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형수 042

...연중 아니었구나! 나오긴 나오는 거였구나! ;ㅁ;;;;
알고 보니 이전에 이 작품 단행본을 내주던 출판사가 문 닫아 한동안 소식이 뜸했더라는. 다른 출판사가 인수해 첫권부터 다시 찍어내고 있다 한다. 일본에서는 전 5권으로 완결이라던데. 그렇다면 다음이 끝이란 말인가? 으음...

042가 확실히 사람 다워졌다. 하지만 자기 감정이 어떤 건지 몰라서 안절부절 허둥지둥하는 것이 좀 안쓰럽다. 보통 사람들도 자기 감정을 잘 모르는데 아예 감정 자체를 잃은 채 자란 사람이면 어떻겠나. 쓰읍, 아무튼 이번 권에서는 큰일 해냈다. 잘 했다, 042. 그 유가족들은 평생 당신한테 감사하고 살 거다.

(그 과정에서 자기 밥줄 걸고 땡깡부린 박사님 만만세)

그런데 왜 나는 점점 사형폐지론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는 걸까? 이상하다. 작년 까지는 확고부동한 폐지론 지지자였는데. 왜 이럴까, 요즘...


2. 갓핸드 테루 28

27권이 막 나왔을 무렵 친구놈이랑 한 잡담 -

본인 : 다음 권은 기타미의 위기라더라.

친구놈 : 그래봐야 테루와 시노미야의 성장을 보고 같이 힘내서 위기 탈출한다는 것이겠지.

핫핫핫, 작가분도 그런 전개는 너무 뻔하다고 생각하신 모양이다. 엉뚱하게도 시노미야네 삼남이 다 처리하는군. 그 친구의 속셈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마음가짐은 확실히 기업의 머리가 될 만한 사람이다. 그다지 좋아하는 형은 아니다만.
그나저나 이 만화는 어째서 갈수록 의료만화라기보단 병원간 음모의 난투극이 되어가는고? 물론 혀가 날선 분들은 애초 이 작품을 의료만화로 보지 않으신다지만, 그 판타지스런 초반 분위기를 논하기 이전에, 이 작품의 중심은 인간과 생명에 대한 애정이란 걸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과장이 좀 심하고 이상적인 결말로만 매 화를 끝내서 그렇지. 블랙잭이나 헬로우 블랙잭, 의룡 같은 무지무지 현실적인(...써 놓고 보니 데츠카 선생의 블랙잭은 아닌 듯도 하다만..-_-;) 작품들도 방법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생명에 대한 경외감에서 시작한다는 데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분위기가 가볍다는 이유로 테루만 폄하할 건 아니란 말이다.

그러니까 작가님, 병원간 암투는 좀 끝냅시다. 억지로 냉기 철철 흘리는 '현실'을 끌어다 붙이려는 것 같아서 싫수. 그런 의료만화는 이미 넘치고 있으며, 테루를 굳이 그들과 비교해가며 그릴 건 없지 않슴까. =_=


3. 신세기 에반게리온

나는 왜 '신세기'라고 쓰면 뒤이어 'GPX 사이버포뮬러'라고 자연스레 타자해버리는 걸까.(...)

20세기 최후의 대작이자 문제작, 그 명성 높은 애니를 보는 중. 현재 진도는, 일본 전역에 정전이 걸리는 바람에 사도 내습에도 과학 따윈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수동으로 겨우 일을 끝낸 화까지. 그래그래, 전기가 없으니 별은 무진장 많아 보이고, 반면 캄캄한 도시에선 사람이 느껴지지가 않지. 드디어 불이 들어와 번쩍거리던 도시는 하늘의 별을 땅으로 끌어내린 것 같더구만. 사람 냄새는 나지만, 어쩐지 애잔해지더라. 아차- 이건 에바의 주제에서 슬쩍 벗어나는 이야기다.

