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8/14


린젤(http://linzel.net) 방명록에서 만화 <몬스터>에 대한 잡담을 쓴 걸 옮깁니다. 주제는 "몬스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몬스터>를 보면서 '이름'이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511킨더가르텐이었나? 그곳의 비정상적인 교육은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이 사회에 가지고 있던 존재를 잊어버리게 만들었고 그 결과가 몬스터 요한이라고 생각합니다. 예, 존재를 잊어버리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이름을 잊어버렸지요.
이 만화에서 이름이 갖는 의미는 태어나는 순간에는 비참하리만치 의미가 없는 존재인 인간들이 살아가면서 세상과 인연을 맺고, 자신이 존재하는 의미를 획득하게 하는, 그러니까 세상과 한 인간을 이어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한은 자신이 이름이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세상에서 자신이 존재해가는 의미를 찾지 못해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어 있다고 생각하는게 아닐까 합니다. 그때문에 자신을 보살펴준 사람들을 죽임으로써 그들의 기억에 남겨지는 자신의 존재를 지우려 하고, 자신은 존재자로서 의미를 갖지 못하는 세상에 그래도 살아가려 하는 사람들을 경멸하면서도 부러워하게 되어 전혀 평범하던 사람들을 하루아침에 살인자로 만들고 자살하게 만든 게 아닐까 합니다. 그게 몬스터가 갖는 파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존재의 의미를 찾지 못한 자아가 자신을 지우지 못하니까 대신 세상을 파괴하는. 그런데 요한은 쌍둥이로 태어났죠. 원래 몬스터가 되어야 했던 니나는 "인간은 뭐든지 될 수 있다.. 그러니까 너는 보석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그 동화작가의 말을 듣고 세상에서 자신이 존재해야 하는 의미를 찾게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지만 니나로부터 그 이야기만은 듣지 못한 요한은(제 기억이 맞다면 자신의 납치과정과 그 대규모 독살사건만 이야기했을 겁니다) 니나 대신 몬스터가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둘은 요한의 말대로 본래 하나입니다.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려 하는 자아도 세상에서 존재 의의를 찾지 못해 자신조차 파괴하는 자아도 다 한 인간의 안에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몬스터> 마지막 장면에서 요한이 사라진 것에 대해 "몬스터는 결국 잡을 수 없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본래 자신안에 있는 것이니 잡을 수도 없고 없앨 수도 없죠. 누구나 가진 몬스터의 자아를 숨기고 감싸는 것이 니나의 자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몬스터는 만나는 자마다 잡아먹지만 또한 누군가가 이름을 불러주길 바라는 존재입니다. 아돌프 라인하르트 같은 인물들은 역시 존재를 잃어버렸지만 요한처럼 몬스터를 완전히 끌어내진 못했고, 그래서 몬스터가 가진 카리스마에 끌려 '황야'-몬스터가 세상으로부터 유리되어 혼자 살아가는 그곳을 보고 싶어하지만, 요한은 언제나 니나와 함께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몬스터'만 바라보다가 파멸한 게 아닐까 합니다. 덴마가 황야를 볼 수 있었던 건 두 존재를 모두 알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상!

...허접합니다만, 그러려니 해 주십시오. '내일 이사간다'는 생각 때문인지 오후 늦게 낮잠을 자서 그런지 어젯밤에 잠을 잘 못 잤습니다. 그 때 잠들기 위한 방법으로 저런 궁리를 했던 겁니다..만....잠은 안 오고 눈은 더욱 말똥말똥 해지면서 기어코 슬레 노래를 부르며... 으아악! 졸려!!!
여러분이 생각하는 '몬스터'는 어떤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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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라고 하면...이제는 헐리우드에서 영화 찍는다(...)는 소식이 먼저 떠오른다. 뭐어..영화로 만들어도 멋드러진 작품이 될 건 분명하지. 우라사와 나오키는 앞으로도 대단한 작품을 많이 내겠지만, 그의 대표작으로 영영 기억될 건 역시 <몬스터>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마스터 키튼>풍의 여유로움도 좋아하지만, 작가의 생각에 완전히 동감할 수 없는 부분이 군데군데 있다...; 일반적으로 대중에게 어필할 작품은 어른의 동화인 마스터 키튼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 대하 이야기인 몬스터라 생각한다.)

지금 보니까 내가 대체 뭔 소릴 지껄인 건지 나도 모르것네...-.-;;;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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