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절한 감탄사와 두서 없는 폭주로 점철된 문장은 해라체로 쓰는 것이 보다 적합하다는 판단에 그리 합니다. 방문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합니다.


1. 마동왕 그랑죠트

..그랑죠트가 제대로 된 명칭이겠지만 그딴 게 뭐야, 우리가 아는 건 그랑죠다. 다이치 같은 게 아니라 민호! 가스 같은 게 아니라 용이! 라비 같은 게 아니라 제롬~! 그것은! 통키와 맹태 같은 것이지! 그럼!
어릴 적 환호했던 만화를 커서 다시 보는 기분은 정말 색다르다. 국딩 시절의 나는 왜 겨우 5학년인 꼬맹이가 달나라 여행을 가서 처음 보는 외계인(...) 할머니가 하라는대로 다 하는지 의문을 품은 적이 없었다. 왜 사동족이 무조건 악의 화신으로 행세하는지는 관심도 없었고, 내 알 바도 아니었다. 다만 그랑죠~ 그랑죠~ 마법으로 빛나는 그랑죠~ 주제가를 따라부르며 이거 재밌다를 외칠 뿐이었지. 뭐, 재미야 지금도 그득하지만.

하지만 가장 크게 느끼는 감회는 '이건 우리 게 아니다'라는 것. 민호가 다이치로 불리는 게 생경하기만 하다. 강백호를 사쿠라기 하나미치라고, 윤대협을 센도 아키라라고 부르면 도저히 인물이 연결되지 않아 댁이 누구신가 하고 어리둥절해지는 그런 기분이랄까. 마징가나 독수리 오형제가 우리나라 것이라고 믿고 컸던 세대가 후에 느꼈을 충격이 얼마나 클지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그래도 지금은 최소한 외제란 것 정도는 알고 보니 말이다.

....그리고 구리구리 성우가 하야시바라 메구미 씨라는 건 아직도 아스트랄한 충격(...). 구리구리도 리나 인버스도 정말 어려운 역인데 그렇게 멋지게 해치우다니, 역시 메구미 씨..... 존경합니다! ;ㅁ;

2. 슬레이어즈 무인
볼수록 슬레를 향한 불길이 살살 일어난다. 과연 나의 버닝의 알파는 슬레이어즈요 오메가는 창세기전2라 이거지. 껄껄껄.

주섬주섬 보다 보니 일단 할아버지는 물리쳤고, 피리오넬 왕...위계승자 씨의 등장. 어라 이거 가만 보니 외전 거의 첫부분의 에피소드를 슬쩍 비틀어놓은 것 아닌가. 거기서는 아멜리아가 등장하지 않았지. 그런데 왜 나는 이런 화가 있었다는 걸 기억하지 못하는 거지?;;;
어쨌거나, 참 엉뚱한데서 필 씨를 등장시켜 넥스트에 대한 포석을 미리 해 두었다는 느낌이었다. 역시 원작 8권까지의 내용을 애니화할 생각으로 시작했구나 랄까. 그렇다면 대체 왜 1기에는 부제를 안 붙인 건데. 무인이 뭐야 무인이.;

1기 무인의 백미는 역시 리나와 그레이워즈 가의 엎치락뒷치락 애환이다. 눈을 뜨고 샤방샤방해진 레조랄지(과연 슬레이어즈의 각 종족 대표 3대 미중년의 하나인 것이다) 레조의 혼을 일깨우려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부르짖는 제르가디스랄지 복제 레조의 증오랄지 그의 묘비가 된 축복의 검이랄지... 아차 진도를 약간 넘겨버렸군. 아직 복제 레조가 등장하려면 멀었지. 어쨌거나 심각하게 쓰려고 하면 정말 심각했을 이야기다. 전민희 씨가 쓰셨다면 레조와 제르의 애증이랄지 제르와 로디마스와 조르프의 연대랄지 매일같이 증오와 수치심에 시달리느라 부서지기 직전까지 날선 신경에 금방 숨 넘어갈 것 같던 제르가 리나 인버스를 만나 갱생하는 거랄지 겉으로는 명랑쾌활엽기발랄한 리나가 속 깊게도 제르를 걱정하는 거랄지, 하여간 엄청나게 무지막지한 심리극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르리나 팬덤에서 명성이 드높은 어느 분 말씀대로, 1기는 제르리나에 대한 애정이 폭발하는 지뢰밭이다.

