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8/28




그 팬카페에선 감히 드라마를 비판하는 소리를 했다간 큰일날 것 같아 적당한 감상만 적었습니다만.;

아무튼 끝났습니다. 말 많고 탈 많았죠.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개인적으로 정말 존경합니다. 그런 인물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한국인은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할 정도죠. 하지만 '성웅' 이순신은 역시 어렵군요.

드라마 제작진이 무슨 의도를 가졌는지는 그리 짐작하고 싶지 않습니다. 일단은 역사적 사실을 떠나 전투씬이 (비록 여기서도 문제점이 많지만) 볼만하고 재미난 드라마를 봤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작가는 그야말로 '종합판'으로서의 영웅을 이순신에게 투영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잠깐 딴소리 하겠습니다. 이 게임을 모르는 분들께는 적절한 예가 되지 않을 듯 하지만 아무튼 적어보자면.. <서풍의 광시곡>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흑태자가 사망한 후 반세기가 지난 때입니다. 지금의 우리는 반세기 전 6.25가 있었다는 것만 알지 그게 얼마나 참혹했나 같은 건 모릅니다. 반세기는 사실 어마어마한 겁니다.(혹시 남한에서 무지막지한 전쟁영웅이라도 하나 났으면 또 이야기가 달라졌을까나요.) 하지만 제국인 npc들은 어느 마을을 가든지 늙으나 젊으나 창세 전쟁때가 엊그네 일인마냥 "흑태자님이 살아계셨더라면" 이런 소리나 주절거리고 있죠. 저는 이거야말로 크리스티나가 제국을 새로이 이끌게 되면서 깨부숴야 했던 최대의 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까지의 제국인들은 흑태자가 너무 대단한 인물이었음에 눈이 멀어 지금 잘 안 되는 것을 다 그가 없기 때문이라고 핑계대고 스스로는 아무것도 안 한 거와 마찬가지였으니까요. 해서 크리스티앙 시대에는 흑태자'님'이 아니라 그냥 '흑태자'라고 부르는 게 일반화된 걸 보고 뭐가 좀 제대로 돌아가는구나 하고 안도한 기억이 납니다.



갑자기 서풍 이야기를 꺼낸 건 그 드라마에서의 이순신이라는 인물이 울고 웃고 화낼 줄 아는 '인간'이라는 걸 강조하는 한 축이 있는 가 하면 시대를 앞질러 '현대인'들이 이상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지녔으며 23전 23승의 불패의 영웅, 완전무결, 세계사에 더는 있을 수 없는 그런 '성웅'으로서의 모습이 강조되는 다른 축이 있어, 뒤로 갈수록 후자에 무게가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제 홈피에 비슷한 이야기를 끄적거려댄 게 있습니다. 민초들은 스스로를 힘 없다 여겨, '영웅님'이 강림하시어 그들이 원하는 바를 짠 하고 앞장서서 외쳐주고 대신 매도 맞아주길 바란다고.



저는 이순신 장군이 너무 좋습니다. 박 뭐시기 전 대통령이 뭘 모르는 국민학생들을 상대로 시키고 전 뭐시기 노 뭐시기 전 대통령이 굳게 이어받아 행한 국민교육을 통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찾아보고 생각해본 결과로써, 저는 장군이 정말 좋습니다. 하지만 저더러 그런 삶을 살라고 하면 거부할겁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것도 좋지만, 저는 사후에 명예를 바라느니 살아서 적당히 굽히며 평온하게 사는 것이 더 좋거든요.-_- 그런 면에서 볼 때엔 저도 저 작가나, 서풍 당시의 게이시르 인들이나, 스파이더맨이 뿅 하고 튀어나오길 바라는 뉴욕시(맞습니까? 어디지?;) 사람들과 다를 바는 없죠.



하지만 이미 무덤에 누운 한 사람을 계속 거기에서 끄집어내진 말았으면 좋겠군요. 그 사람이 성웅이고 진정 위대하다는 데엔 저도 이견이 없지만, 그에게 기대어 그런 기대심리를 표출하는 건 어리석기 짝이 없어 보입니다. 물론 '영웅'이란 건 그러기 위해 있는 거고 '위인전'이란 그런 용도로 널리 읽히는 것이긴 합니다만. 누군가 십자가를 지기만을 은근히 바라는 심리는 아주 날것으로 이야기하자면 도둑심보입니다. 쩝....





아무튼 TV를 잘 안 보던 제가 주말에는 TV에 붙어있게 만들던 프로그램 하나가 끝났습니다. 이제는 다시 맘 잡고 공부 하는 척 팬픽 준비하러..샤샤샥;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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