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3/12


그간 안 쓰다 아주 간만에 쓰려니 뭔가 좀이 쑤시네.; 아무튼.

말 많은 거북선 침몰씬에 대하여. 다른 사람들이 떠든 이야기가 많으니까 저는 짧게 말하죠. 무리수이긴 했지만, '드라마'로서나 거북선이라는 위대한(...원래 무기에 '위대한' 소릴 붙이면 정신병자 취급했지만, 지금은 별 수 없네;) 발명품이 만들어지기 까지의 노력- 즉 임란에 대비한 좌수영의 눈물어린 노력에 대한 묘사로는 괜찮은 설정이었습니다. 선전관 기타 등등이 보는 앞에서 저리 된다는 좀 엄한 상황을 만들어버린 것이 문제일 뿐입니다. 어차피 '드라마'이고 다들 아는 이야기인데 그렇게 버럭버럭 화를 내는 건 좀 지나치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54화를 보면서, 전라좌수영은 이제 명명백백히 하나의 '조직'이 되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뭐랄까, 신선조와 비교하면 좀 아귀가 안 맞는데. 아무튼 사람들의 마음이 드디어 맞게 되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일본이 신선조 같은 걸 발굴해서 재미있는 소재로 써먹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역사에서 뭔가를 '사람들의 집단'으로 발굴하기보단 그런저런 '영웅님과 그 밖'으로 묘사하는 쪽이라, 사람'들'을 느끼고 즐기기엔 빈약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좀 민망한 생각입니다만 신선조엔 동인녀가 있어도 우리나라의 어떤 위인에도 동인물이 붙었던 과거가 없었다 봅니다. 쿨럭;) 평소와 달리 마구 고함을 치며 좌중을 휘어잡은 권준 형님의 공이 지대합니다.ㅠ_ㅠ

그리고 일본인에 대한 묘사. 전 이게 불만스럽습니다. 와키자카를 비롯해서, 일본은 천성적으로 조선을 침략하지 못해 안달이 났고 조선 침략 또한 필연적인 것이었으며 이순신이 그들을 박살낸 것도 필연적인 전개인 것으로 쓴 느낌이라서요. 개인적으로 민족주의라는 말을 들으면 눈살부터 찌푸리고 보는 쪽이라; 그런 묘사는 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뭐 친일보다 친북이 더 나쁘다는 둥 괴이쩍은 소리를 하는 아저씨-_-^덕에 인심이 더 수상해져서 저더러 친일파냐고 눈에 쌍심지키고 달려들 분들 분명 계실 듯 하군요. 하지만, 아무리 밉살스런 일본이라도 '적은 뿌리까지 적'으로 만들어버리는 건, 이건 아니다 싶을 뿐입니다. 똘이 장군식 사고하고 다를 바가 없어 보이거든요. 쩝.

그러고 보니 54화라. 장군께서 전몰하신 게 54세 때였죠. 감회가 새롭습니다.

어쨌거나 오늘은 토요일입니다. 길고 긴 기다림이 끝나 드디어 불멸 하는 날인 것입니다.ㅠ_ㅠ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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