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3/18



베르세르크는 에.. 이거 좋아하는 분들은 무지 매니악하고 싫어하는 분들은 끔찍이 혐오할 작품이죠. 응단의 황금시대를 제외한다면 -실은 그 시대도 영광의 역사가 피로 씌어져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폭력, 유혈, 강간으로 얼룩져 있으니까. 그게 절정을 이룬 건 19권이었나, 맛 간 세상에사 맛 갈 데로 가버린 인간들이 자포자기한 채 자신조차 잊고 광란의 섹스파티를 벌이는 장면이라 생각합니다(그리고 그 반대작용은 각성(?) 전의 파르네제로 대표되는 마녀사냥이고요).

아무튼, 그야말로 19금으로도 부족해 24금쯤 붙여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지는 <베르세르크>. 사고 터진 그 날 이래, 입단 전의 모습, 즉 본래의 자신의 모습인 외로운 떠돌이 검사로 돌아갔던 가츠는 '동료'를 맞이하면서 점점 광전사에서 사람으로 모습을 찾아가는 것 같군요. 27권은 왕국의 수도에 들어온 공제(恐帝)가 말 그대로 시체로 성을 쌓고 지상에 악마를 도래시킨(..이것도 네타냐?;) 모양새를 갖춘 가운데, 그리피스가 샬로트 공주(오, 아직 살아있었더군요-_-^)를 음음해서 음음하야.. 이하 네타이므로 생략. 여기서 뭔가 다채로운 상상을 하신다 해도 할 말은 없군요. 당신은 성인이니까. 허허허.-_-; (만일 미성년자인 분이 상상을 하신다면 방향은 두 가지. 되도록이면 동화틱한 쪽이었으면 합..이 아니라, 당신! 왜 미성년자가 이걸 보쇼!) 아무튼 그런 가운데 가츠 일행은 캐스커를 엘프의 땅으로 데려다주기 위한 여행 중에 바닷가에 도착했습니다. 오, 코믹물이 되어버렸습니다. 더 이상은 말 안 합니다!;

27권은, 파크로부터 시작해서 파르네제 일행과 세르피코, 그리고 그 꼬마 마법사가 가츠의 동료가 됨으로써 응단이라는 두 번째 '가족'을 잃고 절망했던 가츠에게 세 번째로 따뜻함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밤비노는 가족이 아니었다고 주장하고픈 분, 가츠 앞에서 말씀하시길. 단, 생명보험은 들고.-_-;) 아주 조심스럽게요. 앞으로 가츠의 여행이 어떻게 될지, 캐스커는 어떻게 될지, 둘의 이도 저도 아닌 자식은 어떻게 될지, 그리피스는 뭘 계획한 건지, 더 두고봐야 알겠지요. 가츠의 여정의 끝은 더이상의 절망은 없다고 생각했던 그 때보다 더한 절망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새로이 '동료'의 모습을 갖춰가는 일행들을 보면 조금쯤은 희망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 이전까지의 <베르세르크>의 분위기와 비교하자면, 정말 미미한 빛이 보인 기분입니다. 착각이 아닐까 싶어 조심스러워지는.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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