(.....QP님은 정녕 연재 재개할 생각이 없으신 걸까? 이제 제르가 리나랑 만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ㅁ;)

그러니까, 무인은 제르리나 내지 리나제르 팬들의 바이블인 것이다. 껄껄껄.

음. 가만 보니 무인은 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몬스의 종류가 원작 소설 분위기를 따라서 참 다종다양하다. 넥스트에선 거물이 너무 많이 튀어나와 잡졸들은 눈에 띄지도 않았고 트라이에선 그런 개념조차 없었지. 그리고 눈에 띄게 숲이 배경인 경우가 압도적이란 느낌이다. 넥스트는 그렇다 치고, 트라이는 스케일이 약간 오버였다니까. 이제는 창2 리뉴얼판이 나오는 것 만큼이나 희망이 옅은 바람이다만 슬레 4기가 나와준다면 더 써먹을 적이 없을 지경이지.

그런데 쉬피드 월드에는 마족이나 신족 따위 들먹이지 않아도 써먹을만한 대괴수가 있잖아. 리나 인버스라고.(...)

이번에는 인간들간의 이야기로 엮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리나의 괴력을 두려워한 인간들이 은혜도 모르고 SLAYERS를 배신해 지옥으로 밀어넣는 이야기 같은 거. 아멜리아의 신분을 자꾸 거론하게 되는데, 자칭 성왕국인 세일룬이라면 이런 데서 주변국이 떠밀어서라도 앞장서지 않을 수 없단 말이지. 필 씨나 나가나 아멜리아는 바라는 바가 아니겠지만 리나는 그들의 공적 1호가 될 수도 있다 이거야.
하기야 슬레이어즈의 분위기에는 절대로 맞지 않긴 하지만. 이영도 씨 식으로 쓰면 디알 후반의 애잔한 분위기가 날지도 모르겠다.


써볼까?

(댁은 쓰던 거나 마저 쓰......는 게 아니라 공부나 하셈)


3 십이국기

실은, 용량 관계로 앞뒤 싹 지우고 35화부터 39화까지만 남겨두었다. 어차피 원작이 방에 있으니까(그러니까, 이게 고시생 사는 꼴이냐고).
사실 이렇게 보면 안 되기는 하다. 바람의 만리 여명의 하늘 편은 달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를 위시한 이전 시리즈들과 논리적 감정적 개연성이 진한 고로 천천히 음미하며 차례대로 봐 줘야 예의 그 장면에서 느껴지는 쾌감이 극대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발췌독하면 안 된다고 누가 법으로 정한 것도 아니고, 엥이.(...)

암행어사..가 아니라 왕님 출두씬부터 초칙 발표장면에 이르는 그 통쾌한 맛은 애니 쪽이 더욱 극대화되어 있다는 느낌. 배경음악 때문일지도 모르고, 내가 애니를 먼저 접한 후 원작을 접했기 때문에 애니 쪽의 인상이 더욱 극명하게 남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카지마 요코가 경왕 세키시로 변화하는 과정과 거기서 배워가는 것들은 이상하게 마음에 와닿는 것이 있다. 사람은, 그래. 그런 것이지. 우선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진 후에야 타인을 향해서도 당당하게 얼굴을 들 수 있고, 상대방을 심적으로 눈 아래에 두는 게 아니라 정면으로 마주볼 수 있게 되어서야 비로소 비굴함을 버리고 오롯이 사람 대 사람으로서 관계를 맺어갈 수 있게 되는 것이지. 십이국기에는 하나도 버릴 에피소드 따위는 없어.

그런데 공왕 폐하의 승산기는 애니화해주면 안 되겠니. 극장판, 아니 OVA로라도 해 주면 안 되겠니.(.....)

그리고 12권은 대체 언제 나올까. 오노 여사님, 돌아가시더라도 이건 완결해 놓고 가셔야 합니다! -_-;;;;;

4. 양지의 늑대

처음 작가의 그림체를 접했을 때 이분은 동인계에서 제법 수련을 쌓다가 오신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긴 했다.
2권을 보고 확신했다. 이분은 1순위가 부장님 만세, 2순위가 조장님 만세의 동인녀 출신이다. 틀림 없이! 그렇지 않고서야 세이자부로 뺨치게 예쁘장한 히지카타 토시조가 성립되지 아니하며 그 귀신부장(아직은 아니지만) 앞에서 대낮에 이 잡는다고 홀딱 벗은 사이토 하지메 같은 게 그려질 리가 없지! 후자는 특히 코피였다고! 남 앞에서는 절대 웃통 까고 등욕도 안 했던 사람이란 말이다! 이런 바람직한 건 앞으로도 많이..아니아니 자제해 주십시오!!(...)

