼, 범위를 확대하면 고교생이세계진입깽판물(....)에 속하겠지만 같은 소재라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수작, 아니 양판소 따위가 근접할 수 없는 명작이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좋은 예라 하겠습니다.
요코는 본래 너무나도 소극적이고 남의 눈치나 살피던 평범한 여고생에 불과했지요. 하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이세계에 검 하나 딸랑 쥐여 혼자 팽개쳐진 후 온갖 고생을 하면서 자신의, 정확히는 인간의 근본적인 추잡함을 직시하고 나자 나름대로 단단해졌습니다. 여태까지 단지 부딪치기 싫으니까 자신을 죽이고 남의 비위를 맞추던 데서 벗어나 타인과 제대로 관계맺는 법을 배우고, 선왕(先王) 시절 비리의 잔재로 인한 난리를 직접 해결하면서 더욱 성숙해졌지요. <십이국기>의 세계에서 일국의 왕이란 단순히 지도자인 게 아니라 그 나라의 국운이며 왕조 자체입니다. 왕이 비리를 저지르면 기린은 병들고 왕이 죽으면 그 나라에는 요마가 날뛰며 천재지변이 잦아집니다. 신선이 됨으로써 불로불사를 얻은 대신, 요코는 죽는 순간까지 왕으로서 경국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슈쇼우가 왜 쿄우키와 처음 만났을 때 우선 한 대 치고 봤겠습니까. 왕이 없는 동안 나라는 그토록 황폐해지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도리에서 엇나가도 나라가 기울고 자기 목숨도 날아갈 판이니 왕은 할 수 있는 한 이상적인 군주상을 지켜야만 하지요. 종왕네 일가처럼 서로 마음으로부터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같은 신선으로서 함께 하지 않는 한에는 수백년 씩 통치하는 건 무리일 정도로 그 자리는 엄격하고 고독합니다(그런 점에서 혼자 오백년 다스린 연왕이 존경스럽긴 합니다. 대신 나라 말아먹으려고 작정하면 제일 철저하게 말아먹을 작자이기도 하고..-.-;). 요코의 싸움은 자신의 목숨 뿐 아니라 일국의 운명까지 건 채 자기 자신을 상대로 치러야 하는, 치열하고도 외로운 것입니다. 거기에는 휴식 같은 것도 없습니다. 왕이나 기린이나 지나치게 성실해서 참 스트레스 많이 받겠다 싶긴 합니다만, 라크슌으로부터 진심으로 신뢰하는 법을 배운 후로 그러한 이들을 하나 둘 늘려가는 그 녀석이라면 종왕네 일가 부럽지 않은 '친구'들과 함께 오래오래 나라를 잘 경영할 거란 생각이 듭니다.
위 이미지는 제가 현재까지 출간된 십이국기 시리즈 중 가장 좋아하는 <바람의 만리 여명의 하늘>편 표지입니다. 어째선지 요코보다는 공식미녀 쇼우케이가 더 눈에 들어옵니다만(...) 중앙에서 늠름하게 하늘을 우러르는 분이 우리의 경왕님입니다. 그보다도, 생각난 김에 우리 공왕님 승산기나 다시 볼까. -_-* (제작사는 도남의 날개편까진 애니화하라!)
이 참에 고백하자면, 저는 비록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 해도 소위 말하는 여성성이나 여성적인 것 같은 걸 싫어하고, 불쾌하게 여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끔은 남성마초보다 더 심각한 마초성향을 가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때문에 제가 선호하는 취향의 영역도 대부분의 여성들이 좋아하는 범주와는 좀 많이 다르다는 걸 발견하곤 합니다. 여기까지 언급한 좋아하는 여성 캐릭터상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뭔가 사건을 만났을 때 그 해결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그것이 남성들로도 인정받을 만큼 대단히 자연스럽다, 그리고 그것은 '남성적'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주도적, 지도자, 이런 단어들은 굳이 구별하자면 남성성에 가까우며 남성의 미덕으로 여겨졌던 개념들입니다(여성의 사회진출이 증가한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믿습니다). 더군다나 여성 캐릭터라 해도 여성성에서는 그다지 인상을 받지 못하고 남성의 인정을 받는다는 점, 남성에 대해서도 주도적인 위치인 점, 남자에게도 지지 않는 점에서 호감을 느낀다는 데는 저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이 정도면 컴플렉스죠 뭐. 쩝. 어찌 됐든 주로 보는 만화는 순정이 아니라 소년물 쪽이다보니, 매력적인 남성상은 다종다양하게 접해왔지만 매력적인 여성상은 그다지 보지 못했습니다. 있다 해도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딘가 남성적인 모습을 가졌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습니다. 즉, 제가 보는 매력적인 여성이란 남성적인 면을 가진 캐릭터로 한정되는 경향이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던 제 여성 캐릭 취향에 슬쩍 변동이 생기기 시작한 건 대학에 들어가 하가렌과 유리가면을 접한 무렵 부터입니다.
