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9/6



1. 같은 시각에 하는 <신선조!>에 미련을 못 버려 먼저 시작하는 쪽에 올인하기로 했다. nhk에서 한 이 사람을 만나고 싶다인가 뭔가 하는 프로 때문에-오카모토 타로인가 하는 사람이 이번 편의 주인공이었는데 오사카 만국박람회의 상징이자 우리의 친구가 그리도 집착하는 찡그린 태양의 탑(정확한 이름 모름)을 제작한 사람이었다. 어, 신기하다- 한 10초 쯤 이순신이 먼저 시작되었다. 크윽, 시작부터 사이토가 등장했는데.;

2. 전에 투덜거렸던 고니시의 과장된 목소리와 말투가 '보통의' 사람 같아졌다. 대신 와키자카가 그 어투를 물려받았다.(.......) 괘안타, 괘안아! 이 정도면 양반이지.

3. 선조의 이순신에 대한 콤플렉스? 열등감? 죄의식? 마지막 것은 좀 아닌가. 아무튼 갈등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즐겁게도(?) 선조는 단지 무적의 인망있는 장수가 왕권을 위협하는 걸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백성에 대한 어떤 죄의식 비슷한 것에서 이순신에게 감사하면서도 답답해진 걸로 묘사되고 있다. 또다시 정형에서 벗어나 줬다. ㅠ_ㅠ
하지만 마지막에 캄캄한 곳에서 보여준 면사첩은 정말 무서웠다고. 말로는 왕님을 "믿고 싶네"라고 한 이순신이나 내심은 그 면사첩만큼이나 뒤집어져 있다 이거다. 통제부의 부장들은 어조나 표현은 달라도 대부분 조정을 불신하고 있다. <칼의 노래>가 눈 앞에 왔다갔다 했다.

4. 닌자! 액션! 장군의 검솜씨는 가히 당대의 검호라 이르기에 손색이 없다!(...)

5. 삼도수군통제부 장수들의 관복은 동정이나 깃이 터져있고 보풀이 일어 있었다. 심지어 이순신조차, 세탁이 잘 되어 있을 뿐 약간 헤진 옷이었다. 같은 시각, 왕은 쌀 귀한 이 때에 술을 마셨고 선전관을 비롯한 조정 관료들의 관복은 눈이 부시게 깨끗해 새옷 같았다. 통제부의 고생이 보인다. 고증팀과 의상실 만세!

6. 진린의 속셈이 온통 적 뿐인 이순신을 미래의 핀치에서 건져내는 것이었다?! 대명국의 천병이 어쩌고 해도 결국은 이 조그만 반도국의 일개 장수가 그렇게도 마음에 들었던 것인가. 하지만 그답다. 남의 나라 전쟁에 어영부영 불려와 체면 때문에 얼만큼의 전공은 세워야만 해 신경과민의욕부족이 된 도독께선 공에 대한 조급함은 차치하더라도 일국의 사정 쯤은 한눈에 꿰고 있었다는 거다. 고니시가 보고 진린이 봤다. 외국인의 눈에도 보이는 왕님과 유능한 장수의 갈등구도! 문득 얀웬리가 떠올라버렸다.
그나저나, 등자룡이라는 장수는 무술년에 90쯤 되지 않았나? 왜 저렇게 머리가 새카맣지?

7. 이순신의 분장은 현충사의 그 공식영정을 수염 몇 올과 색만 좀 다르게 했을 뿐 거의 고스란히 실사로 옮긴 것 같다. 배우의 인상이 마음에 든다. 징비록에 묘사된 그대로다. (게다가 피곤해 보이는 그 눈이란!) 권준을 맡은 배우의 침중한 어조도 굉장히 마음에 든다. 사천에서 날라다닌 그 사람 맞소?
그나저나, 관음포구먼...

신선조를 포기한 보람이 있었다.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