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어떤 공연이든 기회가 생겨도 스테이지 도어에는 안 갔다. 무대 뒤의 배우와 조금이라도 교류가 생기면 결코 객관적으로 공연을 볼 수 없게 된다. 사람 대 사람으로서 배우를 인식하게 되면 무대 위의 배우를 보면서도 연기 외적인 것이 겹치지 않을 수 없으니까. 그러나 그것도 오늘로써 끝장이다. 기어코 무대 뒤의 배우를 봐버렸으니...
미샤나, 미샤나, 미샤나, 미샤나아아아아아아아아 ㅠ_ㅠ_ㅠ_ㅠ_ㅠ_ㅠ_ㅠ_ㅠ
오늘은 월요일인고로 공연이 열리는 날은 아니다. 내가 다녀온 것은 라이센스 공연을 앞두고 캣츠 팬들에게 감사하는 차원에서 투어팀 및 라이센스팀 배우들이 이벤트에 당첨된 팬들과 팬미팅을 갖는 자리였다. 팬들은 내가 이벤트에 당첨된 공홈카페 뿐 아니라 인터파크라든가 어딘가 다른 캣츠 동호회 등등에서 모였던 것 같다. 자잘한 경품이 걸린 게임도 있고, 배우들이 한 자리씩 나와서 간단한 장기자랑을 하는 것도 보니 진행자 측에서 준비는 꽤 철저히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자리에 가면서 가장 염려스러웠던 건 라이센스팀의 그리자벨라와 럼 텀 터거 배우로 누가 나오느냐였다. 돈독이 오른 머저리 제작사가 전례가 없던 더블캐스팅으로 잡음을 일으킨지 얼마나 되었다고, 진성팬들이 주가 되는 자리에 네 사람이 모두 나온다면 또 모를까 '유명인'들만 나왔더라면 뒷말이 참 시끄러웠을 것이다. 그걸 예상하긴 했던 건지 단순히 그쪽 일정이 안 맞았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자리에는 신영숙 씨와 김진우 씨가 나왔다. 옥주현 씨의 부재는, 그래도 일단 공개오디션을 거쳤으며 라이센스 제작발표회 때 정식으로 등장한데다 거기서 핸디캡 아닌 핸디캡에 대해 당당한 모습을 보이길래 비교적 호감을 가졌기에 약간 아쉬웠다. 그런데 강대성 씨의 경우는.. 이것 봐, 사회자. 마지막 경매품은 당신이 기획한 거 아니지? 자리를 비운 강대성 씨와 무슨 하루 데이트하는 상품이 경품으로 나오던데, 이 자리에 나와있던 럼 텀 터거 배우 김진우를 슬쩍 무시하는 것 같아 좀 빈정상했더랬다. 그걸 또 장단 맞춰가며 30만원까지 값을 올려대던 분위기도 마음에 안 들었고. 흥, 강대성 씨 당신은 실력으로 증명하기 전까진 부정적인 반응을 들어도 할 말 없다는 걸 본인이 더 잘 알 테지.
뭐 그거 하나를 빼고 본다면, 빙고 게임 중에 내가 삽질도 좀 하고(...) - 아나 나의 취향에 솔직하게 정중앙에다 멍커스트랩 적을걸! 그럼 빙고였는데 왜 아무도 안 부른 그리자벨라를 적어서! ;ㅁ; 랄까 왜 트레버 넌이 무대감독이었다고 착각했던 거야? 그 사람 연출가잖아?;;; - 꿀이 섞인 건지 엄청 맛있던 맥주도 슬금슬금 비워가며 두 시간 동안 신나게 놀았다. 자아 늘 그랬듯이 잊기 전에 인물별 정리 들어가는 거다.
신영숙 씨, 노래가 참 힘있더라... 오디션 때 숨은 보석이라는 극찬을 들었다더니 과연. 어서 이분의 메모리를 듣고 싶다!
유회웅 씨 엄청 기대된다! 이분의 외모만 놓고 보면 제이콥 계통의 캐릭터가 연상되지만 춤동작을 보노라면, 우와. 이분은 어떤 미스토를 만들어낼까! >_< 근데 내내 애드리안이랑 뭘 그리 열심히 말씀 나누신 걸까? 괜히 궁금해지는데.
김진우 씨는 무대를 보고 말해야겠다. 거의 신인이나 마찬가지라는 것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언행을 굉장히 삼가는 느낌이었다. 기왕이면 노래 한 곡에서 끝내지 말고 재치있는 장난 한두 개 보여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괜히 들었다. 아니 사실은 김진우 씨가 노래하고 있을 때 하필 션을 발견하는 바람에 횡설수설 떠들다 사인까지 받느라 무대를 거의 못 봤다. 죄송합니다.;;;;;
190이 넘는다는 정주영 씨 키를 보고 있노라면 멍커스트랩이나 알론조가 제아무리 세도 이기기 어려울 것 같은데(...) 이거 어떻게 되는 거야 최강 맥카비티 나오는 거 아냐 이거(...)