<유리가면>을 보면서 가장 마음이 편안했던 점은 그 작품의 무대인 '무대'가 성적인 구별이 무의미하며 순수하게 실력의 세계였다는 것입니다. 마스미를 제외할 때 가장 중요한 인물들인 기타지마 마야, 히메가와 아유미, 츠키카게 치구사는 여성이지만 그네들이 여타 '남우'들보다 뛰어나다 해서 열광할 것도 없이, 그저 그녀들의 존재와 실력 그 자체로서 즐거워지더란 게 정말 좋았습니다. 마야의 경우에는 마스미의 암묵적인 도움이 성장에 큰 원동력이 되긴 했지만 결국 나락에서부터 기어올라와 난관을 극복한 건 자기 자신이었지요.
그리고 <강철의 연금술사>. 여기 등장하는 여성들은 강하죠. 어딘가 버릇없는(...) 구석이 있는 저 에드가 유일하게 쫄며 존대를 하는 이즈미 선생이라든가, 프라이드 앞에서도 당당하던 우리 중위님 ;ㅁ; 이라든가, 최후의 순간까지 그녀다워서 매력적이었던 러스트라든가, 엄청 평범한데도 최악의 순간에 여자는 배짱을 외치며 나서던 로즈 소위라든가, 진정한 히로인(.......) 피나코 할머니라든가, 자기 팔을 베어버려 사람 감동시킨 란팡이라든가, 요즘에 여러 사람 두근거리게 하는 얼음여왕 암스트롱 소장이라든가, 라든가, 라든가. 처음에는 그저 형제의 조력자인 것 같던 윈리조차, 북쪽으로 간 근래에는 '죄'에 대한 '용서'라는 주제와 관련해 멋진 모습을 보이며 형제에게 어떤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윈리 또한 스카 사건의 당사자건만 그녀를 제외하고 엘릭 형제가 다 처리하려는 것에 대한 반발(73화 미리니름-_-*)은 소년만화에서 여성 캐릭터들이 알게 모르게 짊어지던 운명- 남성에의 의존에 대한 선전포고 같다는 느낌입니다. 어쨌든, 이들 중에 타인에 대해 지도자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은 암스트롱 소장 뿐입니다만 그럼에도 저는 그녀들 하나하나가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성과는 무관한 '인간'으로서의 강함이 있으니까요. 강철에 일하는 여성이 많은 건 아라카와 씨 자신이 누구나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었던 훗카이도 출신이라서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만, 덕분에 저도 다른 무언가를 보고 있습니다. 소년만화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 또한 여러가지 방식으로 매력을 가질 수 있다, 라고요. 달리 말하자면 직업(또는 그에 상응하는 역할)이 곧 그 인물의 캐릭터를 상당부분 결정짓는다는 것인데, 여성의 사회진출이 더이상 이례적인 일이 아니게 된 근래에야 가능해진 묘사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쯤 되면 제가 요 1년간 주구장창 떠들었던 어떤 여성 캐릭터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 게 외려 이상해지겠지요. -_-* (거기! 다 알면서 웃지 마셈!)
아네자키 마모리 (아이실드21)
현직 고등학생. 선도부 겸 미식축구부 매니져. 하필 226th down 조각모음일러 구석에 있던 저런 이미지인 건 여기까지 와서 굳이 히루마모 강조하려는 거 절대로 아니고요 -_-; 마모리 전신이 나온 칼라 일러를 못 찾아섭니다. 아니, 관동대회 조추첨 때 한 번 나와줬지만 그건 고등학생같지가 않아서 넘어가고(...) 어쨌든 잔뜩 쫄은 주제 큰소리치는 선도부들의 맨 앞에서 당당하게 저 히루마와 대적하는 갈색머리 아가씨가 그녀입니다.
사실 마모리는 여태까지의 취향에 비추어 제가 좋아할 녀석은 아니었습니다. 다 큰 고딩한테 같은 고딩 주제 엄마같은 역할이라니..-_-;; 더군다나 1권 때는 그런 이미지보다도 어딘가 믿음직하지 못한 전형적인 소년만화 속의 소꿉친구 같은 느낌이 더 짙었지요. 세나가 데이몬고 수험에 합격하니까 팔짝팔짝 뛰는 그런 행동이 영 아니다 싶었더랬습니다(지금 굳어진 마모리의 이미지와도 상당히 아니 어울립니다. 결국 1권 이후로는 몬타의 망상 외엔 그런 장면이 등장하지 않고 있지요-_-;). 그러던 게 생각이 바뀐 건 켈베로스 때문에 바지가 찢어진 몬타를 타이르던 그 장면. 어째서 그 장면이 그렇게 마음에 든 건지 딱 짚어내진 못하겠습니다만, 마모리가 '자신이 해주고 싶으니까' 생면부지였던 몬타에게 도움을 주는 거라고 분명하게 말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마모리에 대한 잡설이야 여기저기에 장광설 늘어놓았으니 넘어가고.