큰 줄거리는 시바 료타로 씨 작품 삘을 띠고 있기는 한데, 진행될수록 빤따스띡동인삘을 띠게 되지는 않을까 은근히 의심스러워졌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세상에는 <바람의 빛>같이 멋지구리한 신선조망상물도 있으니까(...은혼은 제외하겠다. 그건 엄격하게 따지자면 신선조물이 아니니까. 말해두는데 절대로 사이토가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삐진 게 아니다). 다만,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신선조라는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창작물은 수도 없이 쌓여있는 고로 팬들의 입맛 맞추기가 참 까다롭다는 걸 지적하고 싶다.

<바람의 빛>이나 <피스메이커> 처럼 처음부터 방향을 확실하게 잡고 개성적으로 나가든지, 시바 료타로식의 정진정명의 길을 가든지, 아사다 지로의 <칼에 지다>같이 느낌이 있도록 각도를 바꿔 보던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월명성희>를 보라. 이건 좀 어정쩡하다. 스토리가 개성적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역사 내지 시바 료타로식의 확고한 텍스트(...라고 하면 좀 그런데 적당한 표현이...;)를 바탕에 깔았다는 느낌이 강한 것도 아니다. 시작부터 모닝구무스메 같은 게 신선조와 비교되는 뭔가 아스트랄한 소개를 달고 있어서 더욱 이미지가 아스트랄하다아.;;;(이건 편견이긴 하지.;) 볼만한 신선조물을 기대하는 팬의 하나로서 기대감이 없잖아 있기에 더더욱 걱정이 크다.

뭐어... 잘 되면 좋겠지. 안 되면 신선조물도 아닌 <바람의 검심>이라도 복습해야지 뭐...
(그렇다. 나는 바검의 사이토 하지메에 낚여 이 지경이 된 거시엇따.........OTL)

가설라무네 역시 사이토 하지메는 신선조물마다 천차만별적인 개성을 자랑하는구만. 이번 조장님의 기본설정소개는 실존인물에 대해 전해지는 것과 가깝게 묘사하려 노력했더라만 실제로 그려지는 걸 보면 뭐랄까... 마루 밑에 숨어서 오키타와 세이자부로의 대화를 엿들으며 입을 삐죽 내미는 모습이 절로 떠오르는 <바람의 빛>의 조장님처럼 어딘가 맹하면서 이해불가한 녀석같은 이미지인걸........; 그러니까 설정대로 갈 거면 이를 잡기 위해 아무도 안 보는 골방에 들어가지 히지카타 앞에서 그러진 않는다니까.....................;;;;;

5. Dr. 코토의 진료소
<갓핸드 테루>의 낙도 버전이라는 느낌이 든 건 왜일까...; 어쨌든 테루 못지 않게 말도 안 되는 기적을 벌이는 천재의사 고토 켄스케 씨 이야기. 의료에 대한 것 보다는 낙도에서 고기잡이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나이 많은 주민들을 향한 작가의 애정어린 시선이 마음에 든다. 나도 외가의 본가가 저 남해바다의 낙도에 있어서 그런 걸까.

6. Fate/ stay night
2쿨밖에 안 되는 제한 때문에 루트가 마구 섞이면서 과부하를 일으킨 느낌. 페이트 루트와 무한의검제 루트만 적당히 섞는 선으로 갔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지만 이래서는...; 하긴 애초 페이트는 패러렐 월드라서 세 루트를 '적당히' 섞는다는 게 니름도 안 되는 소리이긴 하다. 세이버나 아쳐의 역할만 봐도 각각 비중조차 엄청 다르지 않은가.
그렇지만 이야기가 일관성을 잃어버리면 재미도 같이 떨어지는 것이다. 차라리 섞지 말고 독자적인 루트를 만드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페이트의 주제, 즉 시로가 아쳐일 수밖에 없는 것을 풀어가는 느낌이 요즘 희석되는 느낌이다.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