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9/26



6화는 일단 패스. 원균에 대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고로.


7화를 보고나니 갑갑했습니다. 이순신은, 아시다시피 원리원칙에 투철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원리원칙에 투철하면 고지식하다, 꽉 막혔다는 소리만 듣기 십상이요 매사 손해보기 일쑤지요. 원리원칙을 세우는 것도 좋지만 적당히 세상과 타협하며 사는 것이 낫다고들 하더이다. 그걸 융통성있다고 말하지만, 어쩐지 말꼬리가 슬그머니 내려가는 기분입니다.
융통성이 있는 건 물론 능력면에서 필수적인 것이죠. 하지만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항상 잡초처럼 적당히 휘며 오래도록 보신하는 처세술이 정말로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을 살리는 삶인 것인지. 부러지더라도 뻣뻣이 살겠다는 생각은 남산골 딸각발이나 할 법한 물정 모르는 바보의 소치인지.
생각건대 사람이 융통성을 갖춰 적당히 휘는 게 아니라 당연한 원리원칙이 부조리 앞에서 어쩔 수 없이 휘는 것 같습니다. 그걸 쓴웃음 짓더라도 그러려니 용납할 수 있는 게 어른이 된다는 것 같고요.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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