어찌 됐든 마모리는 소년 스포츠물이라는 특성상 여성 캐릭터가 약할 수밖에 없는 <아이실드21>에서 제대로 분명한 캐릭터를 가지고 등장하는 몇 안 되는 여성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제가 언급한 여성 캐릭터들 중에서 유일하게 남성적인 면이 거의 없는 캐릭터입니다. 제가 워낙에 히루마를 편애하고 히루마모에 심취하다보니 덩달아 마모리에 대한 호감이 상승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남에게 손을 내밀 줄 아는 여성이니까, 속 깊은 마모리니까 보일 수 있는 행동과 대사들을 보면서 그 자체로 훈훈함을 느낀 때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의존적인 녀석도 아니지요. 세나에 대해서는 외려 세나가 마모리한테 의존했던 역사가 있고 히루마에 대해서는 평소엔 싸우지나 않으면 다행임다.-_-;
운동부의 만능 여성 매니져라면 <슬램덩크>의 한나 같은 케이스도 있고 한데, 마모리는 전형적인 소년만화 여주인공같으면서도 어딘가 다르긴 다르단 말입니다(애니실드는 같다는 전제에 한술 더떠 자기들 게으름까지 첨부해 캐릭터 다 말아먹고 있지만요 -_-). 참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여성적인 녀석인데도 그 여성성에서 매력을 느낀 캐릭터는 이게 처음입니다. 히루마모에 광분하다보면 이제는 이런 여성적인 캐릭터에도 애정과 매력을 느낄 정도로 내 취향이 슬쩍 변하고 있구나 싶어집니다. ..아니, 이 엄마친구따님이 엄마친구따님으로 보이지 않게 만드는 세나에 대한 과보호주의와 히루마에 대한 강경한 태도(..그런데 이런 걸 할 수 있는 것도 아곤이나 타카미 아니면 마모리 정도잖아, 남녀 모두 합쳐서;;)야말로 그녀의 완벽성을 더욱 높여주는 구슬의 흠이라 생각하긴 하지만 뭐랄까 -_-;;; 241st down에서 애니실드스런 천연바보가 되었나 하고 한순간 놀랐잖아, 이 오해받기 쉬운 녀석아. -_-;;;
밤을 꼴깍 새워 횡설수설한 분량이 상당하니 각오하시고.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여성캐릭터와 그 유형의 변천에 대해 생각해 보니, 역시 좋아하게 된 시간순으로 언급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서, 첫 번째 타자는 마땅히 저의 첫사랑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마도사. 자칭 천재미소녀마도사, 타칭 도라마타(드래곤도 넘어서 피해가는)의 리나, 롸버즈 킬러, 암흑의 마녀, 흉악무도한 유아체형 마도사 기타 등등.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에서 그 여성이 왈가닥인 거야 흔한 케이스입니다만 적어도 한 가지는 단언할 수 있습니다. 리나 인버스 이전에 그런 캐릭터 없었고 이후로도 그런 캐릭터는 없습니다. 단언하건대 쉬피드 월드의 진정한 대마왕은 샤브라니그두가 아니라 리나올시다. 아니 객관적으로 따져봅시다. 리나한테 엮이는 바람에 소멸당한 마족의 리스트를 신마전쟁과 강마전쟁의 결과랑 비교해보란 말입니다. 이건 숫제 재앙입니다 재앙. -_-;;;
리나 단독이미지는 차고도 넘칩니다만 굳이 TRY 1화의 저 장면을 뽑은 건, 저것이야말로 SLAYERS라는 느낌이라섭니다. 사실 가우리, 제르가디스, 아멜리아, 또는 나가가 곁에 없어도 리나 인버스 단 한 사람만 존재한다면 그것이 <슬레이어즈>입니다. 그녀가 슬레의 시작이자 끝이니까요. 그렇지만 사람이 하나만 있을 때는 그 사람의 성격에 대해 잘 알 수 없지요. 우리는 여러 사람과의 관계에 비추어 그 사람의 캐릭터를 상상하며, 실존인물에 대해서도 그렇게 판단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리나가 다른 녀석들과 뭉쳐 있을 때의 이미지를 찾은 겁니다. 여기서 리나는 무리의 중심에 서서 어딘가를 척 가리키고 있습니다. 자신만만한 저 얼굴과 기운 넘치는 동세는 그녀에게 넘치는 행동력이 있다는 것도 암시합니다. SLAYERS의 행동방침은 리나가 결정합니다. 가우리는 그 방면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리나에게 의지하고, 제르가디스는 사고과정의 피드백 역할은 해주지만 독자활동 할 게 아니면 대개의 경우 리나의 결정을 따르는 쪽이며, 아멜리아는 생각보다는 행동력을 증가시키는 쪽이지요.
