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감상 : 이래서 사람들이 라이브 콘서트를 가는구나...;

와우. 록큰롤엔 관심이 없어서 그쪽 콘서트 분위기가 어떤지는 쥐뿔도 모르지만, 혹시 경험한다면 이런 분위기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 공연이었습니다. 본디 <헤드윅> 스토리 자체가 어느 무대에 선 헤드윅이 자기 공연 보러 온 사람들 (즉 관객들) 붙잡고 자기 인생을 노래로 들려주는 형식이니 그 분위기가 나지 않으면 살짝 실패한 무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쨌거나 제가 실황을 보러 간 뮤지컬은 몇 개 없지만 그동안 관객들이 한창 노래부르는 중간에 휘파람 불면서 꺅꺅거리는 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캣츠>는 제외. 컨셉이 록스타인 스파이(!)가 한 마리 있음. -_-)
무대가 낮은데다 극장 자체가 소규모인 것도 그 분위기에 한 몫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제가 앉았던 5열 정중앙 위치는 좌우로는 정확히 정중앙이었고 앞뒤로도 중앙에서 조금 앞으로 치우친 곳이었는데 그게 정확히 배우들의 눈높이라 하면 짐작이 되실는지. 내내 헤드윅을 연기한 김다현 씨랑 눈싸움을 하면서 공연을 본 기분입니다. (물론 그분은 연기하느라 바빠 아무 생각 없었겠지만.(...)) 앵콜 땐 물벼락도 맞았심. -_-v 그렇지만 헤드윅이 워낙에 방방 뛰어다니다 보니, 이 공연도 황금좌석은 맨 앞열과 사이드인 듯 하더군요. 어쩐지 중앙자리가 비어있더라니. -_-;

조금 아쉬운 점은, 헤드윅이 회상 중에 1인2역으로 연기하는 부분, 특히 토미가 헤드윅의 숙제를 알고 배신 때리기 시작하는 그 부분이 약간 지루했더란 겁니다. 디비디를 몇 번 돌려본 적이 있어서 자연스레 그 장면을 상상하며 봤습니다만, 그러지 않았다면 돌아가는 상황에 감정이입하기가 좀 어려웠을 겁니다.
그리고 영화와는 결말이 살짝 다르네요. 토미가 헤드윅이 되고 헤드윅이 토미가 되어 마지막 노래를 부르던 장면에서 저는 헤드윅이 잃었던 반쪽을 되찾고 하나가 되어 갈등을 완전히 해소했다고 생각했더랬는데, 실황 쪽은 헤드윅의 갈등이 끝났다는 느낌이 들지가 않아서요. 거기서 이치학이 드랙퀸으로 돌아가게 허락한 건 무슨 의미?; 하긴 영화 쪽은 외려 이치학에 대한 설명이 적군요. 아무튼 오늘은 실황 분위기를 즐긴 것으로 만족하고, 생각하는 건 내일 학교에서 다시 디비디를 돌리며 해야겠습니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입니다.;;;


p.s. 그나저나, 공연 끝나고 나가는 길에 대한 안내가 좀 부족하더군요. 그리고 돌아오는 길의 지하철은 끝내주는 천연 사우나였슴다. 역사에서부터 바람 한 점 없어 푹푹 찌더니 아침 8시에 신도림 떠난 2호선 칸처럼 사람마저 꽉꽉 들어차더이다. 36.5도씨 이상인 게 분명한 사람 등짝에 짓눌려 선풍기만 돌아가는 지하철에 실려가자니 헛헛. 이놈의 고유가시대, 지하철 타는 분은 얼음물을 꼭 챙겨가시라.
p.s.2 날 예매의 길로 이끈 후배 E에게 감사. 이제 나와 샤롯데로 가자. -_-*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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