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배들이랑 이야기하다 보면, 가끔은 좋은 학회장이 어떤 건지에 대한 말도 오간다. 그에 대한 선배들의 결론은 한결같았다. '아무 것도 안 하는 놈.' 더 길게 말하면 '남은 있는대로 부려먹고 지는 가만히 있는 놈.'

단체를 이끄는 자는 무슨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같이 엄마친구아들 내지 그 업그레이드 버전일 필요는 없다. 그는 그저 적재적소에 사람들을 배치하고, 맡겼으니 전문가가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두기만 하면 된다. 그가 전면으로 슬쩍 나서는 건 전문가끼리 말이 안 맞거나 단체를 대표해야 할 때 정도. 핵심은, 일단 맡긴 이상 뭔가 하는 중인 사람을 신뢰하면 된다는 거다. 자신이 단체 돌아가는 일을 구석구석 눈에 담아두지 않으면 안절부절 못하는 사람은 이것저것 자기 품에 껴안으려다 다 놓치기 십상인 것이다.

물론, <하얀 늑대들>은 지도자론 같은 거창한 걸 다룬 건 아니다. 서두에 저런 구질구질한 소리부터 끄적대는 건 캡틴 울프가 자신의 자격에 대해 괴로워 할 때마다 내가 그런 자잘한 기억부터 떠올렸기 때문이다.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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