리나가 일당의 리더로서 갖춘 여러 자질 중 가장 뛰어난 것은 오버액션 가득한 외양과는 달리 대단히 냉정하고 빠른 판단력이지만,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행동력이라 생각합니다. 밥먹는 것 하나만으로도 전쟁을 치러대니 말 다 했지요. 그런 사소한 데서도 한껏 감정을 표출하고, 그런데도 대체 기운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다 타려면 아직 50억년은 남았다는 태양처럼 주위에 눈부신 빛을 뿌리면서- 비록 마족에게는 어쩌다 보니 재앙을 -_-;;; 일으켰다지만, 주변의 인물들에게는 뭔가를 할 힘을, 살아가기 위한 원동력을 불어넣습니다. 각성한 탑의 마왕 앞에서 가우리와 제르가 "어쨌든 죽을 각오로 싸우자"며 절망할 때 그녀만은, 그녀만은 "살기 위해 싸운다, 그러니까 반드시 이긴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혼자 여행하는 것도 즐기는 녀석이지만 태양을 닮은 저 빛은 타고나기를 사람들의 '중심'에 설 그런 녀석으로 만듭니다. 보호자를 자처하나 그건 나이의 문제일 뿐 실제로는 대등한 파트너로서 서로를 인정하는 가우리는 당연히 리나를 존중하지만, 저 냉정한 제르가디스조차 리나 앞에서는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결국 휩쓸리고 마는 것입니다.
이런 활기에, 이기적이기도 하지만 자신에게 너무나 솔직한 모습은 몇 번이고 세계를 구한 전설적인 마도사의 모습이 아니라 하루종일 한 곳에 가만 있지를 못하는 어린애를 연상시킵니다. 보통 주인공이라면 세계의 존망과 연인 중에 택하라면 대의를 위해 전자을 택할 터이나, 이 녀석은 가우리(제르 어쩔거야 우리 제르는 리나한테 마음 있었단 말야 있었던 게 분명한데 ㅠㅠ)를 택하는 대담무쌍한 짓을 저질러버리지 않더랬습니까. 리나는 어른의 두뇌를 가졌으면서도 아이의 심장으로 살아가기에, 영원히 10대 소녀의 모습을 한 채 여행을 계속 할 것 같은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언제나 폭풍의 중심에서 씨익 웃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여기서 오해 없도록 덧붙이자면, 제가 창3 팟2를 비난하는 이유 중 하나인 "한쌍의 연애놀음을 위해 세계를 말아먹었다"는 만일 완전판 기가 슬레이브가 로오나 강림주문이 아니라 진짜 공격주문이었을 경우 - 리나는 그런 것도 아랑곳없이 저질렀죠 -_-;;; - 에도 적용될 수 있을 듯 하지만.. 좀 다릅니다. 팟2에 대한 저 비난은 감정에 따른 부수적인 것이고, 진짜 이유는 두 녀석의 연애놀음을 합리화하기 위해 전작의 주인공들이 피땀흘리며 살아온 흔적까지 싸그리 '계획의 일부'로서 의미를 격하시켜버린 데에 있습니다. 별달리 합당한 근거도 없으면서 맨 나중에 등장한 신참 주제 전작의 주인공들을 밟고 올라가 전체 시리즈의 주인공 행세를 하며 까부는 꼴이 좋게 보일 리 있겠습니까. -.-;)
이전까지 일본의 판타지계는 <로도스도 전기>가 중심에 있었습니다. 슬레가 등장한 후로 라이트 노벨이 범람하면서 작품들이 가벼워진 경향이 없잖아 있긴 합니다만, 캐릭터의 측면에서 볼 때 리나 저 녀석의 등장이 너무도 감사할 지경입니다. 전형을 깨부숴버림으로써 인물들은 다양해지고, 보다 현실의 인간에 가까워졌습니다.
전직 해적두목, 현직 제피르팰컨 시라노 독립부대원. 시라노와의 결투에서 패한 후 약속대로 평생 시라노를 따랐으며, 칼스의 뒤를 이어 주인공에게 목숨까지 바쳐 충성하는 기사의 역할을 수행한 캐릭터입니다. 아니 그런데 이 계보도 초대의 칼스를 빼면 죄다 여자냐? 소맥 무슨 생각이야 대체..; 여하간 그녀의 죽음에 대해 이스카리옷이 헛소리를 할 때 시라노가 분노하던 장면에서는 정말 피를 토하는 그런 느낌이 있더군요.