알론조를 맡았다는 백두산 씨는 등장이 짧았지만 인상적이었다. 이거이거 알론조 팬이 또 늘 거란 예감이 드는데. -_-;
김보경 씨에 대해서는 글쎄, 럼플티져는 노래보단 춤이니까. 역시 무대를 보고 말해야 할 듯.
홍경수 씨, 아악 이거이거 위험해;;;; 나 설마 라이센스에서도 멍커스트랩에 낚이는 건가? 설마 그렇게 되는 건가?!;;;;;;; 팬클럽에서 나온 건가 싶을 정도로 특정 테이블의 반응이 열광적이던 게 인상깊다.
이희정 씨... 같이 등장한 프란체스카와 랜짓 앞을 가로막고 오래도록 말씀하신 것 때문에 우리 후배가 살짝 얄미워하더라. 이분 노래는 듣지 못했으니 역시 무대에서 봐야겠지. 설마하니 아버님이 아들놈들한테 포쓰에서 밀리는 일은 없겠죠? (...)
라이센스팀은 대략 이 정도 기억난다. 투어팀은 지금 한창 공연중인지라 따로 뭔가를 보여야 할 필요는 없었다. 몇 분 대표로 나와 팬들과 질문 - 시간 넉넉히 잡고 자유질문 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_= - 받은 것, 곧 치료차 출국하는 션이 한 곡 뽑다 그 다리로 팬을 붙잡고 춤을 춘 것젠장 부럽다!, 맨 마지막에 등장해 분위기를 마구 휘어잡던 새로운 거스 MJ 등등, 이하생략.
자아. 이제 서두에서 뽑았던 이야기로 돌아가겠다. 늘 말했듯이, 나는 뮤지컬 팬이 아니라 좋아하는 뮤지컬이 몇 개 있는 것 뿐이다. 해서 라이센스팀 배우들에 대해서는 전혀 -_-; 알지 못하며, 어쩔 수 없이 약간 거리감이 느껴진다. 이쪽에 대해서는 무대를 보고 나야 뭔가 좋아 죽네 어쩌네 이야기를 할 수 있겠고, 서울에서 석 달 공연하는 동안 내 비자금을 착실히 받아갔으며 또 받아갈 투어팀 배우들. 아나.... 이거 실수다. 정말 내가 실수했구나. 내가 미쳤다고, 왜 배우들 붙잡고 말을 건 거지! 왜 내 원칙을 깨고 그런 짓을 한 거지! 큰일이다 다음부턴 절대 이 사람들 무대를 '쇼'로 즐길 수 없을 거야! 아는 사람들이 나와서 다치진 않을까 실수하진 않을까 이딴 거 걱정하며 보게 생겼어! 아아아아아악 내가 대체 왜 그런 짓을! OTL
라고 절규하면서도 입매가 귀까지 쫙 찢어졌다지. 얼마나 흥분했냐면 설대입구역에서 녹두거리까지 도보 40분 거리를 30분만에 주파하는 개인기록을 세웠더라 이거다. 지하철에서 내내 헤실헤실 웃음이 나오길래 운동으로써 흥분을 가라앉힌답시고 버스를 등진 결과다. 이런 데선 나 좀 대단한 듯? -_-;
여하간, 무대 뒤로 나가질 않으니 배우들의 맨얼굴을 거의 모르는 상태였던 고로 사인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었던 스킴블과 ㅠ_ㅠ 멍고제리는 어쩔 수 없었고 ㅠ_ㅠ 멍커스트랩의 션, 맥카비티의 제임스, 럼플티져의 미샤나, 미스토의 애드리안과 차례차례 마주쳐 이런저런 말도 하고 사인도 받아냈다. 와우!
그러니까 그게 참 웃기는 것이, 엉터리 콩글리시로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는데 배우가 여태까지와는 다르게 보이더란 말이다. 난 다음부터는 캣츠 투어팀 무대를 결코 즐겁기만 한 마음으로 볼 수 없을 것이다. 이 사람들이 살짝 미끄러지기만 해도 내가 다 철렁해서 엉망진창이 될 거라고. 특히 미샤나는 내 마음의 베스트 조 깁의 럼플티져까지 슬금슬금 넘보기 시작했다. 미샤나의 왈가닥 럼플티져도 좋아하긴 했더랬는데 오늘의 대화 한 방으로 이전까지 느꼈던 것에 제곱을 한 애정이 생겨버렸다고. 이래서 무대 뒤의 배우는 만나고 싶지 않았는데, 아놔;;;;;;;
라이센스 쪽도 주의해야겠다. 아니 라이센스 뿐 아니라, 앞으로 혹시라도 가게 될 모든 공연에서 주의해야겠다. 무대 뒤의 배우는 가급적 만나지 말 것. 위험하다, 이거 엄청나게 위험하다.;;;;
p.s. 아마도 그 녀석이 여기에 들어올 일은 없을 테지만 혹시 모르니까... 후배야. 나 럼 텀 터거 안 싫어한다. 단지 내가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비뚤어진 것 뿐이다. 내가 그간 이 블로그에서 히루마를 위시한 데이몬 데빌배츠 녀석들을 어떻게 굴렸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알지. -_-* 그리고 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그 형제가 다 좋다. 형이고 아우고간에 훈훈하지 아니하더냐?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