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K

낚였다 2006. 2. 19. 22:28
2005/10/7



요즘 열심히 읽는 만화입니다. 이야기를 무미건조한 한 줄로 정리하면 평범하디 평범하던 주인공이 어찌어찌 해서 기타를 잡고 BECK이라는 이름의 밴드를 결성해 성장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연예인이든 음악이든 관심이 없어서, 아주 유명한 팝송도 잘 모릅니다. 그런 주제에 괜찮다니까 읽기 시작했습니다.



미스터 초밥왕은 맛을 묘사할 때 표현은 휘황찬란해도 입안에 그 맛이 느껴지진 않지요.(배고프다는 생각은 들지만.;)

이 작품은 정말로 시종 라이브 공연장에 들어가있는 기분이 들게 합니다. 특이한 묘사를 쓰거나 곡의 가사를 전부 보여주진 않았습니다. 공연 장면도,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 전체 이야기에서는 반 정도의 비율을 차지할 뿐이죠(나머지는 밴드 하려고 온갖 아르바이트 뛰며 땀흘리는 장면과 주인공의 청춘성장기가 반반입니다). 그나마도 공연장면을 흑백사진으로 여러 장 찍은 것처럼 화면을 구성해 커다란 동세가 느껴지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관중들이 열광하고, 밴드가 타오르고, 그 속에 제가 섞여 주인공들의 노래를 듣는 기분이 듭니다. 청각적으로 완벽하게 차단된 상태인데도 시각만으로 청각과 촉각의 환상을 일으키는 게 정말 신기하네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을 보노라면 밴드 하는 것이 정말로 힘들고 어려운 일이구나, 라는 현실적인 갭이 절절이 느껴지긴 합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어디 가까운 라이브하우스에 들어가 괜찮은 인디밴드의 곡을 귀청 나가도록 듣고 싶어집니다.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건, 제 생각엔 '힘들고 어려워도 꿈을 포기하지 않아' 가 아닙니다. '나 여기에 살아있노라, 이 순간의 내 외침을 누군가가 들어주길 바라노라'라는, 거의 존재를 건 절규입니다. BECK의 일원들을 비롯해 이 작품에 등장하는 어느 인물도 정말로 목숨을 걸고 오직 음악을 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여기고 음악을 하진 않습니다. 다만 음악을 하는 것이 호흡하는 것처럼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 음악 이외의 것으로는 자아를 드러내보일 수 없는, 약간 비뚤어진 모습들이 많이 보입니다. 미래에 도쿄돔이나 무도관을 가득 채우는 스타가 된다는 식의 소박한(?) 꿈도 없이, 그저 음악을 하고 싶으니까 하는 모습들이 즐거워 보이면서도 안타깝게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아마도 그게 뭔가에 극한까지 미칠 수 있는 사람의 모습인 듯 합니다만.



아무튼, 강추입니다.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