시라노의 부하라는 위치를 지키는 동안에는 그야말로 가장 신뢰하는 부하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시라노가 잠자코 있으면 실버가 알아서 거친 소리를 다 하는 등 자신의 역할을 잘 아는 캐릭터였지요. 그렇지만 진짜 진가가 발휘된 건 시라노가 독배를 받고 쓰러진 후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서 실버는 시라노를 추스르고 나머지 부대원들을 이끌면서 계급상(?) 상관인 카나를 제치고 리더로서 행동하는데,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 역시 아바타가 카나가 아닌 실버로 바뀐 걸 당연하게 받아들였을 겁니다. 탈출 직전 이스카리옷에게 걸렸을 때도 대단히 냉정한 판단을 해 결국 모두를 살려냈지요. 그 자신은 거기서 쓰러지고 말았지만..
그녀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시라노 할렘부대원(...) 전원의 엔딩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야기상 썸씽이 거의 없었던
평범한 소녀->운명의 아이->혁명가->다시 평범한 여인? 국제무역회사 사장님?;; 하여간 주인공이 되면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파란만장한 운명 속에서 결국은 자신이 쌓아온 것들 때문에 행복을 얻게 된 그런 녀석입니다. 사실 사라사는 타타라로서 남성 행세를 할 때의 캐릭터와 사라사로서 소녀의 모습을 보일 때의 캐릭터가 다르지만, 결국 GS가 흑태자인 것처럼 사라사가 타타라고 타타라가 사라사인 거지요. 두 인격이 진실로 하나가 된 건 일당들 앞에서 커밍아웃한 때가 아니라, 적왕 슈리를 사랑하는 자신조차 인정하게 된 후라고 생각합니다만.
앞의 두 여인에 비해 사라사는 일견 유약한 면이 있습니다. 때문에, 저는 처음부터 사라사를 좋아하진 않았습니다. 후에 언급하겠지만 여성 캐릭터에 대한 선호취향이 좀 달라진 대학입학 후에야 비로소 녀석이 <바사라>에서 진심으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되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아게하가 말했듯이 사라사는 여성이기 때문에 혁명가로서 진정한 희망을 끌어올 가능성을 가졌던 겁니다. 남성은 자존심 때문에라도 피튀기는 싸움 끝에 화해와 관용이라는 결말을 끌어내기가 어려운 편이지만 여성은 대개 용서해야 할 때는 용서한다는 느낌이랄까. '더불어 살아간다'는 게 가능하단 말입니다. 파괴 보다는 건설을, 싸움 보다는 평화와 안정을 원하니까요. 실제로 사라사가 사람을 죽인 건 슈리의 정체를 알게 된 후 잠시 자폐증세를 보이며 극도로 자학을 하던 그 때 정도입니다. 예, 살인을 저지르는 것 자체가 자학일 정도인 거지요.
쌍둥이이며 태어났을 때부터 운명 운운하며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오라비 타타라 때문에 더더욱 자신을 숨기고 조용히 살았던 그녀지만 타타라의 죽음으로 자신이 그 이름을 물려받은 순간부터 본모습이 드러납니다. 그녀가 진짜 운명의 아이였고, 사람들을 이끌어 폭정이 지배하는 세상을 구원하도록 기대를 받는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혁명 후의 세상 같은 걸 생각했던 녀석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단지 적왕에게 살해당한 이들의 분노와 원한을 물려받아 맹목적으로 덤볐으나, 그 결과 더 큰 희생만 치렀다는 값비싼 교훈을 얻고 혼자 터널을 통과하는 시련을 겪으면서 차차 힘이 될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구마노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신뢰를 보이게 되었고, 대통령제가 유지되던 오키나와에서 혁명 후의 미래상을 얻었으며, 여차저차해서 스오우에 잠입했을 때 적의 거점이라 해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인 마을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는 대명제를 확인했습니다. 슈리가 적왕이란 걸 알게 된 후에는 방황하기도 했지만 사람이 이유없이 죽임당할까 두려워하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결국 다시 돌아왔지요. 마침내 적왕과 협력해서 왕을 무너뜨리기까지, 사라사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자신이 타타라를 칭해도 되는지 고민하고, 사랑하는 이들이 다 죽었는데 자신은 행복해해도 되는 건지 고민하고, 싸우는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사람을 살려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뜻대로 잘 되지 않으니까 마음이 아플 때마다 눈물을 흘리지만(주인공이 이렇게 울어대는데도 태클이 없다는 건 사라사가 여자라서 그러려니 하는 것도 있지 않을까 싶군요. 같은 고민을 남자 주인공이 했으면 칠칠맞다느니 찌질하다느니 온갖 욕을 먹겠지요. 이런 것도 성차별인데. -.-;) 그러면서도 이를 악물고 달려가는데. 사라사는 힘이 없는 여자아이기 때문에 다른 이의 도움이 절실하며, 그것을 본인이 인생의 출발에서부터 절감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강함에 자신이 있으니까 유아독존할 수 있었던 초기 적왕 시절의 슈리와는 다릅니다. 그러니까 사라사는 다른 이에게 손을 내밀고 신뢰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지향하게 된 것입니다. 주위의 힘있는 이들은 그렇게 진심으로 부딪쳐오는 사라사를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고요(가장 대표적인 게 아예 인간성에 변화를 맞은 아사기입니다). 보통 여성이 의존적으로 묘사되면 욕먹기 딱 좋습니다만, 의존이 아니라 대등한 위치에서 협력을 구하는 모습이 되면 그것은 대단한 장점으로 바뀝니다. 절대강자란 없기 때문에 사람은 누구나 타인과 어울려가며 살아야 하니까요.