휴우... 대충 인물들의 결말을 아는 고로 보고 있기가 안타깝다. 잔혹한 천사의 테제 마지막 부분에서 활짝 웃는 신지의 얼굴을 볼 때마다 둔기로 명치를 얻어맞는 느낌이다. 사람 행복해지는 건 참 어렵구나. 힘내란 소리 하기도 뭣하다. 쩝.=_=


4. BECK 26

치바 녀석 엉뚱하게도 룸13과는 사이가 좋아지고 있잖아. 비례해서 유키오는 점점 더 서먹해지는구나. 게다가 마오랑 엇갈리기까지 하고... 유키오의 앞날이 걱정이다. 왜이리 꼬이냐.=_=

치바란 녀석은 시원스러운 대신 칼같은 놈이라 마음 준 녀석한테는 잘 해줘도 한번 끊어버리면 회복하기가 참 어렵다. 캐릭터가 전혀 억지스럽지 않고 외려 치바답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BECK이 완전분해될 게 뻔하지 않은가. 치바의 성격상 다른 사람이 끼어들었다간 상황이 더 나빠질 게 뻔하니 속 깊은 타이라도 구경만 할 수밖에 없고. 같이 밴드하고 싶어서, 같은 꿈을 꾸고 싶어서 혼자 낙담해 하던 치바는 어디로 간 거야, 젠장. 그놈의 돈과 모난 존심이 앰한 사람을 죽이고 앰한 사람들을 갈라놓는군.

지금 같아서는 레온 사익스의 손을 빌려서라도 치바와 유키오가 다시 예전처럼 돌아오기를 바라게 된다. 그들이 순수하게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살기엔, 세상이 너무도 팍팍하구나.


5. 피아노의 숲 12

나에게도 쇼팽의 별명이 '피아노의 시인'이고, 그의 곡은 가볍고 경쾌하다는 것 정도의, 우리나라 중고등학교를 다닌 학생이라면 기말고사 직전 열심히 외웠을 상식은 있다. 하지만 왜 카이(정확히는 아지노 선생)가 첫권부터 쇼팽에 두 눈 고정시킨 건지는 모르겠다. 그 전의 대회에서 월광 소나타를 연주하던 카이는 내 머릿속에서 절로 멜로디가 들리며 싱크로되던데. ...그래. 나는 쇼팽을 모른다. 강아지 왈츠와 군대 폴로네즈 외에는 들어본 거 없다. 쳇. =_=;

어쨌든 일본의 괴물 세계로 웅비할 준비 중, 이라면 12권이 설명될까. 그렇진 않겠지. 평범한 사람들의 대표, 어린 살리에리 역을 떠안은 슈헤이는 정말 이를 갈면서 노력 중이야. 피아노의 숲은 아마데우스의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고 어느 분이 말씀하신 것도 같다만, 음악에 대해 별다른 상식이 없는 나에게는 딱 그 구도만이 떠오른다. 모차르트도 자신에게 경외감과 질투를 동시에 느껴 끙끙거리던 살리에리에게 별다른 악감정이 없이 그를 밟아댔지(...실제 역사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아마데우스라는 영화상의 이야기다). 슈헤이에게는 카이 같은 천재성도, 다카코 같은 감성도 없이 오직 노력만이 있다. 그는 아직도 자신의 피아노를 사랑하지 못한다. 그리고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리에게 연민을 품은 나는 슈헤이에게도 연민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연민은, 실례다. 최종적으로 지든 이기든, 슈헤이는 슈헤이일 뿐이지. 다만 그가 그의 피아노를 좋아하게 되었으면 한다. 그의 아버지는 아지노 소스케라는 천재를 따라잡을 수 없는 자신을 인정하는 한편 자신의 피아노를 믿음으로써 일가를 이루지 않았던가. 천재의 작품도 짜릿하니 좋지만, 범인의 연주는 문득 눈을 들어 보니 십수년 간 곁에 있던 낡은 가구의 빛깔처럼 자연스레 다가와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이 있으면 저런 것도 있다. '완벽'하기 때문이 아니라 '아마미야 슈헤이'의 피아노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리고 자신이  좋아할 수 있는 그런 연주를 들려줬으면 하는데...

갑자기 유리가면의 두 아가씨가 생각나는구만. 슈헤이라면 아유미스러운 긍지를 가져도 될 텐데. 껄껄.


6. 풍장의 시대 5

나온 김에 전권을 싹 복습했다. 복습이 아니라 앉은 자리에서 삼회독했다. 풍장이 처음 발간되었을 때부터 뭔가 삘이 오긴 했지만, 정말이지 뭐랄까... 이번에 표지에도 오른 범 형아가 결정타를 먹였어. 용호상박이요 용쟁호투요 용형호제라는 영화까지 있으니, 한동안 나는 이걸로 버닝이다!(...)

