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4



근래들어 갑자기 시청후기를 올리는 건, 불멸 카페에 드나드는 후유증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떠드는 걸 보고 있자니 저도 떠들고 싶어지더군요. 덕분에 게을er의 수칙이 엉망진창이라고요.;
(시험기간에는 절대로 놀 것- 이라는 수칙은 안 깨지는군요. 쩝.)


1.

포로에게 정보를 캐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왔죠. 그거 천주교의 묵주 같던데, 괜히 또 안티들이 "역사 왜곡 자알 한다 첫번째로 영세받은 사람이 임진왜란 때 있었다고?" 어쩌고저쩌고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좀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있을 수는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고니시가 수양딸로 거둔 조선인 소녀는 나중에 천주교도로서 믿음을 지키다가 유배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나네요.

어쨌거나, 독도 망언으로 나라 안팎이 시끌시끌한 이 때에. 어디서 무슨 행사하면 일본 비하와 독도 찬가부터 앞세워 사람들을 감정적으로 몰아가는 이런 시기에. 작가가 용감하게 나선 거라 생각합니다. 옥포 해전 묘사만 해도 일장기가 화살에 뚫리고 포탄에 맞아 기울어지는 상징적인 장면 정도로 그쳤었죠. 듣기로 다른 사극 드라마에선 꽤나 어린애같은 짓을 했던 모양이던데요.

물론 전 포로를 달래는 걸 보면서 네놈들이 인간 같잖게 굴어도 나는 인간의 품위를 지키겠노라 라고 비뚤어진 소리를 중얼거리긴 했습니다만, 국가 원수로부터 평범한 시민에 이르기까지 무작정 화를 내는 걸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평범한 시민들은 겁쟁이라서 위에서 무슨 짓을 하든 감히 참견하지 못하고, '진실' 같은 걸 알려 들지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옆에서 우리가 반일 사죄 외쳐도 역사 자체에 관심이 없는 그들은 왜 우리가 저러는지도 모르기에, 그저 반한을 외칠 게 뻔합니다..=_= 우리나라에서 일제 상품 소비율이 떨어졌다고요? 일본에선 한국 상품 소비율이 떨어지고 소위 한류 스타의 팬들을 향한 눈총도 매서워지겠죠.

그 조선 사람이 보여준 상처는 바로 우리가 역사에서 일본으로부터 받은 상처입니다. 그걸 눈앞에서 보게 되어서야 포로도 찔려하는 마음이 드는 듯 하더군요. 두드려 패서 말이 나오는 게 아니지요. 감정 가는 대로 해서는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해결 되는 건 없습니다.


2.

선조의 모션은 이거 하나로 다 설명되는군요.


(/-_-)/ㅠㅛ


이모티콘이란 거 좋군요. 낄낄.

아무튼, 선조가 그리도 군왕답지 않게 이 사람 저 사람 탓을 하며 성질을 부린 건 왕이 지켜야 할 수도를 버렸다는 죄책감, 자신의 무력함 때문이겠지요. 괜히 광해군한테 화내는 걸 들으니, 선조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한테 화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왕님인데 님, 그러시면 곤란.=_=


아무튼 이런 상황에서 행재소에 옥포의 승전보가 다다르면 정말로 순수하게 기뻐할 사람이 누구인지는 분명해졌습니다. 그저 좌상 대감 뿐이군요..=_=



3.

징비록에선 장군을 강건한 무인이라기보단 신중한 선비의 모습으로 회상합니다. 난중일기에선 곳곳에 장군이 아파하는 신음과 눈물이 있죠. 눈물 많은 분이라 아드님한테 핀잔을 들은 일도 있다지요?

하지만, 장군이 처음부터 눈물이 많았으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타고난 성품이 유순할 거란 생각은 들어도, 그 조선시대에 칼 찬 무반으로서 내키면 울 수 있는 위치는 절대로 아니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장군은 백성들 생각에 울고 또 우시죠. 자신의 일처럼 여기시기에. 칼 찬 자로서 부끄러움을 느끼기에.

불멸이 끝나도 오랫동안 못 잊을 것 같습니다. 눈물을 흘리던 장군님 모습.



..이러다가 어머님 돌아가시고 면이 전사할 때는 대체 어쩌시려고요, 김명민 씨..;;



4.

원균.

난중일기를 읽어보면 장군께선 원균의 사람됨을 장수답지 않게 경솔하다고 판단하신 듯 합니다. 여기저기서 투덜거리시죠. 지난 번 옥포 해전에서도 버럭 화가 났습니다만, 저건 아닙니다. 겨우 위관급 장교라도 저런 식으로 행동하면 안 되죠. 하물며 일군의 장수가 저렇게 감정 가는 대로 날뛰어서야.

지금 우리가 일본을 다루는-정확히는 일본한테 끌려가는-_-^- 모습이 바로 저건 아닐까 싶어 섬뜩했습니다. 겨우 네 척의 배, 정식 수군 훈련이 된 것도 아닌 오합지졸들만이 자신의 부하인데, 직속부하도 아닌 전라좌수군까지 자신의 부하인 마냥 끌고 나가 수십 년동안 전쟁만 하는 데에 이골난 대군을 향해 무작정 달려드려는 모습. 좀더 알고, 좀더 확실하게, 분명히 이길 싸움을 준비해야죠. 움직임은 태산같이. 경거망동으로는 되는 게 없습니다.



..라고 쓰긴 썼는데, 나 자신이 무지 찔리는 말들 뿐입니다. 아하하.;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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