사라사와 슈리의 관계가 만천하에 알려져 그들이 살해당할 위기에 처했을 때 주위 사람들이 보인 태도는 어찌 보면 전형적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이야말로 가장 <바사라>다운 결말이며 사라사와 슈리가 받은 최고의 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십이국기>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사람은 결국 자신이 쌓아온 것에 의해 보답받는다고. 혼신을 다해 뭔가를 하는 이를 보면 아무리 냉정한 자라 해도 그 사람을 돕고 싶어지도록 마음이 움직인다고 말입니다. 사라사와 슈리는 그런 삶을 살아왔고, 그렇게 쌓아온 대로 보답을 받았습니다.
전직 학생, 현직 경국 왕님(...). 요코의 경우에는 조금 독특한 게, 왕의 모습을 보일 때는 이상하게 남성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오죽하면 이젠 평복 차림이면 남자 취급을 받을까요(...). 극단적으로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억눌렸던 것이 폭발한 건지 어쩐 건지. 아무튼, 범위를 확대하면 고교생이세계진입깽판물(....)에 속하겠지만 같은 소재라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수작, 아니 양판소 따위가 근접할 수 없는 명작이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좋은 예라 하겠습니다.
요코는 본래 너무나도 소극적이고 남의 눈치나 살피던 평범한 여고생에 불과했지요. 하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이세계에 검 하나 딸랑 쥐여 혼자 팽개쳐진 후 온갖 고생을 하면서 자신의, 정확히는 인간의 근본적인 추잡함을 직시하고 나자 나름대로 단단해졌습니다. 여태까지 단지 부딪치기 싫으니까 자신을 죽이고 남의 비위를 맞추던 데서 벗어나 타인과 제대로 관계맺는 법을 배우고, 선왕(先王) 시절 비리의 잔재로 인한 난리를 직접 해결하면서 더욱 성숙해졌지요. <십이국기>의 세계에서 일국의 왕이란 단순히 지도자인 게 아니라 그 나라의 국운이며 왕조 자체입니다. 왕이 비리를 저지르면 기린은 병들고 왕이 죽으면 그 나라에는 요마가 날뛰며 천재지변이 잦아집니다. 신선이 됨으로써 불로불사를 얻은 대신, 요코는 죽는 순간까지 왕으로서 경국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슈쇼우가 왜 쿄우키와 처음 만났을 때 우선 한 대 치고 봤겠습니까. 왕이 없는 동안 나라는 그토록 황폐해지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도리에서 엇나가도 나라가 기울고 자기 목숨도 날아갈 판이니 왕은 할 수 있는 한 이상적인 군주상을 지켜야만 하지요. 종왕네 일가처럼 서로 마음으로부터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같은 신선으로서 함께 하지 않는 한에는 수백년 씩 통치하는 건 무리일 정도로 그 자리는 엄격하고 고독합니다(그런 점에서 혼자 오백년 다스린 연왕이 존경스럽긴 합니다. 대신 나라 말아먹으려고 작정하면 제일 철저하게 말아먹을 작자이기도 하고..-.-;). 요코의 싸움은 자신의 목숨 뿐 아니라 일국의 운명까지 건 채 자기 자신을 상대로 치러야 하는, 치열하고도 외로운 것입니다. 거기에는 휴식 같은 것도 없습니다. 왕이나 기린이나 지나치게 성실해서 참 스트레스 많이 받겠다 싶긴 합니다만, 라크슌으로부터 진심으로 신뢰하는 법을 배운 후로 그러한 이들을 하나 둘 늘려가는 그 녀석이라면 종왕네 일가 부럽지 않은 '친구'들과 함께 오래오래 나라를 잘 경영할 거란 생각이 듭니다.