......용아, 뭔가 인물(동물?;;)이 확 변한 것 같구나. 뭐라고 딱 짚어 말하진 못 하겠다만, 그렇지. 술 안 내놓는다고 자는 아이 깨워서 괴롭히고 개화의 맛(...)을 즐기던 한선비한테서 자기가 피고 싶다고 냅다 양담배 빼앗아 물던 뺀질스런 형아가 갑자기 피눈물 쏟으며 일을 저지르니 앞뒤 다 잘라버리고 대뜸 결말 내놓은 모양새라 깊이 공감하질 못하겠다. 뭔가 설명이 더 필요한 것 같은데... 스피디한 전개는 좋지만, 독자에게도 숨 쉴 기회는 주셔야죠. 하가렌이나 풍장의 시대 같은 작품들은 군더더기 없이 스피디한 전개가 장점이긴 하지만, 뒤집어 보면 몇 번이고 복습하지 않고선 상황파악이 안 되어 공감을 못 하기도 한다오. 강약 조절이 참 어렵지. 뭐 앞으로 설명을 좀 해 주시겠지요...? -_-;

어떻게 검색하다보니 스토리를 짠 가리 님의 옛 홈피까지 흘러 들어갔는데, 방명글에서 용과 범의 관계는 단순히 앙숙친구가 아니라 뭔가 정치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는 답글을 발견했다. 용은 동해 용왕의 아들네미라고 확실히 밝혔지만 범은 호랑이 세계에서 어느 정도 위치인지를 모르겠는데. 여의주랑 관련된 걸까. 범이 용아를 꺼내달라고 용왕한테 으르렁거리면서 한 말에 뭔가 숨겨진 건가. 가만 놔두다간 내가 별 해괴한 망상질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뤼순에서 날뛰던 범 형아는 위험했다. 아놔.;

그리고 한선비가 살아생전 몸 담았던 시대가 어느 적인가 잠깐 고민. 어떤 분은 동학 농민운동이라 하고 어떤 분은 기축옥사라 하는데.. 조정신료들이 한선비가 따르던 사람들에 대해 퍼붓는 욕은 분명 어디서 보긴 본 건데, 동학 관련해서는 아니었던 것 같다. 게다가 주도자로 찍혀 처형당한 양반은 민초들에게도 유교적인 욕을 먹고 있었다. 동학이었다면 민초들이 그런 소릴 했을 리가 없지. 그럼 정여립인가? 그런데 정여립이 이런 사상을 가진 인물이었나? 차라리 홍경래가 더 가까운 것 같은데, 홍경래 쪽 인물들은 과거 합격과는 거리가 있지 않던가. 아아 역사 공부를 안 했더니 하나~도 모르겠구만! 일단 다음 연재를 기다리는 거다! OTL

여러분, 과거에 세 번 붙었으며 사해평등주의자이며 반역 혐의로 거열당한 선비를 아십니까?!;;;


아무튼 지름대기번호 1번이다. 좀더 전개를 지켜본 후 결정하겠지만, 스토리만 잘 나가준다면 나는 틀림없이 지르게 될 것이다. 나는 짠 놈이라 엔간해서는 지르지 않는다. 은하영웅전설도 4회독은 한 후 질렀고, 강철의 연금술사도 9권쯤 가서야 질렀다. (그러니까 읽지도 않고 단숨에 질러버리는 이영도 씨 작품들은 예외야 예외...) 그런 내가 벌써부터 지르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리게 하다니, 한국 만화도 절대로 외제에 뒤질 것 없다는 뿌듯함이 든다. 왜 내가 뿌듯한 거야, 껄껄.

잠깐, 주인공은 목이인데 와 목이 야그는 하나두 없노?(...)



p.s. 밤에 잠이 안 와서 뒤척뒤척하다가 번쩍 든 생각이... 어쩌면, 그 스승은 허균인지도 모르겠군요. 신분에 관계 없이 평등한 사람들의 세상을 꿈꾸다가 역적 모의했다고 잡혀 죽었지요. 역시 호부호형이 힌트였나?; 흐음......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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