위 이미지는 제가 현재까지 출간된 십이국기 시리즈 중 가장 좋아하는 <바람의 만리 여명의 하늘>편 표지입니다. 어째선지 요코보다는 공식미녀 쇼우케이가 더 눈에 들어옵니다만(...) 중앙에서 늠름하게 하늘을 우러르는 분이 우리의 경왕님입니다. 그보다도, 생각난 김에 우리 공왕님 승산기나 다시 볼까. -_-* (제작사는 도남의 날개편까진 애니화하라!)
이 참에 고백하자면, 저는 비록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 해도 소위 말하는 여성성이나 여성적인 것 같은 걸 싫어하고, 불쾌하게 여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끔은 남성마초보다 더 심각한 마초성향을 가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때문에 제가 선호하는 취향의 영역도 대부분의 여성들이 좋아하는 범주와는 좀 많이 다르다는 걸 발견하곤 합니다. 여기까지 언급한 좋아하는 여성 캐릭터상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뭔가 사건을 만났을 때 그 해결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그것이 남성들로도 인정받을 만큼 대단히 자연스럽다, 그리고 그것은 '남성적'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주도적, 지도자, 이런 단어들은 굳이 구별하자면 남성성에 가까우며 남성의 미덕으로 여겨졌던 개념들입니다(여성의 사회진출이 증가한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믿습니다). 더군다나 여성 캐릭터라 해도 여성성에서는 그다지 인상을 받지 못하고 남성의 인정을 받는다는 점, 남성에 대해서도 주도적인 위치인 점, 남자에게도 지지 않는 점에서 호감을 느낀다는 데는 저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이 정도면 컴플렉스죠 뭐. 쩝. 어찌 됐든 주로 보는 만화는 순정이 아니라 소년물 쪽이다보니, 매력적인 남성상은 다종다양하게 접해왔지만 매력적인 여성상은 그다지 보지 못했습니다. 있다 해도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딘가 남성적인 모습을 가졌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습니다. 즉, 제가 보는 매력적인 여성이란 남성적인 면을 가진 캐릭터로 한정되는 경향이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던 제 여성 캐릭 취향에 슬쩍 변동이 생기기 시작한 건 대학에 들어가 하가렌과 유리가면을 접한 무렵 부터입니다.
<유리가면>을 보면서 가장 마음이 편안했던 점은 그 작품의 무대인 '무대'가 성적인 구별이 무의미하며 순수하게 실력의 세계였다는 것입니다. 마스미를 제외할 때 가장 중요한 인물들인 기타지마 마야, 히메가와 아유미, 츠키카게 치구사는 여성이지만 그네들이 여타 '남우'들보다 뛰어나다 해서 열광할 것도 없이, 그저 그녀들의 존재와 실력 그 자체로서 즐거워지더란 게 정말 좋았습니다. 마야의 경우에는 마스미의 암묵적인 도움이 성장에 큰 원동력이 되긴 했지만 결국 나락에서부터 기어올라와 난관을 극복한 건 자기 자신이었지요.
그리고 <강철의 연금술사>. 여기 등장하는 여성들은 강하죠. 어딘가 버릇없는(...) 구석이 있는 저 에드가 유일하게 쫄며 존대를 하는 이즈미 선생이라든가, 프라이드 앞에서도 당당하던 우리 중위님 ;ㅁ; 이라든가, 최후의 순간까지 그녀다워서 매력적이었던 러스트라든가, 엄청 평범한데도 최악의 순간에 여자는 배짱을 외치며 나서던 로즈 소위라든가, 진정한 히로인(.......) 피나코 할머니라든가, 자기 팔을 베어버려 사람 감동시킨 란팡이라든가, 요즘에 여러 사람 두근거리게 하는 얼음여왕 암스트롱 소장이라든가, 라든가, 라든가. 처음에는 그저 형제의 조력자인 것 같던 윈리조차, 북쪽으로 간 근래에는 '죄'에 대한 '용서'라는 주제와 관련해 멋진 모습을 보이며 형제에게 어떤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윈리 또한 스카 사건의 당사자건만 그녀를 제외하고 엘릭 형제가 다 처리하려는 것에 대한 반발(73화 미리니름-_-*)은 소년만화에서 여성 캐릭터들이 알게 모르게 짊어지던 운명- 남성에의 의존에 대한 선전포고 같다는 느낌입니다. 어쨌든, 이들 중에 타인에 대해 지도자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은 암스트롱 소장 뿐입니다만 그럼에도 저는 그녀들 하나하나가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성과는 무관한 '인간'으로서의 강함이 있으니까요. 강철에 일하는 여성이 많은 건 아라카와 씨 자신이 누구나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었던 훗카이도 출신이라서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만, 덕분에 저도 다른 무언가를 보고 있습니다. 소년만화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 또한 여러가지 방식으로 매력을 가질 수 있다, 라고요. 달리 말하자면 직업(또는 그에 상응하는 역할)이 곧 그 인물의 캐릭터를 상당부분 결정짓는다는 것인데, 여성의 사회진출이 더이상 이례적인 일이 아니게 된 근래에야 가능해진 묘사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쯤 되면 제가 요 1년간 주구장창 떠들었던 어떤 여성 캐릭터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 게 외려 이상해지겠지요. -_-* (거기! 다 알면서 웃지 마셈!)
현직 고등학생. 선도부 겸 미식축구부 매니져. 하필 226th down 조각모음일러 구석에 있던 저런 이미지인 건 여기까지 와서 굳이 히루마모 강조하려는 거 절대로 아니고요 -_-; 마모리 전신이 나온 칼라 일러를 못 찾아섭니다. 아니, 관동대회 조추첨 때 한 번 나와줬지만 그건 고등학생같지가 않아서 넘어가고(...) 어쨌든 잔뜩 쫄은 주제 큰소리치는 선도부들의 맨 앞에서 당당하게 저 히루마와 대적하는 갈색머리 아가씨가 그녀입니다.
사실 마모리는 여태까지의 취향에 비추어 제가 좋아할 녀석은 아니었습니다. 다 큰 고딩한테 같은 고딩 주제 엄마같은 역할이라니..-_-;; 더군다나 1권 때는 그런 이미지보다도 어딘가 믿음직하지 못한 전형적인 소년만화 속의 소꿉친구 같은 느낌이 더 짙었지요. 세나가 데이몬고 수험에 합격하니까 팔짝팔짝 뛰는 그런 행동이 영 아니다 싶었더랬습니다(지금 굳어진 마모리의 이미지와도 상당히 아니 어울립니다. 결국 1권 이후로는 몬타의 망상 외엔 그런 장면이 등장하지 않고 있지요-_-;). 그러던 게 생각이 바뀐 건 켈베로스 때문에 바지가 찢어진 몬타를 타이르던 그 장면. 어째서 그 장면이 그렇게 마음에 든 건지 딱 짚어내진 못하겠습니다만, 마모리가 '자신이 해주고 싶으니까' 생면부지였던 몬타에게 도움을 주는 거라고 분명하게 말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마모리에 대한 잡설이야 여기저기에 장광설 늘어놓았으니 넘어가고.
어찌 됐든 마모리는 소년 스포츠물이라는 특성상 여성 캐릭터가 약할 수밖에 없는 <아이실드21>에서 제대로 분명한 캐릭터를 가지고 등장하는 몇 안 되는 여성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제가 언급한 여성 캐릭터들 중에서 유일하게 남성적인 면이 거의 없는 캐릭터입니다. 제가 워낙에 히루마를 편애하고 히루마모에 심취하다보니 덩달아 마모리에 대한 호감이 상승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남에게 손을 내밀 줄 아는 여성이니까, 속 깊은 마모리니까 보일 수 있는 행동과 대사들을 보면서 그 자체로 훈훈함을 느낀 때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의존적인 녀석도 아니지요. 세나에 대해서는 외려 세나가 마모리한테 의존했던 역사가 있고 히루마에 대해서는 평소엔 싸우지나 않으면 다행임다.-_-;
운동부의 만능 여성 매니져라면 <슬램덩크>의 한나 같은 케이스도 있고 한데, 마모리는 전형적인 소년만화 여주인공같으면서도 어딘가 다르긴 다르단 말입니다(애니실드는 같다는 전제에 한술 더떠 자기들 게으름까지 첨부해 캐릭터 다 말아먹고 있지만요 -_-). 참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여성적인 녀석인데도 그 여성성에서 매력을 느낀 캐릭터는 이게 처음입니다. 히루마모에 광분하다보면 이제는 이런 여성적인 캐릭터에도 애정과 매력을 느낄 정도로 내 취향이 슬쩍 변하고 있구나 싶어집니다. ..아니, 이 엄마친구따님이 엄마친구따님으로 보이지 않게 만드는 세나에 대한 과보호주의와 히루마에 대한 강경한 태도(..그런데 이런 걸 할 수 있는 것도 아곤이나 타카미 아니면 마모리 정도잖아, 남녀 모두 합쳐서;;)야말로 그녀의 완벽성을 더욱 높여주는 구슬의 흠이라 생각하긴 하지만 뭐랄까 -_-;;; 241st down에서 애니실드스런 천연바보가 되었나 하고 한순간 놀랐잖아, 이 오해받기 쉬운 녀석아. -_-;;;
Posted by 양운/견습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